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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44화 (344/434)

344화 : 임시 통합길드장이 되다

“강!! 은!! 혁!! 강!! 은!! 혁!!”

“강은혁!! 통합길드장 가즈아!!!”

“뭣?! 지금 강은혁이 통합길드장 하러 가는 거임?!”

“하하하! 모르면서 쫓아가는 겁니까?”

“모르면 어때! 일단 끝까지 따라가자고!!”

우르르르르……!

수많은 사람들을 뒤에 거느린 채 황금 궁전 입구에 도달했다.

“앗, 은혁아!”

“음.”

황금 궁전 입구에는 관리국에서 나온 요원들이 100명 가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은혁에게, 비상용 출입구를 날려 버린 일에 관해 추궁하기 위해 온 이들이었다.

은혁이 빌과 승리하고 만신창이가 되어 황금 궁전에 오면 그 자리에서 포위한 뒤 취조할 생각이었지만.

“이런.”

“이렇게 많은 이들을 끌고 오다니.”

관리국 요원들은 당황하고 말았다.

은혁은 성큼 다가가며 히죽 웃었다.

“인파에 깔리기 싫으면 비키시죠.”

그 태연한 모습을 본 관리국 요원은 발끈했다.

“강은혁 플레이어. 우리가 왜 왔는지 아시겠지요?”

“아뇨.”

“당신이 날려 버린 비상용 출입구에 대해 묻기 위해 왔습니다.”

은혁은 내심 놀랐다.

‘떠나기 전에 [악성 코드 생성]과 [흔적 편집] 스킬을 썼는데도 들켰다고?’

은혁은 자신이 서툴렀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관리국 요원은 훗, 하고 웃었다.

“‘누군가’가 꼼꼼하게 함정 코드를 심고, 흔적까지 지운 다음 떠났더군요. 한데 그곳에서 숙련도가 급상승한 플레이어는 당신뿐이었습니다.”

‘아하! 숙련도 상승 메시지는 기록에 남나?’

관리국 요원들에게는 그런 걸 확인하는 방법이 있는 듯했다.

‘다음에는 내 숙련도 상승 메시지가 있었던 흔적도 지우는 법을 연구해야겠군.’

“강은혁 플레이어. 솔직히 당신도 인정하지요? 그 장소에서, 비상용 출입구를 날리고, 그 흔적까지 지울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라는 거.”

“글쎄요. 그보다 비상용 출입구가 도대체 뭡니까?”

“자꾸 모르는 척할 겁니까?”

“모르는 걸 아는 척해야 할 이유는 없을 거 같군요.”

은혁은 허세를 부렸다.

그러자 관리국 요원은 협상조로 말했다.

“당신을 체포하러 온 것도 아니고 죄를 물으러 온 것도 아닙니다. 플레이어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그렇다면 왜 날 추궁하러 온 겁니까?”

“당신이 날려 버린 비상 출입구 때문입니다. 그건 관리국 기준에서도 귀한 물건이며, 100층탑의 안보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어디로 날려 버린 것인지만 말해주시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없고 말씀드릴 것도 없습니다.”

그러자 몇몇 관리국 요원들이 화를 냈다.

“저 뻔뻔한 인간 같으니!”

“당신이 우리 노리 차장님을 공격한 걸 우리는 잊지 않았습니다!”

“당장 협조하지 않으면……!”

화를 내던 관리국 요원들은 알아서 화를 식혔다.

왜냐하면 은혁의 뒤를 따르던 수많은 인파가 화를 냈기 때문이다.

“뭐야? 왜 멈춘 거야?”

“관리국 요원들이 나타났다나 봐.”

“그 인간들이 왜?”

“또 무슨 딴지 걸러 왔나 보지, 뭐.”

인파 중에는 불패불굴 길드원들도 다수 섞여 있었고, 관리국에 대한 불만은 들불처럼 퍼져 나갔다.

“관리국은 비켜라!”

“지금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관리국은 또 내정 간섭이냐!”

“관리국은 물러가라!”

임시이긴 하지만 통합길드장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 중대한 순간을 관리국이 막아서러 왔으니 화가 나는 게 당연했다.

“오늘은 물러나시죠.”

은혁의 이 말은 매우 얄미운 말이었다.

막상 은혁이 통합길드장 자리에 올라서면, 관리국은 ‘오늘은’이 아니라 ‘오늘도’ 물러나야 할 것이다.

강은혁이 임시 통합길드장이 되면 그 지위는, 7대 길드의 길드장들보다 높은 지위가 되므로.

