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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57화 (357/434)

357화 : 염훈 VS 해피 (3)

염훈은 이를 악물고 해피를 노려봤다.

‘지켜봐라, 강은혁. 내가 너처럼 강자가 되는 순간을!’

“야, 해피.”

“음?”

“너 이 새끼야. 최상의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냐?”

이 질문은 눈앞의 해피는 물론, 목숨 걸고 비행 스킬로 촬영 장비를 들고 멀리서 찍는 기자들을 통해 5층 길드연합국에도 전달되었다.

“참된 행복이란, 제멋대로 하는 것이다.”

해피가 저 멀리 떠 있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말했다.

“흔히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무분별한 쾌락은 쉽게 질린다고들 하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들은 책임에 허우적거릴 정도로 나약하고, 진짜 쾌락을 한정 없이 즐겨보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밟은 것들뿐이야.”

해피는 진정성을 담아 외쳤다.

“남이 죽건 말건, 세상이 부서지건 말건! 그냥 내가 내 멋대로 하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그것 말고는 없어!!!”

무도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5층에서 숨죽이고 이번 싸움을 보고 있던 길드연합국 플레이어 중에는, 조금 부럽다고, 약간 멋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람 측은하게 만드는군.”

염훈은 그렇게 말했다.

“너, 그딴 식으로 살면 친구 없다.”

“뭐? 뭔 개소리야?”

“아마 이런 말 해주는 건 내가 처음일 거다. 그러니 잘 들어라.”

염훈은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외쳤다.

“네놈은 혼자 깽판치는 게 쾌락이라고, 행복이라고 착각하고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아! 진정한 행복은 쌓아가는 것! 조금씩이나마 연결해 나가는 거다!”

“훗. 난 업적이니 인연이니 하는 것도 다 때려 부숴 왔다. 그 반박은 무의미해.”

“그래? 그럼 묻겠는데, 모든 걸 다 때려 부수고 더 이상 때려 부술 게 없어지면 어쩔 거냐?”

“흠.”

해피는, ‘더 이상 부술 게 없어질 가능성은 없다’라고 말하려 했지만, 염훈이 먼저 외쳤다.

“100층탑도 영원하지 않아! 100층탑이 존재하는 건! 관리국이 100층탑이라는 샌드박스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결국, 너는 관리국이라는 어른이 만들어 놓은 놀이터에서 지 잘난 맛에 다른 애 때리는 덩치 큰 유치원생보다 하등 나을 게 없다! 그런 네놈은 무엇 하나 만들지 못하고 이어 나가지 못해!”

염훈의 목소리는 명백히 꾸짖는 목소리였다.

해피는 그 소리가 듣기 싫었다.

“일단 주둥이부터 좀 찢어놔야겠군.”

“[성역 생성]!”

파앗!

[성역 생성]은 평화 길드 부길드장인 페넬레시아의 [강제 평화]와 비슷한 스킬이었다.

스킬의 범위와 시간이 매우 좁은 대신, 위력은 더욱 강했다.

뚜드드드득……!

해피가 지닌 혼돈의 힘과 [성역 생성]의 힘이 맞부딪히며 반발했다.

쿠구구구구구구……!

어찌나 상호 반발력이 강한지, 차원이 늘어지고 찢기기 직전까지 갔다.

“이 새끼가……!”

해피는 화가 났다.

염훈은 이 순간에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진정으로 고등한 쾌락은! 인연을 이어 가는 것! 경험을 쌓아 올리는 것! 세상을 지어 가는 것이다! 순간의 파괴적인 쾌락에만 함몰된 네가 행복을 논한다는 것부터가 비정상이다!!”

“웃기지 마라! 남의 행복을 뭐라고 평가하는 거냐!”

“하! 지금 화내는 것도 모순 아니냐? 네가 남의 인생을 파괴할 때는 신경을 1도 안 쓴 주제에, 막상 내가 네 행복론이 반쪽짜리라고 하니까 급정색하고 화를 내는데? 정곡을 찔렸다는 뜻 아니냐?”

염훈의 비아냥은 길드연합국 전체에 생중계되었다.

-염훈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갑니다!

-염훈이 생성한 성역의 힘이 강화됩니다!

그랬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패불굴 길드원들은 염훈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있다.

불패불굴 길드원이 아닌 플레이어와 NPC들도 염훈을 응원했다.

그리고 염훈은 무의식중에 [광역 홀리 채널링]을 발동하고 있었다.

기이이이잉……!!

황금빛 에너지가 염훈의 몸을 감싸고, 혼탁한 혼돈의 소용돌이마저도 약해졌다.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콰콰쾅!!

