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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50화 (350/434)

350화 : 통합길드장 직위를 건 대결 (3)

해피가 작전 설명을 마쳤다.

부활하는 검성인 라툼은 반발했다.

“방금 우리가 다 죽는다고 했나?”

“응!”

“누구한테? 어떻게 죽는다는 거지?”

“그게 중요한가?”

“우리 입장에서는 중요한데.”

“뭐, 아마도 십중팔구 나한테 죽겠지? 아니면 강은혁에게 죽거나.”

해피는 대충대충 말했다.

라툼은 이를 악물고 따져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우리가 당신 손에 왜 죽는데?”

“아마 짜증 나게 굴다가 내 손에 홧김에 죽지 않을까 싶은데. 히히.”

“아무리 우리가 당신 부하가 됐다지만, 너무 무성의한 태도 아닌가?”

“응? 이 정도면 성의 있는 거 아님? 마음의 준비 미리 하라고 다 말해줬잖아.”

“…….”

스릉……!

라툼은 자신의 애검을 뽑았다.

“이봐요, 라툼 씨.”

엔리케와 콴이 막아서려 했지만.

“당신 둘은 빠져 있어. 이런 일은 내가 제격이니까.”

“호오?”

해피는 하극상을 보며 즐거워했다.

“하하하! 팀장한테 이렇게 개겨도 됨?”

“어차피 충성 맹세를 한 것도 아닌데, 뭘.”

“재밌네. 와라.”

해피는 한 손가락만 들었다.

“흥!”

라툼이 달려들었다.

그의 애검은 유명한 전설급 아티팩트인 ‘보팔 블레이드’였다.

크건 작건 ‘목’이 달린 생명체에게 크리티컬 히트로 명중하는 경우, 반드시 목을 자르는 사기적인 무기.

해피는 막지도 않고 손가락을 뻗었다.

쉬익!

라툼과 해피의 공격 속도는 거의 비슷했지만, 라툼이 조금 더 빨랐다.

-크리티컬 히트 발동!

-보팔 블레이드가 해피의 목을 자릅니다!

서걱!!

놀랍게도 라툼의 [강타]가, 해피의 손가락보다 먼저 해피의 목을 썰었다.

“뭣?!”

구경하던 모두가 경악하고.

푸욱!

한발 늦게 해피의 손가락이 라툼의 목을 꿰뚫었다.

“쿨럭!”

라툼은 고통스러워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털썩!

반면에 목이 잘린 해피는 옆으로 쓰러졌다.

데구르르.

머리통이 옆으로 굴렀다.

굴러가던 머리통이 멈춘 순간.

“……커허억?”

머리통은 해피의 것이 아니라 라툼의 것으로 변해 있었다.

“뭐야, 이게!!”

모두가 놀라서 경악성을 내지르는 순간.

“큭큭큭. 아이고오, 아파라.”

라툼이었던 존재는 해피로 변해 있었고, 목에 박힌 손가락을 뽑았다.

“옷이 좀 작네. 다시 갈아입자.”

해피는 목이 잘린, 원래 자신의 몸이었던 것의 옷을 벗긴 뒤 자신이 입었다.

그 태연한 모습이 이런 짓이 처음이 아님을 짐작게 했다.

‘굉장하다.’

‘우리들의 주군인 3군주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엔리케와 콴이 감탄하는 사이, 브라이언은 답을 알아냈다.

“플레이어 신분 세탁이나, 교환도 가능한 모양이군. 단, 상대와 직접 접촉해야 하고.”

“맞아.”

해피는 손가락으로 찌르는 시늉을 했다.

손가락으로 라툼을 찌르는 순간 [육체 섞어 교환]을 발동했다.

해피의 두뇌와 플레이어 자격을 라툼에게 전송하고, 동시에 라툼의 것을 기존 자신의 몸에 전송한다.

그리하여 목이 잘려도 상관없다.

“무적이란 말인가……!”

활잡이인 콴이 부들부들 떨었다.

“아, 염려 마. 아무리 나라도 뇌가 파괴되면 즉사니까.”

해피는 히죽 웃었다.

“그러니 목을 자르지 말고 뇌를 부수라고? 다음부터는 말이지.”

그것을 본 엔리케와 콴은 부들부들 떨었다.

“저, 정말로 죽인 건가.”

“그, 그보다 이곳에서는 플레이어가 플레이어를 죽이는 게 불가능할 텐데……!”

해피는 두 사람을 보고 피식 웃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된 게 아니니까. 인공 유닛들이 생성되고 나가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게임 시작이다. 그전에 몸들 풀어둬.”

해피는 설명하며, 목 잘린 라툼의 몸을 툭 발로 찼다.

“엄살 부리지 말고 슬슬 일어나지? [부활] 스킬 있는 거 알고 있어~.”

“으으……!”

잘린 라툼의 머리통과 몸에 빛이 휘감기더니.

-라툼 플레이어는 [부활]합니다!