“큭…….”

관리국 요원들은 분한 마음을 억누른 채 물러나야 했다.

저벅저벅.

그들이 물러나자, 은혁과 염훈을 뒤따르던 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

“강은혁 만세!!”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은혁이 몇 마디 위엄 있는 말로 관리국 요원 100명을 한 번에 쫓아낸 것으로 보였다.

“야, 은혁아. 이것도 다 노린 거임?”

염훈이 소곤소곤 물었다.

“글쎄?”

은혁은 그렇게 말한 뒤 황금 궁전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의 경비대원들은 더 이상 막아서지 않았다.

한 걸음 안으로 들어선 순간.

-강은혁 플레이어의 자격을 확인 중…….

-길드연합국의 임시 통합길드장이 되었음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오옷! 진짜 되는구나!”

은혁보다 염훈이 감탄하며 방방 뛸 기세였다.

“그렇게 좋냐, 염훈?”

“당연하지! 이제 길드연합국 플레이어끼리는 싸우지 않고 평화가 찾아오는 거잖아?”

“후후.”

“아, 아님?”

“당장은 아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맞아.”

은혁은 인파를 향해 뒤돌았고, 인파는 얼른 숨죽이며 조용히 했다.

“제 이름은 강은혁이고, [도전자]로서 7대 길드의 모든 부길드장을 상대로 승리하였으며, 추가로 길드장 4인을 상대로 승리하였습니다. 나머지 길드장 3인은 길드연합국에 부재한 상태이므로, 저 강은혁은 길드연합국 헌법 제5항에 의하여 임시 통합길드장이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그 순간.

철컹!!

황금 궁전의 지붕이 열리고, 거대한 안테나 같은 게 나타났다.

“우왓?!”

“저게 뭐야!”

사람들이 더 잘 보기 위해 눈을 크게 뜬 순간.

번쩍!!

파앗!!!

황금빛이 길드연합국 전역에 퍼지고, 7대 길드의 길드장들을 찾아서 굵은 황금빛의 줄기가 뿜어져 나갔다.

-임시 통합길드장이 등극하였습니다!

-새로운 임시 통합길드장이 등극하였음을 알리는 정보가 7대 길드의 길드장들에게 전송됩니다!

“우왓?!”

“윽! 눈부셔!”

황금빛은 서서히 사라졌다.

플레이어들이 천천히 눈을 뜬 순간.

“앗?!”

“어디 갔지?”

은혁 또한 빛과 함께 어디론가 전송된 뒤였다.

* * *

은혁은 황금색 빛으로 이루어진 공간에 전송되어 있었다.

먼 곳을 보면 100층탑의 최종벽이 드러나 있는데, 막상 그곳으로 걸어가려고 해도 제자리였다.

은혁이 잠시 주변을 관찰하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물었다.

“신기해?”

“네.”

은혁은 대답하며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황금색 로브를 뒤집어쓴 여인이 있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100층탑의 설계자 중 한 명이며, 황금 궁전의 설계자야.”

은혁이 놀란 눈으로 보자, 그녀는 두 손을 허리에 짚으며 “엣헴!” 하는 소리를 냈다.

“잘은 모르겠지만 엄청난 거물이신 것 같군요. 그럼 관리국 소속이십니까?”

“관리국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이전의 존재지. 지금은 은퇴한 원로 포지션이라고 해둘까?”

“실례지만 존함이?”

“그냥 설계자라고 불러.”

대답하며 머리까지 뒤집어쓴 후드를 걷었다.

“가면을 쓰셨군요.”

“맞아. ‘최초의 가면’ 중 하나야.”

은혁은, 설계자가 쓴 가면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구원 길드장 올마스크가 100층탑 바깥에서 쓰던 가면의 묘사와 비슷해. 그리고 아벨의 옛 기억 속 총관리자도 가면을 썼지…….’

“내 가면이 이상해?”

“아뇨. 설계자께서 저를 이곳에 부르신 이유가 궁금해서.”

“응. 이거 주려고 불렀어.”

설계자는 목걸이 하나를 던져줬다.

은혁은 지체 없이 착용했다.

-통합길드장의 목걸이 :

9성급 유일 아이템.

7대 길드를 통합한 지배자의 목걸이.

국가 간의 대전을 치르는 경우 모든 전투 관련 스탯과 스킬의 효율이 50% 증가한다.

성좌 연합, 드래곤 컬트, 지고의 위상을 상대로 동등한 지위에서 대화 및 교섭이 가능해진다.

