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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37화 (337/434)

337화 : 57층 클리어

번쩍!!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과충전식 초대류염열파]가 쏘아져 나갔다.

발사와 거의 동시에 빙천궁이 잿더미로 변하고, 언덕의 윗부분도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빙천대제는 비명을 지르며 방어 스킬을 발동했지만, 둘 다 별 효력 없이 화염에 집어삼켜졌다.

콰오오오오오오……!!

두드드드드드드……!!

사방의 빙하가 모조리 깨지고, 먼 배경의 산에서 눈사태가 났다.

화르르르르……!

순식간에 완전히 타버려서, 연기도 더 이상 나지 않았다.

“허억, 허억.”

은혁은 큼직한 얼음덩어리 위에 위태롭게 선 채 숨을 몰아쉬었다.

‘지친다. 역시 [염류화천심법]은 무리네.’

[플레이밍 소울] 자체는 써먹기가 너무 난해해서 [재난의 심장]과 합쳐봤더니, 이번에는 위력이 또 너무 강했다.

‘슬슬 승급을 고려해야겠는데?’

-현재 전사 숙련도 : 6%+++.

-현재 마법사 숙련도 : 45%+++.

-현재 도적 숙련도 : 24%+++.

-현재 무투가 숙련도 : 15%+++.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48%++.

-현재 드루이드 숙련도 : 34%++.

-현재 성직자 숙련도 : 80%

-현재 궁술사 숙련도 : 26%++.

-현재 스팀펑크 메카닉 숙련도 : 0%+.

-현재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숙련도 : 89%+++.

-현재 혈인술사 숙련도 : 97%+++.

-현재 혼돈술사 숙련도 : 6%+.

요약된 숙련도 메시지창을 은혁은 대충 훑어보고 치웠다.

‘마법사는 5차 각성의 순간이 오면 등급 올리지 말고 바로 승급해야겠다.’

그때가 되면 [염류화천심법]을 더 제대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자, 다시 가볼까.”

은혁은 깨진 빙판을 가볍게 뛰어넘어, 빙천대제를 찾으러 갔다.

빙천궁은 통째로 불타고 폭발해서 사라졌기에, 지하실로 내려가는 길을 오히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빙천대제는 그 계단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목숨을 걸고 방어 스킬을 발동한 덕분에 겨우 살아남았다.

“여어.”

“히익.”

빙천대제의 목은 쉬어 있었다.

막대한 화염이 끝이 없는 듯이 휩쓸고 가는 동안 목이 쉬어라 비명을 질러댔기 때문이다.

보기 드문 하늘색 머리카락을 한 소년의 모습이었으나 검은 재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손에는 전설급 무구인 빙천무극창을 쥐고 있었다.

“고수……!”

빙천대제는 은혁을 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쪽도.”

은혁은 그렇게만 말해주고는 양손을 들어 보였다.

“통성명이나 할까? 난 강은혁이다.”

“나, 나는 빙천대제 백주천이다.”

“내가 왜 왔는지 짐작하지?”

“큭! 날 죽이고 이 빙천무극창을 뺏으러 온 거겠지?”

“응? 아닌데.”

“그런 거짓말을……!”

“시스템이나 미션에 대해 모르나? 난 여기 제자 되러 온 건데.”

“제, 제자?”

“응.”

백주천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나보다 훨씬 강한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배울 게 없다는 뜻은 아니지.”

은혁은 손끝에 불꽃을 만들어 보였다.

백주천이 흠칫했다.

“너, 냉기를 지배할 줄 알지?”

“뭐, 약간은.”

쩌저적.

백주천 또한 손가락을 세우더니, 손끝의 공기를 통째로 얼려 버렸다.

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수준이 아니라 엄청난데?”

“…….”

“냉기를 다루는 기술을 배우러 왔다. 나를 제자로 삼아라.”

백주천은 은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쉽게 결정할 순 없어.”

“왜?”

“우리 가문의 역사와 [빙천신공]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그것 또한 대외비야.”

“음…… 다 알았다.”

“어?”

은혁은 계단 위에 있었고, 백주천은 아래에 있었다.

즉, 은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태.

‘[그림자 결속] + [사이코 메트리]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섀도 메트리].’

그렇게 은혁은 백주천이 말하는 중 생각한 사실 즉, 그의 가문의 역사와 [빙천신공]의 연원을 쏙쏙 읽어냈다.

