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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62화 (262/434)

262화 : 재난 해결 (5)

화염의 정령은 위로 강하게 치솟고 있었다.

높이 치솟는 화염의 바로 뒤편에는 짙은 그림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은혁은 [그림자 도약]의 힘으로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몸소 실현 중이었다.

-큭! 네놈은 뜨겁지도 않은가!

[화염 지배] 스킬을 지닌 은혁은 ‘응!’ 하고 대답하는 대신 스킬을 발동했다.

“[에너지 흡수] + [화염 지배]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플라즈마 흡수]!!”

번쩍!!

은혁은 최상급 화염의 정령을 죽이지도 않고 통째로 흡수했다.

그것도 1초 만에.

“간단하네. [화염 귀속] 때보다 훨씬 빠른데?”

은혁은 이미 [그림자 결속]과 [화염 지배]를 융합한 퓨전 스킬, [화염 귀속]을 이전에 선보인 바 있다.

그때도 화염의 성좌 아브러스 플레임의 힘을 강제로 뺏었는데, 그때에 비해 훨씬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청염백광단검이 보다 깊은 가능성을 개화합니다!

-화염의 차원에 대한, 최상급 화염의 정령의 권한을 강제로 흡수하였습니다!

-화염 관련 스킬의 모든 위력이 20% 증가합니다!

-[화염의 정령 지배]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와우!”

화염 스킬의 전반적인 위력 상승은 무척 반길 일이다.

또한, [화염의 정령 지배] 스킬이 있으므로, 화염의 차원과 연결된 종류의 소환수는, 그 소환수의 등급이 최상급 이하인 경우 무조건 지배할 수 있다.

‘좋은데? 화염 차원의 지배자인 아브러스 플레임 빼면 사실상 다 갖고 놀 수 있다는 거잖아?’

물론, 그때마다 상당한 마력이 필요하고, 청염백광단검의 서포트가 꼭 필요하긴 하지만, 엄청난 메리트다.

뒤이어 숙련도도 올랐다.

-마법사 숙련도가 5% 증가했습니다!

-현재 마법사 숙련도 : 56%++.

-혈인술사 숙련도가 4% 증가했습니다!

-현재 혈인술사 숙련도 : 18%+++.

재난 극복!

-C. 연쇄 방화 사태를 해결하셨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도시 내의 모든 NPC 거주 구역의 내구도가 증가하고 내열 능력이 부여됩니다!

“좋았어! 내구도 증가!”

일반 거주 구역뿐만 아니라, 경비대 본부와 병영 등등의 내구도 또한 증가한다는 뜻이다.

“어이! 잠깐만요!”

“혹시 우리 막타 뺏은 거?!”

부하들이 화를 내려 했다.

“어허! 무슨 소리? 내가 너희들을 도와준 거지.”

“우리가 이길 수 있었습니다!”

“어허, 어디서 그런 허세를 부리냐?”

은혁이 당치도 않다는 듯이 말하자, 다들 “큿.” 하는 소리를 냈다.

“너무 걱정 마라. 그래도 수고비는 줄 테니까.”

쩔그렁!

은혁은 A조에게 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부하들을 조련했다.

“재난 해결에 실패했는데도 돈을 주다니.”

“역시 우리 부길드장님!”

본래 받기로 했던 재난 클리어 달성금에 비하면 적은 액수지만, 추가 수고비를 준다는 은혁의 말에 다들 의욕이 솟았다.

“자아, 가라!”

“넵!!”

C조는 빠르게 이동했다.

그때, 섀도 코볼트 두 마리가 동시에 나타났다.

“주인님.”

“주인이시여.”

B조와 D조를 감시하던 섀도 코볼트였다.

“알아. 지금 해결하러 간다.”

일에 탄력이 붙은 은혁은, B조를 먼저 돕는 게 순서라고 판단했다.

“일단 차원의 낚싯대부터 꺼내야겠군.”

* * *

도시의 식수 공급 문제 해결을 맡은 B조의 김경철은, 맡은 일이 너무 쉬워서 웃었다.

“상수도의 오염원과 수도관의 파괴라. 이까짓 거 하나 해결하지 못해서 재난이니 뭐니 떠들어 댄 건가.”

김경철은 다른 조의 플레이어와 달리, 46층~49층 구간을 진작 클리어한 경험이 있었다.

물론, 은혁처럼 모든 재난을 클리어한 것은 아니고 딱 하나만 해결했었지만, 키나핀러 강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자, 들어라. 작전을 설명하마.”

