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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42화 (342/434)

342화 : 강은혁 VS 빌 (4)

‘침착하자.’

10초면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뭐가 있으려나?’

회귀자인 은혁은 빌의 10층 연구소가 튼튼하다는 것만 알았지, 비밀 지하 실험실이 있다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림자 분신 5.0] 연속 발동.”

스르륵.

스르륵.

곳곳의 어둠을 매개로 분신들이 나타났다.

시야를 공유하여 살펴보니 숨겨진 적은 없는 듯했고, 스킬도 잘 발동되었다.

-장외패까지 남은 시간 : 8초.

‘빌이 나를 장외패시키려고 한 것 같은데, 딱히 눈에 보이는 위협은 없군. 바로 위로 도약한다!’

물론, 바로 [그림자 도약]을 쓰면 위에서 기다리는 빌의 공격에 당할 터.

그래서 은혁은 그림자 분신들과 함께 [그림자 도약] 스킬로 올라가려 했다.

그 순간.

화악!!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살인적인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큭!”

은혁은 [화염 방패]로 막아냈다.

-장외패까지 남은 시간 : 6초.

‘귀찮네. [양자 터널]이랑 냉기의 창을 연계한 거구만.’

빌은 대련실에 머문 채로, [양자 터널]로 지하실을 향해 냉기만 뿜어댔다.

자신은 안전한 곳에서 냉기만 아래로 뿜어내는 영리한 전법이다.

‘꽤 똑똑한 시간 끌기군.’

대련장으로 10초 이내로 귀환하지 못하면 은혁의 패배다.

-장외패까지 남은 시간 : 4초.

‘이번에야말로 새로 얻은 혼돈술사 스킬의 힘을 최대한 쓸 때다!’

은혁은 [그림자 분신 5.0]을 상대로, 퓨전 스킬 [조건 조작]을 발동했다.

다차원 은행 결전 당시, 미션 제한 시간을 10배로 증가시켰던 꼼수였다.

“[조건 조작 : 장외패 조건인 10초를 5분으로 연장한다]!!”

파앗!!

[그림자 분신 5.0]의 장외패 제한 시간이 연장되었다.

물론, 강은혁 본체의 제한 시간은 그대로였지만.

“[뇌파 연동]!”

분신과 본체를 연동시켜, 은혁의 제한 시간도 연장했다.

-장외패 제한 시간이 연장되었습니다!

-장외패까지 남은 시간 : 4분 59초.

-장외패까지 남은 시간 : 4분 58초.

-장외패까지 남은 시간 : 4분 57초.

성공했다.

‘후후. 빌의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보이는 것 같군.’

장외패 남은 시간이, 계약 대결의 남은 시간보다 더 길 정도다.

물론, 계약 대결 제한 시간이 끝나면 대결 자체가 끝나므로, 이토록 긴 장외패 제한 시간은 별 의미가 없지만 은혁은 넉넉하게 장외패 제한 시간을 늘렸다.

그 순간.

번쩍!!

은혁의 머리 위에 [양자 터널]이 열리고, 창날이 내리꽂혔다.

퍼억!!

겨우 고개를 옆으로 숙여서, 창날은 어깨에 꽂혔다.

“큭?!”

통증이 심상치 않았다.

왠지 익숙한 냉기라서 더욱 소름 끼친다고 생각한 순간, [양자 터널] 너머에서 빌이 읊조렸다.

“당해봐서 알지? 레나의 궁극기인 [재현재귀의 냉기 프렉탈]이다.”

그 말과 함께 [양자 터널]이 닫혔다.

투화아아악……!!!

“커헉……!!!”

모든 걸 얼리는 [빙결의 룬]의 힘이 담긴 얼음이, 프렉탈 형태로 끊임없이 퍼져 나가는 궁극 스킬.

한번 발동하면 레나 자신도 마력이 전부 고갈될 때까지, 빙결화는 멈추지 않는다.

쩌적…….

쩌저저적……!

‘침착하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이전의 나와는 다르다!’

은혁은 침착하게 [빙천신공]을 발동했다.

파앗!

-냉기에 대한 깨달음 재확인!

-[재현재귀의 냉기 프렉탈]의 냉기가 체력과 마력으로 전환됩니다!

“좋아.”

오히려 체력과 마력이 회복되었다.

저 위에서 빌이 혀를 차는 소리가 은혁의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은혁이 장외패 제한 시간에 신경 쓰는 동안 일격을 먹여서 끝낼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자, 올라가 볼까!”

은혁은 그렇게 외친 뒤, 자신은 가지 않고 분신들만 [그림자 도약]시켜서 위로 올려보냈다.