“너네 차원은 지고의 위상에 의해 멸망했지? 지고의 위상의 강림을 막기 위해 하늘마저 얼어붙게 하는 [빙천신공]을 너희 하북 백씨 가문은 연구한 거구나?”

“그, 그걸 어떻게?!”

“하지만 실패했고, 재능은 있지만 너무 어렸던 너는, 부모님 대신 빙천무극창을 챙긴 채 겨우 탈출했구나? 하지만 지고의 위상이 네가 살던 차원을 부쉈고, 그 과정에서 넌 다차원성계로 튕겨 나갔는데, 빙천무극창의 힘 덕분에 죽지 않았고, 차원의 휩쓸림과 신묘한 시스템 메시지와의 계약 등등의 기연으로 여기에 자리 잡게 된 거구나? 맞지?”

“어,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는 거지?! 넌 정체가 뭐냐!”

“궁금하면 날 제자로 삼으면 될 거 아니냐.”

은혁의 태도를 본 빙천대제는 기가 막혔다.

‘내가 이런 불가사의함을 느낀다고?’

빙천대제는 고향 차원이 파괴된 이후로, 100년이 넘게 살아왔다.

그러면서 늘 신비로운 존재로서 살아왔다.

무공의 고수.

냉기를 지배하는 기인.

제자를 들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존재.

하지만 지금 은혁의 모습에 비하면 그동안 자신이 쌓아 온 신비주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털썩!

빙천대제는 계단 밑에서 무릎을 꿇었다.

“오히려 제가 당신의 제자가 되어야겠군요.”

빙천대제 백주천은, 자신보다 더 많은 지식과 무력을 보유한 은혁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은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음…… 그럼 이건 어때? 서로가 서로의 스승 겸 제자가 되는 거.”

“그, 그런 경우는 전례가 없지 않습니까?”

“전례가 뭐 중요한가? 자!”

은혁은 ‘타오르는 술’을 두 병 꺼냈다.

“서로가 서로에게 술을 권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절을 올리는 것으로 사제의 예를 다할까 하는데, 어때?”

그러자 백주천은 황송해하며, 은혁이 주는 술병을 고사했다.

“아, 그건 좀.”

“술 싫어해?”

“그게 아니라, 빙천무극창이 지닌 단점이랄까, 저주가 있어서요.”

빙천무극창의 소유자는 손짓만으로 눈보라를 생성할 정도로 매우 강해지고, 음식 없이 얼음만 먹어도 장수할 수 있는 몸이 된다.

그 대신,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는 저주 아닌 저주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 사람의 음식을 먹은 지 오래입니다. 이 빙천무극창을 잠깐이라도 남에게 줘버리고 싶었던 적이 솔직히 많습니다.”

“그럼 되잖아?”

“저보다 강한 존재여야 하고, 저보다 [빙천신공]을 더 깊이 깨달은 존재에게만 양도가 가능합니다.”

빙천무극창은, 전설급 무구이면서 동시에 저주받은 아이템이었다.

“아하, 그래서 쉽게 제자를 받지 않았고, 포스트에게 강함을 증명하라고 시험을 내렸던 거군?”

어차피 어중이떠중이는 수백 명이 나타나도 쓸모가 없다.

백주천은, 진정한 제자를 하나 만들어서 빙천무극창을 잠시 양도하고, 사람의 음식과 술을 먹고 싶었던 것이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네?”

“받아. 이 술은 안 얼어붙는다.”

백주천이 조심스레 받은 순간.

“아! 정말 얼어붙지 않는다!”

“속고만 살았나.”

“게다가 이 온기라니!”

바쿠스가 직접 준 ‘타오르는 술’이다.

백주천은 그 술병에 뺨을 부비며 온기를 만끽했다.

“흐흐흑…….”

“그렇게 좋으냐?”

“부모님을 잃고, 빙천무극창과 함께 이곳에 틀어박힌 지 100년도 넘었습니다……. 아아, 이 온기는 너무나 감미롭구나.”

백주천은 조심스럽게 술을 한 모금 마셨다.

“크하앗!!”

“되게 맛있게 마시네. 힘들게 얻어 온 보람이 있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은혁이 말릴 새도 없이, 빙천대제는 은혁을 스승 겸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맹세해 버렸다.

“거참, 서로 가르쳐주는 게 나는 더 속이 편한데.”

“예! 정 그러시다면, 저는 술 마시는 법을 잘 모릅니다. 주도에 대해 가르쳐 주십시오!”

“……그냥 너한테서 [빙천신공]이나 배울게. 가르쳐줘봐.”

