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화 : 통합길드장 직위를 건 대결 (6)
해피는 [혼돈 지배]의 힘을 담아서 인공 유닛들을 날려 보냈다.
터지지 않고 멀리 날아간 인공 유닛들은 적팀 방어탑과 충돌하는 순간 혼돈 폭발을 일으켰다.
그것을 은혁은 멀리서 관찰했다.
“시작됐군.”
은혁은 [텔레파시]를 이용해, 나머지 B팀 플레이어를 전부 바텀 라인으로 뺐다.
‘지금부터 해피와 일대일로 싸우겠습니다. 그동안 A팀의 코어 크리스탈을 부수십시오.’
‘코어 크리스탈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 포탑은 강해. 코인도 많이 모았는데 용병을 구매해야 하지 않나?’
빌이 되물었다.
실제로 B팀은 해피가 없는 동안 코인을 잔뜩 모았는데, 은혁이 힌트 주문서를 산 것을 제외하면 아직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이 코인으로 아군 방어탑을 강화하거나, 강력한 인공 유닛의 일종인 용병을 구매하는 게 가능했는데,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이다.
‘아니요. 코인은 최대한 모아야 합니다. 해피가 다시 등장한 이상 보험용으로라도 코인은 모아야 합니다.’
‘흠. 하긴, 그렇겠군.’
만약 코인을 이용해 용병을 잔뜩 모은다고 해도, 해피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용병들을 모조리 파괴할 뿐이다.
그리고 은혁은 지체 없이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소환했다.
철컹!!
그리고 해피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며, 뱀프릭 체인 소드에 글레이브용 추가 손잡이를 장착했다.
-뱀프릭 체인 글레이브!
접근전을 각오하고 날아드는 그 모습을 보며, 해피는 환희에 가까운 심경을 느꼈다.
“오냐, 와라!!”
해피는 빅 배트를 들고 도약했다.
콰콰쾅!!!
위에서 내리찍는 은혁과 맞받아치는 해피.
두 사람의 일격이 공중에서 충돌하는 순간의 충격파만으로도 스테이지가 떨렸다.
-큭!
하지만 은혁의 목에서 견디지 못하고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육중한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장착한 상태에서 내리찍는 공격을 가한 쪽인데도, 그 충격이 안쪽까지 전달된 것이다.
“와하하하!!”
해피는 빅 배트를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
터텅!
쾅! 쾅!! 쾅!!!
은혁은 해피의 3연속 공격을 [패링]으로 전부 흘렸는데, 그랬는데도 피해가 누적됐다.
‘진짜 장난 아니네.’
길드연합국 최강자인 이유, 다른 강력한 차원으로 넘어가서 전쟁을 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신난다! 진짜 튼튼해서 마음에 드는구만! 와하하!!”
어지간한 존재는 해피의 일격을 견딜 수조차 없다.
그나마 드래곤쯤 되어야 해피의 일격을 견디거나 피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자아, 받아봐라!”
투쾅!
-크악!
단순한 풀스윙에 맞은 은혁은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갔다.
-경고! 드래곤 파워드 아머 내구도 50% 감소!
‘와씨, 진짜 괴물이구나.’
은혁은 이쯤 되니 웃음이 나왔다.
“뭐야, 생각보다 약하구만! 차하앗!”
해피는 한 번 더 풀스윙을 했지만.
“[그림자 도약].”
은혁은 드래곤 파워드 아머째로 [그림자 도약]해서 하늘 높이 회피했다.
“어쭈? 높이 피하면 못 쫓아갈 줄 아냐!”
해피는 크게 도약했고, 단숨에 58층의 하늘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 순간에 맞춰, 은혁은 두 자루의 무기를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변형된 오른쪽 암 파츠에 모두 끼워 넣으며 스킬을 발동했다.
“하이퍼 퓨전 스킬 [초열극광대검]!!”
번쩍!!
피구름 속의 송곳니의 내부에서 3군주 인치를 상대할 때 발동한 적 있는 스킬이다.
청염백광태도와 청염백광단검, 그리고 막대한 화염의 힘을 모조리 응축시켜 만든, 전사와 마법사의 모든 정체성이 담긴 필살기다.
너무 강력한 탓에 은혁도 유지하기 힘들어서, [스킬 트랜스미션 : 2초 무적]을 써야만 딱 2초간 유지 가능한 것.
하지만.
기이이이이잉……!!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힘 덕분에 훨씬 안정적으로, 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전체 출력 또한 그때 당시보다 몇 배로 상승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초열극광대검]이 완성되는 순간 방출되는 방사열과 섬광만으로도 하늘의 구름이 소멸하고, 스테이지의 전체 기온이 1도 상승했다.
