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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01화 (301/434)

301화 : 해변 휴양 도시 즐기기 (1)

펑! 펑!

은혁과 염훈의 앞에 돈 봉투가 나타났다.

봉투 안에는 지폐 형태의 지역 화폐인 ‘패킷’이 담겨 있었다.

보일 듯 말 듯한 금가루가 발린 지폐로, 총 1,500 패킷 분량이었다.

1 패킷의 가치는 골드의 딱 10분의 1이었다.

즉, 1,500 패킷이면 150 골드 상당이다.

“헐! 아예 대놓고 돈을 쓰라고 주네?”

염훈은 감격했다.

“50층이니까.”

일반적으로 5의 배수인 층은 매우 편한 스테이지다.

특히 50층은 100층탑의 딱 중간층.

그렇기에 보상이 각별했다.

‘물론 여기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지만 일단 넘어가자.’

패킷을 오랜 기간 사용하지만 않으면 큰 탈이 나진 않기 때문이다.

“자, 그럼 오늘은 각자 느긋하게 놀자고!”

염훈이 외쳤다.

은혁도 동의했다.

때로는 놀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게 있었으니까.

“일단 바다 쪽으로 가볼까?”

두 사람은 새파란 바다가 펼쳐진 방향으로 향했다.

항구 방면과 백사장 방면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우선 백사장으로 향했다.

끼룩끼룩끼룩……!

갈매기들이 하늘을 날았고, 놀러 온 플레이어들은 먹을 것을 하늘에 던져 먹이로 줬다.

한켠에서는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NPC들이 있었고, 돈 많은 플레이어들은 피부가 너무 타지 않게 힐링 포션을 희석한 로션을 피부에 바른 뒤 선탠을 즐겼다.

은혁과 염훈은 파라솔 하나를 빌린 뒤, 얼음이 채워진 비어 버킷도 하나 샀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는 쉽게 온도가 변해야 했지만, 냉기 주문이 걸린 버킷이라 그런지 얼음이 쉽게 녹지 않았다.

은혁이 맥주병을 들며 말했다.

“열심히 뛰어온 우리 두 사람을 위하여 건배.”

“건배!”

염훈도 건배를 외치며 쭈욱 맥주를 마셨다.

“크하앗! 좋구만!”

염훈은 비용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전부 염훈이 냈는데, 겨우 50 패킷도 쓰질 않았다.

“싸네! 너무 싸서 좋다.”

“그치?”

“왜 이렇게 싼 걸까?”

“원래 이 도시 국가의 물가가 저렴하기도 하고, 시장이라는 자가 상당 부분 부담해.”

“허. 되게 착한 시장님이네?”

이 도시의 시장 정체를 알면 염훈이 놀라겠지만 은혁은 미리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부 비용은 관리국이 부담하거든.”

“엥? 정말로?”

“왜 그리 놀라?”

“그야….”

염훈은 주위를 둘러본 뒤 말했다.

“그야 관리국은 플레이어를 착취하는 나쁜 놈들 아니었어?”

“뭐, 그건 알 수 없지.”

“신문에는 그렇게 적혀 있던데?”

“염훈. 프로파간다의 주체가 프로파간다에 넘어가면 어쩌냐.”

염훈은 혼란스러워했다.

염훈은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는 걸 선호했으므로.

“길드연합국 플레이어들이 관리국을 적대시하는 것은 좋지.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적이라 규정하진 않는다. 적어도 아직은.”

“복잡하네.”

“관리국 놈들의 정체는 확실히 알 수 없으니까. 다만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끌려다니는 입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겠지?”

“구체적으로?”

“일단 전투력이 우선되어야겠지.”

은혁은 사이오닉 런처로 관리국의 차장인 노리의 머리를 터뜨린 바 있다.

반쯤 즉흥적인 반격이었지만, 의미는 컸다.

‘관리국 놈들도 죽이면 죽는다.’

은혁은 그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며 히죽 웃었다.

“읏차, 나는 한 병 더.”

염훈은 맥주를 한 병 더 마셨다.

어지간한 독은 전혀 통하지 않는 [불패불굴] 특성을 지닌 염훈이었지만, 일부러 마음을 열고 벌컥벌컥 마셔서 기분 좋게 취했다.

“잘 마시네?”

“물론! 모처럼이니까 대낮부터 실컷 마셔야지.”

“그럼, 저기 가서 더 마실까?”

“저기?”

비치발리볼을 하는 곳에서 숙박 시설 밀집 구역으로 가는 길 쪽에 큰 무대가 있었다.

