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화 : 금속 차원의 거신을 이용한 학살
“으악?!”
“아아악!!”
금속 차원의 거신의, 늑대인간을 향한 연속 공격 때문에 놀란 인간들이 절규한 순간.
-타락한 검은 늑대 부족의 모든 늑대인간이 처치되었습니다!
“뭐……!”
헬로이는 갑자기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부족의 모든 늑대인간이 죽었으므로, 알파 지위는 유지되지 않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급감합니다!
“크윽…….”
힘이 너무 급락한 나머지 입고 있던 갑옷의 무게도 견디기 힘들어졌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염훈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금속 차원의 거신이 활약하는 동안 부하들의 치료를 마치고, 힐링 포션도 한 병 마셨다.
“너, 갑자기 약해진 거 같은데?”
“자, 잠깐. 그게……!”
“일단 좀 맞자.”
콰쾅!!!
염훈은 [신성한 일격]부터 일단 먹였다.
“아악!”
“[홀리 썬더]! [홀리 썬더]! [홀리 썬더]! [홀리 썬더]!”
퍼버버버벅!!
꽈르르릉!!
[홀리 썬더]를, 방어하는 헬로이의 몸 여기저기에 중첩시켰다.
그렇게 퍼져 나가는 신성력과 충격력을 모두 [신성한 속박] 스킬로 합친 뒤.
“[연쇄와류식 홀리 썬더]!!!”
콰콰콰쾅!!!
완전히 끝장내 버렸다.
“허억, 허억.”
염훈은 거친 숨을 몰아쉬다 쓰러졌다.
멀리서 그걸 본 플레이어들과 NPC들은 한참 만에 반응을 보였다.
“이, 이긴 건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폐하가 이겼어!!”
“와아아아아!!”
“염훈!! 염훈!! 염훈!!”
환호성이 울려 퍼질 때마다 성기사 숙련도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부상당한 자기 몸보다 부하들 부상부터 치료해 주며, 마침내 역경을 극복하고 승리한 성기사의 모습.
“늦어서 미안하다.”
어느새 은혁이 와 있었다.
“아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염훈은 도시 안에 있는 자들을 위해 자신이 희생할 각오마저 한 상태로 나왔는데, 갑자기 금속 거신이 나타나서 모든 게 끝나 버렸다.
마치 옛날 연극 속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등장처럼.
“요약하자면…….”
은혁은 생각했다.
‘진짜 대충 요약하자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소환한 거 맞아, 염훈.’
은혁은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한 뒤, 마이크와 함께 금속 차원의 거신을 소환한 일을 설명했다.
* * *
5분 전.
“왜 이리 오래 걸립니까!”
은혁은 마이크에게 화를 냈다.
보아하니 도시 밖에서는 염훈이 나가서 이미 싸우고 있는 듯했다.
아마도 염훈은 NPC들을 지키기 위해 혼자 나갔을 터.
거기까진 예상대로지만, 생각보다 소환 의식이 오래 걸렸다.
“으으, 제물을 제대로 바쳐야 한다고 한 건 그쪽 아닌가? 나는 원래 정리를 안 하는 타입이란 말이다.”
그렇게 둘은 옥신각신하며 준비를 마쳤다.
은혁은 마이크가 준비한, 성좌와의 면담을 돕는 마법진 속에 섰다.
고철과 전선 줄, 희귀 금속을 얼기설기 엮어서 만든 마법진이었다.
-[금속 차원의 거신 면담 요청] 스킬의 예상 성공률 : 65%.
“모자라나? 그럼 이걸 더!”
은혁은 마이크에게서 구매한 키나핀러 왕가의 보물을 추가로 더 바쳤다.
-[금속 차원의 거신 면담 요청] 스킬의 예상 성공률 : 93%.
“좋아! [금속 차원의 거신 면담 요청]!!”
파앗!
그러자 차원의 문이 열리며, 허공에 면담용 패널이 생성됐다.
무수히 많은 나노 입자로 만들어진 패널이었다.
-어떤 용무이십니까?
“제물을 바칠 테니, 타락한 검은 늑대 부족의 늑대인간들을 모조리 처치해 주십사 요청 드립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은혁은, ‘염훈 녀석이 혼자서 잘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기다렸다.
[그림자 분신 5.0]을 보내서 도울까 하다가 관뒀다.
