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화 : 피스메이커를 마침내 꺾다
은혁은 피스메이커와 싸울 때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쓰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피스메이커 측에서 먼저 약속을 어겼기에 아무런 페널티 없이 쓸 수 있었다.
화악!
철컹!
은혁은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장착하자마자 칼라미티 해머를 왼 주먹의 암 파츠에 결합했다.
콰류루루루루루루루……!!
수억 개의 금속 블록이 계곡물과 함께 흘러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칼라미티 해머의 해머 파츠가 드래곤 파워드 아머 내부에 흡수되더니.
철컹!
철컹!
파앗!
뼈대가 되는 프레임을 제외한, 헤드, 암, 레그, 바디 파츠가 분해되면서 전개되었다.
각 파츠들은 곧 은혁의 몸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대형 포대 형태로 변형하며 자리를 잡았다.
각 포대의 전방 포대에는 칼라미티 해머의 유동체가 웅웅거렸다.
그 중심의 은혁을 감싼 프레임은 은혁을 보호하는 형태로 전환되었고, 전방에는 홀로그램 계산기가 떠올랐다.
홀로그램 계산기는 최적의 재난 효율을 자동으로 계산했고, 프레임은 은혁이 지닌 [재난의 심장]이 폭주하는 것을 막았다.
-초재난 에센스 충전 완료!
-각 초재난 간의 모순 해결 완료!
-[6연발 초재난 클라우드 캐논] 생성 완료!
-살포하라!!
화악……!!
피스메이커가 살면서 겪은 모든 재난의 총합보다 훨씬 막대한 양의 재난이 가해졌다.
한여름 도심의 홍수, 남극의 극저온 돌풍, 운석 충돌, 산림의 대화재, 대지진, 화산 폭발 등등.
온갖 재난의 에센스가 칼라미티 해머의 작은 조각 하나하나에 달라붙어 뿜어졌다.
“아아아아아아아옥……!!!”
재난은 엄청났다.
생존을 위해, 피스메이커의 체내 바이러스가 날뛰었다.
그때마다 피스메이커의 마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피스메이커의 마력이 완전히 0이 될 때까지 재난 공격은 쉬지 않았다.
수십 초 뒤.
피스메이커의 몸에 단 하나의 바이러스도 남지 않게 되었다.
“아…… 아아.”
털썩.
피스메이커는 쓰러졌다.
은혁의 공격이 멈췄다.
압도적인 숙련도 상승이 이뤄졌다.
‘오오……!’
숙련도 상승의 홍수 속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마법사 숙련도가 100%++를 초과했습니다!
-4차 각성 선택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A. 직업의 등급을 올린다.
-B. 직업을 승급한다.
-축하드립니다! 전사 숙련도가 100%++를 초과했습니다!
-4차 각성 선택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A. 직업의 등급을 올린다.
-B. 직업을 승급한다.
-축하드립니다! 무투가 숙련도가 100%++를 초과했습니다!
-4차 각성 선택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A. 직업의 등급을 올린다.
-B. 직업을 승급한다.
‘좋아!’
도적은 이미 4차 각성해서 등급을 올린 바 있다.
뒤이어 전사, 마법사, 무투가 직업이 4차 각성에 도달한 것이다.
“전부 등급 올리기 한다.”
-축하드립니다! 4차 각성하셨습니다!
-4차 각성 선택지로, 등급을 올리셨습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B급 직업 돌진하는 무투가 → B+급 직업 돌진하는 무투가
-모든 스탯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모든 스킬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체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체력 : S- → S
-축하드립니다! 의지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의지력 : SS → SS+.
-축하드립니다! 4차 각성하셨습니다!
-4차 각성 선택지로, 등급을 올리셨습니다!
-S-급 직업 화염을 지배하는 마법사 → S급 직업 화염을 지배하는 마법사
-모든 스탯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모든 스킬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마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마력 : S+ → SS-
-축하드립니다! 의지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의지력 : SS+ → SSS-
-축하드립니다! 4차 각성하셨습니다!
-4차 각성 선택지로, 등급을 올리셨습니다!