은혁은 백주천에게 [그림자 결속]을 건 채, 몇 가지 공격을 해보라고 했다.

백주천은 매우 약하게 각종 무공, 즉 스킬을 발동했고, 은혁은 일부는 몸에 맞고, 일부는 [스킬 커넥션]을 써서 백주천에게 역으로 돌려줬다.

그런 다음에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뒤, [스킬 트랜스미션]으로 백주천의 스킬을 빌려서 허공에 대고 스킬을 써봤다.

“[스킬 트랜스미션 : 백천신장].”

투확!!

새하얀 무형의 힘이 전방으로 뿜어져 나가더니, 공기를 얼어붙게 했다.

“으윽. 형님. 힘이 쫙 빠집니다.”

“음. 그렇겠지.”

아직 충분히 마음이 통하지 않았는지, [스킬 트랜스미션]으로 스킬을 빌려 쓰는 건 쉽지 않았다.

“역시 방법은 하나군. 너, 우리 길드에 충성 맹세해라.”

그렇게 은혁은 백주천을 불패불굴 길드에 영입했다.

“그럼 한 번만 더 해보자.”

“넵!”

그렇게 한 번 더, 기초부터 심화 과정까지 전수를 받았다.

스승 겸 형님이라는 묘한 포지션에서, 부길드장과 길드원이라는, 100층탑 시스템에 근본을 둔 인연이 성립되었다.

‘어?’

백주천의 가르침이 전부 이해되기 시작했다.

놀란 은혁은 그 상태로 [스킬 커넥션]과 [스킬 트랜스미션]을 이용해 각종 초식을 스킬 형태로 발동해 봤다.

화악!

투확!

처음 썼을 때보다 효율이며 위력이 몇 배나 상승했다.

‘뭔가 다 알 것 같아.’

그 직후, 미션 클리어 판정이 떴다.

-축하드립니다! 57층 메인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고유 스킬 [빙천신공]을 획득하셨습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전설급 아티팩트 빙천무극창을 획득하셨습니다!

파앗!

백주천이 들고 있던 빙천무극창이 어느새 은혁의 손에 쥐어졌다.

“엇?!”

“아! 형님께서 빙천무극창의 새로운 주인으로 인정된 모양입니다. 축하드립니다, 형님!”

“어, 음…….”

당황한 은혁은 잠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 스킬을 써봤다.

그리고 [빙천신공]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깨달았는지 되짚어 본 순간.

‘와, 진짜네. 다 깨달았잖아?’

엄청난 수련이나 심득 없이도 [빙천신공]의 묘리를 대부분 깨달은 상태였다.

‘아니, 몇몇 부분은 빙천대제인 백주천보다 더 나은 것 같은데?’

은혁에게는 여러 직업이 있었는데, [빙천신공]의 깨달음이 이미 갖고 있던 여러 직업의 실전성과 자연스레 융합되면서 더 다양한 층위의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그것을 자각한 순간.

-축하드립니다! [빙천신공]의 깨달음을 얻는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빙천대제’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엄청나군.’

은혁은 또다시 진지하게, 자기 자신이 지닌 사기성에 대해 감탄했다.

스승에게 장시간 가르침 받아도 깨달을까 말까인데, 은혁은 각종 퓨전 스킬과 부길드장의 권능으로 빠르게 얻어낸 것이다.

“음, 그럼 나가자.”

은혁은 백주천을 데리고 게이트로 향했다.

그 부근에는 덜덜 떨고 있는 포스트가 있었다.

“헉!”

포스트는 백주천을 보고 겁에 질렸다.

“아, 놀랄 거 없다.”

은혁이 간단히 설명했다.

포스트는 감격하며, 감사의 뜻으로 은혁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저의 직속 상관인 찰스 대장군께서 남겨주신 포션입니다. 가진 게 이것뿐이라, 이걸 드립니다.”

“어? 무슨 스탯 상승의 포션 같은 건가?”

“아뇨. 자폭의 포션입니다.”

“엥?”

-자폭의 포션 :

4성급 아이템.

재생력을 가진 강력한 늑대인간도 먹으면 터져서 산산조각이 나는 포션.

교황제의 부하인 대장군 찰스가 직접 만든 포션으로, 자기 자신이 죽어야 할 때는 물론, 부하가 자폭해야 하는 경우를 위해 만들어 나누어줬다.

위험한 물건이지만, 바꿔 말하자면 찰스의 직속 부하임을 상징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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