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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80화 (380/434)

380화 : 70층 지배 (2)

일을 마친 염훈이 성 밖으로 나간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

제1군단 플레이어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염훈!! 염훈!! 염훈!!”

끊임없이 염훈의 이름을 외쳤다.

염훈은 피식 웃은 뒤, 손을 들어 조용히 시켰다.

“이 성은 나의 것이 아니다.”

염훈의 나직한 한마디에 1군단 플레이어들이 어리둥절해했다.

“이 성은 위대한 길드연합국의 소유다.”

염훈이 성의 입구를 가리켜 보였다.

“저 성은 너희들의 성이다! 들어가서 점거하라!!”

“와아아아아!!!”

플레이어들이 성 안으로 앞다투어 달려갔다.

성 안에서 외쳤다.

“길드연합국 만세!! 만세!!”

“불패불굴의 성황제 폐하 만세!!!”

성 안을 가득 채운 함성을 들으며, 염훈은 생포한 자들을 치료해서 깨웠다.

“한 가지만 묻자.”

포로 셋은 입을 다물고 질문을 기다렸다.

“길드연합국 플레이어로 전향하고 내게 충성을 맹세할 의향이 있나?”

그러자 포로 셋은 모두 피식 웃었다.

“꿈도 크군.”

SS급 암살하는 초능력자가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이곳에 방치된 성채 하나 장악한 것 가지고 기고만장한 모양인데, 나머지 19개의 성채는 3군주 세력이 모두 장악하고 있다!”

“즉, 너희 세력은 불균형하다는 뜻이겠지.”

19개를 셋이서 나눠 먹고 있다면, 한쪽이 넷을 먹고, 나머지 둘이 셋을 먹고 있거나, 그보다 더 불균형하게 나누어 갖고 있다는 뜻이다.

“어느 쪽이 가장 많은 성을 차지하고 있지?”

염훈이 묻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염훈은 피식 웃었다.

“충성스럽구나. 마음에 들었다.”

염훈은 그들의 포박을 손수 풀어주었다.

타앗!

포박이 풀린 이들은 크게 뒤로 뛰어 전투 자세를 취했다.

“가라. 보내줄 테니까.”

“……이런다고 우리가 네게 은혜라도 입었다고 생각할 줄 아는가? 우린 돌아가서 오늘 일을 우리의 주군들에게 각각 보고할 것이다!”

“응, 그래. 내가 바라는 건 딱 그거다.”

“뭐?”

“너희들의 군주를 보면 전해. 너희들의 성은 전부 나, 길드연합국의 성황제 염훈이 뺏겠다고.”

“…….”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염훈에게 달려들지도 못했다.

“쳇……!”

그들은 결국, 염훈이 시키는 대로 도망쳤다.

순식간에 70층 경계선을 넘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갔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느새 김경철이 다가와 물었다.

“물론. 조건부 스킬 발동 조건은 이미 깔아뒀다.”

염훈의 성황제 조건부 스킬 [자비로운 석방].

비살상 제압 한 적을 풀어주면 자동으로 발동한다.

[자비로운 석방]에 당한 플레이어가 훗날 다시 염훈에게 붙잡힌 경우, 무조건 염훈에게 절대 충성하게 된다.

“저들을 다시 한번 사로잡을 날이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지만, 밑밥을 깔아둬서 나쁠 건 없겠지.”

* * *

염훈이 70층의 성을 확보한 밤.

염훈은 추가 병력을 불러들였고, 주둔군을 재편성했다.

70층 성은 70층~89층 구역 전체를 공략할 가장 귀중한 교두보가 될 것이기에 주둔군 편성에 공을 들였다.

편성을 마치고, 염훈은 [지크리엘의 날개]로 사방을 날아다니며 위치를 파악했다.

‘70층은 서쪽 끝이군.’

서에서 동으로, 70층부터 89층이 분포되어 있었다.

각 성의 위치는 일렬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인 조감도를 그린다면 그러했다.

“흠흠. 카인과 인치의 세력이 가깝고, 미치오는 상대적으로 저 멀리 동쪽에 있는 건가.”

서쪽 끝인 염훈 기준에서 봤을 때는 그러했다.

즉, 카인 세력과 인치 세력을 먼저 쳐부숴야 한다.

‘놈들 세력권에 직접 들어가서 보고 싶은데, 보이지 않는 방어막이 처져 있겠지.’

염훈이 공중 정찰을 마치고 내려오자, 못 보던 누군가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누구냐!”

경계 병력이 묻자, 다가온 자는 비무장임을 드러냈다.

“3군주 공동 사절입니다. 염훈 폐하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기다려라. 그분께 기별을…….”

