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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52화 (352/434)

352화 : 통합길드장 직위를 건 대결 (5)

“최고급 향엽차입니다만…….”

“장난해? 향엽차면 그냥 보통 차라는 거 아냐!”

“으으, 저희 가게는 차가 그거 한 종류뿐이라.”

“하하. 농담이야. 이것도 맛있네.”

해피는 후루룹 소리를 냈다.

“강자의 품격과 여유가 있다면, 마시는 차가 고급이건 아니건 뭐 중요하겠냐. 안 그러냐?”

“그, 그렇습니다. 정말 여유로우시군요.”

“후후. 아직 미션 제한 시간은 2시간 50분이나 남았으니까.”

“……!!”

“응? 왜 그래?”

“으아아, 모르시고 계시군요.”

“뭘?”

“저, 저기.”

57층 게이트 옆에는 TV가 있었다.

5층에서 중계 중인 58층의 영상을, 한 플레이어가 추가 중계기를 설치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중계 중인 기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 B팀! 파죽지세입니다!

-그렇습니다! 미드 라인과 바텀 라인은 초토화!

-이제 A팀의 미드 라인과 바텀 라인은, 제1포탑부터 제3포탑까지 전부 파괴된 거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강은혁의 B팀은 사이드 미션까지 전부 깼습니다!

-아아! 그렇습니다! 해피 한 사람이 빠지니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는군요!

“허참.”

해피는 어이없어했다.

“내가 갇혔다가 나온 지 겨우 5분 지났을 뿐인데, 이렇게 미드 라인이랑 바텀 라인이 쫙 밀린다고?”

그러자 동자가 와들와들 떨며 말했다.

“아우우, 아닙니다, 손님.”

“잉? 뭐가 아님?”

“5분이 아니라 2시간입니다.”

“무슨 소리야?”

해피가 의아해하며 제한 시간을 확인해 봤다.

-남은 제한 시간 : 49분 57초…….

-남은 제한 시간 : 49분 56초…….

-남은 제한 시간 : 49분 55초…….

“엇?!”

정말로 2시간이 지나 있었다.

“젠장! 이제야 알았다!”

해피가 갇혀 있던 [미로의 재난]은 시간의 흐름이 달랐다.

“그놈이 준 쪽지가 사기였구만!”

은혁은 그 쪽지에 자신이 어떻게 [미로의 재난]을 구현했는지 시시콜콜 적어놨는데, 일부러 중요한 한 가지 사항은 빼먹었다.

‘……그렇게 [미로의 재난]을 생성한 뒤, 드래곤 파워드 아머에 장착해 둔 칼라미티 해머를 프로스트 스파이럴로 전환, [시공 가속 드라이버]를 발동했습니다. 하여, 미로 속에 있던 여러분의 1분은 바깥 세계의 25분 정도이며, 5분은 약 2시간에 가깝게 시간이 가속되도록 한 것입니다.’

……라는 중요한 문장은 일부러 쓰지 않은 것이다.

“하하하하! 이거 제대로 당했네!”

정면으로 해피와 싸우면 지니까, 아예 해피의 시간을 통째로 지워 버린 것이다.

해피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여유 부리며 즐겼다.

물론, 정말로 즐기고 있던 이는 은혁이었다.

그 사실이 해피에게 불쾌감을 줬다.

“이거 진심 킹받네.”

해피는 화풀이로 찻집을 파괴했다.

콰콰쾅!!!

“아! 안 돼!”

“100층탑에서 안 되는 건 없어.”

해피는 그렇게 말하고는, 게이트를 타고 58층으로 올라갔다.

* * *

“허억, 허억.”

“우리가 도대체 몇 번이나 죽을 뻔했지?”

“합쳐서 16회.”

엔리케, 라툼, 콴은 부활의 방에서 한숨 돌렸다.

이 순간에도 B팀이 탑 라인마저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휴식이 절실했다.

부활의 방에서는 체력 회복 속도가 증가하지만, 엔리케, 라툼, 콴은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해피가 빠져서 머릿수가 5 대 4로 밀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강은혁이 너무 강해!!’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장착한 은혁은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너무 강했다.

엔리케, 라툼, 콴이 처음 부활의 방에서 부활할 때, 은혁은 이미 탑 지역과 바텀 지역 너머에 존재하는 사이드 미션을 모조리 클리어해 버린 뒤였다.

배경처럼 보이는 뜨거운 화산과 차가운 설산의 준 보스급 몬스터를 처치하는 사이드 미션인데, 그냥 혼자서 쉽게 다 처리를 해서 코인을 잔뜩 벌었다.

그 뒤로도 은혁은 대놓고 깽판을 쳤다.

그리고 그 깽판들은 하나하나가 엔리케, 라툼, 콴에게 있어서 치명적이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숲을 전부 불태워서 ‘식물을 지배하는 아크 드루이드’인 엔리케를 방해함.