“으음!”
해피도 눈이 부신 것을 참지 못하고 얼른 다시 바닥에 착지해야 할 정도.
파지지지지직……!
콰쾅!
방송 취재 중인 각종 카메라 장비들의 대부분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으악!”
“시청자 여러분! 눈 감으세요!”
기자들이 난리를 피우는 동안 은혁은 일격을 준비했다.
-해피 길드장님.
“왜?”
-지금 휘두를 겁니다. 꼭 피하십쇼.
“하핫! 와라!!”
하늘에 떠 있는 은혁은 지상을 향해 [초열극광대검]을 내리찍었다.
번쩍!!!
한참 멀리서 휘두른 공격이었지만, 전보다 강해진 은혁의 마력과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멀티 코어식 마정석의 출력을 받아 빛과 화염을 뿜어냈다.
화악!!
쿠콰콰콰콰콰콰콰쾅!!!
실제 게임이 이뤄지는 스테이지 면적의 10%가 푸른 화염으로 뒤덮이고 터졌다.
콰아아앙……!!
쿠르르르르르르릉……!!
땅이 흔들리고 스테이지 북쪽 끝의 화산에서 용암이 쿨럭거렸다.
이 정도의 엄청난 위력이지만.
“후아아, 뜨겁다아아……!”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은 해피가, 입에서 검은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막지 말고 피할 걸 그랬네. 헤헤.”
해피는 오른쪽 팔꿈치를 들어 보였다.
해피는 무기로 막는 대신, 그냥 오른팔을 들어서 방어 자세를 취해 막았다.
물론, [혼돈 지배]의 힘으로 혼돈을 층층이 겹쳤지만, 그래도 맨몸, 팔꿈치 커버링만으로 막아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멋진 걸 받았으니, 나도 답례…… 어라?”
하늘에 떠 있던 은혁이 보이지 않았다.
-이쪽입니다.
은혁은 땅 밑에 있었다.
[초열극광대검]으로 갈라지고 불타는 바닥의 틈새 속에서 스킬을 발동했다.
-[플레임 인플레이션] + [돌 부수기] + [거대화] 3중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마그마 인플레이션]!!
은혁은 3중 승급 때, 차원을 불태우는 아크메이지 스킬로 [플레임 인플레이션]을 얻은 바 있다.
거기에 드루이드 스킬인 [돌 부수기]와 궁술사 스킬 [거대화] 스킬을 활용, 팽창하는 마그마의 격류를 만들어 뿜어냈다.
차콰앙!!
촤아아아아아아아악……!!!
위에서 초화염의 검으로 땅을 긋고, 불붙고 갈라진 땅에서 마그마를 끌어모아 방출해내는 스킬.
단순 화염이 아닌 데다가, 기존 스테이지의 토양 질량을 거대화한 탓에 훨씬 막대한 질량을, 해피는 모조리 뒤집어쓰게 됐다.
“크악!!”
아무리 혼돈의 힘을 두르고 있는 해피라 해도, 미쳐 날뛰는 열기와 막대한 질량이 온몸을 뒤덮으면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흐랴아아압!!”
빅 배트를 크게 좌우로 휘둘러 [마그마 인플레이션]을 떨쳐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마그마 인플레이션]의 핵심은 순간적인 화력이 아니라, 끊임없이 팽창하고 증량하는 마그마에 있었다.
해피가 [마그마 인플레이션]을 빅 배트를 휘둘러 쳐낼 때마다 그 틈새를 뜨겁고 끈적한 용암이 채웠다.
‘이거 되게 답답하네. 이 안에 한 5분 있으면 나라도 죽겠는데?’
100층탑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공포 비슷한 걸 느꼈다.
‘문제는 지금 이 마그마가 강은혁의 마지막 필살기도 아니고 최강의 필살기도 아니라는 거.’
대부분의 적들은 그 사실을 깨달으면 전의를 상실하지만, 해피는 그 사실에 더 환희를 느꼈다.
‘더 기대가 된다!’
해피는 빅 배트를, 사무라이들의 할복 준비 자세처럼 거꾸로 쥐었다.
빅 배트 끝에 혼돈의 힘을 모으더니.
“흐읍!!”
투쾅!!!
자기 자신을 찍으면서 빅 배트를 놓아 버렸다.
투확!!
[마그마 인플레이션]의 범위 밖으로 해피는 튕겨 나갔다.
쉬이이이익!!
순식간에 A팀 시작 지점까지 날아간 해피는, 코어 크리스탈 앞에서 격전을 펼치는 아군과 적군을 발견했다.
