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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88화 (288/434)

288화 : 재난의 성좌 죽이기 (1)

“그렇군요.”

염훈과 수호령의 교감은 충분히 무르익었다.

-한데…….

초대 국왕의 혼령이 머뭇거리며 프리즘 랜스를 가리켜 보였다.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건데, 자네의 그 무기는?

“프리즘 랜스입니다.”

-엄청난 힘이 응축되어 있군.

“뭐, 그렇죠.”

염훈은 [홀리 채널링] 스킬로, 키나핀러 왕국의 모든 NPC들의 염원을 맡아두고 있었다.

국왕의 혼령은 무척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신살의 권능]보다 그게 더 위력적일지도…….

“네?”

-과분한 부탁이지만, 혹시 그걸로 카라미타스를 쓰러뜨려 주겠나?

“어? 그래도 됩니까?”

-오히려 그게 더 좋지. 키나핀러 왕국의 모든 이들의 염원으로 신을 꿰뚫어 죽인다면, 자네뿐만 아니라 모든 신민들의 승리일 테니까.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렇게 하면 [신살의 권능]은 아껴두고, 이미 프리즘 랜스에 모아 둔 힘을 쓰면 되는 것이므로 이득이기도 하다.

[신살의 권능] 같은 강력한 카드를 따로 아껴두면 이득이므로.

“그렇다면.”

염훈은 주먹으로 자신의 흉갑을 탕탕 소리 나게 두들겼다.

“이 세상을 엉망으로 만든 카라미타스에게, 모두의 염원이 담긴 이 프리즘 랜스로 한 방 먹여주겠습니다!”

키나핀러 왕의 혼령은, 염훈의 갑옷을 새삼 놀란 눈으로 봤다.

-……잠깐, 자네! 그 갑옷은?

“지크리엘의 갑옷인데요.”

-오, 오오오오! 수호의 대천사 지크리엘의 갑옷이라니! 그림자의 성좌, 움브라가 집어삼켰다고 전해지는 그 물건을 도대체 어디서 구했나?!

“어, 음, 그게.”

튜토리얼 3층의 공포의 학교에서, 은혁이 체리인지 뭔지 하는 수상한 여자 상인에게서 헐값에 뜯어냈다고 설명을 해야 하나 말아야 고민했다.

-아아, 물론 비밀이겠지. 곤란하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좋네.

혼령은 기막혀했다.

-처음에는 눈치 못 챘는데, 이제 보니 자네는 진정한 용사의 자질을 넘치게 갖고 있었군. 정말로 확신이 들었네! 이걸 받게!

휙!

초대 왕의 혼령이 작은 금속 목걸이를 던져줬다.

“이건 뭡니까?”

-키나핀러 왕국을 건설하기 전의 이 땅에는 지크리엘을 섬기는 토속 신앙이 발달했었지. 내 어머니도 그분을 섬겼다네.

“아……! 이 귀한 걸 받아도 될까요?”

-자네가 진정한 용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주는 것일세. 부디 모두의 염원으로 카라미타스를 물리쳐주게나. 행운을 빌겠네.

그리고 혼령은 사라졌다.

그에 맞춰 은혁의 [텔레파시] 스킬이 다시 날아왔다.

‘야, 염훈. 히든 미션은 잘 받았냐?’

‘아, 응.’

염훈은 히든 미션 내용과 자신이 얻은 것들을 전부 말했다.

‘호오, 그래? 예상보다 훨씬 잘했다.’

은혁은 [신살의 권능]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염훈의 프리즘 랜스에 과충전된 신성력을 쓰려 했는데, 놀랍게도 [신살의 권능]도 추가로 얻었다.

은혁은 쓸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난 것을 기뻐하며 마저 [텔레파시]로 말했다.

‘그럼 [신살의 권능]은 아껴두고 해보자! 재난의 성좌를 죽여보자고!’

‘좋아! 해보자!’

그리고 은혁은 [그림자 터널]로 염훈을 불러냈다.

* * *

다시 현재.

“뭐, 그렇게 된 겁니다.”

은혁이 히죽 웃으며 설명했다.

-그렇군. 네놈을 사도로 삼으려는 것은 실수였다.

성좌는 즉시 포탈을 해제하려 했다.

하지만 은혁과 염훈이 더 빨랐다.

“[재난 포식]!”

“[정화]!”

콰드득!

화아악!

은혁이 칼라미티 해머에 담긴 힘으로 카라미타스의 권능을 일부 뜯어먹고, 염훈이 강제로 포탈을 정화시켰다.

-성좌의 포탈 지배력이 약화됩니다!