타앗! 타앗! 타앗!

타앗! 타앗! 타앗!

순식간에 여럿을 올려보냈다.

그리고 분신들과 시야를 공유해서 안전하다는 판단이 선 뒤.

파앗!

은혁 또한 [그림자 도약]으로 튀어 올라갔다.

파바바박!

빌은 분신들을 빠르게 해치웠지만, 본체인 은혁이 올라온 것을 보고 잠시 멈췄다.

계획이 어긋나서인지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계약 대결로 정해놓은 규칙까지 조작하다니. 그건 너무 사기 아닌가?”

“제가 사기 캐릭터인 거 이제 알았습니까?”

타앗!

은혁은 빌에게 정면으로 달려 들어갔다.

“[양자 터널]!”

빌은 냉기의 창을, 눈앞에 생성된 [양자 터널]을 향해 찔렀다.

슈욱!

[양자 터널]의 출구가 은혁의 목 밑에 생성되었고, 은혁은 가볍게 피하며 [패링]으로 쳐 내려 했다.

그 순간.

-[패링] 스킬 발동에 실패하셨습니다!

‘어?!’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은혁은 황급히 몸을 피했지만.

번쩍!

푹! 푹! 푹!

푹! 푹! 푹!

“으윽……?!”

여섯 개의 창날이 은혁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양자 터널]을 연속 발동했다.”

겉으로 볼 때는 [양자 터널]이 하나지만, 빌은 그것을 여러 겹 겹쳐서 발동할 수 있었다.

빌은 시간차로 출구를 여러 개 생성하여, 냉기의 창날이 은혁의 몸 여섯 군데를 찌르도록 했다.

‘망할.’

“다시 내려가라.”

파앗!

빌은 [양자 터널]을 또다시 은혁의 발밑에 발동했다.

우당탕!

이번에는, 아까의 지하실과는 다른 새하얀 방에 떨어졌다.

“크윽.”

은혁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쩌저저적……!

[재현재귀의 냉기 프렉탈]이 무려 여섯 개나 은혁의 몸에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은혁은 프로스트 스파이럴의 창날을 몸에 댔다.

그리고 빙천대제로서 깨달은 [빙천신공]과 프로스트 스파이럴에 내장된 [냉기 지배] 스킬을 발동했다.

“[빙천신공]! [냉기 지배]!”

파앗! 파앗!

-빙결 진행 속도가 더뎌집니다!

-그러나 냉기의 창에 마력이 고갈될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습니다!

“큭.”

문제는 너무 여러 번 찔렸다는 것.

게다가 여러 버전의 복제 레나가 창의 형태로 융합된 상태이므로, 그 창에 내장된 마력도 은혁의 상상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아, 이거 골치 아프네.’

그 순간.

기이이이잉……!

하얀 방에 경고등이 켜지고, 바닥이 통째로 돌기 시작했다.

“어?”

은혁은 바닥에 깔린 것이 전부 무언가의 가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자 분해기 안에서 생명체를 감지했습니다!

-빌 길드장의 원자 분해 실험 승인!

-원자 분해기가 작동합니다!

“젠장!”

이곳은 통째로 무언가를 분해하는 원자 분해기였다.

“[시스템 해킹 : 원자 분해기 소유권 획득].”

즉시 혼돈술사 스킬을 썼지만.

-연구 길드 3중 보안 시스템 가동!

-시스템 해킹을 방해합니다!

빌은 예상이라도 했는지 보안 시스템을 깔아뒀다.

‘상관없다.’

어차피 연구 길드 전용 보안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시스템 폭주]!!”

카가가가가각……!

파지지직!

은혁은 보안 시스템을 발동시킨 뒤, 그 보안 시스템을 폭주시켜서 원자 분해기 자체를 망가뜨렸다.

기유우우웅…….

원자 분해기가 작동 정지 되었다.

‘휴, 한숨 돌렸군.’

문제는, 이번에도 빌은 은혁이 원자 분해기에 관한 위기를 극복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스르륵.

스르륵.

[양자 터널]이 여러 개 생겼다.

단, 목소리가 겨우 통할 정도로 작은 점 크기였다.

스르륵.

그 구멍을 통해, 미세한 얼음 입자들이 모여 빌의 형상이 되었다.

은혁은 바로 [염열파]로 쓸어버리려 했지만.

“내 모습이 보이나, 강은혁?”

“네.”

“마지막 기회를 주지.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죽이진 않겠다.”

“와, 고민되네요.”

은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어떻게 탈출해서 한 방 먹일지 고민했다.

‘여길 탈출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양자 터널]이 참 귀찮네.’