브라이언은 여전히 탑 라인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고, 엔리케, 라툼, 콴만 보였다.
콰쾅!!
빠지지직!!
물론, A팀의 3인이, B팀의 4인에게 크게 밀리고 있었다.
-A팀의 코어 크리스탈의 내구도가 80%로 감소하였습니다!
-A팀의 코어 크리스탈의 내구도가 79%로 감소하였습니다!
-A팀의 코어 크리스탈의 내구도가 78%로 감소하였습니다!
A팀은 머릿수만 해도 B팀보다 밀리는데 미드 라인과 바텀 라인 양방으로 몰려드는 B팀 인공 유닛들까지 있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으아, 너네 너무 약하네.”
해피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엔리케, 라툼, 콴은 화를 냈다.
“여태 놀다가 왜 우리 탓입니까!!”
“훗. 알았다, 알았어. 탓 안 할게. [혼돈 흡수].”
화악……!
혼돈의 힘이 사방에 뿜어져 나갔다.
피아를 가리지 않는 무형의 혼돈이 모두를 집어삼켰다.
슈루르르륵.
슈루르르륵.
[혼돈 흡수]에 집어삼켜진 것은 이리저리 뒤틀리더니 1만분의 1 크기로 압축되었다.
돌, 잡초, 심지어는 플레이어까지.
“흐아아아악……!!”
“같은 편끼리 왜……!”
엔리케, 라툼, 콴 또한 집어삼켜졌다.
“약한 주제에 불평만 하는 너희에게 질렸다. 으하하하!!”
슈르르르르륵.
세 사람은 해피에게 집어삼켜졌다.
“제길! 피해!”
B팀 플레이어들은 황급히 뒤로 빠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혼돈 흡수]가 해피를 중심으로 느리게 퍼져 나간다는 점.
그리고 해피가 그 중심부에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 순간.
슈르르르르륵.
심지어는 A팀의 코어 크리스탈까지 해피에게 흡수되었다.
“뭐!! 저게 돼?!”
B팀 플레이어들은 모두 기막혀했지만, 놀랍게도 시스템은 그것을 인정했다.
-코어 크리스탈이 파괴된 것이 아니므로 인정됩니다!
-현재 코어 크리스탈의 내구도는 78%입니다!
스르륵.
해피는 코어 크리스탈을 자신의 가슴에 이식시켰다.
그리고 [혼돈 흡수]를 해제했다.
“좋아! 이걸로 리셋이다!”
해피의 눈빛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이제부턴, 너희들 모두가 나를 노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흐흐흐! 처음부터 이렇게 놀 걸 그랬다, 그치?”
-그러게요.
또다시 은혁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저 멀리서 차원의 낚싯대를 꺼냈다.
-[파일 드라이버식 차원의 낚싯대]!!
투쾅!!!
초고속으로 날아온 낚싯바늘이 해피의 몸을 향했지만.
터텅!!
낚싯바늘은 해피의 몸에 둘린 혼돈의 힘에 박히진 않고, 강하게 부딪혔다.
“아야야. 아프네.”
해피는 그렇게 외친 뒤, 100미터 달리기 주자처럼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미드 라인을 똑바로 노려봤다.
“자아, 다들 여기 모였으니, 준비!”
그런 뒤 해피는 [혼돈 질주] 스킬을 썼다.
“땅!”
파앗!
해피의 모습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기에 일종의 순간이동처럼 보였다.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시스템 메시지에 모두가 경악했다.
-B팀 미드 라인 제1방어탑이 파괴되었습니다!
-B팀 미드 라인 제2방어탑이 파괴되었습니다!
-B팀 미드 라인 제3방어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뭣?!”
해피는 미드 라인에서 [혼돈 질주]를 발동, 단숨에 B팀의 미드 라인 방어탑 셋을 모조리 몸으로 뚫고 간 것이다.
“말도 안 돼!”
염훈이 경악했다.
엄청난 속도도 속도이거니와, 규칙을 무시하는 행동 때문이다.
“맞아. 플레이어는 방어탑을 부술 수 없는데, 어떻게 한 거지?”
슬레이버가 중얼거렸다.
플레이어가 방어탑에 피해를 줄 수는 있어도, 막타는 반드시 인공 유닛이 쳐야 하기 때문이다.
“코어 크리스탈을 몸에 이식한 것 때문에, 인공 유닛의 일부로 취급받는 거 아닐까 한다.”
빌이 답을 내놨다.
그 순간.
-B팀의 코어 크리스탈의 내구도가 79%로 감소하였습니다!
-B팀의 코어 크리스탈의 내구도가 63%로 감소하였습니다!
-B팀의 코어 크리스탈의 내구도가 50%로 감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