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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84화 (284/434)

284화 : 테일러와의 재대결 (2)

‘테일러가 슬레이버로부터 [마이더스의 손] 스킬을 몰래 배우기라도 한 건가?’

불행 중 다행으로 슬레이버도 완전히 익힌 것은 아니었다.

본래는 테일러가 무리해서 쓰면 자신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인데, [황금의 분신]에게 [마이더스의 손]을 쓰게 해서 분신만 죽었다.

‘아, 이건 염훈이 녀석이 도와줘도 회복이 어려운데.’

쩌적.

쩌저적…….

팔을 중심으로 황금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5분 정도 뒤에는 황금화가 심장까지 퍼져 나간다.

완전한 [마이더스의 손] 스킬에 비해 퍼져 나가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후후후! 이번에도 시간은 내 편인 것 같군.”

테일러는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그대와 나의 1차전이었다면 내가 여기서 자네에게 항복을 권했겠지만, 방심하면 내가 반드시 패배하겠지? 확실히 숨통을 끊어주겠네.”

부웅!!

테일러는 금화를 뿌리며 [급속 노화의 저주]를 날려왔다.

“[사이오닉 필드]. [멀티 패링].”

터텅!

채채채챙!

은혁은 초능력 스킬과 무기를 쥔 한 손만으로도 공격들을 가볍게 전부 튕겨냈다.

물론, 테일러가 뿌린 금화는 일종의 연막이었다.

테일러는 몰래 포션을 꺼냈다.

‘초가속의 포션.’

정의 길드의 워잭을 죽여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만든, 연금술 포션이었다.

일반적인 가속 포션을, 재난의 성좌가 지배하는 이 산의 이슬을 모아서 함께 달인 것.

꿀꺽!

일반 가속 포션도 부작용이 큰 편이라 잘 안 쓰는 것인데, 테일러는 그걸 압축시킨 것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초가속 상태에 돌입합니다!

-초가속 효율 560% 초과!

욱신!!

‘크윽!’

테일러는 심장이 쥐어짜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통증의 수준을 가늠하며 기뻐했다.

‘됐다. 놈은 [스킬 커넥션]은 발동하지 못했다.’

은혁의 [스킬 커넥션]은 일종의 무임승차 스킬이다.

상대가 이로운 스킬이나 효과를 받을 때, 은혁이 그걸 함께 가로채는 스킬.

테일러는 다차원 은행 결전 당시 [스킬 커넥션]에 당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은혁이 자신을 목표로 [스킬 커넥션]을 쓸 때의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테일러는 고통 속에서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초가속의 시간은 나만의 것이다!’

파앗!!

테일러는 섬광처럼 변했다.

단 3초.

그 3초 동안 은혁은 무수히 많은 공격을 받았다.

[시간 폭발]로 은혁의 발목이 터지고, [신체 급가속 폭탄]이 내장을 뒤틀고, [황금의 폭발]은 이미 황금에 잠식되어 가던 팔을 폭발시켰다.

물론, 극도로 가속된 상태였기에 은혁의 몸은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터지고 있었다.

‘엄청 빠르다……!’

은혁은 겨우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스킬 커넥션]으로 적의 시간에 올라타기에는 늦었다는 것도 느꼈다.

“터져라!!!”

테일러가 외친 순간.

콰지직!!

푸확!!

이미 폭발하고 있던 은혁의 몸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갔다.

은혁이 죽지 않은 것은 [피구름 생성] 스킬을 미리 몸속에서 발동한 덕분.

은혁은 자신의 인지 속도보다 더 빠르게 테일러의 공격이 올 것을 대비하고 있었고, 자기 몸이 터지는 순간, 피구름이 뿜어져 나오도록 해뒀다.

부글부글……!

은혁은 터져 나오는 피구름과 함께, [피의 포식], [피의 재생], [피의 저주] 스킬을 썼다.

화아악!

은혁의 몸이 재생되는 한편, 테일러에게 튄 피가 테일러의 피부를 뜯어 먹고, 저주를 가했다.

-피 묻은 자에게 저주를!

[피의 저주] 스킬은 위치 추적과 능력치 저하를 유발하는 저주였다.

테일러는 찰나의 순간에 판단해야 했다.

‘이 저주를 되감아야 하는가? 아니면 더 공격을 퍼부어야 하나?’

고민은 짧았다.

‘둘 다 한다!!’

테일러는 폭발 직전의 심장에 마력을 마구 쏟아부으며 외쳤다.

“[시간의 갈림길]!!!”

화악!!

테일러가 1년에 한 번만 쓸 수 있는 궁극 스킬이었다.

