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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21화 (221/434)

221화 : 환몽증 격파

“왜 아니겠어요?”

콰악!

트윈스 원이 자기 오른 손목을 깨물었다.

촤악!

피가 허공에 치솟더니.

“지고의 위상들이여! 내 피를 바치나이다! [즉각 강림]!!”

촤아아악!

손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다량 분출됐다.

주로 사령술사들이 쓰는 기법인데, 제사장으로 승급한 트윈스 원도 쓸 수 있었다.

-지고의 위상. 피눈물의 성모가 나타났습니다!

-지고의 위상, 끝없는 나락의 악귀가 나타났습니다!

-지고의 위상, 장막 너머의 처녀가 나타났습니다!

-몰락한 지고의 위상, 문지기 거인이 나타났습니다!

하나만 기습적으로 소환해도, 길드 본부 하나쯤은 초토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지고의 위상이 3체, 추가로 몰락한 지고의 위상도 1체 등장했다.

“오호호! 위대한 지고의 위상들이여!”

트윈스 원이 강은혁을 가리켰다.

“제 요청은 하나! 저기 있는 강은혁을 죽……!”

콰직!

차원의 낚싯대의 낚싯바늘이 트윈스 원의 목에 꽂혔다.

“컥……!”

소환된 직후, 방심이 극에 달한 시점을 노린 공격.

“소환술사는 이래서 문제입니다.”

소환에 성공한 직후, 소환수들이 소환술사의 명령을 듣기 위해 대기하는 그 시점이 가장 큰 약점이다.

‘나야 직업이 여러 개라 직접 뛰면서 소환하고 명령하기에 그 약점이 없지만.’

지금까지 트윈스 원의 적들은, 트윈스 원이 지고의 위상을 소환하자 놀라서 즉각 반응을 못 했지만, 은혁은 아니었다.

“하앗!”

파악!

차원의 낚싯대에 꿰인 트윈스 원이 은혁을 향해 날아왔다.

[섀도 암]으로 차원의 낚싯대를 잡은 뒤, 양 주먹으로 스킬을 썼다.

“[무아연환격].”

투두두두두두두두……!!

퍼버버버버버버벅……!!

무자비하고 무지막지한 연속 공격.

“크악, 꺄악, 그헉……!”

맨몸의 트윈스 원은 샌드백처럼 연신 두들겨 맞았다.

정신력이 흐트러진 탓에 지고의 위상들을 붙들어 둘 마력 유지에 실패했고, 명령이 주어지기 전이었기에 그들은 서서히 원래 있던 곳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맞는 와중에 겨우 스킬을 썼다.

“[무작위 정령 소환]!”

파앗!

상급 대지의 정령이 은혁과 트윈스 원 사이에 생성됐다.

은혁의 [무아연환격]은 자연스럽게 취소가 됐지만.

“[블레이징 러시].”

투쾅!

화르르르륵!!

상급 대지의 정령 따위는 방패조차도 되지 못했고.

퍼억!!

콰콰쾅!!

바로 뒤편에 있던 트윈스 원에게 주먹이 작렬했다.

“내가 강해진 건지, 네가 의외로 약한 건지. [염력 부여] + [무아연환격]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염력강화식 파념연환격]!!”

기존의 [무아연환격]이 순수한 투쟁 본능에 몸을 맡기는 무투가 스킬이었다면, [염력강화식 파념연환격]은 초능력자 특유의, 상대 정신을 파괴하겠다는 의지력과 염력을 주먹에 담아, 분명한 목적을 담아 갈기는 연타 공격이었다.

콰두두두두두두두……!!

“……!!!”

한 방 한 방 맞을 때마다 정신에 금이 가고 깨져 나갔다.

환몽 속이라서 그나마 죽지 않을 정도인 건지, 환몽 속이라서 더욱 피해가 큰 것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트윈스 원의 정신은 견딜 수가 없었다.

환몽 속이라는 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퍼버버버버버벅!!

콰콰콰콰콰콰콰……!!

환몽 속에서는 절대 죽지 않지만, 그 고통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고통과 피해량이 임계점에 도달합니다!

환몽은 기본적으로 끝없는 악몽과 같지만, 완전히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

임계점에 도달하면 고통스러운 기억과 함께 꿈에서 깨어나도록 되어 있었다.

-환몽 파괴까지 15초…….

-14초…….

-13초…….

“어? 안 되지.”

은혁이 중얼거리며 [캔슬]로 공격을 끊고, 트윈스 원이 반응하기도 전에 [하급 치유] 스킬을 걸어줬다.