‘염훈도 혼자 힘으로 왕 노릇 하는 법을 배워야 해. 연습시킨다고 생각하자.’
그 순간.
-왜 하필 나에게 부탁하는가?
패널의 말투가 바뀌었다.
은혁은 저편에 금속 차원의 거신이 있음을 확신했다.
“왜냐하면 재난의 성좌가 날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좌들이 서로 협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생명의 성좌 ‘비타’와 죽음의 성좌 ‘모티스’처럼 극단적인 경우도, 서로 각자 할 일에만 치중할 뿐, 정면으로 다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재난의 성좌 ‘카라미타스’와 금속 차원의 지배자인 ‘금속 차원의 거신’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확실한가?
불편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금속 차원의 거신’은 금속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존재.
그의 최종 목표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금속의 성좌’를 제작하는 것이다.
그런 금속 차원의 거신이 보기에, 재난의 성좌는 창조의 가능성을 파괴하는 방해꾼이다.
“네, 확실합니다. 이곳에 오래 머무른 자의 증언을 들어보십시오.”
은혁은 마이크를 끌고 왔다.
마이크는 큼직한 배를 불룩 내밀며 점잔빼는 어조로 증언했다.
“에헴, 본인은 이 재난의 왕국에서 오랜 시간 고물상 겸 골동품을 판매해 온 자로서…….”
콰직!!
마이크의 황금 지팡이가 박살 났다.
-불필요한 말은 집어치우라.
“으으, 다 맞소. 재난의 성좌가 건물이고 수도관이고 다 망가뜨리고 있소.”
-……확인했다.
금속 차원의 거신의 말투가 보다 결의에 찬 것으로 변했다.
-그대의 요청대로, 재난의 성좌를 섬기는 훼방자들을 멸절시키는 일을 돕겠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이르다. 그 대가로 내게 무엇을 바치겠는가?
“이곳에는 재난의 성좌와 그 권속들이 파괴한 금속이 매우 많습니다. 그것들을 전부!”
부서지고 구부러지고 망가진 금속 자재들이 널려 있었다.
그토록 망가진 금속들이 쓰레기처럼 방치되어 있다는 것은, 금속 차원의 거신에게 있어서는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망가진 금속들을 바치겠습니다!!”
-알겠다…….
그리고 돌풍이 일어났다.
휘오오오오!!
휘오오오오!!
두 개의 돌풍이었다.
하나는 금속 쓰레기들이 하늘로 빨려 올라가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금속 차원의 거신이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생긴 돌풍이었다.
-나에게 비축된 운명치가 부족하니, 한쪽 팔만 이용해서 쓸어주겠다.
이토록 많은 제물과 명분이 있어도, 완전 강림을 못 하고 한쪽 팔만 쓸 수 있었다.
‘반복 소환은 어렵겠네.’
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동의했다.
* * *
“대충 그렇게 된 거야.”
은혁은 염훈에게 설명을 마쳤다.
하지만 염훈은 듣지 못했다.
수많은 이들이 염훈을 들어서 헹가래를 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염!! 훈!! 염!! 훈!! 염!! 훈!!”
“와아아아!!”
염훈은 그때마다 허우적거렸다.
“어휴, 이 사람들아! 아직 재난은 끝나지 않았어!”
은혁은 그걸 보며 피식 웃었고, 밀렸던 숙련도와 레벨을 관리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50% 증가했습니다!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90%+.
-소환술사 스킬 [헤비 캐논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소환술사 스킬 [데이터 칩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캬! 숙련도가 확 오르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5만큼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83.
‘이제 내 레벨은 부길드장급보다 확실히 높아졌다.’
아마 파티원인 염훈의 레벨도 급상승했을 터.
하지만 염훈은 방금 일어난 일에 아직도 놀라서 레벨 상승은 보지도 못했다.
“그럼 그 거신을 아무 때나 소환 가능한 거야?”
“당연히 아니지.”
[금속 차원의 거신 면담 요청] 스킬은 소환이 아니고, 면담조차 아닌, 요청 스킬일 뿐이다.
“대신에 크기는 많이 작지만 [메탈 서전트 소환] 스킬이 있잖냐.”
“아니, 단순히 크기 차이가 아닐 텐데. 하지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쩝.”
그때, 재난 웨이브 2단계 클리어 메시지가 떴다.
-재난 웨이브 2단계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왕국군 제1군단이 부활합니다!