흔히 말하는 기회비용을 완전히 무시하는 스킬로, 두 가지 미래의 가능성을 한 곳에 중첩시키는 스킬.

츠츠츠츠츠츠……!

테일러의 앞에 펼쳐진 세상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했다.

스킬을 펼치고 있는 테일러 자신도 이 스킬의 발동 과정을 이해하진 못했다.

두 개의 시간으로 분리된, 두 개의 의식이 각기 행동에 나섰다.

‘[디스펠].’

테일러 자신의 몸을 향해서.

‘[시간 폭발].’

은혁을 향해서.

두 개의 선택이 발생하고, 두 결과가 동시에 발동했다.

화악!

테일러에게 가해진 [피의 저주]가 무효화되고.

퍼버벅!

이미 치명상을 입었던 은혁의 몸이 재차 터져 나갔다.

이번에는 [피구름 생성]의 보호가 사라졌기에 은혁이 받는 피해는 더욱 컸다.

동시에 발생한 두 결과의, 두 개의 시간축이 하나로 겹쳐졌다.

‘이게 가장 완벽한 선택이었어.’

‘이게 가장 완벽한 선택이었어.’

두 번의 확신이 연속으로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어긋났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다시 하나로 겹쳐져야 할 두 시간대가 어긋났다.

-두 결과는 모두 무효화됩니다!

테일러가 만든 두 결과가 모두 무효화가 된 순간.

쩌적.

테일러의 영혼에 금이 갔다.

“컥……!!”

시간을 지배하는 본성에 타격이 가해지고, 체내 마력이 진탕됐다.

추가로 초가속의 부작용이 갑자기 밀려들어 왔다.

“우웨엑!!”

테일러는 전투 중임에도 무릎을 꿇고 피를 잔뜩 토했다.

[디스펠]과 [시간 폭발]도 모두 무효화되었기에, 테일러는 여전히 [피의 저주]에 걸려 약해진 상태였고, 은혁은 치명상을 피했다.

“고맙습니다, 테일러.”

다시 정상이 된 시간 속에서, 은혁이 힐링 포션을 마시며 말했다.

“저를 최악의 적으로 상정해 준 덕분에 계획대로 잘 풀렸습니다.”

은혁이 두 번째 힐링 포션을 따며 히죽 웃었다.

그걸 본 테일러는 경악했다.

‘뭐지? 설마 내가 모르는 사이에 [스킬 커넥션]을 성공시킨 건가?’

그것이 그나마 가능성 높은 가설이었지만, 아니었다.

“뭐가……!”

“뭐가 어떻게 된 거냐면, 이겁니다.”

은혁은 10초를 되감는 모래시계를 들어 보였다.

“그건……!”

배불뚝이 마이크에게서 구매한 물건이었다.

“10초를 강제로 되감는 모래시계의 힘으로, 두 시간대를 어긋나게 한 겁니다.”

정확히는, 테일러에게 공격을 당하는 은혁의 시간대만 10초 되감겨 어긋났다.

반면에 테일러가 자기 자신에게 쓴 [디스펠]은 정상적으로 적용됐다.

그 탓에 시간이 어긋났다.

“쿨럭! 어째서……!”

테일러 또한 마이크가 10초를 되감는 모래시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그게 왜 은혁의 손에 들어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당신은 절약하는 성격이었죠.”

실제로, 다차원 은행의 결전에서도, 테일러는 [시간의 갈림길]만은 쓰지 않았다.

대신, 모조리 버리고 탈출하는 선택을 했다.

목숨은 하나뿐이고, 타임머신은 다시 만들 수 있었기에, 손절하고 도망치는 게 가장 경제적인 판단이었다.

당시의 은혁은 그런 테일러의 성격을 알았기에, 그리고 미션 제한 시간이 있었기에 도망치도록 뒀다.

“하지만 여기는 아니죠.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으니 당신이 모든 걸 쥐어짜 낼 거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히 성공했다.

테일러가 지닌 직업 스킬의 핵심인 시간 조작이, 역으로 조작당해서 내상을 일으킨 꼴이었기에, 회복은 쉽지 않았다.

“아직이다……!”

테일러는 심장에 부착된 탈리스만을 활용하려 했지만.

“지금은 그림자에 닿은 상태라 [스킬 커넥션]으로 따라가면 끝입니다. 마찬가지로 [타임 스톱]이나 [시간 되감기]도 전에 몇 번 당해봐서, 오히려 제가 대응이 더 빠를 수도 있습니다.”

퓨전 스킬 [스킬 커넥션]의 힘은 시간을 되감는 테일러에 대한 절대적인 카운터였다.

