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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59화 (359/434)

359화 : 통합길드장과 성황제

“예. 그는 길드장 지위를 유지한 채 평화의 감옥에 들어가 있습니다. 지은 죄가 하도 많아서 재판을 따로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가 원하는 경우 재판받을 기회를 줄 것입니다.”

“평화의 감옥은 파괴되었지 않나요?”

“저스티스, 슬레이버, 빌 길드장이 주도하여 신속하게 복구, 관리 중입니다. 아! 물론, 다른 복구 사업도 유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순간에도 은혁의 명령을 받은 행복 길드와 자유시장 길드의 부길드장인 시리우스와 테일러는 각종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제 은혁이 공식적으로 그들의 윗사람이 되어서인지, 그들은 큰 반발 없이 사재를 털어가며 복구 사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강은혁 통합길드장님. 앞으로의 계획을 간략히 말씀해 주십시오.”

“5층 길드연합국을 복구한 뒤, 59층을 클리어하고, 막혀 있던 60층 너머로 다시 도전할 계획입니다.”

“60층은 3군주 세력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고도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국가 전략과 관련된 부분이므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길드장급 고수들은 이미 아는 방법이다.

40층~42층 구간에 존재하는 다차원 교차로를 이용해 다차원 성계로 빠져나간 뒤, 61층으로 우회해 도착하거나 하는 방법 등이다.

이는, ‘플레이어는 반드시 메인 미션과 게이트 미션을 클리어해야만 한다’라는 100층탑 기본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지만, 스테이지 자체가 완파되고, 관리국이 그것을 복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허용되는 꼼수다.

실제로 해피 같은 경우에는 일부러 차원을 부수고 올라가거나, 성좌급 존재를 도발해서 자신을 전송시키는 방식 등으로 층을 무시하고 놀러 다니곤 했다.

‘물론, 내가 쓰려는 방법은 더 화끈하지만.’

은혁은 속으로만 답한 뒤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다음 질문자는 말투가 조금 껄렁껄렁했다.

“3군주 세력의 반발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네, 전혀.”

“좀 더 성의 있게 답변해주시겠습니까?”

“하하하! 그렇게 질문하시는 이유는 당신이 3군주 측에서 보낸 스파이라서 그런 것이겠지요? 좋습니다. 답변해드리죠.”

은혁의 답변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흠칫하며 놀랐다.

“후후. 너무 티가 많이 났나?”

질문자는 숨기지도 않고 웃었다.

스르륵.

그의 얼굴이 마치 피카소의 그림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히익?!”

“오, 맙소사.”

수상한 질문자가 요사스러운 기를 뿜어내자, 근처에 있던 이들은 모두 놀라서 피했다.

다행히 기자 정신은 투철해서 피하면서도 생중계를 이어 갔다.

수상한 질문자는 과장되게 허리 숙이며 인사했다.

“반갑소, 통합길드장. 나, 3군주 공동 사절인 파우더 페이스라고 하오.”

“반갑습니다, 파우더 페이스. 한데 허락 없이 길드연합국에 들어와서 질문하시면 곤란한데요.”

“누구나 질문 가능한 거 아니었소?”

“네, 아닙니다. 길드연합국 소속 플레이어와 NPC의 질문을 받겠다고 사전에 말했죠. 하지만 당신은 길드연합국 플레이어가 아닙니다.”

“아차, 그랬던가. 혹시 내가 숨어들 것을 예상하고 그렇게 말한 겁니까?”

“아, 이건 가르쳐 주면 안 되는데.”

은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선심 쓰듯 말했다.

“통합길드장의 목걸이라고, 얻은 물건이 있거든요. 이게 있으면 길드연합국 소속인지 아닌지 감지가 됩니다. 현재…… 당신까지 첩자가 총 13명 들어와 있군요.”

“호오, 대단하군. 그런 귀한 정보를 공개해도 되는 거요?”

“뭐, 그냥 대놓고 공개해야 앞으로는 이런 쪼잔한 염탐 짓을 안 할 것 같아서.”

“흐흐흐! 그건 그럴 거요. 어차피 정체가 들통나면 자폭하게 되어 있거든.”

확!

파우더 페이스는 갑자기 웃통을 벗었다.

가슴팍에는 숫자 문신이 적혀 있었는데, 문신이 꿈틀거리며 숫자가 변했다.