-모든 체력과 마력이 회복되며, [부활]한 직후의 공격력, 공격 속도, 이동 속도는 10% 증가합니다!

라툼은 부들부들 떨면서 힘겹게 일어났다.

원래 해피였던 몸이어서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자, 또 불만 있는 사람?”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피를 죽이는 건, 보통 방법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은혁이 모두에게 말했다.

슬레이버, 저스티스, 빌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염훈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어째서?”

“그놈은 시스템의 괴물이거든.”

게이머들 중에는, 게임 자체보다도 치트키를 사용해가며 갖고 노는 걸 즐기는 타입이 있다.

해피가 그런 타입이었다.

“죽음 회피 수단이 은근히 많고…… 자체적으로 강하기도 너무 강해.”

지금 이 순간에도, 해피는 제멋대로 굴고 있다.

그리고 그 제멋대로 하는 행위가 혼돈을 유발하면, 그 자체로 경험치와 숙련도가 쌓인다.

“지금의 해피는 10차 각성을 무난히 돌파했을 거야.”

“10차 각성이라니……!”

다른 7대 길드의 길드장들조차도 6차 각성~7차 각성 수준이다.

격차가 커도 너무 컸다.

“그러니, 우리는 점수를 따서 이번 게임을 클리어하는 쪽으로 갑니다.”

“구체적으로?”

“점수를 따려면 상대 방어탑을 부숴야 합니다.”

그때, 염훈이 손을 들었다.

“은혁아. 나는 이 부분이 이해가 안 가. 오직 인공 유닛만이 방어탑을 파괴 가능하다는 거랑, 플레이어끼리는 죽일 수 없다는 부분.”

“정확히는 부수기 직전이나 죽기 직전까지는 팰 수 있는데, 체력이 1 남는다는 뜻이야.”

“아하, 완전히 죽이거나 파괴하는 건 인공 유닛만이 가능하다?”

“그렇지. 참고로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에 의해 죽을 정도로 피해를 입고 무력화되면, 자동으로 ‘부활의 방’으로 전송돼.”

부활의 방은 크리스탈 코어 뒤편에 있는 방이다.

그곳은 은혁과 빌이 싸웠던 대련실과 비슷한 모양과 넓이를 갖고 있다.

“참고로 이 부활의 방에 들어오면 체력 회복 속도 200% 증가 보너스가 있으니까 금방 회복해서 다시 출격이 가능하지.”

“그렇구나. 그러니까 죽기 직전의 피해를 입어도, 인공 유닛한테 막타만 안 맞으면 자동으로 부활의 방으로 전송되어서 살 수 있다는 거네?”

“그렇지.”

“그 인공 유닛은 얼마나 강해?”

“우리 기준에서는 약한 편이지. 내 섀도 코볼트 한 마리 수준?”

그렇게 배경 지식을 간단히 말로 설명한 은혁은 [블러드 데이터칩 생성] 스킬을 4회 발동한 뒤, 각 팀원들에게 나눠줬다.

“오직 우리 B팀만 읽는 게 가능하도록 제작한 블러드 데이터칩입니다. 지금 머리에 넣지 말고, 정말로 심각한 위기가 오거나, 제가 지시할 때 머리에 넣으세요.”

“음? 이 블러드 데이터칩에 묘수가 담겨 있다면, 지금 미리 쓰는 게 낫지 않나?”

“그 안에는 플랜 B가 담겨 있는데요, 여러분이 플랜 B의 내용을 미리 알면, 적이 눈치챌 가능성이 있습니다.”

“흠, 알았다. 라인 배정은?”

빌이 묻자, 은혁은 슬레이버와 염훈을 탑 라인에, 빌과 저스티스를 바텀 라인에 배정했다.

“탑 라인?”

염훈이 중얼거리자, 은혁이 아차 하며 설명했다.

“미션 설명창에는 북쪽 루트, 남쪽 루트 하는 식으로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탑 라인, 바텀 라인 하는 식으로 말해. 일종의 전통 같은 거라.”

“흠, 그렇구나. 은혁이 너는 어느 쪽 라인으로 갈 거야?”

“미드 라인.”

은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모두를 보며 말했다.

“미드 라인을 제가 혼자 커버합니다.”

* * *

“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곧 시작됩니다!”

“저희 중계팀 일동은, 목숨을 걸고 게임의 무대인 녹색 숲에 와 있습니다!”

기자들은 각자의 카메라 앞에서 비장한 어조로 멘트를 시작했다.

취재진은 게임의 무대인 녹색 숲의, 미드 라인의 바로 북쪽과 남쪽에 있는 언덕 위에 나뉘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늘 이곳에서 치러지는 게임은 길드연합국의 멸망과 관련이 있는 게임입니다.”

“새로운 통합길드장 강은혁과 모든 규칙을 파괴하는 폭군, 행복 길드의 해피와의 대결!”

“비록 저희들이 중계 도중에 죽더라도! 시청자분들께서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말아주십시오!”

“이 역사적인 순간을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흑흑.”