김경철은 자신의 조원들에게 작전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조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조장님 말씀대로라면 의외로 할 만 한데요?”

“훗, 당연하지. 하지만 수중 전투가 예상되므로 준비가 필요하다.”

상수원 오염의 원인은 키나핀러 강 밑바닥에 숨어 있는 몰락한 지고의 위상,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였다.

2미터 크기의 남자 인어 형태를 한 몰락한 지고의 위상으로, 몸체의 크기는 작은 편이었다.

키나핀러 강은 겉보기엔 투명해도, 그 안쪽을 들여다보면 버려진 시체가 무척 많았다.

재난 속에서 자살한 자들, 죽은 가족의 시체를 매장할 여력이 없는 이들 등등이 시체를 버리러 오기 때문이다.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는, 몰락한 자신의 칭호 그대로 행동했다.

재난에 휩쓸려 버려진 시체를 넙죽넙죽 삼키며 힘을 키웠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 ‘강물 오염’이라는 재난을 만들어냈다.

-쿠쿠쿠쿠…….

웃음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수질이 오염되었다.

이제, 오염된 물을 부주의하게 마셔서 괴로워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고, 그들 중 일부는 죽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의 시체가 다시 키나핀러 강에 버려지고…… 악순환이 이어진다.

풍덩! 풍덩!

풍덩! 풍덩!

-또다시 시체가 내려오는군…….

매장을 할 여력도 없는 이들은 무책임하게 강가에 시체를 버리곤 했다.

부패한 시체들은 물 위에 둥둥 떠올랐으나, 오래 가진 않았다.

강물 위에 시체가 뜰 때마다,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는 입맛을 다시며 권능을 써서 시체를 빠르게 가라앉혔기 때문이다.

-어서 내려 오너라……. 맛 좋은 시체들아…….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는 몸을 일으켰다.

지금 떨어지는 네 구의 시체를 잡아먹을 생각에 빠르게 헤엄쳐 올라간 순간.

“지금이다!!”

시체로 위장한 김경철이 물속에서 외쳤다.

파앗!

[수중 호흡] 스킬과 각종 버프를 받은 조원들이 일제히 공격을 가했다.

“[사이오닉 슬라이서]!”

“[싸이클론 볼트]!”

“[필중의 투척]!”

“[수신의 저주]!”

수중 전투에 적합한 스킬이 일제히 날아갔고,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는 전부 맞았다.

-크아악……!

부글부글부글……!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는 피와 거품을 뿜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놈이 도망칩니다!”

“염려 마라! [사이오닉 필드]!”

파앗!

사이오닉 블레이더 김경철은 3군주 세력권에서도 놀다시피 한 실력자다.

사실 혼자 내려왔어도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를 죽일 자신이 있었지만.

‘가급적 죽이지 말고 봉인해야겠지.’

46층~49층 스테이지의 경우, 재난의 원인을 죽이면 며칠 뒤에 새로운 재난이 생겨나곤 했다.

스테이지 이해도가 높은 김경철이었기에,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를 죽이지 않고 봉인하기로 택한 것이다.

-크아아악……!

[사이오닉 필드]에 걸려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된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는 절규했다.

그 절규가 강물을 타고 김경철과 부하들에게 닿았다.

“큭……!”

“역시 꽤 강하군……!”

죽이지 않고 생포하려니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접근해야 [삼라만상의 봉인]을 쓸 수 있는데.’

하루에 2회만 사용 가능한, 여러 봉인 스킬 중에서도 압도적인 효과를 자랑하는 스킬.

하지만 김경철조차도 물속에서는 발동한 적이 없기에, 안정성을 위해서는 아주 가까이 접근해야 했다.

“하는 수 없지. 조금 무리해서라도 접근하는 수밖에.”

김경철이 각오를 한 순간.

풍덩!

어디선가 커다란 낚싯바늘 하나가 날아오더니.

푸확!

[사이오닉 필드]에 걸린,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를 꿰뚫었다.

“엥?”

“설마!”

화악!!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는, 저격 모드 상태의 차원의 낚싯대가 소환한 차원의 문을 통해 위로 끌려갔다.

* * *

키나핀러 강변 상류.

일반인 출입 금지 팻말 옆에 은혁은 차원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좋아, 좋아. 미끼 역할을 아주 참 잘해줬다, 제자야.”

은혁은 제자 김경철과 B조를 통째로 미끼로 삼았다.