-D-급 직업 노력하는 전사 → D급 직업 노력하는 전사
-모든 스탯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모든 스킬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근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근력 : A+ → S-
-축하드립니다! 체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체력 : S → S+
현재의 대략적인 직업 숙련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전사 숙련도 : 5%+++.
-현재 마법사 숙련도 : 30%+++.
-현재 도적 숙련도 : 17%+++.
-현재 무투가 숙련도 : 10%+++.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47%++.
-현재 성직자 숙련도 : 80%.
-현재 드루이드 숙련도 : 33%++.
-현재 궁술사 숙련도 : 24%++.
-현재 스팀펑크 메카닉 숙련도 : 0%+.
-현재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숙련도 : 84%+++.
-현재 혈인술사 숙련도 : 92%+++.
-현재 혼돈술사 숙련도 : 0%+.
‘엄청 많군.’
무등급 직업인 스팀펑크 메카닉과 마찬가지로, EX급 직업인 시스템을 해킹하는 혼돈술사의 숙련도 또한 0%+로 고정된 모양이다.
은혁이 파악을 끝낸 순간.
-평화 길드장 피스메이커가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됐다!”
은혁은 저 짧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기뻐했다.
사실, 은혁이 마음만 먹으면 처음 피스메이커가 방심했을 때 드래곤 파워드 아머로 완전히 찢어 죽일 수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피스메이커를 진화시켜 [시스템 해킹] 능력을 얻게 한 다음 뺏어서 흡수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저 ‘패배 인정’ 메시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피스메이커로 하여금 패배를 인정하게 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피스메이커 자체가 도덕관념이 희박한 존재이면서 집념이 강했거니와, 동시에 생존에 대한 열망이 강하면서, 페넬레시아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피스메이커는 그토록 모순적인 존재였기에 쉽게 패배 인정을 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그렇기에 은혁은 피스메이커를 몇 번이나 궁지에 몰아넣고, 또 몇 번이나 희망을 줬다.
그리고 피스메이커가 모든 수단을 다 쥐어짜 내고, 최후의 승리를 가져가려는 그 시점에서 은혁은 비상 출입구를 날려 버렸다.
‘원래 계획은 드릴 랜스랑 사이오닉 런처로 날려 버리는 거였지.’
비상 출입구를 통째로 도려낸 다음, 사이오닉 런처로 먼 다차원 성계의 텅 빈 공간으로 날려 버리는 게 본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스템을 해킹하는 혼돈술사’ 직업을 얻어서, 좀 더 부드럽게(?) 일 처리를 할 수 있었다.
-피스메이커에게 종속당했던 리바이어던이 해방되었습니다!
-인공 성좌 리바이어던 시스템 복구 프로토콜 시작…….
-회복 중 : 0.151%
-회복 중 : 0.192%
-회복 중 : 0.202%
리바이어던이 복구되더라도, 이전처럼 기능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터였다.
“휴우. 그래도 일단 해냈군.”
이번 싸움에서는 완전히 승리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걸로 내가 꺾은 길드장은 총 3인인가.”
저스티스, 슬레이버, 피스메이커까지.
순식간에 길드장 셋을 꺾었다.
“축하한다, 은혁아. 결국 피스메이커까지 꺾었구나.”
“고맙다. 네가 다 서포트해준 덕이지.”
“그나저나 기분이 묘하네.”
“뭐가?”
“네가 부길드장 셋을 꺾는 데 걸린 시간보다, 길드장 셋을 꺾는 데 걸린 시간이 더 짧지 않냐?”
“스노우볼링이라는 거지.”
은혁은 새로운 직업을 얻을 때마다, 기존의 직업 위력도 강해진다.
뿐만 아니라 스탯 잠재력의 효율도 대폭 상승해서, 이제는 직업 스킬 없이 그냥 스탯빨로 밀어붙여도 될 정도다.
그때, 빌이 다가왔다.
발치에 널브러진 피스메이커와 페넬레시아를 흘깃 본 뒤, 은혁에게 물었다.
“아쉽진 않나? 그 귀중한 비상 출입구를 날려 버렸는데.”
“[피의 표식]을 남겨뒀으니 괜찮을 겁니다. 나중에 찾죠, 뭐.”
“아, 그랬지. 참 침착하게 표식을 남기더군.”
“그보다 놀라지 않는군요.”
