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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66화 (266/434)

266화 : 식인 메뚜기 떼의 습격 (2)

“그거 아냐? 이곳에 도전한 그 누구도 메뚜기 떼를 전멸시키지 못했다.”

은혁은 뒷짐을 진 채 부하들 앞을 왔다 갔다 하며 말했다.

“7대 길드 소속의 1군 플레이어들도, 간신히 재난을 클리어했을 뿐, 완전히 끝내진 못했지. 왜 그럴까?”

쩔그렁! 쩔그렁!

은혁은 부하들의 주의가 흐트러질 때마다 금화 주머니를 떨어뜨렸는데, 뒷짐 지고 걷는 자세에는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실력 부족보다도, 동기 부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은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스테이지의 NPC를 구한다는 목적으로만 재난과 싸우려니 힘들고 두려운 거다. 탑을 공략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면 마음이 쉽게 지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쩔그렁! 쩔그렁!

추가로 금화 주머니를 떨어뜨렸다.

“확실한 보상! 내가 그걸 너희에게 주마!”

부우우웅……!

메뚜기떼의 날갯짓 소리는 점점 커져 갔지만.

쩔그렁! 쩔그렁!

은혁이 몇 개씩 떨어뜨리는 돈 자루 소리가 메뚜기떼의 날갯짓 소리를 감쇄시켰다.

“내가 너희들에게 재난 극복에 쓰이는 리스크보다 더 큰 보상을 주겠다! 약속한다!”

“저번처럼 또 슬쩍 막타만 뺏는 건 아닙니까, 스승님?”

김경철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아니! 절대로 아니다!”

스윽.

은혁은 염훈을 가리켰다.

“에? 나?”

“봐라! 염훈이 국왕이다! 그게 무슨 뜻일 거 같냐!”

다들 감을 잡지 못했다.

“이 왕국은 우리 거란 말이다! 남의 땅을 지키는 게 아니라 염훈의 땅을 지키는 일이란 말이다!”

“아……?”

“이래도 모르겠냐! 모든 재난을 극복했을 때 이 땅이 풍요로워지면, 그때 거두는 세금 수익만 해도 내가 너희에게 주는 돈보다 훨씬 크겠지?!”

그제야 길드원들이 감탄했다.

“아, 그런 빅 픽처가!”

“한 마디로 왕국을 살찌워서 잡아먹겠다는 심보구나!”

“살을 찌우려면 메뚜기 떼부터 다 죽여야 해……!”

반면에 염훈은 기가 찼다.

“야, 은혁아. 난 여기서 평생 왕을 할 생각은 없다고 하……!”

“메뚜기 떼가 온다!!”

은혁은 크게 외쳐서 얼른 염훈의 말을 끊었다.

은혁은 염훈을 존중하지만 당장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었다.

또한, 부하들에게 말한 세금 수익 운운한 부분도 약간 과장이었다.

키나핀러 도시의 재건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할 테니, 당분간은 오히려 불패불굴 길드가 농작물과 구호 물품 등을 지원해줘야 할 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불패불굴 길드 측의 이득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훗날의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왕국 하나를 통째로 구원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큰 자산이 된다.

길드연합국을 지배할 때는 물론, 3군주 세력과 마주할 때도 크게 도움이 되는 자산이 될 것이다.

“전원 대비하라!!”

메뚜기 떼의 일부 빠른 식인 메뚜기는 어느새 도달해서, 몇몇 플레이어의 피부를 물어뜯었다.

“큭!”

“엄청 빠르네!”

하지만 겁에 질린 길드원은 없었다.

은혁이 사납게 외쳤다.

“가라! 돈에 미친놈들아! 굶주린 식인 메뚜기 새끼들에게 가르쳐줘라! 누가 진짜로 탐욕스러운 존재인지!”

“우오오오오!!!”

길드원들은 열광했다.

“가자!”

“다 씹어 먹어 버리자!”

“이 메뚜기 새끼들! 전멸시켜주마!!”

염훈의 [신성한 지휘]와 은혁의 동기 부여는, 길드원들을 열광시켰다.

“캬악!”

“우리도 가자!”

쥐 떼 두목과 그 부하들도 열광했다.

“와아아아아아!!!”

부우우우우우웅!!!

식인 메뚜기 떼가 본격적으로 덮쳐 왔다.

덮쳐 오는 날갯소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만큼 커서 고막이 아파 왔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메뚜기 떼의 포위는 짙은 갈색의 구름이 덮치는 것 같아서,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졌다.

염훈이 프리즘 랜스에 신성한 빛을 모으지 않았다면 3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

투두두두두둑……!

하나하나가 손바닥 크기인 식인 메뚜기 떼가 몸에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몸이 비틀거렸다.

달라붙은 메뚜기 떼는 가죽 갑옷은 씹어서 찢고, 금속 갑옷의 틈새를 노리며 파고들었다.

