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화 : 3군주 세력과의 소모전 (2)
70층~89층을 공략해 나갈수록 5층의 방어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는 것.
자연히 3군주 세력의 눈에 5층이 취약해 보이므로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이 당연한 사실이 적의 공격을 유도하고, 역으로 찌를 수 있는 돌파구로 이용될 수 있다…….
염훈은 그 이상으로 말하진 않았다.
‘염훈에게도 생각이 있겠지.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리스크라 할 수 있겠군.’
이미 몇 번 반복했던 생각을 또 한 번 반복한 그때, 올마스크의 분신들이 일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온다.”
“온다.”
“온다.”
모든 분신들이 위험을 감지했고, 올마스크의 본체는 눈을 뜨며 분신을 해제했다.
“올마스크!”
저스티스가 올마스크 곁으로 달려왔다.
올마스크가 말했다.
“안심해라. 이미 감지했다.”
“새끼들. 또 셔틀 타고 오는 것 같군.”
우우우웅……!
미세한 차원의 일렁임이 감지되었다.
7대 길드의 길드장급이 아니면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의 차원의 파동.
3군주 세력이 처음 쳐들어 왔을 때는 제대로 반응을 못 했지만, 그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였기 때문이다.
유능한 길드장들답게, 한 번 당했던 일에 대해서는 대비가 되어 있었다.
“뭐, 우리 둘이 방어 스킬을 미리 준비해 뒀으니 큰 걱정은 없지만.”
저스티스가 말했다.
그는 이미 [정의 부여 :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무단 차원 도약자는 반으로 갈라져서 죽는다.]라는 스킬을 부하들의 도움을 받아 5층 전체에 써뒀다.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셔틀을 타고 오는 적들은 저스티스의 [정의 부여] 스킬에 의해 반으로 갈라져서 죽을 터.
“그밖에도 무인 방어 장치도 있지만, 반응을 안 하는군.”
올마스크가 말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연구 길드장 빌과, 마나 엔진의 전문가인 NPC 제인과 협력하여 만든 무인 방어 장치다.
잔뜩 설치해 뒀는데, 어째선지 반응하지 않았다.
믿었던 무인 포탑이 전원 침묵하고 있는 상황은 기이했지만, 올마스크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감지 시스템이 고장 났거나, 차원 도약하는 놈들이 신기술을 익혔거나 둘 중 하나겠군.’
그 순간.
슈우우우우우웅……!
파앗!
인치의 깃발이 장착된 거대한 셔틀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직후.
빠칵!!
농담처럼 절반으로 쪼개졌다.
“끄아악!”
“아악!”
내부에 탑승한 인치의 부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하나는 매우 강력한 존재였기에 운명치 폭풍이 올 수 있다.
그걸 예방하기 위해 셔틀과 운명치를 동조화시켰는데, 그 탓에 별 저항도 못 하고 셔틀과 같이 산 채로 반으로 쪼개져 죽게 되었다.
“좋아! 통한다!”
저스티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순간.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웅……!
여러 척의 셔틀이 추가로 나타났다.
“물량 공세인가 보군!”
저스티스는 [정의 부여] 스킬에 마력을 보다 집중시켰다.
빠칵!!
빠칵!!
빠칵!!
이번에도 셔틀이 다수 파괴되었다.
하지만 그 내부에 든 것은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퀴에에엑!”
70층~89층 구간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이었다.
인치는 놈들을 모조리 생포한 뒤, 크기를 조금 줄여서 셔틀에 가득 태웠던 것이다.
몬스터들은 운명치 폭풍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활약할 뻔했지만.
“직접 죽이면 그만이다!!”
촤악! 촤악!
촤악! 촤악!
몬스터들은 저스티스의 스킬에 의해 모조리 썰려 나갔다.
마무리 한 저스티스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이런 식으로 물량 공세를 해오다니.”
인구수는 3군주 세력 전체보다 길드연합국이 더 많다.
그러자 3군주의 인치는 몬스터들을 생포해서는 물량 공세를 해오는 것이다.
“저스티스, 지금 힘드심?”
“체력적으로는 힘들진 않지만, 마력 소모가 꽤 크군.”
5층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정의 부여] 스킬이다 보니, 자잘한 몬스터와 셔틀이 자꾸 나타나면 그에 맞춰 마력이 꾸준히 소모될 수밖에 없다.
그때, 올마스크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저스티스. 느낌이 안 좋아. 스킬을 중단하셈.”
“뭐? 어째서?”
“무식하게 물량 공세만 하는 게 아닌 것 같아. 뭔가…… 뭔가 큰 거가 온다.”
