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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50화 (250/434)

250화 : 토론 승리

짤그랑.

은혁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절대 열쇠’를 꺼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은혁이 뭘 꺼낸 건지 알지 못했다.

“뭐야, 저 까만 열쇠는.”

“저게 뭐 어쨌다는 건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9성급 아이템 중에는 가장 작고, 약한 물건일 것이므로.

하지만 그 물건의 가치를 깨달은 자도 있었다.

가장 먼저 깨달은 이는 디미트리였다.

“그건……!!”

“오, 아시면 이야기가 빠르죠. 100층탑은 중도에 나가는 게 불가능하니 제 주장은 원천적으로 틀렸다고 하셨죠? 자아, 그에 대한 반증입니다.”

은혁은 절대 열쇠를 들어 보이며 모두에게 선언했다.

“이것은 9성급 아이템 ‘절대 열쇠’라고 합니다. 이론상 모든 것을 열 수 있으며, 더더욱 이론일 뿐이지만, 100층탑의 문을 찾는다면, 그걸 열고 나가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수군수군……!

청중은 자신들이 들은 것을 믿지 못했다.

또한, 믿더라도 절대 열쇠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와닿지 않았다.

“자, 잠시만요!”

그때, 청중 중에서 한 고고학자 플레이어가 나서더니, 은혁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돋보기안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본 뒤, 사회자 NPC에게 속닥거리며, 자신이 아는 사실을 전해줬다.

“여러분. 에에, 믿기 어렵습니다만.”

사회자 NPC는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말했다.

“지금 강은혁 플레이어의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뭐라구요!!”

벌컥!

우당탕!

청중석 여기저기서 의자 구르는 소리가 났다.

“방금 ‘C+급 직업, 고대 기물을 검증하는 혼돈술사’이신 분께서 확인해 주셨습니다. 강은혁 플레이어의 주장은 전부 사실이며, 저것은 9성급 아이템, 가히 ‘신화급’이라는 수식어도 모자랄 정도의 물건입니다.”

그제야 청중들은, 자신들이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9성급 아이템을 마주하고 있음을 깨닫고 놀랐으며, 그런 물건이 너무나도 평범해 보인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시간제한이 얼마 안 남았으니, 부디 조용히 들어주십시오.”

은혁이 말하자 청중들은 억지로 이를 꽉 깨물고 입을 닫았다.

“다시 말합니다. 100층탑을 중도에 나가는 상황……. 여러분은 토론용 아이디어, 또는 사고 실험의 영역으로 치부하셨겠지만, 그건 현실입니다. 이론상은 물론, 그리고 실제로도 가능합니다.”

은혁의 선언은 핵폭탄 같았다.

그 누구도 정상에 이르기 전에는 100층탑에서 절대 나갈 수 없다는 절대 명제에 대한 파괴.

“강은혁! 강은혁 플레이어!”

“그게 진짜요?! 도중에 나가는 게 이론상 가능하다고?! 오 맙소사!!”

“그, 혹시 벌써 나갔다 온 거 아니오?!”

“뭣?! 말도 안 돼!! 대답해 주시오!!”

청중들은 열광했다.

토론장의 청중이라면 감성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존재여야 하지만, 은혁이 제시한 물건은, 토론 주제와 맞물려 너무나도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특히, 은혁이 절대 열쇠를 꺼내는 타이밍이 좋았다.

토론이 과열되고, 은혁이 워낙 결정적인 순간에 디미트리의 주장을 파괴할 ‘실물’을 꺼내는 순간, 연쇄반응이 일어나서 끓어오르고 있었다.

분위기가 끓어오르자, 이성은 휘발되고, 오직 은혁과 절대 열쇠가 주는 가능성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별명을 지니고 있었다.

‘그 별명은 바로 희망이지.’

물론, 매우 위험한 희망이다.

그들은 은혁이 당장이라도 모든 플레이어들을 꺼내줄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열광하고 있지만, ‘절대 열쇠’는 일회용 아이템이다.

게다가 적절한 문이 없으면 어차피 못 나가며, 문이 있는지 없는지는 회귀자인 은혁도 정확히 모른다.

‘짐작 가는 곳은 있긴 하지만.’

은혁의 회귀 지식 속에는, 대략 50층~54층 구간 어딘가에 ‘문’이 있을 거라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다.