해안가 휴양 도시의 백사장에 설치되어 있을 법한 그런 무대였다.

몇몇 NPC들이 가로로 긴 테이블과 스툴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은 큰 현수막을 무대에 달았다.

-제400회 맥주 마시기 대회.

“허, 저런 것도 있네?”

염훈은 마음이 동하는 듯했다.

“저 대회에서 이기면 상금 벌 수 있어.”

“상금?”

“1등 하면 무려 500 패킷.”

“500 패킷이라.”

50골드, 즉 한국 돈으로 250만 원 정도.

“해볼까!”

“그래. 그린 링 빌려줄게.”

이미 염훈은 [불패불굴] 특성에, [중독 치료] 스킬을 지니고 있는데, 모든 독으로부터 면역인 그린 링까지 장착한다면 몇 잔이고 마실 수 있을 터.

염훈은 무대로 달려갔다.

* * *

염훈이 한창 맥주 마시기 대회를 할 무렵.

왠지 등 기대고 담배 피우기 좋아 보이는 좁은 골목길에 사내 셋이 모였다.

“이렇게 셋이 모인 것도 오랜만이군.”

“그러게 말이야.”

“일단 담배 한 대 피우고.”

세 명의 사내는 담배를 피우면서도 빠르게 서로를 체크했다.

이들에게 의심과 견제는 흡연보다 자연스러웠다.

이들은 3군주 세력의 스카우터들이었기 때문이다.

3군주의 세력권은 매우 높은 층에 있었기에, 50층에 스카우터들이 상주했다.

물론, 50층에만 머무르진 않았다.

40층~42층 구간까지 도달한 플레이어 수준만 되어도 수준이 높은 편이었기에 스카우트할 필요성이 매우 컸다.

실제로, 다차원 교차로에서 시리우스를 포섭하려 했으나 은혁의 방해로 인해 무산된 적도 있었다.

은혁이 부길드장 시리우스를 처리하는 모습을 본 스카우터들은, 내심 경악했다.

‘강은혁과는 간접적으로도 접촉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래서 이들은 50층에 머무르며 스카우트 작업을 했는데, 어느새 은혁이 50층에 도달했다.

“정보 공유부터 할까? 최상급 플레이어 둘이 올라왔어.”

“강은혁과 염훈.”

“모르는 이가 없지.”

“네가 모른다고 생각해서 가르쳐 준 것 같나? 이번 모임을 확실히 하려고 말한 거 아냐.”

“자자, 날 세우지 말자고.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하면 우린 다 망하는 거야.”

이들은 각각 3군주 카인, 인치, 미치오의 스카우터팀의 팀장들이었다.

즉, 경쟁 관계라고 해도 좋다.

그럼에도 이들 셋이 모인 이유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A. 강은혁과 염훈을 포섭한다.

B. 강은혁과 염훈을 죽인다.

이들은 나름 답을 세워둔 상태지만, 그래도 서로 간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우선 A안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눴다.

“강은혁과 염훈을 두고 영입 경쟁을 벌일 경우, 과열될 가능성이 높지?”

“음. 은혁과 염훈을 두고 서로 박 터지게 싸우면 다 죽는 거지.”

카인 측 스카우터와 인치 측 스카우터가 말했다.

스카우터 중에서도 팀장이면 최정예 스카우터들이었다.

은혁과 염훈의 가치를 너무 잘 알았기에 당장의 손실이 커도 영입하면 결과적으로 이득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우리의 문제를 요약하면, 입은 셋인데, 먹이는 둘뿐이라는 거지.”

강은혁과 염훈은 둘인데, 스카우터는 3개 파벌로 나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제비뽑기로 정할 수도 없고.”

“그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어. 출혈 경쟁을 벌이거나 서로 싸우는 것보다는 말이지.”

“허참. 출혈이 아무리 커도 영입할 수 있다면 이득이라는 게 웃기는군.”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거 아닌가?”

3군주 측 스카우터들은 상당히 좋은 미끼로 길드연합국 플레이어들을 매수할 수 있다.

‘51층~69층을 통째로 뛰어넘어, 안전하게 70층으로 데리고 가주지.’

무려 19개 층을 통째로 뛰어넘게 해준다는 제안은, 50층에 도달하여 마음이 풀어진 고수들을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더 매력적인 것은, 이 제안이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추가 목숨이랑 전설급 아이템 지원. 어때?’

