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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22화 (222/434)

222화 : 평화의 감옥 제압 (1)

환몽증은 사람을 통해 감염되므로, 평화의 감옥 너머에까지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처음에 트윈스 원이 평화의 감옥 내에서 세력을 구축했을 때는 사실상 방치했던 정의 길드와 평화 길드였다.

하지만 환몽구원교라는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환몽증 증세를 감염시키고 퍼뜨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사태는 심각해졌다.

이제 충분히 정의 길드와 평화 길드가 평화의 감옥에 개입할 지경이 된 것이다.

트윈스 원 또한 그 사실을 알았기에, 정의 길드와 평화 길드가 행동에 나서기 직전의 상황에 행동에 나섰다.

바로 그렇기에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강은혁을 환몽증에 빠트린 뒤 죽이거나 포섭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훗.”

은혁은 코웃음 쳤다.

트윈스 원은 실패했고, 그 대가가 바로 현재 상황이다.

“진짜 아이러니한 이름이야.”

평화의 감옥 절반은 피투성이로 변해 있었다.

은혁의 ‘제압’ 명령 때문이다.

현재 평화의 감옥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메탈 워커 소환].”

은혁은 부상자들을 옮겼다.

대부분이 환몽구원교 측에 포섭된 하급 죄수들이었고, 박병철과 그 부하들에 의해 ‘제압’되었다.

그러자 더 많은 환몽구원교의 광신도들이 나타났다.

“저 늑대 새끼들을 죽여라!”

“구원은 오직 트윈스 원 님께 있다!”

“환몽구원교 만세!”

이미 환몽증으로 정신이 나간 광신도들의 머릿수는 많았지만.

“쿠오오오!!”

“캬아아아!!”

붉은 털을 지닌 늑대인간 군단은 소수였음에도 더 잘 싸웠다.

거기다 시리우스까지 가세했으니, 싸움이 볼 만했다.

“하하하!”

피 튀기는 전장 한복판에서 은혁은 웃었다.

‘원래 X밥들 싸움이 더 재밌다더니.’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직업을 얻은 뒤로, 안 그래도 우수한 실력이 극단적으로 치솟은 은혁이다.

지금 벌어지는 싸움은 그저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좀 도와주지 그러나……?”

시리우스가 음울한 어조로 요구했다.

하지만 은혁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저는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워잭과 페넬레시아로부터 퍼미션을 받은 일이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 상황은 폭동이다.

환몽구원교파 VS 붉은늑대파.

비록 길드연합국을 환몽증으로부터 지킨다는 명분이 있긴 하지만, 본질은 감옥 내부 조직 간의 패싸움일 뿐이다.

‘사실, 명분은 환몽구원교 측에도 있지.’

구원에 관한 교리는 환몽구원교 측에도 존재한다.

물론, 그게 세뇌냐 아니냐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거나 감옥 내부의 싸움에 죄수도 아닌 제가 개입하면 곤란하죠. 격조의 문제도 있고.”

“격조를 따진다면서…… 싸우는 걸 구경하면서 웃는 건가…….”

시리우스는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말하며, 일선에서 싸우는 늑대인간들에게 [확률 지배] 버프를 걸어줬다.

파앗!

“아군의 명중률을 두 배로 올린다…….”

그러자 박병철이 이끄는 늑대 무리가 훨씬 강해졌다.

퍼버벅!

서걱! 촤악!!

“크악!”

“우, 우리가 밀리다니!”

“트윈스 원 님을 불러와!”

놈들은 크게 밀리기 시작했고, 그 틈에 박병철은 더 깊이 들어갔다.

콰직!!

콰직!!

단숨에 양손으로 [심장 뽑기] 스킬을 발동, 두 놈의 심장을 잡아먹었다.

“크하하하! 이거야, 이거!”

붉은 털의 늑대인간이 피와 희열에 취해 외쳤다.

“강은혁! 고맙다! 이런 피 튀기는 일을 맡기기 위해 여태 여기에 처박아 뒀던 거겠지! 이런 일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크하하! 너네 길드에 충성을 맹세하길 잘했어!!”

촤악!

촤자작!

가히 독보적인 학살 실력이었다.

‘물 만난 물고기 같군.’

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하품을 했다.

박병철이 진정 원하는 건 더 높은 층으로 올라가는 것이라지만, 사실은 약자를 짓밟고 올라가는 걸 더 좋아했다.