-성직자 숙련도가 4% 증가했습니다!

-현재 성직자 숙련도 : 31%.

그리고 트윈스 원이 회복되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고통과 피해로부터 회복되었습니다!

-환몽 파괴가 유예되었습니다!

“지, 지금 무슨……?”

트윈스 원이 입 안 가득 찬 피를 씹으며 중얼거리자, 은혁이 히죽 웃었다.

“[그림자 사슬]!”

휘리릭!

트윈스 원의 몸이 휘감겼다.

“환몽 속으로 날 불러들이는 건 자유지만, 나가는 건 아니란다.”

은혁은 트윈스 원의 정신이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두들겨 패기로 작정했고, 필요하다면 회복시킬 생각이었다.

* * *

평화의 감옥 1등급 영역.

가장 위험한 죄수들만 모여 있는 곳.

그중에서도 가장 안쪽을 트윈스 원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필요할 때마다 환몽증을 발현시키며 지배력을 키웠다.

때로는 스스로 잠이 들면서, 고기 기둥 형태로 변한 안테나를 이용해 타인의 환몽증 속으로 침투하기도 했다.

지금도 트윈스 원은 잠이 든 상태로 타인의 환몽증을 조작하는 중이다.

그런 트윈스 원에게 이변이 일어났다.

투두두두두……!

트윈스 원의 몸이 미친 듯이 떨렸다.

마치 투명한 주먹에 마구 두들겨 맞는 것처럼.

“그헉, 으극, 크헉…….”

눈코입귀에서 피를 마구 흘리고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지?”

“환몽 속에서 두들겨 맞고 있는 거 같은데?”

트윈스 원 앞에는 3명의 남자가 어이없어하며 서 있었다.

탈출을 조건으로 트윈스 원 측에 붙기로 했던 그린 주스, 묵검제, 지그하르트였다.

길드연합국 기준 랭킹 20위 언저리의 랭커들인 강자들.

그런데도 그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상당히 기괴했다.

“허참. 이대로 두면 죽겠는데?”

녹색 머리카락에 짧은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그린 주스는 기대된다는 듯이 말했다.

“멍청한 소리. 그녀가 죽으면 우리도 탈출은 어려워.”

묵검제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이래서 희망 고문은 무서운 거야. 응.”

파리한 얼굴을 한 금발 청년 지그하르트는 우울한 어조로 말하더니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그 와중에도 트윈스 원은 마구 두들겨 맞고 있었다.

투두두두두두……!

몸통이 마구 떨렸다.

“와씨, 엄청 정신 사납네, 이거. 깨워야 하는 거 아냐?”

그린 주스가 물었지만, 묵검제는 고개를 저었다.

“도중에 깨우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 지켜보지.”

“거, 너무 시끄러워서 그러지.”

그때, 다른 곳에서 한 플레이어가 걸어 나왔다.

“뭣들 하는 겁니까, 이 멍청이들아!”

아벨이었다.

3군주 카인의 동생이라고도 하는 그는 1등급 구역의 유일한 죄수 겸 간수 대행이었다.

너무 위험한 곳이라 간수가 실제로 상주하지 않는 이곳이지만, 아벨은 특이하게도 자신이 간수 역할을 대행하겠다고 나섰다.

그 특유의 근성 때문인지, 죄수들 사이에서도 간수 대행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어이, 우린 아무 짓 안 했어. 그치? 묵검제?”

“음. 그렇다.”

그린 주스와 묵검제가 물러나자, 조용히 있던 지그하르트가 발작적으로 외쳤다.

“저 두 놈 짓이야! 저 두 놈이 트윈스 원을 덮치려 했어!!”

“뭣?!”

아벨이 놀라서 경계하자, 그린 주스와 묵검제는 화를 냈다.

“어디서 뒤집어씌우는 거야!”

“지그하르트여. 거짓말하면 죽는다.”

그린 주스와 묵검제가 화를 내자 지그하르트는 쪼르르 달려가 아벨의 뒤에 섰다.

“저 두 놈이 나빠! 그리고 고자질한 나는 착해! 저 두 놈한테 내 징역을 대신 살라 그러고 나는 여기서 꺼내줘요, 아벨 형님!”

“……그런 거 안 통한다.”

아벨도 지그하르트의 거짓말을 눈치채고 밀어냈다.

“다들 벽에 손 짚고 있어.”

아벨이 말하자 다들 툴툴거리며 그렇게 했다.

