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화 : 통합길드장 직위를 건 대결 (4)
-방어탑이 작동합니다!
방어탑 꼭대기에 달린 구슬에 에너지가 모이더니.
쓔쾅!!
염훈을 향해 쏘아졌다.
“[2초 무적]!”
염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2초 무적]으로 방어탑이 주는 피해를 무시하고 브라이언에게 한 방 더 타격을 입혔다.
콰앙!
“커헉!”
“[지크리엘의 날개]!!”
파앗!
염훈은 더 욕심내지 않고 바로 빠졌다.
“제법이군!”
슬레이버가 감탄했다.
혈기로 돌진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염훈이 냉철하게 치고 빠지기를 잘했으므로.
“크흐흐……!”
브라이언은 피를 흘리면서도 웃었다.
“역시 혼자서 둘은 상대할 수가 없구만.”
“그걸 이제 알았나? 길드 대전에서 내가 싸우는 걸 봤을 텐데?”
슬레이버가 묻자, 브라이언이 손뼉을 치는 시늉을 해 보였다.
“물론 봤지. 그래서 우리 A팀이 이겼다는 거다.”
“……설마.”
“큭큭. 이제야 눈치채셨나? 의외로 계산이 느리시구만.”
브라이언은 폭탄 발언을 했다.
“우리 팀 다섯 중 넷은 전부 미드 라인을 밀고 있지.”
그 순간.
-B팀의 미드 라인 제1방어탑이 파괴되었습니다!
* * *
“너무 쉽군.”
해피, 엔리케, 라툼, 콴은 미드 지역을 완전히 장악했다.
해피는 팔짱을 턱 낀 채 구경 모드에 들어가 있었고, 나머지 셋이 인공 유닛들과 함께 제1 방어탑을 부수는 걸 구경했다.
엔리케, 라툼, 콴은 해피의 눈치를 봤는데, 해피는 세 사람의 실력에 깊은 인상을 받지 않았는지 하품을 몇 번 했다.
“제2방어탑을 부수면, 바로 코어 크리스탈이었던가?”
해피가 기억을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아니요. 제3방어탑이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코어 크리스탈이 나오는데, 전용 방어탑이 따로 붙어 있지요.”
엔리케가 설명했다.
라툼과 콴은 잘 몰라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바로 제2방어탑 깨러 가자.”
“그렇게는 안 된다!”
B팀의 인공 유닛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훅!”
해피는 가볍게 입김을 부는 시늉을 했을 뿐이지만.
투콰쾅!!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해서 인공 유닛들을 모조리 박살 냈다.
-A팀이 1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A팀이 1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A팀이 1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A팀이 1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굉장하다.”
“저건 또 무슨 스킬이지?”
“돌풍 생성 스킬일까?”
엔리케, 라툼, 콴이 궁금해했다.
정확히는 해피의 고유 스킬인 [나비 효과 돌풍] 스킬로, 위력은 은혁의 [광풍돌진권] 위력과 비슷했다.
“흐하하하! 코인이 잔뜩 쌓이는구나. 뭐, 쓸 일은 없겠지만.”
그때.
-동감입니다.
돌연 시스템화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착용한 은혁의 목소리였다.
“음?! 어디임?”
-여깁니다.
발밑이었다.
은혁은 해피의 성격상 무조건 중앙으로 똑바로 올 것을 예상했기에, [택티컬 디깅] 스킬로 미드 라인 지하에 숨어 있었다.
그런 다음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장착하고 대기한 것이다.
“하하! 두더지 같네.”
“이런! 당했다!”
해피는 이제야 재밌어질 것 같다며 웃었지만, 엔리케와 라툼, 콴은 이 상황의 의미를 뒤늦게 눈치채고 경악했다.
“야야, 땅굴 파고 숨은 것 가지고 뭘 호들갑이야?”
해피는 느긋하게 빅 배트를 꺼냈다.
대충 휘둘러 땅이고 뭐고 다 부수면 그만이라는, 그만의 상식(?)과 실력이 있었기에 태연했다.
‘그게 당신의 약점이야.’
은혁은 이 꼼수가 한 번은 확실히 통한다고 확신했다.
해피는 길드연합국 최강이었지만, 은혁이 드릴 랜스와 [돌 부수기] 스킬로 장난질 치는 것은 처음 겪었기에, 이번만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철컹!!
땅속에 숨은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왼쪽 팔에 칼라미티 해머가 장착되었다.
기잉……!!
콰류루루루루……!!
초재난을 머금은 금속 조각들이 연쇄적으로 회전하는가 싶더니,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메인 프레임을 제외한 모든 파츠가 전개되었다.
철컹!!
각 파츠는 총 여섯 대의 포대 형태로 변했고, 그 포대의 발사구 부분에는 은혁이 미리 준비한 특제 재난이 가득 맺혔다.
