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모든 직업-251화 (251/434)

251화 : 관리국 차장 노리의 훼방

은혁과 제인은, 드래곤의 뼈와 엘더니움을 아낌없이 낭비해가며 제작했다.

실패의 경험이 속도를 빠르게 했다.

그렇게 완성되었다.

-엑소 프레임이 완성되었습니다!

-암 파츠가 완성되었습니다!

-레그 파츠가 완성되었습니다!

-바디 파츠가 완성되었습니다!

-헤드 파츠가 완성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길드연합국 최강의 갑옷을 제작하는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일반 플레이어의 힘으로, 초월급 아티팩트를 제작하였습니다!

-위대한 갑옷 제작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업적 보너스 계산 중…….

“해냈다!!”

두 사람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프레임과 각 파츠는 완성! 이제 합치기만 하면 되는군요.”

“그러게! 정말 길었어!”

두 사람은 흐뭇하게 제작품들을 바라봤다.

그 순간, 은혁도 예상 못 한 보너스가 줄줄이 떠올랐다.

-업적 달성 보너스로 여러 성좌들의 축하를 획득하셨습니다!

-대장장이의 성좌, 가랜드가 엑소 프레임의 내구도를 두 배로 증가시켜줍니다!

-야수의 성좌, 비스트웰이 암 파츠의 공격력을 50% 증가시켜줍니다!

-인형의 성좌, 돌마스터가 레그 파츠의 속력을 50% 증가시켜줍니다!

-암석의 성좌, 라피스가 바디 파츠의 물리 저항력을 50% 증가시켜줍니다!

-마법의 성좌, 슈인이 헤드 파츠의 마법 저항력을 50% 증가시켜줍니다!

‘우와. 아무리 최초 업적 달성 축하 보너스라지만 엄청 퍼주네.’

은혁은 좀 겁이 날 정도였다.

드래곤 파워드 아머는 이미 내구도나, 공격력, 방어력, 저항력 등이 최고 수준이다.

드래곤의 비늘과 뼈, 그리고 각종 몬스터 부산물과 마정석까지 전부 활용해 가면서 만든 것이다.

은혁의 기준에서도 엄청 수준 높은 완성품.

“감사합니다, 여러 성좌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은혁이 천장을 향해 말했다.

-여러 성좌들이 기쁨의 뜻을 전해옵니다!

-정상에 오르길 기원합니다!

‘드래곤 파워드 아머 1.0 버전 완성.’

1.0 버전인 이유는, 앞으로도 차차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46층~49층 구간에서도 엄청 도움이 될 거야.’

염훈이 길드원들의 클리어를 돕고 돌아오면, 은혁은 바로 염훈과 함께 46층~49층 통합층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그 순간, 은혁도 예상치 못한 방문객이 나타났다.

츠츠츠츠……!

부길드장실의 공간이 흐려지는가 싶더니, 차원의 문이 생겼다.

그리고 한발 늦게, 콩나무 꼭대기에 설치해 둔 차원의 망원경과 연동된 경보가 울렸다.

-무허가 차원 잠식 확인!

-차원 침입자 경고!

-약 80% 확률로, 3초 이내에 관리국 소속의 관리자 침입!

-자세한 건 오리 지배인과 상담하세요!

콩나무 본부의 보안 시스템이 경고 메시지를 끝까지 쏟아내기도 전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후아, 진짜로 콩나무 길드네. 콩 특유의 풋내가 나.”

관리국 차장인 노리가 나타났다.

“음.”

은혁은 조금 놀랐고, 제인은 크게 놀라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미안. 나는 관리국 차장 노리라고 해.”

노리는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거만하게 말했다.

“일단 이거 받아봐.”

노리는 공문서 하나를 은혁에게 내밀었다.

‘벌써?’

은혁은 내용을 예상할 수 있었다.

<운명치 적용 경고 통지서>

안녕하십니까?

레벨 76 플레이어 강은혁 님께서 금일 낮 2시에 완성하신 신규 초월급 장착형 아이템은, 일반 플레이어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강함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하여, 그 아이템을 장착하시는 순간부터 운명치 소모가 이뤄지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현재 강은혁 님께서 보유하고 계신 운명치는 91점으로, 아이템을 착용하시는 경우, 그 아이템은 9.1초 간 기동이 가능해집니다.

만약 그 시간이 지나면 아이템이 자동 중지되며, 무리해서 기동하시려는 경우에는 관리국 차원에서의 페널티가 적용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문1 : 운명치 소모를 피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답1 : 현재 위치보다 높은 층으로 이동하시거나, 레벨을 높이시거나, 직업 승급을 하십시오. 위의 요건들을 복수 달성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문2 : 운명치는 어떻게 얻나요?