“그럼 [정의 부여] 스킬을 더 유지해야 하지 않나?”
“그거랑은 다른 무언가가 오는 것 같다니깐. 스킬을 중단하는 게 좋을 듯.”
“어휴…….”
저스티스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몰렸음을 깨달았다.
[정의 부여]를 계속 유지하면 자잘한 적들을 쉽게 반으로 갈라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경우 올마스크가 말하는 ‘무언가’에 대처할 수 없다.
반대로 스킬을 해제하면 그 경우에는 올마스크와 함께 ‘무언가’를 대처할 수 있을지언정 자잘한 셔틀 물량 공세에 대처할 수 없다.
“젠장. 하는 수 없지.”
저스티스는 일단 [정의 부여]를 완전 해제 하는 대신, 범위를 자기 주변으로 좁혔다.
자잘한 적들은 대기 중인 방위군이 대처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 직후.
슈우우웅……!
인치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화신이 아닌 본체였다.
인치는 허공에 뜬 채 아래를 내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음~ 겁에 질린 길드연합국 스멜~. 히히!”
웃는 인치를 향해 저스티스와 올마스크가 달려들었다.
저스티스는 [정의 부여]를 몸에 갑옷처럼 두르고 있었고, 올마스크는 분신들을 생성하며 달려들었다.
“[크기 지배].”
인치는 자신과 저스티스와 올마스크 사이의 거리를 급속 확장시켜서 자신에게 닿지 못하게 했다.
저스티스와 올마스크는 다시 지상에 착지했다.
‘서포트가 좀 필요하겠군.’
물론, 일반 길드연합국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기에는 인치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 무인 포탑의 원호 사격을 기다렸지만.
‘왜 이리 조용하지? 정말로 전부 다 고장 났단 말인가?’
“히히. 이상하지? 왜 방어 장치가 아직도 작동을 안 하는지?”
인치가 얄밉게 물었다.
“왜냐면~ 내가 무인 방어 장치를 모조리 무력화했거든~.”
“어떻게 말이지?”
“간단해. 무인 방어 장치는 연결고리가 하나라도 끊어지면 기능을 못 한다는 게 약점인 거지?”
무인 포탑은 마력 감지 센서, 추적 카메라, 거리측정기 등이 표적을 포착하면, 그 정보가 중앙사령장치로 전송된다.
그리고 그 중앙사령장치는 황금 궁전에 자리 잡고 있기에 보안이 완벽하다.
하지만 그 정보 전송 과정 자체는 무선 전송되는데…….
“사실은 지난번에 왔을 때 전자 방해 입자를 아주 작은 크기로 살포 했지롱!”
카인, 인치, 미치오가 인공 게이트 설치를 방해하러 왔을 때, 카인 혼자서만 일을 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미치오가 맡은 일은 차원의 문을 열어 모두를 전송시키는 일.
인치가 맡았던 일은, 오늘 같은 경우를 대비하여 각종 ‘방해 입자’를 극도로 압축시켜 뿌리는 행위였다.
“우리는 연구 길드장 빌과 강은혁이 각종 병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
실제로, 인치는 피구름 속의 송곳니 내부에서 은혁의 무기에 맞아본 적 있다.
은혁의 실력 확인을 위해 허세 삼아 일격을 양보한 것이기도 했지만, 은혁의 병기 시스템을 한번 체험해 보려는 목적도 있었다.
“우리는 너희가 본진의 방어 병력이 줄어들면, 필연적으로 무인 병기를 배치할 거라고 예상했고, 나는 그걸 대비해서 미리 만들어 둔 방해 입자를 뿌리고 떠났던 거야~.”
“그 방해 입자는 일종의 전자기 채프 같은 기능을 했겠군.”
“맞아. 당분간 무선 통신 계열의 기술은 싹 다 마비됐다고 보면 될 거야. 후후.”
인치가 설명을 마쳤다.
“미리 작게 봉인해서 뿌려둔 걸, 이번 침공에 맞춰서 풀었단 말인가. 제법 한 수 미리 내다본 모양이군.”
“히힛! 그런 거지.”
“설명 고맙군. 이제 덤벼라.”
“잉? 난 안 싸울 건데?”
인치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손목시계를 들어 보였다.
그곳에는 카운트다운이 진행 중이었다.
-총관리자가 직접 개입하기까지 남은 시간 : 3분 1초…….
-총관리자가 직접 개입하기까지 남은 시간 : 3분…….
-총관리자가 직접 개입하기까지 남은 시간 : 2분 59초…….
