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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70화 (370/434)

370화 : 올마스크에 대한 도전 (2)

“야! 강은혁! 이번만은 진심 화났음!! 대놓고 배신 때리기냐!!!”

인형 사이즈의 인치의 화신이 마구 화를 냈다.

은혁은 그 모습이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하! 배신은 신뢰 위에 성립하는 겁니다. 먼저 길드연합국을 적국 취급하면서, 60층~69층을 공허의 우주로 만든 게 누굽니까? 그래놓고선 배신이라고 화를 내다니요?

은혁은 신랄하면서도 사실에 기초한 지적을 해댔다.

-날 배신자라고 부를 거면, 60층~69층을 원상 복구 하고, 어제 있었던 5층 습격 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십시오. 그런 다음 내 행위가 배신인지 아닌지 따지시고!

“크윽!”

-그리고 도전자가 자진해서 도전에서 물러나는 행위는 도전자의 자유 의지에 따른 것! 여러분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방해만 하기로 했으니 엄밀히 말해 배신도 아니죠. 아, 말하는 동안 저기 나머지 두 화신이 밀리는데요?

그 말대로였다.

은혁이 인치와 말싸움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4인의 도전자 중 2인이 빠진 것.

그동안 카인과 미치오의 화신은 필사적으로 올마스크를 상대하고 있었다.

“헤헤. 3군주님들, 명성보다는 약하네요. 본체가 아니라 화신이라 그런감?”

올마스크는 약 올리며 요리조리 회피했다.

“너…… 싫어.”

계산을 마친 미치오의 화신이 [공간 감옥] 스킬을 발동했다.

올마스크의 회피 범위를 모두 포함하는 강력한 스킬로, 성좌의 화신도 신성력이나 저항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범위째로 갇힌다.

“아. 당했네.”

올마스크가 중얼거렸고, 카인의 화신은 높이 도약했다.

“죽어라. 짜증 나는 놈.”

[스틸 레인] 스킬로 위에서 아래로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투타타타타타타타탕!!

수백 개의 금속 탄자가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하지만.

“탈출했지롱!”

미치오의 화신 곁에 서 있었다.

수정 구슬 형태였음에도 미치오의 화신은 흠칫 떨었다.

“아니, 어떻게?”

“[가면 도약]임미다. 히히.”

올마스크는 탈출용 ‘투명 가면’을 사방에 대여섯 개 뿌려 두었다.

일부는 하늘에 고정되어 있었고, 몇 개는 땅 밑에 살짝 묻혀 있었다.

땅 밑에 묻힌 투명 가면 중 하나가 하필 미치오의 화신 바로 곁에 있었을 뿐이다.

아무리 미치오의 [공간 지배] 스킬이 공간지각력을 높여줘도, 투명한 가면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감지해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뭣……!”

“이히히! 놀라긴 아직 이르삼~. [분신의 가면 : 108 분신]!”

뚜드드드드드득……!

올마스크의 몸에서, 촘촘한 플라스틱 머리빗을 손가락으로 긁었을 때와 같은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날 때마다 분신이 하나씩 늘어났고, 본체 주변에 무려 108체의 분신이 생성되었다.

본체인 올마스크는 주먹을 대충 말아 쥐었다

“[분신 겹치기].”

촤르르르르르르륵……!

분신들은 나타났을 때만큼 빠르게 줄어들더니 모두 사라졌다.

물론, 실제로 사라진 것은 아니고, 올마스크의 몸에 다차원 중첩에 의해 겹쳐진 상태가 되었을 뿐.

“얍.”

올마스크는 미치오의 화신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공간 왜곡]!”

미치오의 화신이 발동한 스킬은, 자신과 올마스크 사이의 공간을 휘어지게 만드는 스킬.

은혁의 [스파이럴]과 유사하다.

하지만.

빠두드두드두드두득……!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올마스크의 주먹은, 좀 느려지긴 했지만 똑바로 뻗어 나갔다.

“이건……!”

“겹침 상태의 주먹이 108개나 되니까.”

겹쳐진 주먹들이 일으킨 겹침 현상이, [공간 왜곡] 스킬을 중화시키며 날아간 것이다.

뻐억!

미치오의 화신에 주먹이 적중했다.

딱 한 방인 것 같았지만.

뚜득!

뚜드드드드드득……!

진동음을 연상시키는 타격음이 겹쳐서 발생했다.

쩌저저저적……!

수정구 형태의 화신체에 금이 갔다.

“……[공간 복제].”

미치오의 화신은 자기 자신을 포함한 공간 자체를 복사해 냈다.

엄청난 공간 운용 능력이었지만, 올마스크는 그렇게 발동하도록 두질 않았다.

