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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46화 (346/434)

346화 : 해피의 습격 (2)

“염훈은 28.5층으로 돌아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5층을 재탈환해야 하니까. 그러고 보면 염훈이 참 물건이야.”

빌이 감탄조로 말했다.

모두가 당황할 때, 염훈은 도망치지 않고 해피와 싸웠다.

그리고 해피의 실력을 파악한 뒤에는 해피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5층을 버린 뒤 다른 곳으로 피하자고 했다.

“염훈이 그랬습니까? 똑똑하군요.”

“아마도 네가 돌아올 거라고 믿은 모양이지. 나머지 사람들은 네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염훈의 판단이 옳았다. 효율적인 지연전을 펼쳤어야 했는데.”

빌의 목소리에는 자책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단 제가 돌아왔으니, 다 잘될 겁니다.”

은혁의 이 한 마디가 빌에게는 치료제나 다름없었다.

빌은 문득, 누군가에게 최종 책임을 맡기는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도 생각했다.

“3일간 일어난 일에 대해 좀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그냥 읽어.”

빌은 마립자에 정보를 담아서 은혁에게 넘겨줬다.

* * *

3일전.

은혁이 사라진 지 몇 시간이 지났다.

해는 어둑어둑 지고 있었다.

웅성웅성…….

황금 궁전 앞에 모인 이들의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바뀌었고, 결국 염훈이 앞으로 나섰다.

“여러분.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 같군요.”

모두가 기대할 때, 경계심을 갖자고 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염훈은 그렇게 했다.

“모두 귀가하십시오. 이것은 강은혁의 친구이자 불패불굴 길드장으로서 드리는 권유입니다.”

“그 말씀은 지금이 위기 상황이란 겁니까?”

군중 속에서 누군가 물었다.

“솔직히,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요?”

염훈이 말하자 사람들은 아쉬워하거나 투덜거리며 떠났다.

만약 떠나지 않았다면 인명 피해는 더 컸을 것이다.

대부분의 인파가 빠지자, 정의 길드 부길드장 워잭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오?”

“저도 모릅니다. 은혁이 녀석이 이렇게 오래 안 돌아올 리가 없는데.”

은혁에게 [텔레파시] 스킬도 있는 걸 감안하면, 이토록 조용한 게 불안했다.

“워잭 부길드장님. 혹시 다른 길드장님들한테 이 상황에 대해 대신 물어봐주시겠습니까?”

“아, 저스티스 길드장님께 이미 여쭈어봤소.”

“뭐라고 하시던가요?”

“전혀 모르겠다고 하셨소. 연구 길드장 빌을 불러오겠다고 하셨는데, 두 분 다 곧 오실 거요.”

10분쯤 뒤, [양자 터널] 스킬의 힘으로 세 사람이 나타났다.

파앗!

연구 길드장 빌, 정의 길드장 저스티스, 자유시장 길드장 슬레이버였다.

저스티스와 슬레이버는 말끔했지만, 빌은 불과 몇 시간 전에 은혁과 죽기 살기로 싸운 뒤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욱 피로해 보였다.

빌은 졸린 눈으로 염훈에게 물었다.

“그래, 강은혁이 황금빛과 함께 사라졌다고?”

“네.”

“흠.”

빌은 말이 없었다.

저스티스는 빌의 뺨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이봐, 똑똑이 친구. 왜 말이 없어? 답을 줘야지?”

“생각 중이야.”

“가상 두뇌인지 뭔지를 써서라도 답을 내라고.”

저스티스가 재촉하자, 슬레이버는 피식 웃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우선 최악의 결론을 내리면 어떨까?”

“미친놈. 최악의 경우를 그렇게 웃으면서 상정하냐?”

“흐흐. 별수가 없잖나.”

사실, 길드장 세 사람이 모인 것은 위급 상황임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염훈.”

빌이 불쑥 입을 열었다.

“네?”

“잘했다.”

“뭐, 뭘요?”

“사람들 피난시킨 거.”

빌은 결론을 내렸다.

“행복 길드장 해피가 깽판 치러 올 확률이 매우 높다.”

은혁이 임시 통합길드장에 등극하겠다고 선포를 할 때, 황금빛 줄기 일곱 개가 7대 길드장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아마 심연의 어센션이나, 어디 있는지 모를 올마스크, 그리고 드래곤 컬트나 성좌의 차원에서 전쟁 중인 해피에게도 그 빛은 날아갔을 터.

재미를 추구하는 해피는 그 빛을 보고 5층으로 날아올 가능성이 높았다.

“저기,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염훈이 손을 들었다.

“해피가 그렇게 위험한 존재입니까?”

“음.”

빌, 슬레이버, 저스티스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그때였다.

꾸궁……!!