일부 중계진은 눈물까지 보였다.

-취재진을 향해 300 골드가 후원되었습니다!

-취재진을 향해 250 골드가 후원되었습니다!

-취재진을 향해 370 골드가 후원되었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진 시청자들이, 보기 드물게 후원을 취재진을 향해 보냈다.

그때, 루핑이 한 카메라에 얼굴을 쏙 내밀었다.

“아, 5층 길드연합국의 여러분. 너무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 목숨은 관리국에서 보호해 주기로 했습니다. 죽을 지경이 되면 취재진용 공간으로 자동 전송되게 해뒀으니 안심하시길.”

“아앗! 그걸 그렇게 말하깁니까!”

“왜요? 진실을 밝혀야지?”

“안 그래도 설명하려고 했는데! 그쪽이 멋대로 말하면 감동이 퇴색되잖아요!”

취재진은 무단 침입한 루핑과 옥신각신했다.

-게임 시작!

그와 동시에 각 방어탑에 불이 들어오고, 각 크리스탈에서는 인공 유닛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르르르……!

인공 유닛들은 특색 없는 마네킹처럼 생겼다.

그저 A팀의 경우 이마에 A라는 표식이 붙어 있고, B팀의 경우 이마에 B라는 표식이 붙어 있을 뿐.

인공 유닛의 종류는 셋으로, 근접병, 투창병, 공성병으로 나뉘었다.

근접병은 단검으로, 투창병은 투창으로, 공성병은 양손 1인용 캐터펄트를 연상시키는 공성 장치를 조종하며 덤볐다.

각 인공 유닛의 비율은 근접병, 투창병, 공성병 순서로 6 : 3 : 1 이었다.

우르르르……!

각 팀의 인공 유닛들은 각 라인의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

“A팀 놈들이다! 가자!”

“B팀 놈들을 죽여라!”

무미건조한 외모와 달리, 각 팀의 인공 유닛들은 우렁차게 외치며 싸우기 시작했다.

퍼억!

파직!

콰쾅!

몸과 정신의 기능이 완전히 동일했기에, 동시에 싸우는 경우 그야말로 팽팽했다.

그리고 A팀의 플레이어들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빠지지직!

탑 라인을 맡은 이는 브라이언이었다.

그는 [체인 라이트닝] 스킬로 번개 갈래를 잔뜩 만들어서 인공 유닛들을 죽였다.

-A팀이 1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A팀이 1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A팀이 1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A팀이 1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광역 학살로 코인을 빠르게 벌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코인으로 용병을 구매하거나, 각종 주문서를 살 수 있지. 분명 그중에는…….’

브라이언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 덤불 속에 숨어 있던 B팀 플레이어 둘이 나타났다.

타앗!

슬레이버와 염훈이었다.

“[황금광]!”

“[홀리 라이트닝]!”

두 사람은 브라이언만을 노려서 끊어먹기를 시도했다.

브라이언은 망설임 없이 [뇌신 강림]을 발동했다.

번쩍!!

[뇌신 강림]의 순간의 힘이 슬레이버와 염훈의 빛과 뇌격 스킬을 무효화시켰다.

“쳇!”

“직접 타격으로 가자!”

염훈과 슬레이버는 브라이언을 직접 공격하려 했다.

부웅!

팍!

놀랍게도 브라이언은 공격을 피하고 쳐냈다.

“음?!”

“실력이 늘었군!”

그 말에 브라이언은 미소까지 머금은 채 말했다.

“나는 무술의 고수인 뇌운청룡의 수제자가 되었고, 어제 그 칭호를 뺏었다.”

브라이언은 [뇌신 강림] 상태인데도 무척 편안해 보였다.

이전에는 자신의 체력과 마력, 심지어는 수명까지 바쳐가며 [뇌신 강림]을 유지하려 했었는데, 지금의 브라이언은 그렇지 않았다.

“뇌운청룡의 칭호를 얻은 뒤로, 드래곤 컬트 청룡파도 나를 지지하고 있다. [뇌신강림]을 몇 시간이고 유지할 수 있지.”

“그래서?”

슬레이버는 코웃음치며, [아광속권]을 냅다 날렸다.

투쾅!!

브라이언은 방어했지만, 크게 뒤로 튕겨 나갔고.

“그동안 너만 강해졌냐?”

염훈이 말하며 [신성한 일격]을 후려쳤다.

콰쾅!!

크게 맞은 브라이언은 그대로 탑 라인 방어탑에 충돌했다.

-A팀 탑 라인 제1방어탑의 내구도가 95%로 감소하였습니다!

“크윽.”

브라이언은 힘겹게 일어났다.

‘역시 강하다.’

길드장인 슬레이버는 말할 것도 없고, 염훈도 무척 강해진 것이다.

염훈은 비틀거리는 브라이언을 보더니, 바로 달려들었다.

“좋아! 끝내자!”

“앗, 잠깐! 방어탑 조심해!”

슬레이버가 경고했지만 염훈은 무시하고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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