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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43화 (343/434)

343화 : 강은혁 VS 빌 (5)

‘어디냐!’

빌은 당황했다.

빌은 연구소 건물 내부를 관찰 가능했으며, 가상 두뇌의 힘으로 행동 패턴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은혁의 분신과 빌 자신이 쓰는 연속 핵 공격 때문에 은혁의 본체는 감지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투두두두두……!

건물 전체가 유난히 흔들리는가 싶더니.

콰콰콰쾅!!!

천장이 부서지면서 은혁이 내려왔다.

“[택티컬 디깅]!!!”

“뭣?!”

돌무더기를 피하면서, 빌은 깨달았다.

‘아예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온 건가!’

은혁은 분신들을 보내는 한편, 자신은 슬쩍 연구소 밖으로 [그림자 터널]로 빠져나갔다.

그런 다음 제한 시간이 다 되기 전 연구소의 건물 꼭대기로 뛰어 올라간 뒤, 세븐 칼리버를 제3형태인 드릴 랜스로 전환, 통째로 지붕을 뚫고 돌무더기와 함께 위에서 공격을 가했다.

쿠과과과과광……!!

빌은 무수한 돌무더기를 향해 [원자 분해 필드]를 써서 막아냈다.

막대한 양의 바닷물도 모조리 기화시켰던 빌로서는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은혁은 [그림자 도약]으로, [원자 분해 필드]의 안쪽 틈새를 노려 도약했다.

“큭!”

빌은 허를 찔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차라리 제한 시간 종료로 무승부를 노리지 않았다면!’

그 계획이 빌의 마음에 빈틈을 만들었다.

은혁은 빌의 빈틈을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았다.

“차원의 낚싯대!”

철컹! 푸욱!

낚싯바늘이 빌의 왼팔에 꽂혔다.

“[그림자 결속]!”

파앗!

이제, 빌은 [양자 터널]이나 [퀀텀 리프]로 도망치려 해도 소용없었다.

은혁과 함께, 차원의 낚싯대와 [그림자 결속] 스킬에 결합되었으므로.

그 의미를 깨달은 빌은 투지를 불태웠다.

“도망 따위 칠까 보냐!!!”

은혁은 제한 시간이 몇 초밖에 안 남은 상태에서도, 빌과 싸우고자 했다.

그래서 빌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느라 귀한 몇 초를 소진했다.

그 의미를 깨달은 빌 또한 최후의 투지를 불사르며 동귀어진의 각오로 스킬을 발동했다.

“[원자 분해]!!”

“[블레이징 러시]!!”

번쩍!!

투쾅!!

가장 자신 있는 근거리 기술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콰콰콰콰콰콰……!!

-계약 대결의 제한 시간이 5초 남았습니다!

동귀어진을 각오한 빌이었기에, 오히려 은혁의 공격에 팽팽하게 맞서 무승부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계약 대결의 제한 시간이 4초 남았습니다!

-계약 대결의 제한 시간이 3초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림자 결속] + [미완성 시간 되감기] 융합!!”

테일러로부터 슬쩍 베낀, 2초를 되감는 스킬.

그것을 [그림자 결속]을 발동한 채로 썼다.

-히든 이펙트 발동!

“[결속형 시간 되감기!!]”

화악……!

은혁과 빌의 시간이 2초 되감겼다.

‘뭣?!’

빌은 몸이 두둥실 뜨는 것을 느끼며, 오직 자신과 은혁의 시간만이 되감기는 것을 느꼈다.

-계약 대결의 제한 시간이 5초 남았습니다!

시간이 되감겨 다시 5초 남은 때로 돌아왔다.

“5초면 충분하다!!”

은혁은 마지막의 마지막 힘을 쥐어짜 냈다.

“차핫!”

부웅!

은혁은 칼라미티 해머를 냅다 집어 던졌다.

근거리에서 내던진 것이니만큼 피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접근전을 각오한 빌은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휘익!

철컹!!

하지만 칼라미티 해머는 빗나간 게 아니었다.

빌이 이미 부서뜨린,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잔해에 던진 것이다.

-세븐 칼리버 인식 완료!

파괴된 드래곤 파워드 아머였지만, 아직 동력은 존재했고, 세븐 칼리버를 인식해 냈다.

“[6연발 초재난 클라우드 캐논]!! 원격 발사!!”

은혁은 미리 프로그래밍해 둔 재난포를 발사시켰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즉, 빌의 뒤에서부터 재난포가 날아들었다.