“그럴 필요 없어.”

어느새 염훈이 경계병이 선 곳에 와 있었다.

경계병들은 깜짝 놀랐지만, 공동 사절이라는 자는 싱긋 웃었다.

“위대한 염훈 폐하 만세. 저는 3군주 공동 사절 살레인이라고 합니다.”

“길드연합국의 통합길드장, 성황제 염훈이다. 용건은?”

“이 자리에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상관없다. 단, 빨리 말할 것.”

“3군주 세력에 항복하십시오. 그 경우…….”

“거절한다. 가라.”

“저런, 정말 급하시군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시는 게 좋을 텐데요.”

“뭐, 보나 마나 협박이겠지.”

“그게 아닙니다. 협박이 안 통한다는 것은 잘 압니다. 제2의 제안이 있습니다.”

“뭐지?”

“최소 한 달, 최대 두 달 간의 정전 협정을 제안합니다.”

“한 달 또는 두 달 동안 싸우지 말자고?”

“네.”

“왜?”

“왜…… 라니요? 양측 간의 평화는 서로 바라는 바 아닙니까?”

“네놈들이 길드연합국을 습격하고, 사보타주를 벌이고, 강은혁을 죽인 이상 평화는 매우 어려운 길이 되었지.”

“확실히. 사죄도, 배상도 한 적이 없지요. 그래서 둘 중 한 가지를 준비해 왔습니다.”

“태도를 보아하니 사죄일 것 같지는 않고. 배상인가 본데, 그런 것치곤 태도가 매우 건방지다고 생각하는데.”

“하하! 우선, 이것을 봐주십시오.”

살레인이 꺼낸 것은 영상 프로젝터였다.

영상 프로젝터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68층 언저리에서 3군주의 화신에 의해 은혁이 죽는 장면이었다.

새카만 다차원 성계의 어두운 공간에서, 은혁은 필사적으로 싸우며 서서히 죽어 갔다.

“저, 저런……!”

“으음! 저런 무도한……!”

경계병들이 신음했다.

염훈은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고, 살레인은 얼른 영상을 일시 정지했다.

“이 영상은 미치오 님께서, 미치오의 화신으로 촬영하고 저장한 영상입니다.”

수정구 형태를 한 미치오의 화신은, 적과 싸우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경향이 강했고, 모든 정보는 미치오의 본체에 저장된다.

“당신에게 강은혁이 매우 소중한 존재였다는 사실은 압니다.”

“그래서?”

“그래서, 그의 최후가 찍힌 영상을 반환합니다. 이거라면 충분한 사죄와 배상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자 염훈의 부하들이 화를 냈다.

“감히!!”

“당장 죽여 버립시다!!”

화를 내는 부하들 중에는 불패불굴 길드 초기 멤버들도 있었다.

그들이 발칵 화를 내는 것도 당연했지만, 정작 염훈은 태연히 그들을 조용히 시켰다.

“하하하! 받아들이시는 게 좋을 겁니다. 길드연합국 또한 70층~89층 구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지 않습니까? 한 달의 완전한 평화는 꼭 필요한 시간일 텐데요.”

확실히 정보가 필요하긴 했다.

“무엇보다, 당신은 강은혁의 희생으로 여기에 온 몸이죠. 강은혁의 최후가 담긴 영상은 말하자면 그의 유품인 셈이고,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살레인은 대놓고 도발했다.

아예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웃고 있었다.

“훗.”

염훈도 웃었다.

살레인은 염훈의 반응이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웃기신 건지요?”

“절박함이 느껴지는군.”

염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의 정보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의미입니까?”

“보나 마나 두 가지를 노린 것이겠지. 첫째. 네 도발에 넘어가, 화를 못 참고 널 공격하는 경우. 그 경우 이런저런 함정이 또 준비되어 있겠지.”

“흠, 둘째는 뭘까요?”

“한 달의 시간이 정말로 절박하게 필요한 건 사실 너희들이라는 것.”

“…….”

“평화를 원한다면 아예 무기한 휴전을 요청해야지. 어정쩡하게 한 달에서 두 달간 정전? 너희들, 너무 속내가 빤하지 않냐? 그 기간 동안 싸움을 멈춰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거나,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겠지?”

염훈은, 너무 수준이 낮아서 같이 못 놀아주겠다는 듯이 말했다.

“은혁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3군주 휘하에서 용병으로 활동한 이들 말도 그렇고…….”

염훈은 하늘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너희 3군주 놈들은 의외로, 늘 절박한 상태였다는 것. 그리고 계략을 잘 짜긴 하지만, 그 깊이는 얄팍하다는 것. 이게 핵심이다.”

