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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54화 (354/434)

354화 : 통합길드장 직위를 건 대결 (7)

B팀의 코어 크리스탈이 내구도가 급감하고 있었다.

0%가 되는 순간 무조건 패배한다.

“이런!”

“가서 막아야 해!”

“제길, 너무 멀어!”

B팀 플레이어들은 길드장들답지 않게 조금 당황했다.

코어 크리스탈 파괴 속도가 너무 빨랐으니까.

하지만.

-이 스킬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군요. [그림자 터널] + [시스템 해킹] +[소매치기]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3중 퓨전 스킬 [관리국 자산 훔치기]!

은혁은 이전에 [관리국 자산 추방]을 발동한 바 있었다.

그때의 응용으로 관리국의 게임 자산인 B팀의 크리스탈 코어를 통째로 옮긴 것이다.

파앗!

반대편 멀리 있던 B팀의 코어 크리스탈이, A팀의 코어 크리스탈이 있는 곳으로 전송되었다.

“헐.”

“이런 것도 돼?”

“팀은 그대로 유지가 되는 건가?”

같은 편끼리도 당혹스러워할 정도.

다행히 코어 크리스탈의 위치만 바뀔 뿐, 팀은 그대로 유지되는 모양이었다.

그때, 저 멀리서 해피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하하하하하하……!!

자신의 꼼수에 대한 은혁의 맞꼼수를 눈치채고, 배꼽 잡고 웃는 모양이었다.

-웃느라 시간이 좀 걸리겠군요. 저희로서는 행운입니다.

은혁은 그렇게 말한 뒤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일단 해제했다.

[드래곤 파워드 아머 숙련] 패시브 스킬을 얻었기에 에너지 효율이 좋아졌고, 편하게 장착과 해제를 수시로 할 수 있었다.

“은혁아. 이제 어떻게 하면 되냐?”

염훈이 묻자, 은혁은 이렇게 되물었다.

“염훈. 이 게임판 안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가 어디 같아?”

“가장 안전한 장소?”

염훈이 고민했고, 슬레이버가 손을 들었다.

“정답! 게임 밖으로 도망친다!”

“이보세요. 제가 방금 ‘이 게임판 안에서’라고 했잖습니까.”

“아, 아차.”

그러자 빌이 대신 대답했다.

“부활의 방.”

“맞습니다. 여러분은 거기로 가야 합니다.”

“엥? 어떻게?”

“그게 문제입니다.”

부활의 방에 들어가려면 죽기 직전 상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같은 편끼리 죽기 직전 상태로 만들면 3중 페널티가 따른다.

그렇다고 해피나, 적의 방어탑 또는 인공 유닛에 무리하게 돌격해서 고의로 죽기 직전 상태가 되었다가는 정말로 죽어 버릴 수 있다.

이래저래 무리가 따른다.

“게다가, 우리가 부활의 방으로 가 봤자 소용이 없잖나?”

빌이 묻자, 슬레이버가 말했다.

“음? 우린 코인으로 이기려는 거 아니었나?”

상대의 코어 크리스탈을 부수는 것이 플랜 A.

현실적으로 해피 때문에 어렵다면, 제한 시간까지 버텨서 코인을 잔뜩 모아서 코인 점수로 이기는 것이 플랜 B.

슬레이버는 이렇게 추론하고 있었다.

저스티스는 슬레이버의 추론에 동의하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해피가 너무 강해서, 우리가 모두 부활의 방으로 가면 남은 50분 동안 해피는 우리 B팀의 코어 크리스탈을 파괴할 거야. 그러면 의미가 없지.”

지금까지 B팀이 모은 코인은 약 12,000 코인.

A팀은 6분의 1인 2,000 코인 남짓.

B팀이 이토록 막대한 코인을 번 것은, 적극적으로 상대팀의 방어탑을 부수고, 인공 유닛을 처치하고, 북쪽과 남쪽 구역의 사이드 미션을 클리어하는 등 집요하게 코인을 모으는 전략을 수행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 코인 모으기 전략은 아군 코어 크리스탈이 파괴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해피가 작정하고 B팀의 코어 크리스탈을 부수려 하면 쌓아 둔 코인이 얼마건 의미가 없어진다.

‘1억 코인을 모으면 즉각 승리가 가능하지만…….’

꼼수를 써도 시간이 부족하다.

“어떻게 할래?”

염훈이 물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때가 왔다는 거지.’