“뭣?!”

빌은 경악했다.

자신의 등 뒤에서 재난포가 날아온다는 건, 정면에 있는 은혁 자신도 같이 뒤집어쓴다는 뜻.

하지만 은혁에게는 중화시킬 방법이 있었다.

“[염열파] + [빙천신공]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빙염폭쇄류장]!!”

번쩍!!

콰과과과과광!!!

섞이지 않는 냉기와 화염이 일점에서 폭발하며 전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빌은 등 뒤에서 덮쳐오는 [6연발 초재난 클라우드 캐논]과 정면에서 날아드는 [빙염폭쇄류장]에 끼인 꼴이 되었다.

재난과 에너지의 격류는 아무리 [원자 분해 필드]라 해도 막을 수 없었고, 설령 막을 수 있다 해도 정면과 후방 양쪽에 동시에 집중시켜야 했을 테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콰콰콰콰콰쾅……!!!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빌과 은혁은 동시에 의식을 잃었다.

* * *

은혁은 기절한 상태였다.

‘눈을 떠야 한다. 싸워야 한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눈꺼풀을 들어 올릴 수도 없었다.

‘꼭 가위눌린 것 같군.’

하지만 자기 몸에 대해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은혁은 빌과 싸우느라 체력과 마력을 모두 쏟아부은 탓이라고 생각했고, 휴식을 취하면 곧 눈을 뜰 수 있다고 여겼다.

‘문제는 싸움에서 내가 이겼는지 졌는지 알 수가 없다는 거군.’

청각에 정신을 집중해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다만 숙련도 상승 메시지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전사 숙련도 : 10%+++.

-현재 마법사 숙련도 : 65%+++.

-현재 도적 숙련도 : 29%+++.

-현재 무투가 숙련도 : 25%+++.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53%++.

-현재 성직자 숙련도 : 80%.

-현재 드루이드 숙련도 : 37%++.

-현재 궁술사 숙련도 : 30%++.

-현재 스팀펑크 메카닉 숙련도 : 0%+.

-현재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숙련도 : 93%+++.

-현재 혈인술사 숙련도 : 1%++++.

-현재 혼돈술사 숙련도 : 36%+.

혈인술사의 숙련도가 상승하여, 5차 각성에 도달했다.

혈인술사 직업 자체가 이미 승급직이었기에, 등급을 올리느냐 승급하느냐 선택지가 뜨는 대신, 자동으로 등급 올리기 선택지가 나타났다.

-5차 각성 선택지로, 등급을 올리셨습니다!

-SS-급 직업 에너지를 흡수하는 혈인술사 → SS급 직업 에너지를 흡수하는 혈인술사

-모든 스탯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모든 스킬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매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매력 : A- → A

-축하드립니다! 마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마력 : SS- → SS

-혈인술사 스킬 [광역 피의 저주]를 획득하셨습니다!

-혈인술사 스킬 [제물 바치기]를 획득하셨습니다!

-혈인술사 패시브 스킬 [혈왕의 피]를 획득하셨습니다!

‘으음. 힘이 돌아온다.’

은혁은 거의 의식을 회복했다.

그때였다.

-이스트가 [텔레파시] 스킬을 신청해 옵니다!

‘어?’

은혁은 무의식 중에 [텔레파시] 스킬을 썼다.

덕분에 몸의 통제권이 더 빠르게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강은혁 플레이어! 들립니까!’

‘네, 이스트 대사님.’

‘대사직에서 물러난 지가 언젠데 대사입니까? 아니, 그런 것보다 당신 지금 어딥니까!’

‘기절 중이라 잘 모릅니다만 아마 10층 어딘가겠죠.’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하여간 5층의 황금 궁전에는 가지 마십쇼! 거기 관리국 요원들이 쫙 깔렸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은혁의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설마 내가 이겼습니까?’

‘아까부터 무슨 소립니까?’

‘아니, 슬슬 의식이 다 회복된 거 같군요. 하여간 경고해줘서 고맙습니다, 이스트 대사님.’

은혁은 [텔레파시]를 끊었다.

“헉!”

그와 동시에 은혁은 눈을 떴다.

은혁이 있는 곳은 10층 연구소 한편에 마련된 의무실이었다.

“정신이 드냐!”

염훈이 물었다.

“으으, 내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지? 그리고 승부 결과는?”