-자폭까지 : 59초…….

-자폭까지 : 58초…….

-자폭까지 : 57초…….

“히익?!”

“포, 폭탄인가!”

“다들 대피해!”

혼란스러운 상황 속이었지만 은혁은 하품을 참았다.

“허, 뜬금없이 자폭이라니.”

“길게 끌 거 있소? 어차피 서로 싸워야 하는데.”

“너도 죽는 건데 괜찮나?”

“아, 걱정 없소. 실제로 터지는 건 내 부하들이고, 나는 가루로 변해서 도망치는 역할이거든.”

파우더 페이스의 직업은 ‘가루로 변신하는 사령술사’였다.

그의 얼굴이 기괴하게 변하는 것도, 부하들을 연금술로 만든 화약으로 제조한 것도 그의 능력.

“그래서 그런지 여유만만이시구만?”

물론, 정말로 여유만만한 이는 은혁이었다.

은혁은 파우더 페이스가 3군주의 부하라는 사실을, 회귀 지식으로 전부 속속들이 알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파우더 페이스는 은혁의 여유를 허세라고 판단했다.

“흐흐흐. 아무리 당신이라도 모두를 구할 수는 없겠지? 끝이오.”

“와, 길드연합국 수준 너무 무시하네.”

은혁은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통합길드장의 권능] + [텔레파시]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통합 텔레파시].”

화악!!

이계의 외신급 존재인 정신통합체 정도만이 사용 가능한, 엄청난 광역 텔레파시가 발동했다.

5층 전체에 메시지를 보내는 건 기본이고, 마음만 먹으면 100층탑 어디에 있건, 길드연합국 플레이어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했다.

-모든 플레이어는 들어라. 침착하라. 3군주의 첩자가 있다. 좌표를 보낼 테니 모두 죽이거나 봉인하라.

은혁은 그렇게 선포하고, 3군주의 첩자들의 위치를 플레이어들의 머리에 강제로 전송했다.

“우와앗?!”

“우웃! 진짜로 보, 보인다!”

“저, 저기다! 첩자다!!”

“잡아!!!”

순식간이었다.

대부분의 첩자들은 플레이어들에 의해 죽었다.

자폭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죽은 것이었기에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으음……!”

파우더 페이스는 침음성을 흘렸다.

생각보다 길드연합국 플레이어들의 대응이 빨랐다.

은혁은 파우더 페이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자폭 카운트 다운을 일부러 보여준 거 후회되지?”

“크흠, 그 말대로요.”

“이해는 간다. 절망감 심어주려고 한 거지? 절망시켜서 통합길드장인 내 기를 꺾으려고 한 거지? 왜겠냐, 막상 내 기가 살아서 지체 없이 3군주 세력에 침공을 할까 봐 내심 경계한 거지?”

은혁은 3군주 세력의 속마음을 훤히 읽듯이 말했다.

파우더 페이스는 이를 악물고 답변하지 않았다.

딴에는 상대에게 만족감을 주지 않기 위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 같았지만, 은혁은 더 약 올리기로 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나만 신경 쓰고 나머지 길드연합국 플레이어는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거야. 안 그래?”

은혁은 주변을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은혁에게만 의존하는 플레이어들은 없었다.

길드에 소속된 이들은 길드장과 부길드장의 명령을 따랐고, 나머지 이들도 주도적으로 문제에 대비하거나 대피를 유도했다.

“으음……!”

파우더 페이스는 침음성을 감추지 못했다.

은혁은 히죽 웃었다.

“그래. 내가 성장하는 동안 나머지 길드연합국 플레이어들도 성장했다. 3군주 세력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

물론, 단위 전투력은 3군주 세력의 플레이어들이 훨씬 더 강하다.

하지만 그들 절대다수는 3군주의 장기 말일 뿐.

“앞으로는 많이 다를 거다. 가서 그렇게 전해.”

“뭐? 날 풀어준다는 건가?”

“애초에 체포한 적도 없는데 뭘 놀라? 당장 꺼져.”

은혁은 대충 손짓했다.

파우더 페이스의 얼굴은 전보다 더 일그러졌다.

“59층에서 두고 보자. 3군주의 공동 신임을 받는 내 이름을 걸고 막아주겠다.”