카라미타스가 만든 포탈인데, 정작 카라미타스가 지배하질 못했다.

“와하하!”

“하하하!”

은혁과 염훈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서로 말이 필요 없었다.

은혁은 엘더 포지를 이용해서, 지크리엘의 갑옷과 지크리엘의 목걸이를 합쳐서 즉시 강화시켰다.

-지크리엘의 갑옷이 강화되었습니다!

-수호의 천사, 지크리엘이 응원을 보내옵니다!

-앞으로 5분간 체력 재생력이 300% 증가합니다!

파앗!

염훈의 체력 재생력이 극도로 향상되었다.

염훈은 지체 없이 강화된 지크리엘의 갑옷을 입었다.

“감사합니다, 수호의 천사 지크리엘.”

염훈은 하늘을 보며 각오했고, 또 감사를 표했다.

그동안 은혁은 완전히 부서진 오키니움의 건틀릿을 꺼낸 뒤, [피구름 생성] 스킬과 [긴급 수리] 스킬로 긴급히 고쳤다.

“아야얏.”

수리라기보다는, 스킬을 조합해서 팔에 억지로 붙이다시피 한 것이다.

부글부글……!

오키니움의 건틀릿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좋아. 조금은 버티겠지.’

준비를 마친 은혁이 염훈을 돌아봤다.

“준비 다 됐냐?”

“됐다!”

“가자, 염훈!”

“그래! 재난의 성좌를 죽이러 가자고!”

타앗!

두 사람은 포탈 속으로 들어갔다.

* * *

-재난의 성좌, 카라미타스의 차원에 진입하였습니다!

-플레이어의 재난 취약성이 증가합니다!

-플레이어의 체력이 10% 감소합니다!

휘오오오오……!

회색의 하늘에는 거대한 소용돌이 형상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곳곳에서는 각종 재난의 정령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화재의 정령, 전염병의 정령, 감전 사고의 정령, 낙하 사고의 정령, 홍수의 정령 등등…….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각종 재난에 대한 무의식이 뭉쳐져 만들어진 강대한 정령들.

-어리석은 것들! 감히 내게 도전을 한단 말이냐!!

카라미타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거, 되게 시끄럽네. 안 그러냐, 염훈?”

“그러게. 소음 공해의 재난을 일으켜서 우릴 공격하는 건가.”

“아니, 저건 그냥 빡쳐서 소리 크게 지르는 거 같은데?”

“그런 거야? 어휴, 자기 방구석에서 목소리만 크게 내지르다니. 한심하네.”

은혁과 염훈은 이 상황에서도 평소처럼 떠들었다.

쿠구구구구구궁……!

거대한 폭풍이 진동했다.

마치 폭풍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하더니.

콰쾅!!!

소용돌이치던 폭풍이 터지고, 그 속에 있던 성좌의 본체가 드러났다.

“윽.”

“으음……!”

은혁과 염훈은 본체와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몸 상태가 확 나빠지는 걸 느꼈다.

진노한 성좌의 사념을 받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호흡을 정신을 집중해서 해야만 했다.

“[사이오닉 필드].”

“[광역 정화].”

은혁과 염훈은 침착하게 스킬로 중화시켰다.

그때, 카라미타스가 외쳤다.

-강은혁!! 그대는 내가 일으킨 재난에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그걸 믿고 감히 내 차원에 들어온 것이겠지?!

재난 웨이브 5단계 클리어 시 얻은 보상 때문이다.

염훈은 몰라도, 은혁은 카라미타스가 일으키는 모든 재난에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렇기에 선언한다!

쿠구구구구구……!

-이 순간, 나는 더 이상 재난이 아니다! 오만한 플레이어를 상대로 싸우는 하나의 성좌로서 싸우겠노라!!

엄청난 증오와 각오가 담긴 선언이었다.

오직 은혁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재난의 차원의 주인인 성좌가 자신의 지위를 격하시켰으므로.

오직 은혁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증오 가득한 목적이 없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선언.

당장 카라미타스가 약해지진 않겠지만, 카라미타스로서도 더 이상 퇴로가 없었다.

-재난의 성좌의 의지가 스스로를 일시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재난의 성좌, 카라미타스가 빠른 시일 안에 강은혁을 죽이지 못하는 경우, 영원히 재난의 성좌의 지위를 잃게 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경고했다.

은혁은 피식 웃었다.

-저 오만한 필멸자들을 죽여라!!

성좌가 마침내 명령을 내렸다.

쿠오오오오!!!

재난의 정령들이 몰려왔다.

은혁은 침착하게 [텔레파시] 스킬을 썼다.

‘염훈! 이번 판은 한 방이다!!’