엔리케는 정글 구역의 나무를 모조리 트렌트로 만들어 수적 우위를 점하려 했으나, 은혁은 마치 그걸 예상이라도 한 듯,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엔리케는 [식물 소환] 스킬의 힘으로 새롭게 식물 소환수들을 소환하려 했으나, 방화 경험이 쌓인 은혁은 [재난 방출] 스킬로 ‘숲의 대화재’를 가볍게 재현해서 다시 태워 버렸다.

둘째. ‘부활하는 검성’ 라툼을 두들겨 팬 다음, 부활하지 못하게 차원의 낚싯대 + [그림자 결속]으로 끌고 다님.

라툼은 죽어도 부활하고, 부활한 직후 오히려 강해지는 특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근딜과 정찰을 맡았는데, 은혁은 라툼의 방식을 예상한 것처럼 부활하지 못하게 하는 데 주력했다.

그나마 정신력이 강한 라툼이었기에 은혁의 [그림자 결속]을 이겨내고 겨우 도망쳤다.

라툼의 정신력이 약했다면, 은혁의 낚싯바늘에 걸린 채 B팀 방어탑 앞까지 끌려가서 완전히 죽었을지도 모른다.

셋째. 세븐 칼리버 제6형태인 프로스트 스파이럴로 시공 조작 스킬을 잔뜩 써서 공간을 도약하는 저격술사인 콴을 방해함.

공간을 무시한 저격에 특화된 콴은 나름 꼼수를 부려, A팀의 ‘부활의 방’ 안에만 머물렀다.

그곳에는 B팀 플레이어가 접근할 수 없으니, 그 안에 머물며 저격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은혁은 ‘꼼수는 그렇게 얌전하게 쓰는 게 아니란다’라고 말하듯, 콴이 쏘는 [공간 도약 저격] 스킬로 쏜 화살을 [프로스트 스파이럴]로 요격했다.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전부 요격이 가능한 거지?!”

콴은 그 사실을 알 수 없어서 주먹으로 바닥을 쾅쾅 쳤다.

“시공을 왜곡시켜서 차원의 화살을 막는 것까진 이해가 가! 하지만 어떻게 그놈은 내가 언제 어디로 쏘는 건지 미리 알 수 있는 거지?!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콴이 화를 못 참고 날뛰는 순간.

파앗!

해피가 나타났다.

“아니?!”

세 사람은 경악했지만, 해피는 태연했다.

“뭐야, 나 없는 동안 엄청 처발리고 있었다며?”

“제길! 당신은 여태 어디 있다가 2시간 만에 나타난 겁니까!”

콴이 화를 냈다.

해피는 물론 태연히 답했다.

“홧김에 아래층 내려가서 찻집 하나 때려 부수고 왔다. 그뿐이다.”

“그런 소리를 할 때가 아닙니다.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됩니까?”

“너야말로 파악 못 하는 것 같던데?”

“네?!”

“네 화살 말이야. 강은혁이 다 보고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콴의 화살은 반투명한 데다가, 무척 빠르다.

강은혁이 예리한 눈으로 중간 궤적을 파악했다고 쳐도, 그때부터 요격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미리 보고 있는 거야.”

“미리?”

“저 방송국 카메라 말이야.”

“앗……!”

그랬다.

안전한 곳에 멀찍이 있는 기자들은 망원 카메라를 여러 대 갖고 있었고, 그중 하나씩은 A팀과 B팀의 시작 지점에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콴이 있는 부활의 방도 시작 지점과 붙어 있다.

“강은혁은 카메라를 해킹해서 너희들의 움직임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거야. 그놈에게도 시스템 해킹 관련 스킬이 잔뜩 있으니까.”

“아……!”

“그게 아니라면 임시 통합길드장의 권능을 지니고 있을 때 미리 방송국을 장악해뒀을 수도 있겠군. 어쨌거나 방송용 카메라는 죄다 강은혁의 눈이라고 보면 돼.”

즉, 콴은 부활의 방에서 꼼수를 쓰고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사실은 다 까발려진 상태였다.

엔리케와 라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전부 읽히고 있었다.

“그걸 여기 돌아오자마자 알아챈 겁니까?”

“응? 처음부터 짐작했는데?”

“그럼 그걸 왜 이제 알려주는 겁니까!”

“나는 감시당하건 말건 상관없으니까.”

해피는 그렇게 말했다.

“너희들. 그냥 다 쉬어라. 어차피 쓸모없으니까.”

해피는 싱긋 웃었다.

* * *

‘여기서부터가 어렵다.’

방심한 해피를 게임에서 이탈시키는 것, 남은 놈들을 상대하며 방어탑을 부수는 것은 쉽다.