길드연합국의 하늘이 떨렸다.

“오는군.”

빌이 불길한 어조로 말했다.

꽈광!!!

이른 저녁 하늘이 깨졌다.

염훈이 경악하는 사이, 빌과 슬레이버는 하늘을 향해, 저스티스는 두 사람을 위해 스킬을 발동했다.

“[아토믹 블래스트]!!”

“[황금여래신장]!!!”

“[정의 부여 : 빌과 슬레이버의 공격력과 명중률을 두 배로 증가시킨다].”

파앗!!!

세 명의 길드장이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을 퍼부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투콰앙!!!

파앗!!!

하늘에 생긴 구멍에 거대한 폭발과 황금빛 공격이 적중했지만.

“뭐 함?”

어느새 세 사람의 앞에 해피가 와 있었다.

셋은 흠칫 놀라 경계 태세를 취했고, 해피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갈색 피부에,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허름한 군복을 입은 남성이었다.

그가 바로 길드연합국 최강의 ‘허무를 흡수하는 혼돈 전사’이며, 7대 길드의 사실상 최강자인 해피였다.

“새끼들! 나 오는 거 보고 쫄았구나?”

쿠궁……!

그의 목소리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폭풍 같았다.

‘강하다.’

염훈은 해피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마치 투명한 망치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5층은 진짜 오랜만이네. 마지막으로 여기서 놀았던 게 수십 년 전이었지?”

그 순간, 해피의 몸에 시스템 메시지가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유예되었던 제29,998차 운명치 폭풍이 찾아옵니다!

-유예되었던 제29,999차 운명치 폭풍이 찾아옵니다!

…….

…….

-유예되었던 제31,869차 운명치 폭풍이 찾아옵니다!

-유예되었던 제31,870차 운명치 폭풍이 찾아옵니다!

과거에 길드연합국에서 저지른 일, 그리고 다른 곳을 떠돌아다니며 운명치를 무시하고 저지른 일들에 대한 페널티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큭!”

“피해!”

저스티스, 슬레이버, 빌은 염훈을 데리고 회피하려 했지만.

“아, 귀찮아!!”

콰악!!

시스템 메시지들을 포장용 비닐을 움켜쥐듯 하더니.

쫘자자자자자작!!!

단숨에 찢어발겼다.

“……!!!”

염훈은 기가 막혀서 입을 떡 벌렸다.

‘저게 말이 돼?!’

운명치 폭풍 문제가 담긴 시스템 메시지를, 그냥 말 그대로 찢었다.

찢긴 시스템 메시지는 찬물을 뒤집어쓰고 쫓겨난 들개들처럼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핫! 다음에는 더 많이 갖고 오라고!”

해피는 행복하게 웃더니, 길드장들을 보며 양팔을 벌렸다.

“오, 친구들! 정말 오랜만이야. 포옹이나 할까? 이리 와.”

해피가 한 걸음 다가오자 빌, 슬레이버, 저스티스는 두 걸음 물러났다.

해피는 히죽 웃었다.

“왜? 설마, 지난번 싸움 가지고 여태 삐진 거임?”

“네가 말하는 지난번 싸움이 길드 대전이라면, 맞다.”

저스티스가 답했고, 해피는 껄껄 웃었다.

“그래? 그럼 내가 사과하지.”

스윽.

해피가 화해의 악수라도 청하듯이 손을 내밀었다.

물론, 누구도 해피의 손을 마주 잡지 않았다.

“어휴, 이 쫄보들. 진짜 화해 안 할 거야?”

해피의 얼굴에 약간이지만 지루함이 떠올랐다.

“내가 하지.”

슬레이버가 희생을 자처하듯 손을 내밀었다.

평소의 황금 장갑이 아닌, 맨손이었다.

덥석!

해피는 슬레이버의 손을 맞잡았다.

‘[마이더스의 손].’

쩌저적.

모든 걸 황금으로 바꾸는 힘이 슬레이버의 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당연히 해피의 손 또한 황금으로 변해야 했다.

하지만.

우우우웅……!

-혼돈의 기운이 스킬을 무력화합니다!

해피가 자랑하는 고유 패시브 스킬 [혼돈 지배]였다.

시스템이건 스킬이건, 멋대로 부수고 찢고 깨트린다.

발동을 위한 필요조건은, 해피가 ‘행복’한 상태인가 아닌가 하나뿐.

해피가 진심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면 체력이나 마력 소모도 거의 없이, [혼돈 지배]는 상시 발동된다.

그리고 해피는 100층탑에 들어온 이래로, 행복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크하하핫! 장난도 잘 치는군.”

우드드득!

해피는 슬레이버의 손을 쥐어짰다.

“으윽……!”