-크으윽……!!
[재난의 심장]을 지닌 은혁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재난들이었다.
-초재난 에센스 충전 완료!
-[6연발 초재난 클라우드 캐논] 생성 완료!
-재난 살포!!
“와하하!!”
해피는 웃으며 빅 배트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피해라!!”
나머지 셋은 피하려 했다.
하지만 미리 준비 중이던 은혁이 훨씬 빨랐다.
콰쾅!!
해피의 빅 배트가 바닥을 파괴했다.
콰르릉!!
후두두둑!
직경 250미터짜리 분화구가 생겨났지만, 은혁은 없었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흠, 뭔가 당하긴 당한 거 같은데 뭘 당했는지 모르겠네. 하핫.”
해피는 웃었고, 엔리케, 라툼, 콴은 각자의 방식으로 주변을 파악했다.
“인공 유닛이 안 보이는군. 발소리 하나 안 들려.”
라툼이 검성 특유의 기척 감지 능력으로 느낀 뒤 말했다.
“[식물 지배].”
엔리케가 주변 나무들을 트렌트로 바꾸어서 주변을 정찰했다.
“너무 조용한 거 말고는 크게 이상은 없군요.”
엔리케가 말했다.
그때, 콴이 벌레 씹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답을 찾은 거 같군. 우린 일종의 차원 감옥에 갇혀 있어.”
콴은 공간을 도약하는 저격술사다.
[차원 도약의 화살]을 몇 방 사방에 날려봤는데, 전부 멀리 가지 못하고 빙그르르 돌아서 옆으로 떨어졌다.
“하하. 엄청 기괴하군.”
해피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웃을 때입니까?”
콴이 따지듯 묻자, 해피는 경계면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갔다.
“얍!”
부웅!!
빅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장벽을 부수겠다는 각오였지만.
“어라라라?!”
해피는 그대로 헛스윙하며 팽그르 돌아서 비틀거렸다.
“어우, 생각보다 빡센데?”
그때였다.
“크흠!”
헛기침 소리가 들려오더니, 메탈 서전트가 아장아장 걸어오고 있었다.
3군주의 부하인 엔리케, 라툼, 콴은 메탈 서전트를 공격하려 했지만.
“하핫! 귀여운 놈이군. 죽이지 말아 봐.”
“주인님의 메시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흐흐흐! 보나 마나 우리를 약 올리는 메시지겠지? 일단 보자.”
해피는 허리를 숙여서 메탈 서전트가 갖고 온 종이를 펼쳤다.
[해피 길드장님께.
여러분은 [미로의 재난]에 갇혔습니다. 제 부하인 다카노로부터 미로를 지배하는 힘을 [스킬 트랜스미션]으로 빌린 다음, [재난의 심장]과 칼라미티 해머와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힘을 모두 합쳐서 발동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시공 자체가 왜곡된 미로 속에 영원히 갇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결과를 말씀드리자면 해피 길드장님께서는 이미 패배하셨습니다.
여러분이 그곳에 갇혀 있는 동안, 우리는 두 개의 작전을 수행할 겁니다.
플랜 A는 여러분의 방어탑을 차근차근 부순 뒤 코어 크리스탈도 부수는 정석 전략.
플랜 B는 제한 시간까지 끝까지 버틸 각오로 코인만 잔뜩 모으는 전략.
어느 쪽이건 여러분은 거기 갇혀 있을 테니, 우리는 둘 다 병행하면 그만입니다.
뭐, 당장 여러분이 항복 선언을 한다면 서로 시간 낭비하지 않고 빨리 끝나겠지요?
순순히 항복하시면, 전쟁 범죄에 대한 잘못을 크게 묻지 않고, 최대한 관대하게 처벌하여, 감옥에 50년쯤 처박아 두는 것으로 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진지하게 항복을 고려해 보시길.
강은혁 올림.]
“하하하하!”
해피는 예상대로라는 듯이 허리를 꺾으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세 사람은 화가 났다.
“이 상황에서도 크게 웃기만 할 겁니까!”
엔리케가 화가 나서 따지자, 해피는 빅 배트를 냅다 휘둘렀다.
퍼버억!!
엔리케는 트럭에 깔린 토마토처럼 터져 죽었다.
피의 색깔은 기묘하게도 붉은색과 녹색의 혼합이었다.
“히익……!”
라툼과 콴이 주춤하자, 해피는 씨익 웃었다.
“어이어이, 잊은 거야? 플에이어에 의해 죽기 직전 상태가 되면 말이지.”
-엔리케 플레이어가 임사 상태에 처했습니다!
-자동으로 A팀 부활의 방으로 전송됩니다!
파앗!
