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화 : 재난의 성좌 죽이기 (2)
콰쾅!!
카라미타스의 화신이 발길질 한 방으로 메탈 벙커를 파괴했다.
스스슥.
그러고는 자신의 몸을 운석 형태로 만들었다.
쓔웅!!
관성을 무시하고 냅다 은혁에게 돌진해 왔다.
“큭!”
피할 틈이 없어서 과감하게 스킬을 썼다.
“[광풍돌진권] + [매질 요격]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강화된 미디엄 링의 강화된 [매질 요격]과 무투가 스킬 [광풍돌진권]을 합쳤다.
“퓨전 스킬 [카운터 러시]!!”
콰콰쾅!!!
굉음과 함께 운석의 일부가 파괴되었다.
“크악!”
문제는 은혁의 미디엄 링과 왼쪽 주먹도 같이 파괴되었다는 점이다.
수리가 불가능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번 전투에서는 쓸 수 없게 됐다.
-크하하하!
부서진 운석은 빙글빙글 돌며 비웃었다.
-네놈의 무의식을 느끼고 있다, 강은혁. 재난 5단계의 운석 재난을 재치 있게 극복했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사실은 무서워서 피한 거 아닌가?
“그렇게 믿고 싶다면 자유지만.”
은혁은 한 팔로 사이오닉 런처를 갈겼다.
투쾅!!
운석 형태의 화신은 가볍게 피했다.
물론, 은혁도 예상한 채 세븐 칼리버를 꺼냈다.
“드릴 랜스!”
철컹!
그리고 그대로 [그림자 터널]을 이용해 [그림자 암습]을 시도했다.
슈욱!!
드릴 랜스의 끝이 운석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와 공격했지만.
-하하하! 어리석구나! 회전하는 운석에 배후가 있을 것 같으냐!
화신은 순식간에 자신의 형상을 여러 조각 난 유성우 형태로 변환시켰다.
타탁!
파바바바바밧!
싸구려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주먹 크기로 쪼개진 유성우가 공기를 태우며 은혁에게 날아왔다.
“큭! [쾌속보] + [멀티 패링]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쾌속 멀티 패링]!!”
뱀프릭 체인 소드으로 [피구름 생성]을 펼친 은혁은, 넓게 변한 칼날로 [쾌속 멀티 패링]을 펼쳐서 필사적으로 방어했다.
파바바박!
“크윽!”
전력으로 방어했지만 [피구름 생성]은 우습게 뚫렸고, 한 손이 다친 상태라 [쾌속 멀티 패링]의 정밀도도 조금 부족했다.
터텅!
파박!
콰콰쾅!
잇따른 공격에서도 은혁은 수차례 밀려났다.
관성을 무시한 운석 형상의 공격은 쿨타임도 없어서, 은혁은 바로 선즈 리볼버를 꺼냈다.
“[태양의 사격] + [패링]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섬광 패링]! 연속 발동!!”
번쩍!
번쩍! 번쩍!
콰콰콰콰쾅!!
화염탄이 폭발을 일으켰고, 다행히 이번 [섬광 패링]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스르륵.
화신은 다시 인간 형태로 변해서 스스로를 회복시키더니, 또다시 운석 형태로 변해서 달려들었다.
-크하하하! 네놈이 수세에 몰리면 몰릴수록 내 공세는 강해진다! 그것이 곧 재난의 특성일지니!
성좌의 차원에서 그 성좌와 싸운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투쾅!
콰콰콰쾅!
은혁을 향한 쉴 새 없는 연속 공격과 은혁의 필사적인 방어.
몇 번은 세븐 칼리버를 놓치기도 해서 맨손으로 막아야 했다.
오키니움의 건틀릿에 담긴, 성좌 오키니움의 힘이 약간 남아 있던 덕분에 손등이 조금 찢어지는 부상만 입고 버텼다.
-하하하! 어찌 된 것인가? 겨우 이 정도인가?
카라미타스의 화신은 다시 인간 형태로 되돌아오며 비웃었다.
상당히 인간적인 쾌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일부러 약한 척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구나! 하하하!
“후, 들켰나.”
-……뭣!
은혁이 수세에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정직하게 방어와 [패링] 위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가라! 염훈!! 그대로 밀어붙여!!”
은혁이 외쳤다.
실제로 저편의 염훈은 폭풍을 해치고 들어가, 핵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거리에 접근했다.
하지만.
키이이잉!
엔진에 불이 붙은 대형 항공기가 폭풍 속에서 날아왔다.