똑같이 과거로 돌아가도, 반응 속도는 은혁이 더 빠를 정도.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테일러는 채무자 명세서를 꺼냈다.

자유시장 길드 부길드장의 이름 아래 굴복한 수많은 채무자들의 이름이 적힌 서류 뭉치.

“[차명 활용]! 연속 발동!!”

“[그림자 분신 5.0]! [스킬 커넥션] 연속 발동!!”

파앗!

파앗!

테일러의 [차명 활용]은, 언젠가 구원 길드장 올마스크와 싸울 때를 대비해 준비해 둔 비장의 스킬.

파라라라라락!

서류 뭉치가 미친 듯이 넘겨지며 사라지고, 그때마다 테일러의 정체성이 덧씌워진다.

외모와 그림자 스탯까지도, 만화경 속의 이미지처럼 천변만화하며 변화했다.

테일러라는 실체는 사라지고, 가난한 여자의 머리카락, 무능한 도박사의 눈, 시각장애인의 몸통, 가난한 소년 가장의 손가락, 방금 길드에서 퇴출된 전사의 하반신……과 같은 형식으로 끊임없이 뒤섞이며 변화했다.

그 탓에, 은혁의 [스킬 커넥션]은 연속 실패했다.

그림자가 겹쳐지고, 상대의 [뇌파 연동]으로 이어져야 하는 퓨전 스킬이기에, 테일러의 천변만화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분신들이여! 포기하지 말고 계속 써라! [스킬 커넥션]!”

“[스킬 커넥션]!”

“[스킬 커넥션]!”

은혁과 분신들은 쉬지 않고 [스킬 커넥션]을 발동했지만, 그래 봐야 변화하는 테일러의 채무자들의 정체성과 연결될 뿐이었다.

수없이 바뀌는 채무자들과의 연결로 오히려 은혁의 분신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스킬이 자동 취소가 되는 등, 은혁의 체력과 마력만 깎이고 있었다.

‘지금이다.’

테일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성격 속에서, 단 하나의 목표를 정해두고 있었다.

‘[타임 스톱]뿐이다.’

은혁의 [스킬 커넥션]에 의해 [타임 스톱]이 봉인된 거나 다름없는 상태.

바꿔 말하자면, 그 [스킬 커넥션]만 무효화시킬 수 있다면 [타임 스톱]은 꽤 유효하다는 뜻이다.

“[타임 스톱]!!”

파앗!

모든 걸 쥐어짜 낸 최후의 [타임 스톱].

테일러는 기괴하게 일그러진 형상으로, 정지된 시간 속에서 은혁을 노려봤다.

‘됐다! 정지다!’

은혁과 그 분신들 모두 정지되어 있었다.

‘직접 심장을 터뜨려 죽인다!’

[시간 되감기]를 은혁의 심장에 걸어서, 몸과 심장의 시간 방향을 역행시켜 터뜨리려는 계획.

‘제아무리 강은혁이라 해도 이것만은 못 당할 거다!!’

아무리 은혁이라 해도 심장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간이 정지된 것이 확실한 현시점에서는 반드시 통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 되감기]!!”

테일러는 양손에 [시간 되감기]를 발동한 뒤, 모든 분신들의 심장을 노렸다.

투툭!!

투투툭!!

심장, 혈관, 피가 역류했고, 은혁의 분신들은 대부분이 즉사했다.

그 기세를 이어 은혁의 본체 또한 노렸다.

투투툭!!

테일러의 손이 은혁의 인슈어런스 아머에 닿는 순간.

콰드드드득!!!

갑옷 너머 은혁의 심장이 반대로 뒤틀렸다.

몸을 흐르던 피의 방향도 정반대로 역류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커억!!”

은혁은 즉시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촤아악!!

촤악!!

은혁과 그 분신들이 일제히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피는 동굴의 천장, 벽, 바닥을 가리지 않고 흥건히 적셨다.

테일러 또한 흠뻑 피에 젖었다.

테일러는 피를 리터 단위로 토해 내는 은혁과 분신들의 몰골에 안심하는 대신 탐지 스킬을 발동했다.

‘없다! 숨어 있는 다른 분신은 없다!’

또한 피를 토하는 건 은혁의 본체가 틀림없었다.

“이겼다!!”

테일러가 기쁨에 찬 함성을 내질렀다.

그 순간.

푸확!!!

천장, 벽, 바닥, 그리고 테일러의 몸에 묻은 모든 피가 금속 가시로 변해서 몸을 꿰뚫었다.

“커……억……!”

“퓨전 스킬 [크림슨 스파이크].”

심장이 터져서 죽었어야 할 은혁이 태연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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