하지만 불패불굴 길드원들은, 자신들이 속한 길드의 이름값을 다하듯, 똑바로 서서 맞서 싸웠다.

콰아아아아아아아……!!

화살, 발톱, 화염, 주먹, 이빨, 검, 도끼, 뇌전, 염력, 신성 기적, 드루이드 술법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스킬과 일반 공격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콰콰콰콰콰콰콰……!!

엄청난 속도로 메뚜기떼가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식인 메뚜기 누적 처치율 1% 달성!

-식인 메뚜기 누적 처치율 2.5% 달성!

-식인 메뚜기 누적 처치율 3% 달성!

-식인 메뚜기 누적 처치율 4.7% 달성!

죽어 나간 식인 메뚜기의 사체가 무릎 높이까지 쌓이는 데 걸린 시간은 30초도 되지 않았다.

“으와아아아!!”

“다 죽여!!”

“이 개 새끼들아아아!!”

파바바바바바박!!

화르르르륵!!

촤자자작!!

그 모습을 한참 떨어진 도시의 경비대가 보고 있었다.

* * *

“믿을 수가 없군……!”

경비대는 갑자기 회복된 도시와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하려 하는데, 이어서 국왕이 바뀌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비대 NPC를 돕던 몇몇 플레이어들이 알려준 것이다.

이에 그는 그 소식의 주인공인 은혁과 염훈을 만나러 달려가던 중이었다.

어렵게 키운 말을 타고, 그 중간 지점까지 갔을 때 메뚜기 떼가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오도 가도 못한 채로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경비대장님. 저들은 진짜입니다. 진짜 용사라구요.”

“진짜…… 용사……!”

경비대장은 경외감 속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짙은 갈색이던 메뚜기 떼의 구름은 옅은 황색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재난을 먹어 치우는 재난과도 같구나.”

* * *

“준비해라! 놈들이 곧 도망칠 거다!”

은혁이 외쳤다.

식인 메뚜기 떼의 수가 줄어들자 날갯소리 또한 잦아들었고, 은혁의 목소리가 뚜렷이 울려 퍼졌다.

-식인 메뚜기 누적 처치율 81% 달성!

-식인 메뚜기 누적 처치율 85.9% 달성!

-식인 메뚜기 누적 처치율 89% 달성!

식인 메뚜기 떼의 사체는 산처럼 쌓였다.

불패불굴 길드원들의 발에 걸리지 않도록, 은혁이 소환한 메탈 워커들은 쉴 새 없이 메뚜기 사체를 치워야 했다.

“좋아, 지금!”

화아악!

식인 메뚜기들은, 처치율이 90%에 달하는 순간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잡아!”

“[사이오닉 필드]!”

“[스네어]!”

“[포위 사격]!”

메뚜기 떼가 도망칠 것을 예측한 일행이었기에, 전부 잡을 수 있었다.

“좋아! 잘하고 있다!”

은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이 적들을 학살할 때보다 더 기뻤는데, 부하들이 일치단결해서 해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은혁의 명령을 잘 따르던 부하들이었지만, 이토록 많은 수가 합심하여 성과를 이루어낸 것은 처음이었다.

-식인 메뚜기 누적 처치율 100% 달성!

-축하합니다! 역대 최초로 모든 메뚜기를 처치하는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메뚜기 학살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업적 달성 보너스로, 모든 메뚜기의 사체가 같은 무게의 쌀로 변화하여 NPC들에게 분배됩니다!

-업적 달성 보너스로 체력과 마력이 완전 회복됩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78.

“훗.”

그때, 은혁에게 추가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존의 거미 학살자 칭호를 확인하였습니다!

그렇게 거미 학살자 칭호와 메뚜기 학살자 칭호가 하나로 합쳐지는가 싶더니.

-축하드립니다! 벌레 학살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벌레의 성좌, 그린 인섹트가 자신의 차원으로 초대하고자 합니다!

-초대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ES/NO

“어음…….”

은혁은 고민했다.

‘벌레의 차원은 좀 징그러운데.’

바퀴벌레, 풍뎅이, 잠자리 같은 것들이 그득한 지하실.

그것이 그린 인섹트의 차원이다.

매우 좁고, 끔찍하다.

게다가 벌레의 성좌 그린 인섹트는, 착하다 나쁘다의 개념이 통용되지 않는 존재다.

만일 대화 도중에 수틀리면 죽여서 은혁의 몸속에 알을 까려고 할 것이다.

‘거절해야 하나?’

그 순간.

-시간 경과!

-초대를 없었던 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성좌가 선물을 보내옵니다!

펑!

상자가 하나 나타났다.

은혁은 잘됐다고 생각했다.

“으엑, 이게 뭐야!”

곁에 있던 염훈은 다르게 생각했는지 싫은 표정을 지었다.