엔리케가 통째로 전송되었다.
“아!”
“그랬지, 참!”
라툼과 콴은 58층의 이번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그러네. 서로 죽기 직전 상태로 만들어서 탈출하면 되는 거네.”
죽음을 이미 자주 겪어 본, 부활하는 검성인 라툼이 안심한 듯 말했다.
공간을 도약하는 저격술사인 콴은 조금 속이 불편해 보였지만, 영원히 갇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다행이다 싶었다.
“어휴, 너희들보다 강은혁의 이해도가 더 높군.”
“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팀킬 확인!
-A팀에 3중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팀킬 페널티로 인해, A팀의 모든 인공 유닛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10% 감소합니다!
-팀킬 페널티로 인해, 상대팀인 B팀의 모든 인공 유닛의 공격력과 방어력 10% 증가합니다!
-팀킬 페널티로 인해, B팀의 파괴된 방어탑 하나가 무작위로 복구됩니다!
“아!”
그랬다.
58층 메인 미션은 팀 단위의 싸움이다 보니, 상대팀에 스파이를 심어 놓고 팀킬을 유도하거나 돈 줄 테니 트롤링을 해달라는 식의 진흙탕 첩보전이 자주 발생하곤 했다.
그중에서도 백미가 바로 ‘팀킬 페널티 규칙’을 악용하는 것.
관리국은 기가 막혔지만, 이 또한 플레이어의 자유이므로 허용되고 있었다.
은혁과 해피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라툼과 콴은 아니었다.
58층에서 다른 게임을 했던 라툼과 콴은 이제야 은혁의 치밀함을 깨달았다.
“제길! 그럼 어쩌죠?”
콴이 묻자, 해피는 서늘하게 웃었다.
“뭘 걱정해? 결과는 같은데.”
“에……?”
퍼버억!!
해피는 콴 또한 빅 배트로 터뜨려 죽였다.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죽이는 것은 아니고, 임사 상태로 만들어 부활의 방으로 보내는 행위였지만 죽인다고 표현했다.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 라툼도, 같은 방식으로 가차 없이 죽여 버렸다.
퍼버억!!
-A팀에 3중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A팀에 3중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팀킬 페널티로 인해, A팀의 모든 인공 유닛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10% 감소합니다!
…….
…….
-팀킬 페널티로 인해, B팀의 파괴된 방어탑 하나가 무작위로 복구됩니다!
해피는 눈앞에 뜬 시스템 메시지들을 그러모았다.
“화풀이도 하고, 시스템 메시지도 모으고, 일석이조로구나! 엇차!”
찌익!
찌지익!
해피는 잔뜩 늘어난 시스템 메시지를 찢더니, 양손에 모아 구겼다.
“이 기술은 3일 만에 쓰는 건가.”
해피는 뭉친 혼돈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좋아! 점화!!”
플린트락 머스킷의 공이치기가 뇌홍을 터뜨려 격발시키듯, 빅 배트가 혼돈을 내리쳐서 터뜨렸다.
* * *
꾸궁……!!
57층의 하늘이 부서졌다.
“뭣!”
“이, 이건 무슨 흉조지?”
무술가의 사당 앞에서 수련하던 이들, 근처 찻집의 NPC들이 모두 경악했다.
“오오! 천마께서 강림하신다!”
“마침내!”
비밀리에 천마를 섬기던 플레이어와 NPC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콰콰쾅!!!
부서진 하늘의 균열에서 떨어져 내린 이는 해피였다.
“오오!”
“천마이시여!”
천마를 섬기는 자들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다가갔다.
“아아! 시끄러!!”
콰콰쾅!!
해피는 가까이 오는 것들을 터뜨려 죽였다.
“히익!”
“다들 돔황챠!”
57층에 있던 이들은 죄다 도망쳤다.
찻집의 동자 NPC만이 가게를 지키느라 오도 가도 못했다.
-경고! 57층과 58층 사이의 경계면이 파괴되었습니다!
-관리국 스테이지 수복팀이 출동합니다!
“읏차.”
해피는 시스템 메시지를 휘어잡더니 쥐포처럼 뜯어 먹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레벨이 1 증가했다.
“으……아……!”
겁에 질린 찻집의 동자가 부들거리는데, 해피가 물었다.
“야, 꼬마.”
“네, 넵!”
“좋은 차 한 잔 내와라.”
-메인 미션 중 스테이지 이탈 페널티가 예상됩니다!
-즉시 58층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아아, 시끄러워.”
해피는 시스템 메시지를 날파리 취급했다.
“차, 차 나왔습니다…….”
동자가 조심조심 차를 내왔다.
해피는 망중한을 즐기듯 느긋하게 마셨다.
“음? 뭐야, 이거.”
“네?”
“맛이 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