은혁은 각오한 뒤, 말했다.

“위기 때 쓰라고 했던 블러드 데이터 칩 있죠? 지금이 바로 그걸 써야 할 때입니다.”

그들은 지체 없이 블러드 데이터 칩을 머리에 꽂았다.

“아아……!”

“이, 이건!”

“엄청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하나.”

다들 감탄하거나 경악했다.

염훈만 빼고.

염훈은 블러드 데이터 칩을 자신의 이마에 꽂기 전에 잠시 머뭇거렸다.

“어? 뭔가 할 말 있음?”

“음, 부탁이 있는데.”

염훈이 이렇게 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은혁은 염훈이 무슨 부탁을 하는지 들었다.

* * *

게임판의 중심부.

은혁은 성큼성큼 다가갔다.

맞은편에서는 해피가 싱글벙글 웃으며 오고 있었다.

“하핫! 나머지 친구들은 다 어딨어?”

“숨어 있습니다. 그쪽 부하들은요?”

은혁은 그리 말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세 놈은 죽었고, 브라이언 녀석은 숨어 있어. 우리가 싸우는 걸 본 다음, 어부지리를 노리겠다더군.”

“이젠 그 인간도 대놓고 꼼수를 쓰는군요.”

“그래? 그럼, 꼼수 이야기가 나왔으니 미리 말해두는데.”

터텅!!

빅 배트로 바닥을 가볍게 찍었다.

“난 똑같은 꼼수를 싫어해. 만약 한 번 더 같은 방식으로 코어 크리스탈을 옮기면, 그때는 스테이지고 뭐고 다 박살 내겠어.”

“동의합니다.”

“자아, 그럼 최후의 결전을 벌여볼까?”

“그전에 한 가지만 묻죠.”

“응? 뭔데?”

“왜 행복 길드를 만든 겁니까?”

“심심해서. 재밌을 거 같아서.”

“역시 그랬군요. 그럼 길드 대전이 발생했을 때, 다른 이들보다 더 극심하게 날뛴 이유는?”

“심심해서. 재밌을 거 같아서.”

“그럼 이번에, 제가 통합길드장이 된 다음 5층에 침입해 온 이유는?”

“심심해서. 재밌을 거 같아서.”

“다른 이유는 없습니까?”

“전혀 없어.”

해피는 히죽 웃었다.

“강은혁. 100층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곳이야. 어쩌면 다차원 우주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재미있는 곳일지도 몰라.”

해피는 양팔을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7대 길드의 나머지 놈들은 내가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나머지 놈들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해. 왜 100층탑을 즐기지 않지? 왜 각자의 사명이니 이상이니 하는 것들을 추구해? 바보 아냐?”

해피는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말했다.

“100층탑뿐만이 아니야! 인생 전체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태어난 이상 반드시 죽는다! 생로병사의 사이클을 극복하는 건 원론적으로 불가능하며, 예외가 있다면 자살, 사고사, 피살당하는 경우뿐! 그렇다면 답은 나오잖아?”

해피는 몸과 마음을 다해 외쳤다.

“즐겨라!!! 어차피 우린 다 뒈질 테니까!!!”

해피의 외침은 방송국 카메라를 통해 길드연합국에 전달되었다.

5층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지만 은혁은 납득할 수 없었다.

“당신이 즐기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그래도 상관없단 말입니까?”

“딱히? 그들도 나에 대해 상관하지 않잖나.”

“무슨 의미입니까?”

“나는 그들의 기쁨과 고통에 대해 전혀 관심 없어. 그들도 나의 기쁨과 고통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그뿐이다.”

은혁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은혁도 100층탑에 들어오기 전,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기아, 질병, 재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단지 관심이 없다고 해서, 타인에게 고통을 줘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관심한 것과 적극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하하하! 그 정도는 알아.”

“알면서 그럽니까?”

“응. 왜냐하면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나머지 것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착하게 산다? 그럴 바에는 그냥 착하게 산속에 구덩이 파고 드러누워 자살하는 게 낫잖아? 그럼 적어도 주변에 폐는 안 끼칠 테니까. 하하하! 사람은 살면서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고?”

“자꾸 제 발언을 극단적으로 확대해서 해석하시는군요.”

“정도에 따라 다르다~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한다~ 이딴 소리 하려는 거지? 아아, 의외로 너 선비충이었구나?”

은혁은 상대의 도발에 강한 편이었지만, 이 경우에는 솔직히 화가 났다.