파우더 페이스는 도망칠 준비를 했지만, 은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 너 진짜 멍청하다. 그런 소리를 하고 떠나는데 그것까지 봐줄 리가 없잖아?”

콰두드득!!

프로스트 스파이럴의 [스파이럴] 스킬을 써서 산채로 뒤틀어 버렸다.

뒤틀린 시공 속에서 1만분의 1초 속도로 느려진 파우더 페이스는 기괴한 신음을 냈지만, 은혁은 더 들어주지도 않았다.

“[광풍흡성기류장] + [화염 방사]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인페르노 볼텍스].”

화르르르르르르륵!!!

퀴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파우더 페이스는 뒤틀린 차원 속에서 완전히 불타서 죽었고, 잿가루조차 남지 않았다.

“[화염 흡수].”

파앗!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102.

“왜 악당 놈들은 꼭 두고 보자는 말을 해서 수명을 단축시키나 몰라.”

은혁은 너무 전형적이라 재미가 없다는 듯이 말했고, 그 모습도 전부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됐다.

“좀 바쁘게 됐군요. 기자 회견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상.”

* * *

다시 현재.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어?”

“응.”

“어우, 그럼 파장이 컸겠는데?”

“파장?”

“응. 3군주가 대놓고 길드연합국에, 그것도 5층에 침략해 온 적은 없었잖아?”

“맞아. 꽤 동요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지.”

“그래서, 어떻게 했어?”

“정신적 지주를 추가로 세웠지.”

“누군데?”

“너.”

“나?”

“어.”

“……엥?”

“뭘 예상 못 한 척하는 거야? 너, 승급해서 ‘불패불굴의 성황제’ 되었잖아.”

“그, 그거랑 무슨 상관?”

“음. 정말 모르나 보네.”

은혁은 친절히 설명해주기로 했다.

“네가 해피와 싸우면서, 그 모습이 생중계되었지. 꽤 많은 길드연합국 플레이어들이 너에게 희망을 걸었다.”

“어째서?”

“혼돈 그 자체인 해피를 상대로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니까. 거기에, 네 싸움 방식이 마음에 들었으니까.”

“내 싸움 방식? 그냥 돌진한 것뿐인데.”

“[광역 홀리 채널링]으로 길드연합국 모두의 마음을 모아서 돌진했지.”

“아…….”

“즉, 너는 너의 신념만이 아니라, 길드연합국 플레이어 모두의 염원을 담아 싸웠다는 거야. 뭐랄까, 함께한다는 감각이 플레이어들의 정신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달까?”

“뭔지 알 것 같은데…….”

“‘염훈이 우리를 위해 싸운다, 우리도 마음을 다해 염훈을 돕는다.’라는 거지. 그냥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응원하는 마음이 ‘실제로’ 너에게 더 강한 힘으로 전달된다는 게 핵심이지. 일체감, 친숙함, 그 든든한 느낌은 길드연합국 플레이어의 무의식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그들은 너를 마음속에서부터 지지한다.”

“대충 알 것 같아.”

“그래서 나는 통합길드장 직권으로, 너에게 진짜 성황제 지위를 주기로 했어.”

“엥? 그건 그냥 직업명이잖아?”

“그 이상이지. 너는 군주 점수도 많이 쌓았기 때문에.”

“군주 점수는 또 뭐임?”

“아, 말 안 했는데, 길드장과는 달리, 군주라는 게 있거든. 요약하자면, 절대적인 충성의 대상이지.”

은혁은 불패불굴 길드를 운영할 때부터, 불패불굴 길드에 가입하려면 염훈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하도록 유도했다.

염훈이나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냥 길드 가입 절차가 좀 철저한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터.

하지만 그때 이미 하나하나 군주로서의 격과 업을 쌓고 있었다.

은혁은 처음부터 염훈을 3군주에 대한 확실한 대항마로 삼았던 것이다.

“길드연합국에 통합길드장이랑 성황제가 동시에 있어도 됨?”

“안 될 거 있냐? 중세 유럽에서도 황제랑 교황이 동시에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구만.”

“그, 그게 그렇게 되나?”

“음. 내가 세속의 지배자라면, 너는 정신적인 지주지. 만약 내가 부재중이거나 크게 다친 경우라면 네가 대신 통치할 수도 있는 거고.”

“그렇구나. 으으, 되게 부담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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