“저는 찐따입니다, 라고 열 번 빠르게 말하면 봐줄게. 어때?”

“끄어억……!”

그때였다.

부웅!!

염훈이 빅 썬더를 크게 휘둘렀다.

터텅!!

해피는 다른 손으로 빅 썬더를 가볍게 막았다.

“크크큭. 너무 느려~ 느리다구~.”

해피는 염훈을 향해, 움켜쥔 슬레이버를 통째로 휘둘렀다.

콰쾅!!

“크악!”

염훈과 슬레이버는 우당탕 쓰러졌다.

그 틈에 저스티스와 빌이 달려들었다.

“[정의 부여 : 혼돈의 힘을 상쇄시킨다].”

저스티스의 스킬이 소리를 통해 해피에게 날아갔고.

“[원자 분해].”

빌은 옆으로 돌아서 해피를 직접 움켜쥐어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나의 손등 치기 맛을 쬐끔만 보여주마!”

묘한 번역투로 외친 해피가 손등을 휘둘렀다.

터엉!

저스티스가 날린 무형의 스킬을 통째로 튕겨 냈다.

그리고 빌의 공격은 그냥 맞아줬다.

콰쾅!!

피스메이커의 상반신을 날려 버렸던 빌의 [원자 분해] 스킬이 해피의 상반신에 작렬했다.

하지만.

-유예되었던 제31,871차 운명치 폭풍이 찾아옵니다!

해피에게 날아온 운명치 폭풍이 빌의 공격을 대부분 무효화시켰다.

“핫하! [운명치 폭풍 갑옷]!!”

운명치 폭풍은 사실 플레이어에게 날아오는 페널티다.

하지만 해피는 그 운명치 폭풍을 하도 많이 맞아봤기에 언제 어떻게 하면 운명치 폭풍이 찾아오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미친놈!”

빌은 혀를 차며 [타키온 블래스트] 스킬을 근거리에서 날리려 했다.

운명치 폭풍을 두른 해피를 통째로 날려 버리려는 판단이었다.

“[빅 배트 소환]!!”

꽝!!!

하늘에서 갑자기 커다란 몽둥이 하나가 날아와, 해피와 빌 사이에 내리꽂혔다.

“큭!”

빌은 해피와 빅 배트를 통째로 날려 버리려는 각오로 [타키온 블래스트]를 날렸다.

하지만 해피가 빅 배트를 움켜쥐는 게 더 빨랐다.

“우랴압!!”

해피는 바닥에 박힌 빅 배트를 그대로 올려 쳤다.

투콰쾅!!!

땅을 부수며 솟아오른 빅 배트는 빌이 발동한 스킬과 빌을 통째로 날려 버렸다.

쓔콰앙!!

쩌저적……!!

빌은 하늘에 처박혔다.

정확히는 하늘처럼 보이는 5층 높은 곳의 스테이지 경계면에 처박힌 것이다.

“핫하! 나이스 샷!”

해피가 아마추어 골퍼처럼 기뻐하는 순간.

“[파사멸마장]!!”

“[신성한 일격]!”

저스티스와 염훈이 동시에 공격을 가했다.

저스티스는 사악한 지고의 위상을 처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파사멸마장]을, 염훈은 빅 썬더로 [신성한 일격]을 휘둘렀다.

“흥.”

해피는 가볍게 빅 배트를 휘둘러 저스티스의 공격을 튕겨 내면서 동시에 날려 보냈고, 염훈의 공격은 맨손으로 붙잡았다.

“제법 묵직하네? 너, 이름은?”

“불패불굴 길드장 염훈이다!!”

“그래, 그래. 염훈이었던 쥐포로 만들어 줄게.”

해피는 가지고 놀 가치도 없는 염훈을 빅 배트로 내리찍어 죽이려 했지만.

“이건 어떠냐!”

염훈이 숨기고 있던 프리즘 랜스를 꺼내며 찔렀다.

해피는 귀엽다고 생각하며 한 방 맞아주려 했다.

그 순간.

푸확!!

프리즘 랜스는 해피의 옷을 찢고 제법 깊이 파고들었다.

“컥?!”

찌른 염훈은 ‘맛이 어떠냐!’ 하는 표정이었지만, 맞은 해피나, 쓰러져 있던 저스티스와 슬레이버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마, 말도 안 돼.”

“일반 공격이 해피에게 통했다고?”

워낙 강력한 해피였기에 일반 공격은 당연히 통하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었다.

“일반 공격 아닌데?”

염훈은 그렇게 말하며 프리즘 랜스를 뽑았다.

해피는 상처를 움켜쥔 채 뒷걸음질 쳤다.

“그럼 뭐였음?”

“[2초 무적]. 그걸 무기 끝에 집중시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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