답2 : 플레이어의 운명치 획득 방법은 크게 네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남들이 공략하지 않은 게이트의 선도 클리어.’

‘운명석 확보.’

‘각종 히든 미션 클리어.’

‘성좌로부터의 획득.’

위의 방법 말고도, 운명치를 획득하는 다양한 길이 있으니, 100층탑 곳곳을 탐험하며 알아내시길 바랍니다.

문3 : 운명치라는 건 도대체 왜 존재하는 거죠?

답3 : 관리국의 방침 및 다차원 성계에 적용되는 법칙입니다.

편지는 길었고, F&Q는 10번까지 줄줄 이어졌다.

은혁은 대충 편지를 구겨서 인벤토리창 속에 던졌다.

“꼭 국민연금 연체 통지서 보는 기분이군요.”

“풉. 신박한 표현이네.”

“차장님이라고 하셨던가요?”

“맞아, 강은혁.”

“관리국 차장님이면 상당히 높은 분일 텐데, 일부러 오신 이유가 뭘까요?”

“상당히 불손한 의도를 파악했거든.”

“어떤……?”

“네 불손한 의도는 네가 제작한 아이템 속에 담겨 있잖아?”

은혁을 노려보는 노리의 눈이 샛노랗게 변했다.

“저 갑옷, 단순히 탑 공략하려고 만든 거 아니지? 여차하면 관리국을 공격하려고 만든 거지?”

두근!

은혁은 심장이 뻐근해져 오는 걸 느끼면서도 태연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공격한다고요?”

“관리국을, 네가, 저 갑옷을 입고, 공격하려고 하지 않았냐고 물었어.”

“허참. 제가 관리국을 왜 공격합니까?”

“관리국이 진정한 적이라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

“그럴 리가요. 애초에 전 관리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사실, 은혁은 짐작하고 있었다.

‘아마 100층이겠지.’

은혁은 회귀 전, 노력하는 검성으로서 온갖 정보를 모으고, 온갖 곳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할 줄 아는 게 노력뿐이다 보니, 일반 플레이어가 안 하는 짓들을 많이 하게 된 탓이다.

그리고 은혁은 1층부터 99층까지는 구석구석 안 가 본 곳이 없다고 자부한다.

‘회귀자인 내가, 1회차와 2회차를 통틀어 유일하게 가본 적 없고 먼발치로도 본 적이 없는 곳. 그곳은 100층과 심연. 이 두 곳뿐이야.’

“후훗. 관리국의 위치만 알면 공격할 기세네?”

“절대 아닙니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그렇다.

은혁은 노리의 오해를 해소해주기로 했다.

“노리 차장님. 제가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제작한 이유가…….”

“스톱.”

“네?”

“네 주특기가 궤변으로 설득하는 거란 걸 알아.”

노리는 히죽 웃으며 손가락으로, 파츠별로 분해되어 있는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가리켰다.

“설득하고 싶어? 그럼 직접 네 손으로 부숴. 그럼 믿을게.”

그러자 제인이 화를 냈다.

“야! 어디서 갑질이야? 관리국이면 다야?!”

“어머?”

노리는 제인을 보고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제인은 두 손을 허리춤에 얹은 채 대들 듯이 말했다.

“이거 만드느라 나랑 강은혁이 얼마나 고생했는데! 설득이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 여기서 나가!”

“후후. 귀엽네. 그럼 이렇게 하지, 뭐.”

노리가 허공에 손을 내젓는 순간.

파앗!

-관리국 요원의 권능 발동!

-미완성 신규 갑옷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사용이 금지됩니다!

“앗?!”

놀란 제인이 드래곤 파워드 아머로 달려갔지만.

터텅!

보이지 않는 장벽이 제인을 튕겨냈다.

“꺄!”

그걸 본 노리는 꺄르륵 웃으며 손뼉을 쳐댔다.

“후후. 한낱 NPC 주제에 관리국 차장에게 까불다니. 교훈이 좀 되었는지?”

“흑…….”

제인은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화도 나고, 은혁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내가 나서는 바람에 사용 금지라니.’

“응? 안 울어? 사용 금지로는 약한가? 그냥 갑옷을 부술 걸 그랬나?”

“흐흑. 안 돼…….”

“안 돼요, 라고 대답해야지? 응? 이 멍청한 NPC 년아.”

노리는 허리를 숙여 제인의 뒤통수를 퍽퍽 소리 나게 때렸다.

제인은 아무 저항 못 하고 팔로 머리를 감쌌다.

은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 넘네.”

“응?”

“마지막 경고입니다. 그 NPC는 우리 길드원입니다. 즉각 폭력을 중단하십시오.”