그러자 빌의 얼굴이 불쑥 나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네가 기절한 지는 10분 정도 지났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승부다.”

빌 또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몸 곳곳에 화상 치료 마법이 걸린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은혁보다는 일찍 깨어났지만, 그도 방금까지 기절해 있었다.

“무, 무승부라면……?”

“우리가 싸우느라 대련장을 다 부쉈기 때문이지.”

“아……!”

[계약 대결] 조건을 걸 때, 대련장의 벽과 천장 등이 완전히 파괴되는 경우 무승부로 하기로 했었다.

빌과 은혁의 싸움은 실제로 대련장뿐만 아니라 연구소 전체의 절반 이상을 파괴했다.

그나마 이 의무실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무사했다.

“무승부인가.”

은혁은 탄식했다.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했더니만.’

그 전력을 다한 탓에 대련장이 파괴되어 무승부가 되어 버렸다.

은혁은 속이 쓰렸다.

패배했다는 말을 들었어도 이처럼 속이 쓰리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때, 빌이 말했다.

“걱정 마라. 내가 패배를 인정할 생각이니까.”

“엥?”

“나, 연구 길드장 빌은 패배를 인정한다.”

-연구 길드장 빌이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패배 인정 메시지가 떴다.

은혁이 놀라서 벌떡 일어나자 빌은 평소의 졸린 표정으로 말했다.

“강은혁. 네놈이 마음에 들어서 선선히 패배를 인정한 건 아니다.”

“그럼……?”

“그냥 그렇게 정했다. 이번 싸움이 무승부로 끝나고, 네가 전력을 다한 경우에는, 그냥 패배를 인정하기로.”

빌은 싸우며, 은혁이 전력을 다했음을 느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느낀 점은, 다음에 한 번 더 싸우면 100% 진다는 점이었다.

‘그런 경우라면 무승부여도 사실상 패배나 다름없다.’

그리하여 빌은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이제, 길드연합국의 미래는 네 손에 달렸다, 강은혁.”

“그렇군요.”

은혁은 잠깐이지만, 중압감에 짓눌릴 것 같았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96.

-7인의 길드장 중 4인을 상대로 승리하였음이 확인되었습니다!

-황금 궁전에서 임시 통합길드장 지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당장 통합길드장이 되는 건 아니고, 5층에 있는 황금 궁전으로 가서 임시 통합길드장이 되었음을 선포하는 경우 그 권능을 쓸 수 있는 모양이다.

벌떡!

은혁은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자, 염훈!”

“어?”

“임시 통합길드장이 될 시간이다! 아! 빌 길드장님. 제 드래곤 파워드 아머 좀 수습해 주세요!”

“바로 부려먹기냐.”

빌은 투덜거렸지만 그러기로 했다.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맡길 정도면 빌을 어느 정도 믿는다는 뜻이었으니까.

타앗!

은혁과 염훈은 연구소 밖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크윽, 놓칠 수 없다!”

“나, 나도!”

의무실에는 싸움에 휘말려 다친 탓에 치료받던 기자들이 있었다.

기자 정신이 투철한 이들은 카메라를 움켜쥐고 은혁과 염훈의 뒤를 쫓았다.

* * *

은혁은 임시 통합길드장이 되었음을 선포하기 위해 5층으로 달려갔다.

황금 궁전으로 가려다 보니 중앙의 광장을 가로질러야 했다.

타탓!

광장에는 아직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중계를 보고 있었다.

“앗, 강은혁이다!”

“싸우다 바로 온 것 같은데?”

“어딜 저렇게 뛰어가는 거야?”

“와! 우리도 생중계되고 있어!”

“어, 진짜다!!”

집념의 기자들은 아직도 은혁과 염훈을 쫓으며 방송을 중계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광장에 있는 이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우리도 스크린에 나온다!!”

“가라! 강은혁!!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와하하하!!!”

광장에 모인 이들이 열광했다.

빌과 싸우느라 피투성이가 되었던 은혁은, 그들 사이를 달리며 외쳤다.

“역사적인 순간이 보고 싶습니까! 궁금하면 다 따라오십쇼!!”

그러자 사람들은 더욱 크게 열광하며 은혁과 염훈의 뒤를 따라 달렸다.

“와아아아아아!!”

끝없는 환호성은 마치 망토처럼 은혁과 염훈의 뒤를 따랐다.

빌과 은혁의 싸움을 구경하러 나온 모든 이들이 열광하며, 따라 달리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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