현재 길드연합국에 등록된 모든 길드의, 길드장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어때? 마음에 들어?”

은혁은 만족을 모르는 타입이었기에 역으로 질문했다.

“질문이 몇 가지 있는데 해도 됩니까?”

“물론. 답변 가능한 거라면.”

“이걸 쓰려면 반드시 통합길드장이어야 합니까?”

“원칙적으로는 그렇지만, 길드연합국의 지배자이기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너는 ‘임시’ 통합길드장이지만 별문제 없이 착용했잖니?”

“대충이군요.”

“응, 대충이야. 애초에 길드연합국 헌법도, 내가 시켜서 억지로 만들어낸 거고.”

“아, 당신이 7대 길드의 길드장들에게 헌법을 만들도록 한 사람입니까?”

“직접 모습을 드러낸 건 아니고, 시스템 메시지로 시킨 거지만, 맞아.”

“와…….”

“대단해 보여?”

“네, 솔직히.”

“후후. 왠지 기분 좋네.”

은혁은 이어서 설계자의 기분을 좋게 할 만한 찬사를 덧붙였다.

설계자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아 보였다.

“흐흥~ 하지만 비밀 같은 걸 알려줄 수는 없어~.”

하지만 설계자는 막판에 철벽을 쳤다.

은혁은 아쉽다고 생각하면서도 질문했다.

“당신의 정체나 관리국의 정체 정도는 답변해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얘가 엄청난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하네?”

“쩝, 역시 안 되나요?”

“응. 하지만 네가 100층탑의 정상을 정복할 때쯤이면, 원하는 답을 다 얻을 거라 생각해.”

“그러면 그거, 진짜입니까?”

“그거라니?”

“100층탑의 정상을 정복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소문 말입니다.”

“응. 그건 거의 진짜야.”

“거의?”

“사실, 그 ‘소원’에 관한 건 관리국도 몰라. 관리국은 100층에 위치하지만, 관리국도 100층 꼭대기에 담긴 진정한 힘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어. 그저 100층탑의 힘을 관리할 뿐.”

“으음……!”

이것은 상당히 큰 정보였다.

초월적인 존재인 관리국조차, 100층탑을 완전히 ‘제작’한 존재는 아니다.

층을 개발하고, 층이 부서지면 복구하거나 통합할 수는 있어도, 이미 존재하는 100층탑을 개보수하거나 증축하는 수준일 뿐.

관리국은 말 그대로 ‘관리’하는 존재일 뿐인 것이다.

“오직 100층탑을 정복한 플레이어만이 100층탑 정상에 담긴 힘을 이해하고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관리국이 100층탑을 관리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건 대충 알지만 말해줄 수 없어.”

“후우, 결국 100층탑 꼭대기까지 정복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바로 그거야.”

“그럼 더 질문할 게 없습니다.”

“후후. 그럼 특별히 조언 하나 해줄게.”

“해보시죠.”

“100층탑 공략은 무척 힘든 일이고, 앞으로도 힘든 일은 더 많이 있을 거야. 마음이 꺾일 것 같아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

설계자의 목소리에는 따스함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은혁은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너스 하나 더!”

“오?”

“네가 승급하길 원하는 직업이 있다면, 바로 하나 올려줄게.”

“와, 정말요?”

“이래 봬도 설계자니까. 그 정도의 권능은 있어.”

“그럼…….”

은혁은 고민 끝에 말했다.

“그럼 마법사 직업을 바로 승급하겠습니다.”

“왜지?”

“여러모로 자신 있는 직업이니까요. 다용도 직업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곳에서 나가면 바로 싸움이 있을 테니까.”

은혁은 반쯤 각오하고 있었다.

빌과의 승부에서 이기더라도, 통합길드장이 된 직후, 두 가지 일 중 하나가 생길 거라 거의 확신했다.

‘위험한 그놈이 재미 삼아 습격해 오거나, 아니면 3군주 세력의 접근하는 경우.’

어느 쪽이 될지는 은혁도 알 수 없었다.

그나마 한 가지 희망적인 관측은, 최악의 경우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만은 조금 낮다는 것.

‘놈들도 자기네들끼리 충돌하긴 싫을 테니까. 두 가지 최악 중 한 가지만 먼저 오겠지.’

그런 각오를 가지고 통합길드장이 되었다.

그러니 지금 승급할 기회가 생긴다면, 다용도에, 전투에 특화된 직업을 승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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