“운명치 문제도 있거니와, 3군주의 본체는 5층에 오래 못 머물거든~. 관리국이 봐서도 너무 큰 격차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정말로, 너희들은 관리국과 무슨 이야기가 된 모양이네.”
올마스크가 말하자 인치의 얼굴에 순간 긴장이 스쳤다.
하지만 곧 평소처럼 웃는 낯으로 변했다.
“글쎄? 히히.”
“그럼 꺼져라.”
“히히! 그럴게. 참! 너희를 끝장내는 건 카인 측에 하청 맡겼으니 기대해!”
파앗!
인치는 사라졌고, 그와 교대하듯 차원의 일렁임이 나타났다.
우우우우우웅……!!
또다시 몬스터를 꽉 채운 여러 셔틀의 등장이었다.
인치는 무인 방어탑이 무효화되었으니, 몬스터로 꽉 채운 셔틀을 잔뜩 전송하는 이 행위가 길드연합국에 충분히 치명적일 것이라 판단했을 터.
“쳇! 또냐! [정의 부여]를 해제했더니만!”
저스티스가 혀를 찬 순간.
우르르르르르……!
수많은 미노타우로스들이 몰려나왔다.
“쿠오오오오!!”
양손에 도끼를 한 자루씩 쥔 미노타우로스는 일반 몬스터와는 달랐다.
지옥 같은 70층~89층 구간에 존재하는 몬스터로, 하나하나가 낮은 층의 중간 보스급이다.
쿵!! 쿵!! 쿵!! 쿵……!!
놈들은 미리 인치의 지령을 받았는지 상점가와 중소 길드 방면으로 달려나갔다.
중소 규모 길드의 저레벨 플레이어와 NPC 위주의 학살 지령을 받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겹겹이 방어 대책을 세워둬서 다행이군. 이 정도는 예상했는데.”
올마스크가 심드렁하다는 듯이 말했고, 숨어 있던 저레벨 플레이어와 NPC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격!!”
투타타타타타탕!!
마나 엔진 병기로 무장한 플레이어와 NPC들이었다.
퍼버버버벅!!
투타타타타탕!!
“쿠웨에에엑……!”
“캬아아아악……!”
보통 경비대 NPC는 플레이어에 비해 많이 약하다.
하지만 발전된 마나 엔진 병기로 무장한 뒤 미리 매복하고 있는 경우는 또 다르다.
“좋아!”
“의외로 할 만하다!!”
“템빨 맛 좀 봐라, 이 새끼들아!!”
저레벨 플레이어들이, 헤비 체인 소드를 들고 날뛰던 초창기 은혁처럼 날뛰었다.
너무나 강력한 마나 엔진 병기에 휘둘리긴 했지만, 지리적 이점과 매복 기습의 이점을 잘 살려서 초반에 타격을 매우 크게 줄 수 있었다.
“쿠오오오오!!”
재생력을 지닌 미노타우로스들이 반격을 시도했지만.
“응~ 분신이야~.”
올마스크의 분신들이 나타나 쳐 죽였다.
퍼버버벅!
“오오!”
“역시 올마스크 님……!”
“자아, 모조리 정리하자!”
중소 길드원들과 NPC들은 힘을 합쳐 사냥에 나섰다.
길드연합국에 대한 몬스터 드롭은 결과적으로, 중소 길드원들의 레벨만 크게 상승시켜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인치. 네 실책은 무인 병기에만 집중했다는 거임.”
올마스크가 정리되는 상황을 보며 중얼거렸다.
인치의, 길드연합국 NPC를 학살하려는 시도의 방향성은 나쁘지 않았다.
길드연합국의 플레이어가 빠진 틈을 무인 병기가 방어할 거라고 예측하고, 방해용 입자를 숨겨두고 떠난 것도 한발 앞선 판단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호 대상인 NPC 자체를 꾸준히 강화시켜 왔다.”
NPC에게 무기를 쥐여주고 비밀리에 훈련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정화되고 소형화된 마나 엔진 병기를 NPC들에게 쥐여주는 것부터가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다차원 은행에 든 막대한 돈이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못 했을 터.’
그리고 다차원 은행에 든 돈을 몽땅 꺼내서 쓸 수 있었던 것도, 은혁이 7대 길드와 길드연합국을 완전히 통일시키고 떠난 덕분이다.
7대 길드로 분열된 상태였다면 이런 식의 자금 활용은 불가능했을 터.
“쿠오오오!!”
거대한 미노타우로스 군주가 탄 셔틀이 열리고, 미노타우로스 군주들이 쏟아져 나온 순간.
“으랴압!”
퍼버버벅!
좀 강하다 싶은 건 저스티스가 나서서 다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