하지만 회귀자인 은혁도 확신할 수 없는 수준의 근거였다.

‘물론, 그걸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

은혁은 청중들에게서 등을 돌린 채, 디미트리에게 말했다.

“이상입니다.”

그리고 제한 시간이 종료되었다.

* * *

은혁과 디미트리의 논쟁은 끝났지만, 청중들은 자신들만의 논쟁을 새롭게 시작했다.

“세상에, 벌써 몇 시간째야?”

염훈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린 뒤, 사회자 NPC는 푹 젖은 손수건을 치우고, 새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았다.

“그게 말이죠…….”

100인의 판정단 청중들이 결론을 내리기로 합의를 했지만, 문제는 그 합의를 내리기까지의 시간제한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허참, 그냥 거수로 결정하는 건데, 왜 저들끼리 논쟁을 하는 건지.”

디미트리도 짜증을 냈다.

은혁은 하품을 하더니, 디미트리에게 물었다.

“뭐, 논쟁도 끝났으니,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뭐가 궁금하시오?”

“만약, 내가 지금 당신에게 절대 열쇠를 그냥 준다고 한다면, 그리고 절대 열쇠로 열 수 있는 문의 위치에 관한 정보를 빠른 시일 내에 알려주겠다고 한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겠습니까?”

“……!”

“하하하! 솔직히 나갈까 말까 고민되시죠?”

“유혹적인 건 사실이지. 하나 우리 논쟁의 주제는 100층탑을 중도에 나가는 게 ‘옳은가 그른가’에 관한 논쟁이었소. ‘나갈까 말까’에 관한 논쟁이 아니라.”

“그럼, 디미트리 님은, 중도에 나가는 게 그릇되었다는 입장이나, 막상 자신의 손에 그 기회가 들어온 경우, 그릇된 걸 알면서도 나갈 의향이 생겼다…… 봐도 될까요?”

“……물론 아니오.”

“아니시라고요?”

“그 절대 열쇠 말인데, 여러 번 사용 가능한 아이템이오?”

“아니요. 일회용입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나갈 생각은 없소. 누가 나갈 것인지는 100층탑의 플레이어 전체, 적어도 길드연합국 플레이어 전체가 참가하는 투표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렇군요.”

“물론, 강은혁 플레이어, 자네는 자네가 멋대로 쓰겠지.”

“그럴 생각입니다. 아이템은 아이템 소유자의 것이니까.”

그러자 디미트리는 무척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재고해 주시겠소?”

“뭘 말입니까?”

은혁은 히죽 웃었다.

그 웃음을 본 디미트리는, 은혁이 아이템을 막 쓰는 성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디미트리가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서 은혁을 말리려는 순간.

“결정되었습니다.”

투표권을 지닌 청중들이 마음을 정했는지, 우르르 몰려왔다.

“그럼 거수해 주십시오. 강은혁 플레이어의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은 오른손을 들어주시고…….”

파바박……!

사회자 NPC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이 올라갔다.

전부 오른손.

압도적으로 은혁을 지지했다.

“뭐……!”

디미트리는 납득할 수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

그러자 청중 플레이어 한 명이 대표로 나섰다.

은혁의 절대 열쇠를 확인한 고고학자 플레이어였다.

“만장일치에 대한 이유 및 결의를 발표하고자 합니다.”

“결의?! 판정만 내리면 될 것이지 뭔 주제넘게 결의야!!”

디미트리가 화를 냈지만 고고학자 플레이어는 진지했다.

“저희가 만장일치로, 100층탑 밖으로 도중에 나가는 것은 옳다고 결정한 이유는, 그것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불가능으로 고정된 현실보다는, 위험하더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택하는 편이 옳다는 것이었다.

“가능성의 확장이 반드시, 100층탑 내부와 외부 사이의 긍정적인 연결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하여, 누가 나가건, 어떻게 나가건, 도중에라도 100층탑을 나가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만장일치가…….”

디미트리는 몰표가 나온 것만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는 기색이었다.

“아, 그 부분은 제가 알 것 같습니다.”

은혁이 히죽 웃으며 끼어들었다.

“아마도 청중 판정단이 전부 고인물들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게 무슨…….”