“왜? 멋지지 않냐?”

“해충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상자가 멋지다고?”

“그렇긴 하지만.”

은혁은 [섀도 암] 스킬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상자를 챙겼다.

-그린 인섹트의 상자 :

7성급 아이템.

벌레의 성좌, 그린 인섹트가 다른 행성의 생태계를 파괴할 때 쓰는 상자.

상자가 열리는 것 자체가 재난이다.

상자가 열렸을 때 어떤 해충 떼가 튀어나올지는, 그린 인섹트 본인도 모른다.

절대로 함부로 열지 말 것.

1회용.

겉에 붙어 있는 해충들은 사실 안전장치다.

자격 없는 자가 함부로 열려고 하면 해충이 깨문다.

안전장치가 따로 붙어 있어야 할 정도의 위험한 아이템이다.

‘이걸 내가 실전에서 쓸 날이 올까?’

이미 전투력이 부길드장급을 뛰어넘은 은혁으로서는 굳이 통제하기 힘든 이 물건을 쓸 이유는 없을 것 같았다.

-재난 웨이브 1단계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부상당한 모든 농민들이 부활합니다!

-훼손된 농작물이 전부 복원됩니다!

-황폐화된 논밭이 전부 재구성됩니다!

저 멀리 떨어진 농가에서 놀람과 경탄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들로서는 처음 보는 기름기 흐르는 논밭.

창고를 가득 채운 3년 치 식량.

그리고 영양실조와 극심한 노동으로 시름시름 앓던 농민들의 체력 회복 등등.

그들은 막연히 새로 온 용사 일행 즉, 은혁과 염훈 일행이 해냈다는 것만 얼핏 알 뿐이었다.

“좋아! 어려운 대신 보상이 좋네!”

염훈이 의욕을 불태웠다.

그 순간.

-2단계 시작까지 59분 59초…….

-2단계 시작까지 59분 58초…….

-2단계 시작까지 59분 57초…….

대략 한 시간 정도의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

“좋아, 다들 휴식!”

뒤이어 바로 2단계 메시지가 떴다.

<48층 재난 웨이브 2단계 : 늑대인간의 습격>

-목표 : 매우 강력한 늑대인간 군단이 왕국 수도를 향해 몰려온다. 제한 시간 동안 버티거나, 늑대 인간 군주를 처치할 것.

-성공 시 보너스 : 키나핀러 왕국군의 부활.

-실패 시 페널티 : 48층에 존재하는 NPC와 플레이어는 50% 확률로 죽거나, 늑대인간으로 감염된다. 단, 제한 시간이 다하기 전에 자진 포기 시에는 페널티가 8분의 1로 감소한다.

-제한 시간 : 30분.

저벅저벅저벅……!!

지평선 너머에서 무수히 많은 늑대인간들이 도열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저, 저거……!”

플레이어들은 모두 경악했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늑대인간들이 두 발로 선 채,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으음……!”

박병철 또한 신음했다.

늑대인간이 군단과 같다고 은혁에게 보고한 자신이었지만, 설마 모든 늑대인간들이 갑옷까지 착용하고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다른 길드원들의 동요는 더 컸다.

“우리 힘만으로는 좀 어려우려나?”

“으으, 늑대인간들이 갑옷 입고 줄 맞춰 오니까 왜 저리 기괴해 보이냐.”

그때, 경비대원 NPC들이 다가왔다.

“이보시오. 용사님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은혁이 나서서 답했다.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아니, 봐도 모르겠으니까 물어보는 거 아니오?”

“흠, 그렇군요.”

은혁은 간략히 설명했다.

“……식인 메뚜기 떼를 극복하자, 늑대인간 군단이 몰려온다는 거요?”

“요약하면 그렇죠.”

“그, 여러분이 무찌를 수 있겠소?”

“여기서는 못하고, 저기서는 할 수 있죠.”

은혁은 도시를 가리켰다.

“설마…….”

“네. 도시 기능은 빠르게 회복 중이죠?”

그랬다.

은혁이 일부러 47층의 메인 미션 속 주요 재난들을 전부, 빠르게 클리어한 이유는, 도시를 이용할 일이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도시를 이용해 수성전을 벌일 예정입니다. 그것뿐입니다.”

“하,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소.”

“왜 안 됩니까? 여기 있는 염훈이 왕위도 이어받았구만.”

왕정 국가이니, 염훈이 명령하면 끝이다.

“하, 하지만 오랜 세월 재난에 찌든 도시인 데다가, 약 한 시간 전에 왕이 바뀐 왕국이오. 지금 왕국의 신민들이 과연 저 침공을 이겨낼 수 있을지…….”

“당신들 경비대도 완전 회복된 상태 아닙니까? 우리들이랑 다 같이 힘을 합치면 할 만할 텐데요.”

“으음…….”

경비대장 NPC는 고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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