그리고 메탈 서전트와 메탈 워커를 시켜서, 고장 난 수도관을 수리하게 했다.

그 후, 은혁은 입질(?)을 기다렸다.

‘김경철이라면 [사이오닉 필드]를 펼쳐서 몰락한 지고의 위상을 통째로 봉인하려 시도할 터.’

즉, 강물 아래에서 [사이오닉 필드]가 감지되는 순간이 낚시찌가 흔들리는 순간인 셈이다.

‘지금이군!’

은혁은 사이오닉 에너지를 감지했고, 차원의 낚싯대를 휘두르며 외쳤다.

“월척이요!!”

촤악!!!

몰락한 지고의 위상,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가 통째로 끌려 나왔다.

-크아아악!!

강제로 강물 밖으로 끌려 나오자, 인어 형상을 한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는 괴로워했다.

“[저격]!!”

투쾅!!

선즈 리볼버로 한 방.

퍼벅!!

콰쾅!!!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의 상반신의 30%가 터져 나갔다.

그나마 물속에 있다 끌려 나와서 불이 붙거나 하진 않았다.

뒤이어 은혁은 청염백광단검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그어서 피를 냈다.

“마셔라. 나의 피이니라.”

은혁은 혈인술사 스킬을 발동했다.

‘[피의 지배].’

촤르륵.

은혁의 핏물이, 몰락한 지고의 위상 배에 생겨난 상처 속으로 들어갔다.

-컥, 커커컥……!

은혁은 혈인술사의 힘으로 몰락한 지고의 위상을 감염시켜, 자신의 권속으로 삼으려 했다.

-[피의 지배]의 힘이, 생명체를 지배하려 듭니다!

-지배율 15%…….

-지배율 25%…….

-지배율 35%…….

순조롭게 지배되는가 싶더니.

-지배율 35%…….

-지배율 27%…….

-지배율 14%…….

빠르게 떨어졌다.

“잘 안 되네.”

하급 몬스터가 아닌, 몰락한 지고의 위상이었기에 쉽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물러날 은혁이 아니다.

“[피의 지배] + [그림자 결속]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혈영의 지배].”

파앗!

-크워악…… 크가아아악……!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의 몸이 붉은 피와 검은 그림자로 강제로 변이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몰락한 지고의 위상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혈영의 지배]의 힘이, 생명체를 지배하려 듭니다!

-지배율 35%…….

-지배율 45%…….

-지배율 3%…….

-지배율 72%…….

지배율이 제멋대로 춤을 추는가 싶더니.

푸확!!!

피 절반, 그림자 절반 상태로 갈가리 찢겨 소멸해 버렸다.

“이크.”

처치 판정이 날까 봐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딱히 그렇진 않았다.

“흠. 변이 과정 중에 소멸한 거라서 처치 판정은 안 뜨는 건가?”

은혁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가라앉은 시체를 먹는 자의 마정석만 주웠다.

그 순간.

-도적 숙련도가 3% 증가했습니다!

-현재 도적 숙련도 : 67%++.

-혈인술사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현재 혈인술사 숙련도 : 20%+++.

-재난 극복!

-B. 식수 공급 문제 재난을 해결하셨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도시 내의 모든 수도 기능이 복구되며, 모든 NPC의 체력이 25% 회복되었습니다!

“좋았어!”

은혁이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푸하아!”

물속에서 길드원들이 몸을 일으켰다.

“이봐! 이봐요, 스승님!”

김경철이 그답지 않게 흐트러진 목소리로 외치며 물 밖으로 나왔다.

“이렇게 대놓고 우리를 미끼로 쓴 다음 막타를 치다니! 거, 너무한 거 아니오!”

그러자 은혁이 허허 웃었다.

“제자야. 화를 가라앉혀라.”

“지금 화를 가라앉히게 생겼습니까!”

“흠, 보기보다 돈을 밝히는 녀석이었군. 옜다.”

은혁은 묵직한 금화 자루를 꺼냈다.

“수고비다. 시간 없으니 내용물 빨리 확인해라.”

실제로 그렇게 한 뒤 금화가 든 자루를 던져줬다.

쩔그렁!

“헉?!”

“저게 얼마야?”

“전부 금화라면 꽤 나가겠는데?”

다른 조와 마찬가지로, B조도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럼 48층 즉, 도시 밖으로 나가서 박병철을 도와라. 이미 A조와 C조는 나갔어. 그럼!”

B조를 도운 은혁은, 마지막으로 D조를 도우러 [그림자 도약]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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