밑바닥 중에서도 밑바닥인 감옥의 죄수들을 짓밟고 잡아먹을 기회가 생겼으니 기쁠 수밖에.

‘이런 잔인한 일에 써먹기엔 딱 좋군.’

광신도들의 정신을 일일이 고치면서 사태를 제압하는 건 은혁으로서도 너무 힘들고 오래 걸린다.

더군다나 환몽증이 전염성이 있는 이상, 잔혹하더라도 빨리 끝내는 게 낫다.

그런 일을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고 진행하기 위해 박병철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끄아아아!”

퍼버버벅!

순식간에 적들을 전멸시키고, 박병철은 대부분 [심장 뽑기]로 잡아먹어서 힘을 키웠다.

“마치 내 옛 모습 같군…….”

시리우스가 중얼거렸다.

과거의 시리우스가 약자들에게 싸구려 쾌락을 주고 세력을 키웠다면, 지금의 박병철은 폭력으로 심장을 뺏어 먹고 자신을 키운다는 차이가 있을 뿐.

“크크크. 이제 끝이군.”

박병철은 어느새 감옥 전용 게이트에 도달했다.

평화의 감옥의 5등급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

본래는 간수가 조작하며, 단숨에 1등급 구역에는 갈 수 없도록 안전장치가 걸려 있다.

하지만.

“크르르…….”

붉은 늑대인간으로 변신한 박병철은 손톱을 길게 하더니.

콰직!

자기 몸을 일부 찢었다.

그리고 그 속에 숨겨 둔 ‘면회증’을 꺼냈다.

어떤 경우라도 1등급 구역에 있는 자와 면회할 수 있는 면회증이었다.

그걸 사용하려는 순간.

-경고! 1등급 구역에서 죄수가 나옵니다!

감옥 전용 게이트의 반대편에서 먼저 누군가가 나왔다.

파앗!

평범한 얼굴이지만 어느 지역 사람인지 애매한 외모의 청년, 아벨이었다.

“잠깐! 다들 중지! 공격 중지!”

아벨이 자기 입으로 외쳐댔다.

‘아벨……!’

은혁은 기억을 더듬었다.

3군주 중 하나인 카인의 동생이다.

‘회귀 전 본래 역사에서는 카인을 죽이지.’

제2차 길드 대전이 터지기 전까지는 평화의 감옥에만 머물러 있고, 그 이후에 평화의 감옥을 탈옥하여, 카인이 지배하는 영역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머지않아 카인을 죽이고 자신도 죽는다.

여러모로 비밀스러운 존재다.

그가 이곳에 갇혀 있는 이유조차도 아무도 모른다.

‘회귀자인 나도 그 이유는 몰라.’

그런 생각을 하는데, 아벨이 협상을 요청해왔다.

“여러분. 들어주세요. 일단 저는 아벨이라고 합니다.”

아벨은 양손을 든 채로 필사적으로 외쳤다.

“제발 공격을 멈춰주세요. 환몽구원교의 트윈스 원은 현재 제정신이 아닙니다.”

“그걸 모르는 인간이 어딨겠냐.”

박병철이 으르렁거리며 답했다.

환몽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던 그였기에, 아벨의 태평한 소리를 듣자 더욱 열받았다.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극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말도 똑바로 못하고 비명만 지르는 상태입니다.”

아벨이 솔직하게 현 상황을 설명하자, 박병철은 쾌재를 불렀다.

“잘됐네. 그럼 바로 1등급 구역으로 가서 목을 따면 되겠네?”

“그러니까 그러지 말라고 여기 제가 온 거잖습니까.”

아벨이 조금 화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박병철은 핏물이 줄줄 흐르는 송곳니를 드러냈다.

“뭐 하는 새낀지는 모르지만 죽어라.”

콰악!!

늑대의 이빨로 아벨의 목덜미를 깨물었지만.

파칵!!

이빨만 모조리 다 깨졌다.

“윽?!”

놀란 박병철이 뒤로 물러났다.

“안 통합니다.”

아벨이 목에 묻은 다른 자들의 핏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저의 고유 패시브 스킬 [자연 불침] 때문입니다. 따로 제작된 무기가 아닌 것으로는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즉, 드루이드 변신 상태의 발톱이나, 무투가의 맨주먹 같은 걸로는 절대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자연적인 돌 같은 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움켜쥔 채 살의를 담아 휘두르면, 그 경우에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제길! 그렇다면!”

