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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64화 (364/434)

364화 : 플랜 B (3)

“그게 사실이라면, 왜 60층~69층을 다 때려 부순 건데?”

해피는 이죽거렸다.

“너희가 보낸 무슨 성명서인지 똥닦개인지는 나도 읽어 봤는데, 완전 개소리더라? 국경층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던데,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주제에 그딴 소리를 하면 안 되지?”

“그것이 약해빠진 너희들을 위한 조치라고는 생각할 수 없겠나?”

“뭔 개소린지 설명 좀?”

“아무리 우수한 복싱 선수들이라 해도, 체급을 무시하진 못한다. 플라이급인 너희들을 보호하기 위해 헤비급의 영역에 오지 못하도록 막아줬다고 생각하라는 거다.”

“와, 이건 신박한 개소리네. 금속 목소리로 들으니까 더 심각하게 들려.”

해피는 빅 배트를 꺼내 들었다.

“알아서 꺼질래? 뚝배기 깨지고 꺼질래?”

“둘 다 거절하겠다. 넌 여기서 죽을 것이다.”

이곳에서, 3군주 카인의 직업이 드러났다.

‘SSS급 직업 금속을 지배하는 트릭스터.’

트릭스터라는 직업은 도적, 마법사, 무투가의 장단점이 조금씩 섞인 직업.

그리고 [금속 지배] 스킬을 지니고 있었다.

“[나노 스틸].”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금속이 해피의 몸에 침투하려 했다.

“[혼돈 폭발]!!”

콰쾅!!

해피는 혼돈 폭발로 [나노 스틸]을 날려 버리고, 몸을 뒤로 뺐다.

“[운명치 폭풍 갑옷].”

퀴오오오오오……!!

진공인 이곳에서도 운명치 폭풍은 발생했다.

해피는 그것을 두른 채 카인의 화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귀찮군. [치트 스틸 생성].”

스르릉.

50cm짜리 자를 연상시키는 길이와 모양을 한 금속 검이 생겨났다.

100층탑의 시스템에 속해 있으면서도 초월한 ‘치트 스틸’로 생성된 그 검은, 보팔 소드나 기가 스틸조차 종잇장처럼 잘라낼 수 있다.

서거걱!!

물론, [운명치 폭풍 갑옷]조차 썰어냈다.

“아, 이거 귀찮네.”

해피는 뒤로 몸을 빼며 중얼거렸다.

“싸워 봐야 실익도 없고, 도망쳐야겠다.”

해피는 등을 보였고, 카인의 화신은 뒤를 쫓으려 했다.

그 순간.

“뻥이지롱!”

해피는 다시 반전하여 카인의 화신을 통째로 끌어안았다.

“강은혁에게서 배운 거다! 끌어안기 자폭!!”

콰콰콰콰콰쾅!!!

해피 자신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지만, 카인의 화신 또한 완전히 파괴되었다.

또한, 해피의 몸에 두르고 있던 카메라들이 모조리 파괴되었다.

뚜둑.

영상이 끊겼다.

* * *

해피가 돌아온 건 3일 뒤였다.

생각보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다.

은혁은 보안을 위해, 해피를 황금 궁전의 의료실에 눕혔다.

“강하더군요.”

“나?”

“아뇨, 카인 말입니다.”

“젠장, 그 지독한 새끼. 3일 내내 쫓아오더라.”

해피는 카인의 화신 하나를 가뿐하게 파괴했다.

하지만 카인은 화신을 바로 이어서 보냈다.

동시에 여러 개를 만들어 보내진 못해도, 꾸준히, 하나가 파괴되면 또 이어서 보내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걸 보고 느꼈지. 둘 중 하나라고 말이야.”

“둘 중 하나?”

“첫째. 아, 카인 이 새끼 이거 60층~69층 어딘가에 숨어 있구나, 하는 가능성.”

“과연.”

같은 공간에 있었기에 바로 연달아 화신들을 생성해서 보낸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요?”

“인치와 미치오의 화신 중 하나, 또는 전부가 있을 가능성.”

그들이 숨어서 카인의 화신을 지원하고 있을 가능성이었다.

“어느 쪽이건, 이 새끼들을 다 죽이거나 본체를 찾아 부수기 전에는 안 돌아온다고 마음먹고 찾아다녔지.”

“음.”

이미 정찰의 범주를 벗어난 일이지만 은혁은 문책하지 않고 마저 들었다.

“하지만 못 찾았다, 젠장.”

“지고의 위상들도 많이 있었죠?”

“아아. 3일 내내 한 대여섯 마리 죽였다.”

“…….”

은혁은, 역시 해피는 강하다고 생각했다.

3일 동안 쉬지 않고 카인의 화신들과 연달아 싸우면서, 동시에 지고의 위상들도 죽였다는 뜻이므로.