‘알고 있어!!’

진노한 성좌의 본체와 싸우는 것은 7대 길드의 부길드장 두 명이 힘을 합쳐도 성공할까 말까 한 업적.

물론, 염훈은 어지간한 부길드장급에 준했고, 은혁은 부길드장보다 확실히 강했지만…….

‘갈 수 있으려나?’

염훈은 [신살의 권능]을 확실히 얻은 상태다.

일단 접근해서 [신살의 권능]을 담아 근접 공격을 가하면, 카라미타스는 확실히 죽는다.

“세팅부터 해볼까!”

은혁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림자 분신 5.0] + [만물 설계] + [초월 명상] 3중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그림자 분신 양산]!!”

파앗! 파앗! 파앗! 파앗……!

은혁은 마력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분신을 연속 소환했다.

최고 기록인 108체의 분신들을 마구 생산하여 사방에 뿌렸다.

정령들은 각 분신들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이 틈에 가라! 염훈!”

“하앗! [신성한 날개]!”

-[신성한 날개] 스킬이 강화되었습니다!

-[신성한 날개] → [지크리엘의 날개]

파앗!

염훈의 비행 속도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자동으로 [수호의 광휘] 패시브 스킬이 발동되며, 각종 보호 버프가 작용한다.

이론상 [지크리엘의 날개]를 발동하면 다차원 성계의 텅 빈 진공 공간을 비행할 때도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이다.

“캬캭!!”

“쿠오오오!!”

그 사실을 모르는 각종 재난의 정령들은 염훈을 향해 달려들었고.

터텅!

퍼버벅!

감히 범접하지도 못하고 튕겨 나갔다.

그틈에 은혁은 스킬을 썼다.

‘[사냥감 추적]!’

냉철하게 발동한 궁술사 스킬은 본체의 핵이 어디 있는지 알려줬다.

‘폭발하고 있는 폭풍우의 중심이다!’

끊임없이 팽창하고 폭발하고 다시 소용돌이치는 폭풍우의 중심부를 파괴할 수만 있다면 단 일격에 쳐부수는 것도 가능하다.

은혁은 [텔레파시]로 염훈에게 좌표를 전송해줬다.

“이야아아아압!!”

염훈은 프리즘 랜스를 양손으로 강하게 움켜쥔 채, 카라미타스의 본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염훈의 바로 옆에서 같은 속도로 비행하는 무언가가 말했다.

-느려.

콰쾅!!!

무언가의 공격에 염훈은 튕겨 나갔다.

“염훈! 끌어안아! 그건 화신이다!!”

은혁이 외치며, 가부좌 틀고 앉은 자세로 사이오닉 런처를 꺼냈다.

그리고 염훈을 향해 냅다 갈겼다.

투쾅!!!

콰콰쾅!!!

염훈과 염훈이 끌어안던 화신이 동시에 튕겨 나갔다.

“크악?!”

-으윽!

염훈이 타이밍 좋게 [2초 무적]을 발동해서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함께 죽을 뻔했다.

‘사이오닉 런처는 화신급에게도 통한다!’

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분신들을 본체의 핵을 향해 보냈다.

여러 분신들이 재난의 정령들에게 파괴되었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어리석은 놈!

튕겨 나갔던 카라미타스의 화신이 이번에는 은혁의 바로 뒤에 나타났다.

“큭!”

[도약] 스킬로 겨우 피했다.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는 건가!’

이미 이 차원 자체가 은혁과 염훈에게는 재난 그 자체이므로, 인간 형태를 한 카라미타스의 화신은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홍수! 낙뢰!

화신이 은혁을 가리키며 재난의 키워드를 외친 것만으로도 재난이 발동했다.

쏴아아아아!

촤아아악!

흙탕물이 갑자기 사방에서 은혁을 휘감더니.

치지직……!!

번개를 머금은 뇌운이, 물에 젖은 은혁의 머리 위에 생성됐다.

“[메탈 스파이크 소환] [메탈 벙커 소환]!!”

은혁은 자신의 키보다 큰 금속 가시를 잔뜩 소환해서 피뢰침을 만들고, 자신은 벙커 속에 숨었다.

콰콰쾅!!

꽈르르르르릉……!!

순간, 전압이 1억 볼트에 달하는 번개 다발이 내리꽂히고, 벙커 속에 숨은 은혁의 몸에도 전류가 흘러 들어갈 뻔했다.

‘인슈어런스 아머! 전기 저항을 최대로!’

“크아악!”

실제로는 견딜 만했지만 은혁은 괴로운 척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미끼가 되는 동안 염훈은 핵을 향해 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허튼수작은 시간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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