하지만 해피가 다시 돌아왔을 때부터가 어렵다.

“잠깐 상점에 들러야겠군.”

은혁은 중간 정글 지점에 있는 중립 상점 한 곳에 갔다.

“또. 오.셨.군.요.”

금속 인형이 뚝뚝 끊어지는 말투로 말했다.

“상점 목록 보여줘.”

“알.겠.습.니.다.”

<상점 목록>

-공성 인공 유닛 소환서 : 100 코인.

-인공 유닛 회복의 파동 주문서 : 100 코인.

-인공 유닛 전투력 10% 영구 증가 주문서 : 200 코인.

-힌트 주문서 : 500 코인.

…….

…….

-흑기병 용병 소환서 : 4,000 코인.

-3초 무적 방어막 주문서(단, 인공 유닛의 공격을 막진 못함 : 5,000 코인.

-절대 도발 주문서(오직 플레이어에게만 사용 가능) : 7,500 코인.

-즉시 승리 주문서 : ??? 코인.

“흠.”

“고.르.셨.습.니.까?”

“힌트 주문서를 산다.”

-힌트 주문서를 획득하셨습니다!

“즉시 사용.”

파앗!

-현재 58층에서 진행 중인 게임에 관한 답을 하나 얻을 수 있습니다!

-답변이 불가능한 질문의 경우 힌트 주문서는 무효화되며, 소모됩니다!

“이 중립 상점에서 파는 ‘즉시 승리 주문서’의 가격을 확인한다.”

-즉시 승리 주문서의 가격은 100,000,000 코인입니다!

“……1억이라고?”

은혁은 기가 찼다.

그러자 상점 로봇이 웃었다.

“후.후.후. 인.상.적.이.군.요.”

힌트 주문서를 써서 즉시 승리 주문서의 가격을 확인한 사람은 은혁이 최초이리라.

“어이. 너무 비싼 거 아냐?”

“정.가.판.매.입.니.다. 할.인.은. 없.습.니.다.”

“쩝,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겠네.”

은혁은 ‘시드 머니’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악착같이 코인을 모았지만, 아직도 약간 모자랐다.

꾸궁……!

멀리서 무언가가 대지를 박차는 소리가 났다.

‘탑 라인 쪽이군.’

* * *

해피는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그는 곧장 탑 라인으로 갔다.

염훈과 슬레이버는 마침 회복을 위해 잠시 빠진 상태였다.

브라이언은 그곳에 남아 숨을 헐떡이며 힐링 포션을 마시고 있었다.

“여어, 브라이언! 혼자서 탑 라인 잘 지키고 있었구만!”

“넌 뭘 하다 이제 온 거냐.”

브라이언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크하핫! 이 예의 없는 새끼. 하지만 괜찮아~ 원래 싸가지 없는 애들이 실력이 좋으니까.”

미드 라인과 바텀 라인은 완전히 밀려서 코어 크리스탈이 눈에 보일 지경이지만, 그나마 탑 라인은 거의 밀리지 않았다.

“이제 내가 맡지.”

“나머지 두 라인이 다 밀렸는데, 이제 와서 탑 라인을 지키겠다고?”

“누가 지킨다고 했냐?”

해피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B팀의 탑 라인 인공 유닛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크하하하!”

콰콰콰쾅!!!

해피는 B팀의 인공 유닛들을 마구잡이로 쳐 날렸다.

“오오!”

“대단하다!”

힘겹게 싸우던 A팀의 인공 유닛들이 해피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좋아! 가자!”

A팀 인공 유닛들이 용기백배하여, 해피 곁을 스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해피는 씨익 웃더니.

콰콰콰쾅!!

같은 편 인공 유닛들까지 쳐 날리기 시작했다.

“뭐, 뭘 하는 건가!”

브라이언이 경악했다.

“흐흐흐! 이번 게임에서 방어탑을 완전히 부술 수 있는 건 인공 유닛뿐이라고?”

“그, 그건 아는데!”

“같은 편의 인공 유닛이건 적의 인공 유닛이건 가리지 않고 적의 방어탑으로 날려서 부수는 게 핵심이지. 봐라! 얍!!”

투쾅!! 투쾅!!

씨유우우우우우웅……!!

튕겨 나간 인공 유닛들 하나하나가 곡사포탄이 되어, B팀의 방어탑에 충돌했다.

콰콰콰콰콰쾅!!

쿠콰콰콰콰콰콰쾅!!

-B팀 탑 라인 제1방어탑의 내구도가 65%로 감소하였습니다!

-B팀 탑 라인 제2방어탑의 내구도가 75%로 감소하였습니다!

…….

…….

-B팀 미드 라인 제2방어탑의 내구도가 80%로 감소하였습니다!

-B팀 바텀 라인 제3방어탑의 내구도가 85%로 감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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