“그치만 공간을 토해 내는 특이한 지고의 위상은 잡지 못했어.”

“저도 그건 보고 놀랐습니다.”

회귀자인 은혁도 그런 지고의 위상은 있는지도 몰랐다.

“하여간, 한 3일 싸우니까 나도 지치더라. 그래서 점프 포인트 찾아서 도망쳤다.”

다차원 성계에는 곳곳에 점프 포인트가 있었다.

42층의 다차원 교차로나, 54층의 끝없는 바다 같은 곳에도, 다차원 성계와 연결된 ‘점프 포인트’가 있었다.

해피가 여러 차원을 넘나들며 깽판을 칠 수 있었던 것도 이 점프 포인트 역할이 컸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군요.”

첫째는 카인의 화신.

둘째는 공허를 토해내는 자를 포함한 다수의 지고의 위상들.

“근데 이건 꼭 물어야겠군.”

“네, 뭡니까?”

“정말로 탑을 쌓아서 올라가는 게 가능하냐? 아무리 상상하려고 해도 머릿속에 이미지가 안 잡히는데?”

“후후.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까?”

“어.”

“그렇지만 신경은 쓰이지요?”

“뭐, 그렇지.”

은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 이 작전, 성공률이 50%는 넘는다.’

* * *

3개월이 지났다.

3개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염훈은 이제 오롯이, 자타공인 위대한 지도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우선, 은혁이 지시한, ‘플레이어 상향 평준화 프로젝트’를 혼자 힘으로 해냈다.

3개월 전 랭킹 100위 수준 플레이어와 오늘날의 랭킹 500위 플레이어는 격차가 거의 없었다.

하위권 플레이어들은 국영 일간지가 된 밤말 신문의 공략을 보고 스스로 레벨을 올렸고, 중위권 플레이어들은 염훈과 함께 반복 가능한 미션을 클리어하며 실력을 키웠다.

기존의 자존심 강한 상위권 플레이어들은 7대 길드의 부길드장들과 함께하며 성장했다.

‘순조롭다.’

한편, 은혁은 28.5층에 머물며 제인과 단둘이 드래곤 파워드 아머 업그레이드에 전력을 다했다.

“자, 그럼 내일 시작하죠.”

“응!”

퀭한 눈을 한 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프로젝트였기에, 제인과 은혁, 단둘이 일을 하느라 3개월간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피곤한 제인과 달리, 은혁은 쌩쌩했다.

지금의 은혁은 수면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한 5분 쉬어볼까!”

은혁은 지난 3개월간, 가끔 드래곤 파워드 아머 속에 들어가서 눈을 감고는, [피구름 생성] + [광원 지배] + [초월 명상] 스킬로, 퓨전 스킬 [인라이트닝 드림]을 썼다.

빌의 [가상 두뇌 생성] 스킬과 비슷하면서 더욱 효율이 좋은 스킬로, 두뇌의 피로를 회복시키고, 지능 수준을 강화시키며, 앞으로의 일을 점검했다.

지금도 [인르이트닝 드림]을 발동하고 5분간 눈을 감았다.

“후아암, 잘 잤다.”

5분 눈 감고 있었을 뿐인데 정신적인 피로가 전부 회복되었다.

그리고 은혁은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바디 프레임의 마나 엔진에 한 손을 얹고, 다른 한 손은 힐링 포션을 한 병 쥐었다.

“얍!”

콰직!

힘껏 쥐어서 유리병을 깼다.

힐링 포션은 [사이오닉 필드]에 의해 한 방울도 흐르지 않고 상처 속으로 흡수되었으며, 유리 조각은 전부 배출됐다.

“[에너지 흡수]. [피의 재생].”

파앗! 파앗!

마나 엔진에 얹은 손으로 에너지를 흡수하고, 힐링 포션을 혈관으로 흡수하면서 [피의 재생]을 썼다.

“훗. 전부 회복!”

겨우 5분 만에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전부 해결한 것이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냥 일반인처럼 몇 시간 자면 안 됨?”

“남들 닦달할 생각에 잠이 안 옵니다. 흡!”

은혁은 [그림자 터널] + [시스템 해킹]을 융합했다.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게이트 터널].”

파앗!

이제, 한 번이라도 통과한 적 있는 게이트의 경우, 굳이 일일이 게이트를 방문하지 않고도 수십 층을 건너뛰어 이동이 가능했다.

튜토리얼층인 1층~4층까지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나, 엄청난 시간적 여유를 가져다주는 스킬이었다.

은혁이 도착한 곳은 10층의 연구소.

“빌.”

“노크는 하고 오지 그래?”

“마음이 급해서요.”

“안 그래도 보고하려 했다. 직접 봐라.”

3개월에 걸쳐 만들어진 가느다란 탑은 몇 개로 분해되어 있었다.

단숨에 세우는 게 아니라, 결합할 예정이었다.