은혁은 허리춤에 찬 선즈 리볼버에 손을 얹었다.

노리는 싱긋 웃더니.

퍼억!

제인의 머리통을 한 대 더 때렸다.

“싫다면?”

“…….”

“관리국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이 지저분한 콩나무 따위 파괴할 수도 있어. 설마 차장급인 내게 총을 쏘겠다고 위협하는 건 아니겠지?”

“후우…….”

결국, 은혁은 한숨을 내쉬며 선즈 리볼버에서 손을 거뒀다.

노리는 잘 생각했다고 말해주려 했지만 은혁의 말이 더 빨랐다.

“그쪽이 먼저 무단 침입, 폭력 행사까지 다 한 겁니다. 미리 1회 경고도 했습니다. [그림자 결속] + 차원의 낚싯대.”

쉬익!

낚싯바늘이 노리의 상의에 꽂혔다.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그림자의 꼭두각시].”

예전에 피에로 마스터를 처리할 때 썼던 퓨전 스킬이다.

[강탈]과 연계해서 피에로 마스터의 마스터키를 훔쳤는데, 그 방법은 관리국에 의해 막혔다.

단, [강탈]을 연계하진 않더라도 상대의 그림자와 은혁의 그림자를 결속시킴으로써, 일종의 차원 준위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은 가능했다.

“풉. 이깟 낚싯대로 뭘 어쩌려는……!”

“아가리 벌려라, 차장아. 사이오닉 런처 들어간다.”

은혁은 사이오닉 런처를 인벤토리창에서 꺼내더니, 정말로 노리의 입 안으로 쑤셔 넣으려 했다.

“으갸가악……?!”

물론, 사이오닉 런처의 발사구는 두 개이며, 하나의 크기만 해도 사람 입 크기와 비슷했다.

입가가 조금 찢어진 노리가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최대 출력 발사.”

꾸구궁……!!!

일순간, 노리의 머리통의 지름이, 폭발하지 않은 채로 20미터가량 팽창했다.

당연히 부길드장실의 천장이며 문짝, 벽면도 박살 났다…… 는 결과가 찾아와야 하지만, 그에 맞춰 차원 곡률이 증가해서 부서지진 않았다.

마치 풍선처럼 죄다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투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28.5층 최상층의 4분의 1 가까이가 터졌다.

* * *

“그렇게 된 겁니다.”

은혁은 기절한 제인과 머리가 터진 노리의 시체를 가지고, 5층의 연구 길드 본부로 냅다 도망쳤다.

연구 길드장 빌은 평소와 달리 졸린 표정이 아니었다.

“질문할 게 너무 많아서 그런데, 양해 좀.”

“네. 하지만 관리국 요원들이 몰려오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건 아실 겁니다.”

“애초에, 여기까진 어떻게 온 거야?”

은혁은 관리국 차장급을 죽였다.

죽이는 그 순간, 검은 양복 입은 관리국 요원 수십 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은혁을 체포하려 했을 터.

애초에 5층까지 도망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야 맞다.

“두 가지 이유 덕분입니다. 첫째는, 사이오닉 런처의 파괴력 덕분에.”

사이오닉 런처의 일격은, 일종의 사이오닉-차원 폭발이라서, 노리가 죽었다는 사실이 늦게 알려졌다.

초차원 통신으로 관리국 요원끼리의 통신이 가능하다고는 해도, 노리의 몸속 차원 그 자체가 터지고 초능력 방해 전파가 다량 방출되었기에.

그 사실을 몰랐던 빌은 물었다.

“이해가 잘 안 가는데, 노리의 몸속에 사이오닉-차원 폭발을 동시에 일으키기라도 했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불가능하…….”

“정확하십니다. 정확히는 입안에 쑤셔 넣고 터뜨렸죠.”

“……미친 건지 똑똑한 건지. 하여간 그게 첫째 이유라 쳐도, 차장 시체를 들고 게이트를 어떻게 타고 온 거야?”

“게이트를 통하지 않았습니다. 실은 얼마 전에 엘리베이터를 얻었습니다.”

“엘리베이터?”

“히든 룸인데요. 우린 그냥 엘리베이터라고 부릅니다.”

게이트를 통하지 않고, 43층 이하, 5층 이상의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방이다.

한때 괴물 박제사가 쓰던 그 방이다.

“그래서 안 들키고 여기 왔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 왜 왔냐?”

“도움을 청하러요.”

“당장 나가.”

“곤란합니다.”

“내가 곤란하니까 나가라는 건데.”

“나가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곤란한 줄은 아는 모양이군.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관리국 차장을 죽이다니. 그건 좀 선을 넘은 거 아닌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