“뭐가?”
“비상 출입구의 존재 말입니다. 이런 장소,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모르셨을 텐데요.”
“뭐, 100층탑에 비밀이 한둘인가?”
“그것뿐입니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없다면 피스메이커 놈과 페넬레시아를 평화의 감옥에 처넣고 싶은데.”
“저 둘은 신경 쓸 거 없습니다.”
“그래도 길드장과 부길드장인데?”
“저한테 패배한 자들이니까요. 반면에 당신은 다르죠.”
“호오?”
“연구 길드장 빌에게 [도전]하겠다.”
-길드장에 대한 [도전] 신청이 발동했습니다!
“으악! 은혁아!”
염훈은 경악했고.
“…….”
빌은 심드렁한 눈으로 은혁을 바라봤다.
“그렇군. 너는 늘 계획이 있는 놈이었지.”
“네.”
“이젠 날 쓰러뜨릴 차례라는 계산이 서니까 지체 없이 도전을 하는군?”
“이제 와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현재 길드연합국 플레이어 중에, 빌 길드장님만큼 저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드뭅니다.”
염훈은 은혁의 동료이고 서로 신뢰하는 사이지만, 행보에 대한 이해는 높지 않은 편이다.
반면에 빌은 은혁과 상당 부분 협력 관계에 있지만, 수틀리면 서로 전쟁을 벌여야 하는 사이이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비하고 있었다.
“묘수군. 참으로 완벽한 타이밍에 [도전]을 하는구만.”
빌은 은혁과 싸우게 될 경우를 상정해 왔지만, 하필 이 순간, 이곳에서 싸움을 걸어올 줄은 몰랐다.
은혁은 빙긋 웃었다.
‘예상대로군. 승률은 50% 이상이다.’
길드장은 강하다.
강력한 길드장인 피스메이커를 꺾었으니, 보통 지쳤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은혁은 이곳에 오기까지는 슬레이버를 불러서 힘을 아꼈고, 피스메이커와 싸울 때는 빌을 불러서 힘을 쓰게 만들었다.
덕분에 은혁은 최상의 컨디션의 80% 정도의 여력을 남겨두고 있었다.
“크흠. 저기,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염훈이 말했다.
“저기, 빌 길드장님?”
“말해라.”
“그냥 은혁이한테 항복하고 패배 인정하면 안 됩니까?”
“왜?”
“왜냐니. 굳이 은혁이랑 싸울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냥 힘을 합쳐서 100층탑 공략에 나서면 되지 않나요?”
“너의 그 논리대로라면, 차라리 너희도 그냥 3군주에 항복하면 되지 않나? 3군주 중 한 명 밑으로 적당히 들어가서 평화를 도모하면 되지 않나?”
“어, 그건 곤란하죠.”
“왜?”
“그야, 3군주가 악당이니까?”
“그럼 강은혁은 선량하고 덕망 있는 지배자일까?”
“어음…….”
염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은혁을 돌아봤다.
“으으, 미안하다, 은혁아. 내 양심이 막 나를 찌르네.”
“뭐래. 크크.”
은혁은 웃었고, 빌은 염훈과 은혁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 밖에도 내가 강은혁과 싸워야 할 이유는 많지. 나에게도 목표가, 내 나름의 이상이 있으니까.”
“압니다.”
은혁이 대답했다.
빌은 그 대답이 무척 거슬렸다.
‘이해합니다’가 아니라 ‘압니다’였기 때문이다.
“모르는 게 뭐냐고 묻고 싶을 정도군. 내 목적이 뭔지도 다 꿰고 있나 보군?”
“저도 제가 뭘 모르는지는 모를 지경입니다.”
“말장난하지 말고.”
“제 말장난이 싫다면, 제 [도전]을 진지하게 받아주시죠.”
“싫음. 피곤함.”
빌은 평소처럼 졸린 눈으로 말했다.
“누군가는 책임감을 갖고 피스메이커가 싼 똥을 치워야지. 아마 네 친구인 염훈도 내 말에 동의할 거다.”
그러자 염훈이 머뭇머뭇 동의했다.
“음, 은혁아. 도전은 다음에 해도 되지 않아? 내가 볼 때는 좀 서두르는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