결합 장소는 60층이며, 결합은 은혁이 직접 [그림자 분신 6.0]으로 진행할 생각이었다.

“인공 게이트는 잘 만들어지고 있습니까?”

“음.”

10층에서는 아주 거대한 인공 게이트를 만들고 있었고, 거의 완성 단계였다.

곧 5층으로 옮겨서 설치하는 일만 남았다.

그 인공 게이트는 단순한 입구가 아니라 기가 스틸 탑의 ‘뿌리’ 역할을 한다.

60층~69층 구간은 다차원 성계의 일부로 구성된 텅 빈 공허의 공간이니, 제대로 고정된 탑의 시작점이 필요한데, 이 게이트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정말 무지막지하군요.”

은혁이 감탄했다.

“일을 시킨 네가 할 소리냐.”

“정말로 성공할 줄은 몰랐습니다.”

은혁은 지난 3개월을 회상했다.

“여러 사람이 피, 땀, 눈물을 흘렸죠.”

“특히 자유시장 길드의 부길드장인 테일러의 희생이 컸지. 내가 다 미안할 정도더라.”

인공 게이트를 제작할 때는 테일러가 갖고 있는 ‘엘더 포지 사용권’이 필요했다.

아무리 빌의 연구력이 대단하다 해도, 연구력만으로 인공 게이트를 뚝딱 만들긴 어려웠기에, 엘더 포지의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제길! 내게 엘더 포지 사용권을 넉넉하게 준 것도, 결국 이렇게 부려 먹으려고 한 거였냐!’

테일러가 화를 내며 외치던 소리가 은혁의 귓가에 아직도 맴돌았다.

‘이번 계획 실패하면 어차피 다 죽는 겁니다. 네 거 내 거가 어딨습니까?’

은혁은 밀어붙였고, 테일러와 빌이 힘을 합쳐 인공 게이트를 임시로 제작한 뒤, 빌이 그것을 10층으로 옮겨서 완성시켰다.

“분명, 성공하겠죠?”

“그건 아직 모르지. 테스트도 못 한 물건이니까.”

이 인공 게이트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인공 게이트를 5층 광장의 게이트로 옮긴 뒤, 5층 광장 게이트를 가동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를 인공 게이트에 끌어모을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5층 광장의 게이트에 대한 전권은 게이트 관리자 NPC들에게 있지만, 은혁은 통합길드장의 권능과 이스트 대사의 전적인 협조를 통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 다음 빌의 지휘하에 인공 게이트를 작동할 예정이다.

그 경우, 해피의 정찰 정보와 은혁의 계산에 따라, 60층의 빈 공간으로 전송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인공 게이트 속으로 약 15km짜리 ‘탑’을 터널처럼 밀어 넣고…… 결합, 그 탑을 이용해 60층~69층을 넘어 70층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그보다 전에 질문했던 것에 대한 답도 알아냈습니까?”

은혁은 빌에게, 인공 게이트를 만드는 한편, 게이트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 또한 요구했다.

“아아. 게이트 연구팀을 따로 상설해서 연구해 봤지. 네가 물었던 건 분명, ‘5층보다 낮은 곳으로 가는 것은 원천 봉쇄 된 것인가?’ 였지?”

1층부터 4층은 엄격하게 튜토리얼 관리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게이트를 쉽게 넘나드는 은혁이라 해도 1층~4층 구간에는 다시 내려가진 못했다.

“연구 결과, 절대 불가능이었다. 이건 게이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연…….”

플레이어가 튜토리얼을 클리어하면, 플레이어와 관리국 데이터 베이스 양쪽에 미션 클리어 데이터가 남는다.

“이걸 해킹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강은혁, 네가 모르면 그 어떤 플레이어도 모른다고 해야겠지.”

‘덮어씌우기를 하면 될 것도 같은데…….’

은혁은 회귀자 특유의 날카로운 ‘감’으로 느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근데 왜 이제 와서 1층~4층 구역에 관심이 많은 거지? 길드연합국을 아예 아래까지 확장하려고? 아니면 히든 아이템을 두고 온 게 있나?”

“후후후. 통합길드장이 되니 생각이 많아져서요.”

은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보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로 넘어가지.’

빌이 [텔레파시] 스킬로 물었다.

‘플랜 B의 결행일은 정했나?’

‘네. 내일입니다.’

‘얼마 전에 워잭이 이 계획에 대해 불안해하며 말하더군.’

‘뭐라던가요?’

‘자네, 언젠가 길드연합국을 발판으로 삼겠다는 식으로 말했다지?’

‘비슷합니다. 점프대로 쓸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 점프대는 그냥 점프대가 아니라, 오직 나와 염훈만을 위한 점프대입니다. 나와 염훈을 제외한 그 누구도 멋대로 밟지 못하는, 그런 점프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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