“하하하!”

하도 화가 나니 웃음이 났다.

“뭐가 웃김?”

“당위성을 확보한 게 기뻐서 웃었습니다.”

“뭔 당위성?”

“내가 통합길드장이 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런 미친놈에게 길드연합국을 통치할 주권을 조금이라도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므로 그나마 정상인인 나나 염훈이 통치하는 게 낫겠다, 라는 결론입니다. 즉.”

은혁은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소환해서 장착했다.

-내가 지금 당신을 줘패는 건 역사적 필연이라는 겁니다.

그 말에 해피는 씨익 웃었다.

“좋은 싸움이 될 것 같군.”

두 사람은 격돌했다.

* * *

-남은 제한 시간 : 19분 13초…….

-남은 제한 시간 : 19분 12초…….

-남은 제한 시간 : 19분 11초…….

은혁과 해피는 20분가량 싸웠다.

그 과정에서 은혁은 몇 번이나 심정지를 겪었는데, 은혁은 그게 불행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운이 좋았어.’

혼돈술사 직업을 얻을 때, 패시브 스킬인 [혼돈 저항] 스킬을 얻었다.

만약 그것이 없었다면, 일시적 심정지가 아니라, 잘게 썰리거나 쥐어짜인 채 죽었으리라.

“하하핫! 난 아직 지치려면 멀었다고? 차하앗!!”

해피는 무아지경 속에서 또다시 빅 배트의 손잡이를 휘둘렀다.

투콰쾅!!

빅 배트는 10분 전에 부서져서 짧아져 있었다.

하지만 위력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왜냐하면 해피는, 부서진 빅 배트를 휘두를 때가 더 즐거웠기 때문이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빅 배트의 위력이 증가했다.

회귀자인 은혁도 예상 못 한 현상이었다.

-크아악!!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바디 파츠가 조각나고, 은혁은 통째로 튕겨 나갔다.

후방에서 대기 중에던 빌과 저스티스는 힐링 포션을 마신 뒤 외쳤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군.”

“후우, 지친다!”

빌과 저스티스가 출격했다.

“[타키온 블래스트]!”

“[정의 부여 : 행복과 불행의 역전]!”

투쾅!!

파앗!!

“하하하! 와라!!”

해피는 지치지도 않고 빌과 저스티스를 상대로 싸웠다.

이렇게 싸우는 것도 벌써 열 번째다.

빌과 저스티스가 지치면, 염훈과 슬레이버가 나서서 싸웠다.

그렇게 이들이 시간을 버는 동안 은혁은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복구했다.

-크윽! [드래곤 파워드 아머 절대 소환]!!

파앗!

은혁은 마법사 직업 3중 승급 할 때 얻은 스킬로, 추가 부품을 소환했다.

-[긴급 수리]!

파앗!

파괴된 바디 파츠의 고장 난 부품이 떨어져 나가고 새 부품이 채워졌다.

-마나 엔진 과열 경고!

“[냉기 지배]!”

화악!

마나 엔진들을 냉기로 강제로 식혔다.

-출력 한계 경고!

-마나 엔진 에너지 잔량 10% 이하!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였다.

은혁이 자신의 마력을 보존하며, 마나 엔진의 마력을 끌어다 쓴 탓이다.

‘이런, 시간 계산이 어긋났나?’

해피의 공격은 가히 초월적이었다.

은혁의 계산을 상회할 정도.

‘아니, 이 정도면 괜찮아.’

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드래곤 파워드 아머 내부 취음용 빨대로 힐링 포션을 빨았다.

그리고 복구와 회복에 걸리는 약 10초간 빌과 저스티스의 싸움을 봤다.

콰콰콰콰콰쾅!!

해피는 저스티스의 [정의 부여]에 의해 힘이 위축된 상태였고, 빌의 연속 공격에 크게 피해를 입고 밀리는 상태였다.

“[정의 부여]가 이제야 통하는군!”

저스티스가 외쳤다.

이미 여러 번 썼지만, 해피가 두르고 있는 혼돈의 힘에 막혀 제대로 먹히질 않았었다.

하지만 은혁이 쉬지 않고 싸우면서 해피가 그동안 모은 각종 혼돈의 힘이 많이 떨어져 나간 상태다.

“이런! 위기구만!”

해피는 처음으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스티스의 [정의 부여 : 행복과 불행의 역전]이, 행복감을 불행감으로 바꿔 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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