박병철은 자신의 늑대인간 발톱 하나를 거칠게 부러뜨렸다.

뚜둑!

“[자연 불침]이라 했겠다! 이 발톱은 내가 인공적으로 살의를 목적으로 만든 ‘무기’다! 이거라면 통하겠지!”

“그게 그렇긴 합…….”

푸욱!!

말을 마치기도 전에 부서진 발톱이 아벨의 목을 꿰뚫었다.

“끄르륵……!”

털썩!

아벨은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뭐야. 엄청 약하네.”

박병철 본인이 어리둥절해했다.

“어휴, 저 바보.”

은혁이 투덜거린 순간, 현장에 있던 모두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허락받지 않은 살해가 감지되었습니다!

-살인자에게 저주를!

“에?”

그 순간.

푸확!!

박병철의 목에 구멍이 뚫렸다.

아벨에게 가한 것과 똑같은 위력이었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푸확!! 푸확!! 푸확……!!

정확히 7배의 동일한 무형의 공격.

“헉!”

“형님?!”

부하들이 황급히 치료해 주지 않았다면, 박병철은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100층탑의 가호를 받는 엘더 드루이드.’

그것이 아벨의 직업이었다.

‘카인과 아벨은 최초의 플레이어 중 하나니까.’

사실, 은혁은 순수 전사 출신의 회귀자 치고는 아는 게 많은 편이다.

하도 당한 게 많고, 강적과 많이 싸워서인지, 자연히 알게 된 것도 많고, 남는 시간에 직접 조사해서 얻은 정보도 상당했다.

하지만 카인과 아벨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

‘아는 거라곤, 카인과 아벨이 형제라는 거. 카인은 3군주 중 하나가 되었고, 아벨은 어째선지 5층 평화의 감옥에 스스로 들어가 살고 있다는 거.’

그게 전부였다.

“저 건들지 마십쇼. 저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서는 [7배 보복]이 자동 발동됩니다.”

아벨이 목을 문지르며 일어났다.

그는 [고속 재생] 스킬도 갖고 있는 모양이었다.

[7배 보복]과 [고속 재생] 때문에, 막장 범죄자들이 많은 평화의 감옥 속의 누구도 아벨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대화라면 내가 맡지.”

은혁이 나섰다.

아벨은 은혁을 보고 흠칫했다.

“…….”

“나는 강은혁이라고 한다. 그쪽이 트윈스 원의 대변인인가?”

“아, 아뇨. 대변인 같은 건 아니고.”

“그럼?”

“그, 평화 협상을 위해 나왔을 뿐입니다.”

“좋군! 평화의 감옥에서 평화 협상이라. 하지만 그쪽도 알다시피 평화 협상이 필요한 경우는 피가 잔뜩 흐르는 일이 터진 이후가 대부분이지.”

“그렇습니다. 저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늦게나마…….”

“알긴 아는군. 왜 미리 막지 않았지?”

“네?”

“트윈스 원이 환몽구원교를 만들고 환몽증을 퍼뜨리며 장난질을 칠 때 말이야. 너 정도면 그걸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았나?”

“그건…….”

“딱히 책망하려는 건 아니고. 그저, 여태 방치하다가 뒤늦게 평화 협상 당사자로 나온 게 이해가 안 가서 그래.”

“어지간한 책망보다 더하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벨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푸욱 내쉰 다음에 고개를 들었다.

“조금 조용한 곳에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흠.”

하긴 이곳에는 듣는 이가 너무 많았다.

은혁과 아벨은 감옥 전용 게이트 옆에 마련된, 5등급 간수용 휴게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아벨이 고백했다.

“사실은 저도 무임승차를 꿈꿨습니다.”

“탈옥 무임승차 말이지?”

“그렇습니다. 순간적인 충동이었지만, 잘못은 잘못이죠. 후회합니다. 어차피 여길 나가 봤자인 데다가, 사실 그렇게까지 나가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런 마음을 품었는지.”

아벨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솔직하긴 하지만 마냥 착한 놈은 아니구만.”

“…….”

“그래서, 원하는 게 뭔가?”

“일단 싸움을 멈추고…….”

“그런 소리를 할 자격이 없을 텐데. 교도소 내 폭동, 탈옥 미수를 일으킨 쪽이 무조건 평화를 이야기하면 설득력이 많이 약하지.”

“……무조건 평화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사실 제 제안은 이겁니다.”

아벨이 손가락 3개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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