해피가 부러진 빅 배트를 휘둘렀고, 팽팽하던 반발력이 깨지며 염훈이 조금 밀려났다.

“하앗!”

염훈은 빅 썬더를 높이 치켜들며 해피를 공격하려 했고, 해피는 이를 악물고 동시에 맞받아치려 했다.

타앗!

하지만 염훈은 바로 공격하는 대신 냉철하게 측면으로 빠져서 거리를 벌렸다.

“도망치는 거냐!”

“내가 옆으로 빠진 건! 돌격 거리를 벌기 위함이었다!!”

염훈은 새로 얻은 스킬인 [성황제의 돌격]을 발동했다.

투쾅!!!

빠악!!!

“끄악!!”

해피는 돌진하는 마차에 치인 산적처럼 볼품없이 튕겨 나갔다.

‘뭐? 내가 튕겨? 말도 안 돼.’

어지러움 속에서 겨우 일어났다.

“크윽…….”

저 멀리서 염훈도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염훈도 해피만큼 튕겨 나간 상태였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이었군!’

해피와 염훈은 동시에 깨달았다.

염훈의 신성한 힘과 해피의 혼돈의 힘은 서로가 서로의 상극.

이 깨달음 속에서 해피와 염훈은 서로 다른 결론을 냈다.

‘보기보다 귀찮게 됐군!’

‘좋아! 할 수 있어!’

해피와 달리 염훈은 희망적인 결론을 내렸다.

‘왠지 자꾸 힘이 쌓인다!’

[성황제의 돌격]은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을 등 뒤에 둔 상태에서만 발동 가능한 스킬.

염훈의 실제 등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염훈의 눈에 안 보이는 후원 메시지창은 염훈에 대한 응원으로 가득했다.

-힘내라!!

-절대로 지지 마세요!!

-때려 부수기만 할 줄 아는 이기적인 놈을 때려 부숴 버려!!

보이지 않는 작은 메시지 하나하나가 염훈에게 무한한 힘을 주고 있었다.

타앗!

쾅! 콰쾅!!

염훈과 해피는 공격을 서로 주고받았다.

아직은 여전히 해피가 더 강했지만, 격돌을 주고받을 때마다 염훈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정말로 이길 것 같냐?!”

해피가 노호성을 내지르며 바닥을 후려쳤다.

콰콰콰쾅!!!

정글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분화구가 생겨났다.

-경고! 게임의 무대가 파괴됩니다!

-기가 스틸 성채가 드러납니다!

염훈과 해피는 금속 성채의 표면 위에 착지했다.

“이건 나조차도 못 부수는 금속이다. 바꿔 말하자면.”

해피가 진지한 눈으로 염훈을 노려봤다.

“여기에 널 처박으면, 네 신성한 힘이고 뭐고 다 소용 없다는 거지.”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염훈은 맞받아쳤지만 이젠 치고 빠지기가 상당히 힘든 지형이었다.

‘은혁이가 빌과 싸우던 대련장 넓이 비슷한가?’

그렇게 생각하자 용기가 치솟았다.

“[성황제의 돌격]!!”

투쾅!!

염훈이 먼저 돌격했다.

하지만 해피는 이런 분화구 형태의 지형에서 싸운 경험이 많았다.

타앗!

분화구의 벽면을 타고 달리면서 염훈의 공격을 피하는가 싶더니.

“차핫!!”

콰쾅!!

돌격해 오는 염훈의 측면을 옆에서 갈겼다.

“컥……!”

갑옷과 신성력을 뚫고 들어오는 타격.

기유우우웅……!

염훈은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손바닥 크기의 소용돌이 같은 혼돈이 몸속에서 돌고 있는 것을 느꼈다.

“끝이다. [혼돈 심기]에 걸렸으니까.”

해피는 [혼돈 심기]를 잘 쓰지 않았다.

한 방에 파괴하는 걸 즐기는 성격이었으므로.

[혼돈 심기]는 일종의 ‘독’ 같은 것이었다.

“모든 플레이어는 조금씩 혼돈을 품고 있지. 아무리 신성력으로 몸을 보호해도, 이미 네게 [혼돈 심기]가 자리를 잡았으므로, 서서히 죽을 거다.”

해피는 그렇게 말하더니.

폴짝!

가볍게 분화구 밖으로 튀어 나갔다.

“이 자식! 어딜 가는 거냐!”

염훈이 화를 내며 쫓아가려 했지만.

“쿠, 쿨럭!”

피를 토했다.

다리도 움직이지 않았다.

해피는 분화구 가장자리에 서더니, 등을 보인 채 말했다.

