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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66화 (366/434)

366화 : 플랜 A

* * *

28.5층 주변에는 불패불굴 길드 소속 기자들이 있었다.

평소와 달리 구름 같은 구경꾼과 취재진은 없었다.

아무래도 5층의 광장 게이트들이 모조리 막혀 버린 탓이 컸다.

다행히 영상 전송은 가능해서, 수많은 이들은 5층에 모여 은혁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혁은 마이크를 톡톡 두드린 뒤 입을 열었다.

“어제 많이들 놀라셨죠?”

은혁은 아무렇지 않은 어조로 물었다.

“다들 바쁘실 테니, 결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는 전부 계획대로입니다.”

은혁의 마음은 평온했다.

거짓은 전혀 없었으므로.

‘계획대로인 건 맞는데, 아직 성공하진 못했다.’

이 부분은 노력과 임기응변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60층~69층의 간극을 넘기 위해, 저는 동시에 여러 개의 작전을 진행했습니다. 왜냐하면 3군주 세력이 반드시 도중에 훼방을 놓으러 올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푸흐흐…….”

은혁은 웃긴다는 듯이 단상을 두들겼다.

“놀랍게도 3군주 셋이 나타났죠. 푸하하하!”

플레이어들은 그게 뭐가 웃긴 건지 알 수 없어서 어리둥절해했다.

“믿기십니까? 서로를 믿지 못하는 3군주 셋이, 왜 굳이 함께 왔겠습니까? 셋 중 한 명만 와서 우리 프로젝트를 공격하자니,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나머지 둘이 자신의 세력을 공격할 것이 분명하니까 그런 겁니다.”

술렁술렁…….

“그렇습니다. 어젯밤 있었던 놈들의 테러 행위는 60층~69층을 놈들이 파괴했을 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절박한 몸부림에 불과합니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혼자서만 쳐들어간다면 자기네들 안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부하를 보내는 대신 자기네들 셋 모두가 직접 나타나서 깽판을 치고 간 겁니다.”

은혁은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어 갔다.

“아, 그만 웃어야겠군요. 늦은 밤 일으킨 놈들의 재롱 때문에 다친 플레이어분들도 계신데……. 통합된 길드연합국의 황금 궁전이 손실 보상, 치료, 재건 등의 행정 업무를 맡을 테니 안심하십시오. 그동안 저와 염훈은 조금 귀찮은 일을 하러 가겠습니다. 염훈!”

은혁은 염훈을 불렀고, 단상 뒤편에 있던 염훈은 깜짝 놀랐다.

“에? 나?”

“가자!”

“어, 어딜?”

“우리가 갈 곳은 한 곳뿐이지!”

은혁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28.5층, 즉 우리 길드 본부 꼭대기에 발사용 플랫폼을 만들어 뒀다!”

“어?! 언제?”

“플랜 B를 진행 중일 때.”

은혁은 기가 스틸로 탑을 제작하라고 지시한 뒤, 제인과 단둘이 부길드장 집무실에 틀어박혀 플랜 A를 추진 중이었다.

플랜 A는 대충 다음과 같은 수순을 지닌다.

1단계. 가장 보안이 철저한 콩나무 길드 본부 내부에서, 은혁과 제인은 다차원 성계 탐험용 셔틀을 제작한다.

셔틀의 크기는 1인승으로, 사람보다 약간 큰 수준,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등짐 크기다.

2단계. 플랜 B에 사활을 건 것처럼 추진한다. 길드연합국 전체의 돈과 시간을 갈아 넣는 대형 프로젝트 느낌으로 진행할 것.

3단계. 플랜 B가 성공에 근접할 무렵, 3군주 측에서 반드시 방해를 하러 온다. 이 경우 플랜 B는 실패하는데, 이 실패는 플랜 A의 일부다.

4단계. 3군주가 자신들의 사보타주 행위가 성공했다고 생각할 때, 기습적으로 은혁과 염훈은 셔틀을 타고 60층~69층을 신속하게 돌파한다.

“그게 돼?”

염훈이 미심쩍은 어조로 물었다.

“일반 부스터 출력만으로는 불가능하지.”

다차원성계의 텅 빈 공간을 엄청난 속도로 뛰어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60층~69층 사이의 물리적인 직선거리가 의외로 짧은 수십 킬로미터라고 해도, 다양한 방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와 내가 함께해야 한다.”

은혁은 불패불굴 길드를 만들기 전부터, 길드연합국을 발판 겸 점프대로 사용하겠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밟으면 엄청난 추진력으로 하늘 높이 올려 보내주는 고전 게임 속 점프대처럼, 길드연합국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추진체로 사용할 것이다.