“고인물일수록 새로운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편이죠.”

“크윽.”

분해하는 디미트리를 보며 은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한 판 싸울 생각이었는데, 안 싸우고 끝났네.’

은혁은 반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무승부 시 싸우자는 조건을 걸었던 것이다.

‘좋게 끝났군.’

“내가 졌네.”

디미트리가 악수를 청했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은혁은 마주 잡았다.

그리고 놓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럼 계약 대결 결과대로, 스킬을 전수해주시죠.”

“후우, 그러지. 하지만 초능력자 계열 스킬이니 뇌에 부담이 갈 수도 있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디미트리는 약속대로 자신이 지닌 스킬을 은혁에게 전수해줬다.

사이오니스트 스킬이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스킬로 변환되어, 은혁의 머릿속에 자리잡았다.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스킬 [만물 설계]를 획득하셨습니다!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스킬 [마인드 맵 설계]를 획득하셨습니다!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스킬 [시선 해석]을 획득하셨습니다!

“으음.”

은혁의 머리가 웅웅거리며 울렸다.

“정말 엄청난 스킬들이군요.”

“승급을 빨리해서 갈고 닦은 스킬들이지.”

디미트리는 100층탑 3기 출신이었다.

100층탑 초창기 플레이어들은 대부분이 등급을 올리기보다 빠른 승급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데, 그 덕분에 강력한 고유 스킬을 보유하는 대신 한계도 빨리 찾아오곤 했다.

“이제는 영원히 자네를 이길 수 없겠구만.”

디미트리는 씁쓸하게 웃으며 어디론가 떠났다.

* * *

은혁과 염훈의 45층 클리어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그 일주일 동안, 염훈은 주로 길드원들의 층계 정복을 위해 시간을 보냈다.

“자! 갑시다!!”

염훈이 직접 지휘하자, 레벨이 낮은 길드원들도 빠르게 층을 뚫었다.

심지어는 불패불굴 길드에 가입하고 싶지만 28층에 도달하지도 못해서 끙끙거리는 길드 가입 희망자들도 상당수 높이 이끌어줬다.

그동안 은혁은 제인과 함께 갑옷 제작에 들어갔다.

은혁이 새로 얻은 [만물 설계] 스킬의 힘 덕분에 진행이 빨랐다.

사실, [만물 설계]는 이론상 온갖 것들을 설계할 수 있게 돕는 스킬이지만, 다소 허황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제인의 조언으로 보완하고 은혁이 기존에 갖고 있던 [초월 설계]의 힘으로 받쳐주자 더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물론, 실패는 연속으로 일어났다.

각 파츠의 연결이 문제였다.

쿠쿵……!

피시식……!

부길드장실 겸 무기연구실에는 연기와 폭발이 멎을 날이 없었다.

“아! 또 실패야!”

“다시 갑시다, 제인!”

은혁과 제인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를 이어나갔다.

은혁은 실패할 때마다 스팀펑크 메카닉 스킬인 [재해석]으로 문제의 원인을 파악했고,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았다.

“갑옷의 뼈대를 제작해야겠군요.”

그냥 파츠끼리 이어 붙이려니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파츠의 메인 프레임 역할을 하는 엑소 프레임을 제작하기로 했다.

제인도 동의했다.

“그치만 비용이 좀 걱정되는데.”

제인마저도 좀 우려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은혁은 각오했다.

“좀 비싸겠지만, 돈은 팍팍 쓰죠. 이럴 때 쓰려고 벌어둔 건데.”

은혁은 5층에 가서 비싸디 비싼 엘더니움 원석을 잔뜩 구매해뒀다.

자유시장 길드가 사라진 직후, 원자재 가격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기에 모두들 혼란에 빠졌는데, 은혁은 저점을 알고 있었기에 과감히 구매해둔 것이다.

“읏차.”

와르르!

은혁은 원석들을 바닥에 쏟아낸 뒤, [거대화] 스킬을 썼다.

“[거대화]! [거대화]! [거대화]!”

-궁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궁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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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궁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궁술사 숙련도 : 14%+.

그렇게 엘더니움의 용량을 20% 정도 증가시켰다.

귀한 재료라 그런지, [거대화] 스킬을 써도 재료가 확 늘어나진 않았다.

“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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