“[가면 덮어씌우기 : 노숙자]!”

이름 모를 노숙자의 정체성이 담긴 가면이, 공간을 도약하여 강제로 날아가 미치오의 화신을 덮으려 했다.

미치오의 화신은 기겁하며 [공간 도약]을 연속 발동하여 피했다.

가면은 빗나갔지만.

“[가면 덮어씌우기]! [가면 덮어씌우기]! [가면 덮어씌우기]! [가면 덮어씌우기]! [가면 덮어씌우기]……!”

“[공간 도약]! [공간 도약]! [공간 도약]! [공간 도약]! [공간 도약]……!”

우스꽝스러운 술래잡기로 변해 버렸다.

미치오의 화신이 화를 냈다.

“뭐냐! 그 스킬은!”

“내가 갈겼던 한 방, 정확히는 108방의 주먹 하나하나에 스킬을 담는 것도 가능하거든? 이번에는 적당히 [추적] 스킬만 몇 개 섞어 넣었지.”

그때,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입은 은혁이 [스파이럴]을 슬쩍 발동했다.

스르륵.

미치오의 이동 경로를 비틀어서, 순간 올마스크에게 쉽게 붙잡히도록 했다.

“체크메이트다. [파괴의 가면].”

올마스크는 스스로 새까만 가면을 만들어 쓰더니, 전신이 새카만 파괴의 화신으로 변해 버렸다.

미치오는 재차 [공간 왜곡]을 중첩했지만.

파쾅!!

올마스크의 검은색 주먹이 왜곡된 공간 자체를 파괴했다.

새카만 다차원성계의 공간이 드러날 정도.

올마스크는 지체 없이 텅 빈 공간으로 뛰어들더니.

콰자작!!

단숨에 손날치기로 미치오의 화신을 파괴했다.

“한 놈 처리했고!”

가뿐하게 외치며 얼른 검은색 가면을 벗어서 원래대로 돌아왔다.

태연해 보였지만 [파괴의 가면]을 오래 유지하고 있는 것은 쉽지 않은 듯했다.

“이런!”

“의외로 강하네?!”

카인과 인치의 화신이 경악했다.

그들은 은혁의 훼방과 블루 드래곤의 공격 때문에 바빴다.

블루 드래곤 하나였다면 빠르게 죽였겠지만.

“[재난 흡수]! [스파이럴]! [차원의 낚싯대]! [매질 요격]! [멀티 패링]!”

은혁은 직접 싸우는 대신 각종 방어와 훼방 스킬을 연달아 써서 카인과 인치의 화신을 방해했다.

“이 자식!! 네놈은 정말로 용서가 안 되는군!!”

카인의 화신이 화를 냈다.

차라리 은혁이 대놓고 카인과 인치의 화신을 공격했다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진 않았을 터였다.

3군주끼리도 이미 서로 몇 번이나 대규모 전쟁을 벌였고, 서로의 뒤통수를 친 적도 많으니까.

하지만 은혁의 모습은…….

-허참. 도전 중인 같은 파티원끼리는 공격할 수 없다고 도전 규칙에 나와 있잖습니까? 이해가 느리시네. 혹시 3군주가 되려면 너무 멍청해야 한다는 규칙이라도 있습니까?

은혁은 얄밉게 말하며 높이 치솟아 올랐다.

“카인! 무시해! 무시하고 우선……!”

-무시해도 될 정도로 약하진 않은데요.

철컹! 철컹!

드래곤 파워드 아머가 재난포를 발사할 준비를 마쳤다.

피스메이커나 빌과 싸울 때보다, 준비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졌다.

-[6연발 초재난 클라우드 캐논]!! 중력의 재난 장착!! 발사!!!

투콰앙!!!

같은 편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되, 중력만 커지도록 발사했다.

이것은 은혁이 불과 15분 전, 다차원성계에서 중력을 다루는 지고의 위상 그래비톤에게 맞으면서 체득한 기법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둑……!

중력이 강해지자 인치와 카인의 화신은 일시적으로 느려졌다.

물론, 인치는 [크기 지배] 스킬로 2초도 안 걸려서 가중된 중력을 축소시켰지만.

“2초면 충분하지롱!”

올마스크는 양손에 각각 [분해의 가면]과 [해킹의 가면]을 들고 날아왔다.

[분해의 가면]을 카인의 화신에게 뒤집어씌워서 자가 분해로 죽게 만들었다.

파사사사삭……!

카인의 화신은 몸체가 가느다란 금속들로 이루어졌기에, 자체 질량은 매우 작은 편이다.

그래서 [분해의 가면]이 의외의 약점으로 작용하여 몇 초 만에 카인의 화신을 소멸시켰다.