“염훈. 그동안 네가 사람들의 마음을 장악해 왔지. 오늘이 그걸 시험해 볼 때다!”

“에……?”

“네가 사람들을 도운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느낀 은혜가 진심이라면! 네 [광역 홀리 채널링]의 위력과 응용력은 무궁무진하다! 그게 성황제 승급의 힘이다!”

은혁이 길드연합국을 통합한 뒤에는, 의외로 자신이 나서기보다 염훈을 움직여서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모아 왔다.

왜냐하면 ‘성황제’로 승급한 염훈에게, 플레이어들의 마음은 그 자체로 위력적인 자원이었으므로.

“오늘! 너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을 추진체로 삼는다! 너와 사람들의, 서로를 향한 진심을 시험하기에 가장 좋은 순간이지?”

“허……!”

흔히들 마음이 가장 강력한 힘이라 하지만, 실제로 물리력을 구사하진 못한다.

‘그러나 염훈과 내가 힘을 합치면 가능하다.’

“가자! 위로!”

은혁과 염훈은 단숨에 28.5층 꼭대기에 도달했다.

“[드래곤 파워드 아머 절대 소환]!!”

파앗!

은혁의 앞에 드래곤 파워드 아머가 나타났다.

단, 등 부위에는 평소와 다른 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다.

제인이 지난 몇 달간 설계하고 소형화하느라 고생한 것으로, 뭉뚱그려 ‘차원 진출형 셔틀 모듈’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사람 한 명이 겨우 탑승 가능한 작은 셔틀과 엘더니움 정신 에너지 채집기, 지고의 위상 저항 펄스 발생기, 추가 부스터, 추가 엔진 등이었다.

단상 뒤에 있던 제인이 뛰어나와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며 외쳤다.

“야아!! 셔틀 모듈 장착형 드래곤 파워드 아머!! 가즈아!!!”

“가즈아!!!”

은혁은 그렇게 외치며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장착했다.

-염훈! 타라!

“어, 음…….”

염훈은 특유의 선견지명으로, ‘이걸 그냥 타면 왠지 큰일에 휘말릴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은혁이 재촉했다.

-염훈! 남겨진 길드연합국의 사람들은 걱정할 거 없어! 길드장들, 그리고 불패불굴 길드원들이 잘해 낼 거다!

실제로 은혁은 비밀 지령을 여러 가지 내려뒀다.

그중에는 자신이 죽거나 실종된 경우를 위한 것도 있었다.

“좋아. 가보자!”

-좋아! 탑승하면 [광역 홀리 채널링]을 바로 발동해라!

이미 강력한 [광역 홀리 채널링]이지만, 염훈이 탑승하는 셔틀에는 엘더니움 정신 에너지 채집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거리가 한참 멀어도 효율적으로 작동했다.

“[광역 홀리 채널링]!”

기이이이이잉……!!

-길드연합국 플레이어의 염훈에 대한 지지율이 마력으로 전환됩니다!

-충전 중……!

-마력 최대 충전까지 50.5%…….

-마력 최대 충전까지 61.3%…….

-마력 최대 충전까지 70.8%…….

염훈과 은혁 모두 깜짝 놀랐다.

‘엄청난데?’

만약 염훈이 모아 준 이 마력을 은혁이 전투용으로 쓴다면, 은혁 혼자서 길드장 넷 정도는 순식간에 처치할 수 있을 터였다.

‘문제는 그렇게 쓸 수가 없다는 거지만.’

의지력-마력 전환 장치가 너무나 크고 거추장스러웠다.

전투 중에 파괴되면 오히려 폭발의 충격을 뒤집어쓰게 된다.

‘하지만 염훈이라면…….’

오늘의 이 경험은, 염훈이 나중에 별다른 장치 없이도 모두의 마음을 더 효율적으로 모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력 최대 충전까지 99.9%…….

-마력 충전 완료!!

각오를 마친 은혁은 외쳤다.

-좋아! 콩나무 인공 게이트 가동!

철컹!

28.5층에 숨겨져 있던 금속 구조물들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커다란 원형 게이트로 만들어졌다.

아래에서 지켜보던 불패불굴 길드원들은 경악했다.

“세상에! 우리 길드 본부에 언제 저런 게 숨겨져 있었지?!”

“틈틈이 만들어 둔 거겠지?”