“뭣?!”
콰콰쾅!!
거대한 항공기와 공중에서 충돌한 염훈은 추락하고 말았다.
-크하하하! 어리석은 것! 핵을 부수면 그만이라고 믿는 건가!
화신이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비웃었다.
-내가 곧 재난이다! 재난의 핵에 접근하면 할수록, 너희들의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는 무서운 대형 재난이 구현될 것이다!
“크윽.”
염훈은 즉시 몸을 일으켰다.
“이깟 게 뭐 어쨌다는 거냐!”
그리고 이번에는 [지크리엘의 날개]를 펼친 뒤 저공비행으로 접근을 시도했지만.
덜컹! 덜컹!
갑자기 추락하는 엘리베이터가 수십 개가 생겨나더니 융단 폭격하듯 염훈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콰콰쾅!!
“아, 열 받네!!”
기상천외한 공격이라고 욕을 하며 재빨리 이탈하려 했지만.
“꺄악!”
“꺅!!”
엘리베이터 안에서, 귀에 익은 한 여성의 비명이 연속해서 들려왔다.
“아……!”
염훈은 이 목소리를 기억했다.
그리고 부서진 엘리베이터도 다시 보니 왠지 친숙했다.
엘리베이터 안쪽, 거울 없는 쪽의 벽면에는 광고지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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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염훈은 불패불굴 특성을 얻고,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이후로는 멘탈이 심하게 깨졌던 적이 없다.
심하게 화가 나거나 충격을 받아도, 21세 청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정신을 회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 염훈 씨……?”
헬스장에서 만나던 썸녀 강혜영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무시해! 염훈! 전부 가짜야!!”
은혁이 멀리서 외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구해야 해!”
염훈은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그 헬스장 건물, 엘리베이터가 엄청 부실했어!’
염훈이 언젠가 강혜영과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이런 생각을 한 적 있다.
‘이거 추락하진 않겠지?’
딱 한 번, 그나마도 진지하게 생각한 게 아니었지만 분명히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염훈이 재난의 성좌의 핵에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재난의 성좌는 염훈의 무의식에 담겨 있는 재난을 불러올 수 있었다.
“흐흑. 도와주세요……!”
“아파, 너무 아파…….”
추락한 엘리베이터 수십 개 속에 있는, 수십 명의 부상당한 강혜영이 도움을 청했다.
“기다려! [광역 치유]!!”
파앗!!
염훈은 마력이 줄건 말건 강력한 치유의 빛을 뿌렸다.
하지만.
“흐흑. 아직도 아파요!”
“더, 더……!”
끊임없이 치료를 요구했다.
염훈은 미친 듯이 [광역 치유] 스킬을 썼지만.
부글부글……!
치유의 힘을 받은 수많은 강혜영들의 몸에서 거품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콰지직!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괴수로 변했다.
“더 치료해줘어어어어……!”
충격을 받은 염훈이 꼼짝 못 하는 사이.
투쾅!!
사이오닉 런처를 가지고 온 은혁이, 거대한 괴물의 머리통을 파괴했다.
“괜찮냐, 염훈!”
“으……아, 으윽.”
염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멘탈이 깨진 듯했다.
단순히 좋아하던 여자의 형상을 한 괴물을 봤기 때문만이 아니다.
염훈에게 있어 강혜영의 모습은 바깥 세계와의 연결고리였다.
그런 그녀의 충격적인 모습을 접했기에 정신이 흔들리고 말았다.
‘역시 염훈에게 처음부터 [홀리 차징]을 시켰어야 했나.’
하지만 [홀리 차징]은 마음먹는다고 되는 스킬이 아니다.
섣불리 시켰다간 체력만 빠지고 크게 실패하는 게 [홀리 차징]이다.
‘무엇보다 카라미타스의 본체와의 싸움은 정보가 워낙 없어서.’
그럼에도 은혁은 여전히 승기는 자신에게 있다고 믿었다.
‘차라리 잘됐다.’
염훈의 정신적 괴로움은 은혁으로서도 안타까웠지만, 결전 상태에서는 냉철하게 판단했다.
‘더! 성좌를 더 방심시켜야 해!’
성좌건 지고의 위상이건, 플레이어를 상대로 묘한 오만함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핵에 접근할수록 무의식에 담긴 재난이 발현된다면…….’
은혁은 그 현상을 역이용하기로 했다.
“사이오닉 런처! 최대 출력으로!!”
은혁은 냅다 핵을 향해 갈겼다.
투쾅!!!