빌의 공격은 물론, 은혁의 몸까지 여기저기 전송시키는 힘.

은혁은, 타이밍을 잘 맞추면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어려워.’

상대의 [양자 터널] 함정이 언제 날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싸우기는 쉽지 않다.

빌이 냉기의 창으로 공격하며, [양자 터널]로 방어와 견제에 집중한다면, 이 싸움은 끝이 없을 터.

-계약 대결의 제한 시간이 40초 남았습니다!

이대로 무승부를 내는 게 빌의 노림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승부가 나면 은혁이 불리해진다.

은혁과 은혁이 속한 불패불굴 길드는 전통 있는 7대 길드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진다면?

그동안 쌓아온 연승 무패 행진이 깨진다.

물론, 한 번 진다고 해서 은혁의 강함이 의심받는 일은 없겠지만, 압도적인 연승 무패의 상징성이 훼손되는 건 피할 수 없다.

그 경우, 추후에 통합길드장이 된다고 해도, 모든 플레이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기 힘들거나 다시 그런 지지를 얻을 때까지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릴 것이다.

‘압도적인 지지가 없으면, 나와 염훈이 진행할 계획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런 은혁의 속을 들여다보듯, 빌이 말했다.

“이미 싸움은 무승부로 끝났어.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가상 두뇌]를 통해 연구소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변수를 계산했고, 지금도 계산 중이다.”

즉, 빌은 싸우는 순간순간마다 무승부를 계산했다는 뜻이다.

“너는 71.5414%의 확률로, 다시 [그림자 도약]으로 내 앞에 서고 온갖 공격을 퍼붓겠지. 그럼 난 연구소 곳곳으로 도망칠 거다.”

“……!!”

가능한 일이었다.

[양자 터널]과 [퀀텀 리프]를 자기 자신에게 쓰면, 여기저기 도망쳤다 돌아왔다를 반복 가능할 터.

그러는 대신 은혁에게만 기술을 써온 것은, 제한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순간 써먹기 위해서였다.

“내가 복제품 레나를 모조리 쑤셔 박은 창을 가지고 근접전을 펼쳐 보인 것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를 너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으음……!”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시 철저하게 방어와 회피 위주로 싸울 거다. 그리고 제한 시간은 종료되고, 무승부로 끝나겠지.”

빌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넘쳤다.

빌이 보인 첫 여유였다.

-계약 대결의 제한 시간이 30초 남았습니다!

‘빌이 처음으로 방심했다!’

은혁은 특유의 감각으로 승기를 잡았음을 직감했다.

방금의 여유는 무승부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 끝에 보인 여유일 터.

‘해보자!’

은혁은 [그림자 분신 5.0]을 가까이 모은 뒤, [시스템 바이러스 생성]을 발동했다.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그림자 분신 6.0]!”

파앗!

겉으로 봐서는 이전 버전과 별 차이 없는 [그림자 분신 6.0]이 생겨났다.

파앗! 파앗! 파앗!

…….

…….

파앗! 파앗! 파앗!

그림자 분신이 무수히 늘어났다.

핵심은, 은혁은 딱 한 번만 발동했다는 점이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빌이 외쳤다.

은혁은 히죽 웃었다.

“복제가 복제를 만드는 거 처음 봅니까?”

[그림자 분신 6.0]은 성능상으로는 [그림자 분신 5.0]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6.0 버전은 분신이 스스로 분신을 추가 생성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

그렇게 순식간에 100체가 넘는 분신이 생겨났다.

-계약 대결의 제한 시간이 15초 남았습니다!

“가자!! 전부 [그림자 도약]!!!”

파앗! 파앗!

…….

…….

파앗! 파앗!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무수히 많은 분신들이 [그림자 도약]으로 다시 대련장으로 올라갔지만, 그럼에도 원자 분해기 안에는 여전히 그만큼의 분신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큭!”

대련장의 빌은 [아토믹 블래스트] 스킬을 양손으로 마구 쏘아대며 방어했다.

콰콰쾅!!

콰콰콰콰콰쾅!!!

보통 인간이라면 그 여파로 뿜어진 방사능만으로도 죽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빌은 [아토믹 블래스트]를 난사했다.

그때마다 [그림자 분신 6.0]은 소멸했다.

‘어디지? 본체는?’

[그림자 분신 6.0]은 미끼이자 연막이었다.

[아토믹 블래스트]의 위력이 지닌 단점은 너무 강하다는 것.

비교적 좁은 공간인 대련장에서 핵 공격을 난사하면, 빌 자신도 폭음과 진동 때문에 진짜 은혁을 감지해 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미 진짜 은혁은 다른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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