“저런 걸 남들 몰래 만들고 가동하기 위해 길드 본부를 세운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하도 많은 충격을 겪은 바 있어서인지, 길드원들의 경악 수준은 의외로 완만했다.

-인공 게이트 가동!

-60층으로 전송됩니다!

-발사!!

투콰앙!!!

은혁과 염훈을 태운, 셔틀 모듈 장착형 드래곤 파워드 아머는 단숨에 치솟아 올랐고, 인공 게이트를 통과했다.

파앗!!

그리고 은혁 기준에서도 엄청난 도박이 시작되었다.

오늘 이 도박이 실패한다면, 은혁은 언젠가 천국 극장에서 보았던, 존재조차 사라지는 죽음을 맞게 될 터였다.

* * *

퀴오오오오오오!!

진공이므로 소리가 없어야 했지만, 셔틀에 장착된 부스터는 엄청난 굉음을 터뜨리며 추진력을 생성했다.

“으갸갸갸갹……!”

셔틀에 탑승한 염훈이 앓는 소리를 냈다.

-초차원 부스터 가동률 양호!

-다차원성계의 이면을 따라 빠르게 이동합니다!

은혁이 사이오닉 런처를 드래곤 파워드 아머와 호환되게 만든 건 바로 지금과 같이 차원 추진체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좋아, 좋아! 순조롭다!’

사이오닉 런처는 부스터와 결합되어, 사이오닉-차원 추진 장치가 되었다.

이 경우 지고의 위상들도 눈치채기 어렵다.

차원의 이면을 날아갈 뿐만 아니라,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일시적이고 자연스러운 차원의 일렁임으로만 느낄 터.

-60층을 돌파하였습니다!

-61층을 돌파하였습니다!

-62층을 돌파하였습니다!

-스테이지가 완전히 파괴되었기에, 메인 미션과 게이트 미션이 면제됩니다!

순식간에 3개 층을 돌파했다.

-좋아! 예상보다 더욱 순조롭군!

은혁은 생각보다 쉽게 갈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때였다.

“역시 예상대로네.”

파앗!

인치의 목소리가 나오는 셔틀이 나타나 은혁을 추격해 왔다.

“혹시나 해서 내 화신을 남겨두길 잘했군.”

-흠, 생각보다 빨리 들켰군요.

하지만 은혁은 부스터 출력을 더욱 높이려 했다.

하지만.

“즉시 멈추지 않으면 카인과 미치오의 화신을 불러올 거임. 마지막 대화 기회라고 생각해라.”

-쳇.

은혁은 하는 수 없이 부스터 출력을 조금 낮췄다.

-원하는 게 뭡니까?

그러자 인치의 화신이 셔틀 안에서 나왔다.

인치의 화신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작은 인형 크기로 줄어든 모습이었는데, 특유의 위압감은 그대로였다.

“전에 말한 것과 같아. 내 부하가 돼라. 그럼 살려주지.”

-거절합니다.

“왜? 지금 싸우면 너네가 이길 것 같나?”

-네.

“그 드래곤 파워드 아머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출력에 한계는 있는 법. 나, 카인, 미치오가 각각 화신을 보내서 괴롭히고, 지고의 위상들을 소환한다면? 너희는 한 65층 언저리에서 둥둥 떠다니다 죽을걸?”

인치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3군주가 무려 60층~69층에 걸친 10개 층을 모조리 박살 내고 진공과 공허의 다차원 성계 일부로 구성한 것은, 이곳을 일종의 ‘늪’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은혁과 염훈으로서는 늪지대에 오래 머물면 빠져 죽을 수밖에 없는데, 3군주가 안전한 70층보다 높은 곳에서 화신만 아래로 보내고, 지고의 위상들을 유인한다면, 살아남기 어렵다.

그래서 무리해서 플랜 B인 기가 스틸 탑을 세우려 했던 것이고, 지금도 플랜 A인 부스터를 이용한 고속 돌파를 실행 중인 것이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들켰지만 해보자!’

-역제안이 하나 있습니다.

“해보셈.”

-그냥 인치 님. 당신이 우리에게 항복해서 우리 편이 되면 안 되겠습니까?

“헐. 그건 또 신박한 개소리네.”

-왜요?

“왜냐니? 내가 너네보다 강하고 위치상으로도 위에 있잖아.”

-의외로 꼰대 근성이 있으시군요.

“뭐, 이 새끼야?”

-당신이 우리보다 강하고 높은 곳을 차지한 것은 그저 100층탑에 먼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길드연합국과 3군주 체제가 갖추어지기 이전에 먼저 선점한 덕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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