하지만 소용돌이가 방패 형상으로 뭉쳤다.
콰콰쾅!!!
폭풍이 몰아칠 뿐, 핵에는 손상이 가지 않았다.
-하하하! 핵에 접근하면 재난이 일어나니 멀리서 처리하겠다는 건가! 얄팍하도다!
화신이 비웃더니, 이번에는 은혁을 노려보았다.
-네놈의 괴로운 기억을 불러내주마!
은혁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어쩌면 내 정신이 붕괴될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더라도 은혁의 무의식은 화신에게 카운터를 반드시 먹일 터였다.
그걸 각오한 순간, 염훈이 나섰다.
“웃기지 마!! [홀리 라이트닝]!!!”
번쩍!!!
콰콰쾅!!!
뇌격에 직격당한 화신은 주춤했다.
염훈이 다시 투지를 되찾았다.
“이 개자식! 뭐가 재난이냐! 뭐가 성좌냐! 다른 사람 가슴에 못 박는 걸 재난이라고 부를 셈이냐!!”
염훈은 자신이 겪은 정신적 괴로움을 은혁이 겪지 않기를 바랐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고맙다, 염훈.”
“아아, 별거 아냐! 이런 더러운 기분은 성기사인 나 혼자 떠안는 게 낫지, 제기랄!”
염훈은 성좌에게 쌍욕을 연신 퍼부으며 투지를 불태웠다.
은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염훈 녀석. 내 부모님 걱정을 한 거구만.’
성좌가 은혁의 부모님이 죽는 재난을 불러올까 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은혁이 정말 걱정한 건 다른 기억이었다.
‘염훈이 죽는 기억.’
회귀 전 염훈이 대신 희생하고 죽어줬던 그 장면이 다시 나타난다면, 은혁은 미쳐 버릴지도 몰랐다.
-하하하! 얄팍한 우정이로구나!
화신은 땅에 웅크린 자세를 취했다.
그 자세는 육상 선수의 출발 자세 같기도 했고, 비굴한 큰절처럼 보이기도 했다.
“큭, 은혁아! 내 뒤로 피해!”
돌진 자세라고 생각한 염훈이 [2초 무적]을 준비한 채 앞으로 나섰다.
은혁과 염훈 모두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화신은 돌진해 오지 않았다.
-땅을 딛지 않고 살 수 없는 한심한 필멸자들아! 그 땅이 부서지는 재난을 체험해 보거라!
콰콰쾅!!!
땅이 갈라지고 마그마가 치솟아 올랐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절망……이었어야 하지만.
“지금이다!!”
“으랴아압!!”
은혁과 염훈에게는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길드연합국 랭킹 10위에 준하는 강자들이며, 49층까지 올라온 숙련자들이다.
성좌의 화신이 오만한 힘을 과시할 때, 그때가 역전의 기회임을 체득하고 있었다.
파앗!
파앗!
은혁은 [피구름 생성]으로 빠르게 수직 상승했고, 염훈은 [영수 소환]으로 폭포 유니콘을 소환했다.
화악……!
은혁은 뜨거운 마그마의 열기가 만드는 상승 기류를 타고 수직 상승 했다.
촤악!
반면에 염훈은 폭포 유니콘의 발밑에서 나오는 폭포수의 힘을 이용해 과감하게 마그마의 사이사이를 뛰어다녔다.
그렇게 은혁과 염훈은 임무를 교대했다.
은혁이 성좌의 화신을 무시하고 핵을 향해 이동했고, 염훈이 요리조리 피하며 화신을 상대했다.
-으음……!
좌우 합격이 아닌 상하 역할 분담.
지진과 화산 분출의 재난 앞에서 냉철하게 대응했다.
“역시 탱킹이 편하네! 으럇!”
염훈은 빅 썬더와 프리즘 랜스를 양손에 들고, 폭포 유니콘의 움직임에 몸을 맡긴 채 화신을 상대했다.
그리고 은혁은 빠르게 핵 근처로 달려갔다.
-어리석은 놈!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성좌의 핵을 파괴할 만한 능력은 없다! 게다가 핵에 접근해 봐야 재난이 네놈을 덮칠 것이다!
화신의 외침이 맞았다.
은혁의 공격력이 아무리 강해도, 이곳은 성좌의 차원.
다른 곳이면 몰라도 성좌의 차원에서 그 핵을 파괴하려면 염훈이 과충전해 온 신성력이나 [신살의 권능]이 필요했다.
“다 알고 있어.”
은혁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