-병영 및 무기고가 재건됩니다!
-마구간과 군마들이 재생성됩니다!
부서진 성벽 근처의 병영에서 왕국군 병사들이 눈을 떴다.
“읏?!”
“말도 안 돼, 우린 예전에 이미 죽었는데?”
“무, 무슨 사악한 술법인가?!”
“아냐. 이 느낌은……!”
당혹스러워하는 이들을 향해, 경비대 NPC들이 설명했다.
“왕이 바뀌었다고?”
“으음, 새로운 왕이라니……!”
“도대체 왕이 누구요?!”
왕국군 제1군단은 정예병이었고, 눈이 높았다.
“아, 일단 내가 왕입니다. 이름은 염훈이라고 하고요.”
염훈이 나타나자 잠시 염훈을 바라보더니.
털썩!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새로운 왕, 염훈 폐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폐하께서 명령만 하신다면, 두 발로 걷는 그 어떤 적이라도 척살하겠나이다!”
왕국군 제1군단이 용맹하게 외친 순간.
<48층 재난 웨이브 3단계 : 피구름의 송곳니의 강림>
-목표 : 사람을 물어뜯는 지고의 위상, 피구름의 송곳니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제한 시간 동안 맞서 싸워서 살아남거나, 피구름의 송곳니를 처치하면 성공.
또한, 난이도가 극도로 높기 때문에, 3단계 웨이브가 시작할 때 취소가 가능하다.
취소는 자진 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성공 시 보너스 : 이 땅에 영원히 흡혈귀가 나타나지 않음.
-실패 시 페널티 : 모든 NPC가 흡혈귀로 변한다. 단, 제한 시간이 다하기 전에 자진 포기 시에는 페널티가 4분의 1로 감소한다.
-제한 시간 : 30분.
-3단계 시작까지 59분 59초…….
-3단계 시작까지 59분 58초…….
-3단계 시작까지 59분 57초…….
미션창을 본 염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은혁아, 이번 웨이브는……!”
“음. 그 혈운파들이 섬기는 그 지고의 위상이 직접 오나 보네.”
은혁과 염훈은 44층에서 혈운파 계열의 흡혈귀와 싸운 적 있다.
“그 혈운파 계열 흡혈귀를 창조하는, 말하자면 대기업 회장님이 오는 거지.”
혈운파 계열의 흡혈귀 귀족들은 자회사의 사장들에 불과하다.
“너무 난이도가 어려운 거 아냐?”
“어렵지.”
대다수 플레이어들은 재난 웨이브의 1단계도 겨우 클리어한다.
그나마도 ‘자진 포기’ 시스템을 이용한 잠정 클리어다.
한데 이번 3단계는 그 잠정 클리어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인원빨로 클리어가 가능하려나? 새로 왕국 1군단도 생겼고.”
염훈이 은혁에게 묻자, 은혁은 피식 웃었다.
“반반이지.”
“반반?”
“실제로 싸우는 건 플레이어와 일부 전투 가능한 NPC뿐. 나머지는 전부 숨겨둔다.”
“어디로?”
“왕궁으로.”
카라미타스의 지하 예배당이 있었다.
“그곳을 너와 우리 길드 성직자들이 [정화] 시킨다. 그리고 왕궁 건물 전체의 방어력이 우수하니, 그곳에 숨기면 될 거다.”
“모든 NPC들을 다 숨길 수 있을까? 끽해야 절반 정도만 숨길 수 있을 텐데.”
“나머지 절반은 배불뚝이 마이크의 벙커에 숨겨야겠지.”
“그렇군.”
납득한 염훈은 길드원들에게 가서 계획을 말했다.
그런 다음 NPC들에게 호령하여, 소개 작업을 진행했다.
“전투 병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피신할 것! 피신 장소는 불패불굴 길드원들의 인솔을 따르라!!”
NPC들은 기뻐하면서도 조금 아쉬웠다.
모처럼 늑대인간 군단과 맞서 싸우려고 무장해서 성벽에 올랐더니만, 정작 싸움은 구경만 하고 다시 숨는 쪽이 되었으므로.
하지만 은혁은 그 일들이 쓸모가 없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쓸모는 크지. 일치단결했다는 것. 염훈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신망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어차피 키나핀러 왕국의 NPC들의 전투력은 고만고만하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력’이 왕 아래에서 일치단결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했다.
‘그건 써먹을 데가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