하나뿐인 목숨이라는 상식을 너머 추가 목숨을 준다는 제안까지 듣고 나면 이미 반은 넘어온 거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은혁과 염훈에게도 이런 미끼가 통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놈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내는 게 좋겠군.”

“맞아. 3군주 측 제안은 거절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높으니까. 굳이 꿀리는 게 없으니…….”

세 사람은 대화를 더 나눴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영입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확신했다.

A 선택지가 불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자, 서서히 B 선택지로 합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포섭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죽일 것.’

“힘을 합쳐 죽여 볼까?”

셋은 씨익 웃었다.

물론, 죽이는 방법은 암살이 될 터였다.

보는 눈이 많으면 곤란하므로, 사고사로 위장해야 할 것이다.

* * *

이른 오후의 맥주 마시기 대회.

참가자 12명 중 유독 거칠게 마시는 사내가 있었다.

촤악! 촤악!

마시는 게 아니라 거의 배 속에 맥주를 쏟아붓는 기세다.

참가자들은 이미 기가 눌렸다.

터엉!

남들보다 두 배는 마신 염훈이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더 가져와. 아니.”

쾅!

“다 가져와!!”

그렇게, 염훈은 맥주 많이 마시기 대회를 통째로 씹어 먹었다.

“와, 진짜 대단하다.”

“진짜 상대가 안 되네.”

이른 오후라서 그런지 구경하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모두가 강한 인상을 받았다.

“시간 종료!”

사회자 NPC가 외쳤다.

그러자 염훈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축하드립니다! 맥주 마시기 대회를 클리어하셨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500 패킷을 획득하셨습니다!

“좋아! 해냈다!”

염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자 날씨와 안 어울리게 더블 수트를 입은 NPC가 다가왔다.

“축하드립니다.”

그러면서 도장이 찍힌 쿠폰을 내밀었다.

쿠폰에는 11개의 빈칸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에 도장이 찍힌 것이다.

“엥? 이게 뭔가요?”

염훈이 물었을 때 NPC는 이미 다른 곳으로 간 뒤였다.

“잘했다, 염훈.”

은혁이 다가왔다.

“오, 간단하지! 솔직히 너무 쉽더라.”

염훈이 그린 링을 돌려주며 말했다.

사기 능력에 사기템까지 써서 이겼으니, 너무 쉽게 이긴 것 같아 미안할 정도였다.

물론, 염훈이 미안해할 필요는 전혀 없었는데, 스킬이나 아이템의 힘을 빌리는 건 규칙 위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참가자들 중에도 해독 포션을 미리 복용한 다음 도전하거나, 동료 성직자에게 해독 버프를 받은 다음 참가한 이들이 있었다.

“자아, 그럼 다음으로 가자.”

“다음?”

“실은 네가 마시는 동안 이런 걸 발견했는데 말이야.”

은혁은 도시 곳곳에 설치된 게시판 중 하나를 가리켰다.

<도시 즐기기 페스티벌>

안녕하세요, 방문자 여러분?

블루하트 도시의 시장입니다.

아름다운 해안 도시, 모두가 즐거운 블루하트 도시에 방문해주신 여러분께 인사 올립니다.

블루하트 도시에서는 여러 방문객분들을 위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가 진행 중입니다.

총 20개의 작은 대회 형식으로 이뤄져 있으며, 대회를 하나 클리어할 때마다 쿠폰에 도장을 찍어 드립니다.

20개의 대회 중 11개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즉, 11개의 도장을 받는 경우 시청에서 제가 직접 선박 교환권으로 교환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쿠폰을 최대 3인이 공유할 수 있으니, 파티 플레이를 원하시는 분들은 인원수를 체크해 주시길 바랍니다.

모쪼록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게시판에는 이어서 대회의 종목이 적혀 있었다.

-맥주 마시기 대회

-도시 마라톤 대회

-백사장 피구 대회

……

……

-낚시 대회

-요리 대회

-모래성 쌓기 대회

-포커 대회

“어때? 여기 도전해 보는 건?”

“흐음.”

염훈은 게시판을 유심히 보더니, 감을 잡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은혁아. 이거, 많이 깨면 혹시 히든 미션 같은 거랑 관련이 있나?”

“눈치 빠르네.”

“그럼 해야지.”

두 사람은 각 대회가 열리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역할을 분담했다.

“염훈. 너는 도시 마라톤 대회를 클리어해. 그동안 나는 포커 대회랑 낚시 대회를 클리어할게. 최대한 빨리 클리어하고 우리 둘은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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