아벨이 이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건 아니지만, 직업의 특성상 아무도 아벨을 건드리지 못했다.

“이봐요. 트윈스 원? 괜찮습니까?”

“크윽, 흐으윽! 꺄아아…… 흐으윽!”

트윈스 원은 연신 신음했고, 아벨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 사람 이거, 뭔가 자업자득인 거 같은데.”

아벨도 트윈스 원이 평화의 감옥 안에서 벌이던 일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꿈’과 관련된 일을 하는 트윈스 원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대로 두는 건 너무 비인간적인데……. 응?”

아벨은 트윈스 원의 손등을 확인했다.

그의 시선은 손에 맞는 미니 사이즈 죄수복을 입은 트윈스 투에게 머물러 있었다.

‘일단 이 사람(?)이라도 먼저 깨워보자.’

아벨이 그런 생각으로 트윈스 투를 툭툭 때려서 깨운 순간.

-환몽의 창조자가 강제로 깨어났습니다!

-환몽이 바깥에서부터 부서집니다!

“엥?”

아벨은 트윈스 원이 환몽의 주인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실제 환몽을 다루는 이는 트윈스 투고, 트윈스 원은 그런 투를 다루는 것이었다.

파앗!

그렇게 트윈스 원은 깨어났다.

“괜찮습니까?”

아벨이 친절하게 물었다.

트윈스 원은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말없이 둘러보더니.

“꺄아아아아아아!!!”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혼절했다.

* * *

“우으음…….”

공용 휴게실의 소파.

그곳에서 은혁도 깨어났다.

“여어, 일어났냐?”

맞은편 소파에서 염훈이 조금 걱정스럽게 보고 있었다.

“자면서 엄청 몸부림치던데. 깨울까 말까 하던 참이었다.”

“꿀잠!”

은혁은 그렇게 말하고,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꺼내 마셨다.

그리고 캔 커피를 마시며 결단을 내린 은혁은, 즉각 [텔레파시] 스킬을 썼다.

워잭과 페넬레시아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통보한 뒤, 염훈에게 말했다.

“나 잠깐 5층 다녀올게.”

“음? 뭐 하려고?”

“감옥 좀 쑥대밭으로 만들려고.”

“엥?”

“정서에 안 좋은 곳이니까 넌 여기 있어라.”

환몽증을 이용한 발악이 있을지도 몰랐기에, 오히려 염훈은 보험 삼아 두기로 했다.

사실, 트윈스 원은 완전히 정신적 트라우마로 망가진 상태였지만…….

* * *

은혁은 평화의 감옥에 가서, 박병철의 면회를 왔다고 했다.

박병철은 1등급이 아닌 5등급 구역의 죄수였기에 쉽게 면회가 가능해야 했다.

하지만 감옥 경비대원이 환몽증 사태를 이유로 막았다.

“워잭과 페넬레시아의 허락 맡고 온 겁니다.”

그제야 감옥 경비대원은 아, 소리를 내고 비켜줬다.

면회실에서 은혁을 만난 박병철은 어이없어했다.

“무슨 일이야? 그 시리우스라는 인간하고 겨우 인사 나눈 참인데.”

“그래? 하긴, 시간상 그렇겠네. 후아암.”

은혁은 약간 몽롱했다.

박병철은 그런 은혁을 보고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너, 혹시 환몽증 걸렸냐?”

“티 많이 나냐?”

은혁은 씨익 웃었다.

은혁의 표정을 본 박병철도 웃었다.

“너, 지금 엄청 빡친 표정이네.”

“아아, 상황이 급하게 변했거든. 그보다 내가 네게 준 특수 면회증 갖고 있냐?”

“물론.”

은혁은 박병철에게 명령을 내렸다.

물론, 직접 소리 내서 명령을 하는 경우 윤리적 책임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남들 귀에 안 들리게 [텔레파시]로 명령을 내렸다.

‘놈들을 제압하라.’

* * *

평화의 감옥이 왜 평화의 감옥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가장 냉소적인 대답은 다음과 같다.

‘평화의 감옥 안에서 어떤 막장스러운 일이 일어나건, 길드연합국만 평화로우면 돼.’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평화의 감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평화의 감옥은 그렇게 기능했다.

가장 심각한 구역인 1등급 구역은 완전히 격리되어, 간수조차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그래서 7대 길드도 평화의 감옥의 일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평화의 감옥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 길드연합국의 평화에 해가 되는 경우.’

그렇다.

환몽증 사태가 바로 그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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