“찝찝한 결말이라 나도 아쉽지만, 죽어가는 널 걷어차 봤자 재미도 없겠지. 그냥 거기서 죽…….”

콰콰쾅!!!

분화구 안쪽에서 [홀리 썬더]가 터졌고, 충격파는 해피가 선 곳까지 올라갔다.

“큭?!”

가장자리에서 폼 잡고 선 해피는, 결국 비틀거리다 다시 분화구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하지만 염훈은 그런 해피를 향해 추가 공격을 가하지 못할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

“그렇게 당장 뒈지고 싶냐? 오냐, 소원대로 해주마!”

해피는 냉철하게 염훈을 공격했다.

가까이 접근했다간 또 무슨 수에 당할지 몰랐기에, 냉철하게 혼돈의 힘을 담은 충격파만 날려서 염훈을 유린했다.

콰쾅!

콰콰쾅!

성장한 염훈은 적절히 방어해 냈지만 몸속에 박힌 [혼돈 심기] 때문에 서서히 죽어 가는 중이었다.

‘한 방을 노리는 수밖에.’

염훈은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10초 무적]!!”

파앗!!

염훈은 해피에게 달려들었고, 해피는 피하지 않고 도리어 염훈에게 마주 달려들었다.

콰앙!!

콰콰쾅!!

해피는 염훈을 축구공 걷어차듯 여러 번 튕겨 냈고, 염훈은 정말 공처럼 튕겨 나가며 분화구 밖으로 날아갔다.

“쿨럭!”

“[10초 무적]이라고 해서, 네 몸속에 박힌 [혼돈 심기]가 무효화되는 건 아니다. 그건 이미 네 몸속에 들어가 있는 거니까.”

“으윽, 역시 안 되나…….”

염훈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혼돈 심기]의 힘이 더 증폭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

콰콰쾅!!

또다시 걷어찼다.

지금까지 해피가 염훈을 걷어찬 위력을 합치면, 이미 작은 산의 지형을 평지로 바꿀 정도의 위력이다.

하지만.

“허억, 허억.”

염훈은 다시 일어났다.

해피는 짜증이 났다.

“거, 진짜 포기를 모르는구만?”

“당연하지.”

염훈은, 이제 잘 움직이지도 않는 다리로 조금씩 해피를 향해 다가갔다.

“결정했다.”

해피는 손가락을 내밀었다.

“보아하니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를 증명하겠다느니 뭐니 하면서 구질구질하게 제한 시간 끝까지 버티려는 것 같은데, 그게 틀려먹었다는 걸 증명해주마.”

해피의 손가락 끝에는 [육체 섞어 교환] 스킬이 맺혔다.

“통째로 네놈의 몸뚱이를 뺏어주마.”

해피는 염훈의 몸을 뺏어서, 염훈이 말하는 인연과 신뢰를 모조리 부정하기로 결심했다.

타앗!

해피가 먼저 돌진해왔다.

손가락 끝에 스킬을 집중한 탓에, 혼돈의 방어력이 조금은 약해진 상태.

염훈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을 직감했다.

“[폭포 유니콘 소환]!!”

파앗!

염훈은 잘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폭포 유니콘에 올라탔다.

“유니콘! 위험한 전장에 소환해서 미안하다!”

“히히히히힝!!”

폭포 유니콘은, 그런 말 하지 말라는 듯이 투레질을 했다.

성황제로 승급한 염훈의 목소리 하나하나, 손길 하나하나에서 진정으로 숭고한 투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 부탁한다, 유니콘!!”

“히히히힝!!”

촤악!!

폭포수를 발밑에서 내뿜으며 해피에게 돌진했다.

해피는 코웃음 쳤다.

“그깟 소환수의 도움으로 이길 것 같냐!!”

해피는 바닥을 내리쳐서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아예 접근 자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날아라!!”

염훈은 [지크리엘의 날개]를 폭포 유니콘에게 넘겨줬다.

‘뭣?!’

해피는 내심 경악했다.

환수에게 자신의 고유한 힘을 넘겨준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진심으로 마음이 통한 상태에서만 가능한 일.

그리고 폭포 유니콘은 무척 고결한 생물이었다.

파앗!

폭포 유니콘은 [지크리엘의 날개]를 이어받아, 마치 페가수스처럼 비행했다.

“그래 봐야 잔재주다!!”

해피는 적에게 잠깐이지만 감탄했던 자신을 꾸짖으며 마구잡이로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콰쾅!!

콰콰콰쾅!!

혼돈의 충격파가 사방에서 몰아쳤지만.

촤악!

폭포 유니콘은 때때로 폭포수를 발밑으로 분출하며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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