“글쎄요. 여러분 세력보다 여전히 강합니다만.”

“3군주 세력 중 둘 이상이 힘을 합친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그게 가능하면 이미 했겠지? 게다가, 너희 3군주 세력은 자꾸 분열 책동을 시도해. 왜일까? 너희 3군주 세력 수준이 딱 그 수준이기 때문이겠지.”

길드연합국도 분열된 사회였지만, 길드 대전을 거치고 교훈을 얻은 데다가, 일곱 조각으로 나뉜 상태에서 지배자인 길드장급 인물들이 스스로를 봉인하거나 떠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분열 책동이 많지 않았다.

‘대놓고 시비를 걸고 싸우는 경우는 있어도 말이지.’

“즉, 너희는 이 말도 안 되는 정전 협정을 제안해서, 날 도발해 유인하거나 정말로 정전 협정을 맺거나 둘 중 어느 결과로 이어지든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왔겠지. 하지만 그 시도는 실패이며, 밑천마저 드러냈을 뿐이라는 거다.”

“……과연. 우리의 정보에 오류가 있었군요. 성황제가 이렇게 냉철한 존재일 줄은.”

“알려주지. 나는 [광역 홀리 채널링] 스킬로 길드연합국 모두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냉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그 반대다.”

염훈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모두의 염원이 내게 모이기에, 감정이 한쪽으로 쏠릴 여유가 없다. 이전의 나였다면 네놈에 대한 분노와 경멸 사이에서 갈팡질팡했겠지만, 귀찮기만 하군. 살려 보내줄 테니, 꺼져라.”

“큿……!”

사절은 본전도 찾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다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그냥 물러나려니, 두려움이 엄슴했다.

두려움 때문에 눈앞의 염훈을 향해 속마음을 배출해 냈다.

“제기랄! 성황제로 승급하더니 오만하기가 끝이 없구나! 네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해를 받는지 두고 봐라! 퇘앳!!”

살레인이 염훈의 발치에 침을 뱉는 순간.

번쩍!!

콰콰쾅!!

화르르르륵!!

경계병들이 각자 스킬을 써서 살레인을 죽여 버렸다.

“흠. 살려보내 준다고 했는데?”

염훈이 어이없어하자, 다들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폐하.”

“저놈의 모욕은 도를 넘었습니다.”

그들은 용서를 구했다.

염훈은 피식 웃었다.

“아니. 너희의 몸이 내 몸이고, 내 몸이 너희의 몸이지. 나에 대한 모욕이 도가 지나쳤다는 건, 너희에 대한 모욕이 지나쳤다는 것과 같아.”

“아……!”

“그래도 적과의 약속은, 오히려 더 지켜야 한다고 본다.”

염훈은 죽은 살레인의 시체 옆으로 가더니.

“[플레이어 부활].”

파앗!!

염훈은 하루에 한 번만 가능한 스킬을 적을 위해 썼다.

-성황제 숙련도가 5% 증가했습니다!

-현재 성황제 숙련도 : 55%+++++.

은혁의 죽음 뒤, 염훈은 사냥과 올마스크와의 대련을 통해 숙련도를 올렸고, 이미 6차 각성을 뚫었다.

그 뒤로도 꾸준히 숙련도를 올리고 있었다.

“으윽……?”

살레인이 힘겹게 눈을 떴다.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면 떠나라.”

“…….”

살레인은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를 살려주셨으니, 이 영상을 공짜로 드릴 수 있습니다.”

“허참, 사절이 그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해도 되나?”

염훈은 여유로운 미소까지 지으며 물었고, 살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능합니다.”

“좋아. 받겠다.”

염훈은 살레인이 내미는 프로젝터와 데이터 크리스털을 받았다.

살레인이 머뭇거리며 덧붙였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3군주의 화신들이 시체를 모욕하고, 시체와 그 시체가 있던 공간까지 완전히 없애는 내용도 있습니다. 볼 때 주의하십시오.”

“충고 고맙다.”

살레인은 꾸벅 인사한 뒤 떠나갔다.

“김경철.”

“네, 폐하.”

“이걸 빌의 연구소에 넘기고 와.”

영상에는 3군주의 화신의 전투법이 모조리 찍혀 있을 것이다.

다만 염훈은 직접 보진 않기로 했다.

‘볼 필요가 없지. 어차피 내가 살릴 테니까.’

염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은혁아.’

* * *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은혁이 알렉스에게 투덜댔다.

교황제 알렉스의 충성 맹세를 받은 은혁은 알렉스의 거처에 머물며 다음 계획을 진행하려 했다.

알렉스가 부하가 되었으니 바로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아서 연신 투덜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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