“큭……!”

혼자 남은 인치의 화신은 자기 자신의 크기를 지배하여 관측되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만들려 했지만, 올마스크가 조금 더 빨랐다.

“얍!”

올마스크는 [해킹의 가면]을 인치의 화신에게 뒤집어씌워 각종 고급 정보를 빠르게 해킹해 냈다.

“헤헤. 죽이기 전에 조언해 줄까요? 강은혁을 진지하게 죽일 거면서 화신만 보낸 게 님들의 첫 번째 실패 요인임요. 정말 작정하고 죽일 거면 본체가 왔어야지? 둘째 실패 요인은 바로 기습하지 않고 대화를 시도한 것. 화신 상태로 왔으면서 대화를 시도하니까 어중간하게 죽고 정보 털리는 거임. 끝!”

콰직!!

정보를 훔치고 조언도 마친 올마스크가 즉시 인치의 화신마저 죽여 버렸다.

그리고 은혁만 남았다.

은혁은 얼른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해제했다.

“와, 역시 강하네요.”

“그치? 더 싸울 거임?”

“아뇨. 올마스크에 대한 도전자로서 도전을 중단하도록 하겠습니다.”

“호오? 도전 중단? 그거, 항복임?”

“아, 항복은 아닙니다. 시간 관계상의 중단일 뿐.”

은혁과 올마스크가 전력으로 싸운다면, 아주 긴 세월 싸워야 할 터.

“흐흐. 자존심 세우긴. 좋아. 무승부로 하셈.”

-올마스크에 대한 [도전]은 무승부로 인해 실패하였습니다!

-구원 길드가 개최하는 대련 시합에서 다시 우승하지 않는 한, 4인의 도전은 불가능합니다!

파앗!

은혁의 트로피에서 빛이 조금 바랬다.

그 이상의 페널티는 딱히 없었다.

“으윽. 무승부로 끝나다니.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고 괴롭다. 크으윽.”

은혁은 괴로운 척했다.

올마스크는 피식 웃었다.

“그쪽 작전대로 된 건 좋은데, 당신 때문에 원래 진행 중이던 청룡파의 수장과의 대화 기회가 날아갔거든? 이제, 어떻게 할까?”

올마스크는 살기를 뿜을까 말까 고민하는 듯했다.

그 순간, 은혁은 올마스크가 예상 못 한 위엄을 보였다.

“통합길드장의 권능 발동. [길드장과의 면담 요청].”

-길드연합국의 통합길드장으로서, 7대 길드의 길드장은 반드시 대화에 응해야 합니다!

“하하! 머리 잘 쓰시네.”

올마스크는 은혁의 기지에 그만 웃어 버렸다.

작정하고 가면을 바꿔 착용하면, 통합길드장의 권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은혁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대화할 거면 제대로 하자. 잠시만.”

올마스크는 또다시 가면을 다른 것으로 바꿔 끼우고 스킬을 썼다.

“[절대 차단의 유리벽].”

쩌저저적……!

하늘이 투명한 얼음으로 가로막힌 것처럼 막혔다.

“성좌는 물론 관리국도 엿듣지 못하게 하는 차단막임요. 자, 대화할까?”

이번에는 은혁이 조금 주춤했다.

“음, 어디서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님이 회귀자인 것부터 시작하셈. 그게 쉽지 않겠음?”

“……!!!”

포커페이스에 능한 은혁도, 일순 얼굴이 창백해졌다.

“뭘 그리 놀라셈? 내가 알기로 플레이어 중에 회귀자는 님이 처음이지만, 다차원성계 전체를 통틀어서 유일한 존재인 건 또 아니거든.”

“하…….”

은혁은 하늘을 바라보고, [절대 차단의 유리벽]을 잠시 눈으로 관찰한 뒤 결심을 내렸다.

“네. 저는 회귀자가 맞으며, 현재 2회차입니다.”

“난 대략 16회차쯤 될 거야.”

“뭐……!!”

“아차, 이렇게 말하면 오해하려나?”

올마스크는 허공에 여러 가면을 띄워 보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본체인 나는 1회차인데, 내가 가진 가면 중에는 시간 조작 능력자들도 몇 있거든? 나는 그 인간들의 경험을 가면으로 지니고 있음~. 그들의 시행착오값을 다 더하면 대략 16회차쯤 될 것이다~ 이 말이지. 에헴.”

“하…….”

은혁은 어질어질한 기분이 들었다.

‘어휴, 침착하자, 침착해.’

확실한 것부터 착착 질문하고 답하기로 했다.

“그럼 당신의 본체 자체는 1회차가 맞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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