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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390화 (390/434)

390화 : 나 혼자만 모든 직업

“엥?”

“저건 무슨 포즈야?”

사람들은, 갑자기 천장을 가리킨 청년을 보며 의아해했다.

청년이 말했다.

“[시스템 해킹].”

빠지직!

간단한 스킬의 발동으로, 관찰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

5층의 ‘스카우터’들이 이곳을 관찰하지 못하게 했다.

요렌은 경악했다.

“바, 방금 뭘 한 거……!”

“[광역 돌 합치기].”

쩌저저저적!

모든 진흙 인형들이 하나로 합쳐졌다.

“헉?! 자, 잠깐!”

요렌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뭐? 이건, 말도 안 돼……!”

“꼼수를 좀 쓰면 됩니다.”

진흙은 완전히 굳은 돌이 아니다.

하지만 이 청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적류초열공]과 [빙천신공]을 숨 쉬듯 자유롭게 쓸 수 있었고, [광역 돌 합치기]를 하면서 진흙을 일시적으로 굳게 만들어 통째로 하나의 돌덩어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읏차.”

청년은 진흙 인형을 딱 하나만 집어 올렸다.

하지만.

꾸우욱……!

모든 진흙 인형이 붙어서 하나가 되어 버렸기에, 수백 개의 진흙 인형을 한 손에 들어 올리는 게 되었다.

뜨드드드……!

수백 개의 진흙 인형은 자체 무게를 못 이기고 부서질 것 같았지만, [사이오닉 필드]의 힘으로 유지되었다.

‘간단하군.’

청년은 생각했다.

“보셨죠? 전 딱 하나만 집어 들었습니다. 나머지 것들이 멋대로 들러붙은 것뿐.”

“잠깐, 당신 혹시 플……!”

“[돌 부수기].”

파카카카칵!

거대한 진흙 인형 뭉치가 동시에 깨지고, 그 안에 담긴 ‘직업 각성 포션’ 수백 개가 허공에 둥둥 떴다.

“저, 저거……!”

“초능력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아직 플레이어로 각성하지 못한 사람들은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감독관인 요렌은 깨닫고 경악했다.

“프, 플레이어가 어떻게?!”

그 말에 청년은 히죽 웃을 뿐.

“규칙 위반은 아닐 겁니다. 플레이어가 100층탑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1층으로 들어오는 게 말이죠.”

“……!!!”

요렌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청년이, 100층탑 전체 역사를 통틀어 처음 존재하는 케이스라는 걸 깨달았다.

“다, 당신은……!”

요렌은 기억을 떠올렸다.

최후의 왕 윌칸은 망자에서 회복된 다크 드워프 왕족들을 불러 모아,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그렇게 해서 우리를 구원하고 탈탈 털어먹은 그 개자식 이름이 바로 강은혁이다. 그놈은 탑을 오르는 놈이기에 아마 다시는 만날 일이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주의해라.’

“당신은 설마……!”

청년은 히죽 웃었다.

“그래. 내가 강은혁이다.”

그 말에 요렌은 전설 속 괴수를 만난 사람처럼 굳어 버렸다.

그동안 의문의 청년, 은혁은 [사이오닉 필드]로 둥둥 띄운 포션들의 뚜껑을 전부 땄다.

‘직접 마시면 위험하려나?’

아무리 은혁이라 해도 ‘직업 각성의 포션’은 조심해서 마셔야 했다.

플레이어 각성 효과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그림자 분신 6.0] 연속 발동.”

파앗! 파앗! 파앗! 파앗……!

1층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수많은 은혁이 생성되었다.

“자, 한 잔씩 받으시고!”

휙! 휙! 휙!

[사이오닉 필드]를 정교하게 펼쳐, 한 병씩 분신들에게 나눠줬다.

“자, 원 샷!”

은혁의 본체가 외친 순간, 모든 분신이 직업 각성의 포션을 마셨다.

벌컥벌컥……!

벌컥벌컥……!

충격받은 다른 이들이 입만 떡 벌리고 있는 동안, 분신들은 직업 각성의 포션을 전부 마셨다.

그 순간.

“[초월 명상] + [그림자 결속].”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초월 그림자 결속].”

쿠구구구구구구구궁……!!

그림자 분신들의 그림자끼리 겹치고, 또 그것이 은혁의 몸과 겹쳐졌다.

분신들이 얻은 직업 각성의 힘을 은혁은 우선 머리로 이해하고 그림자로 흡수했다.

‘해제.’

화악……!

직업을 각성한 분신들이 모조리 급속 해제되며, 그 힘이 전부 은혁에게 흡수되었다.

-직업 확인 중……!

-총 401개의 신규 직업을 획득하셨습니다.

-비정상적인 상황 확인……!

-관리국에 비상 연락을 시작합니……!

“[시스템 해킹].”

빠지직!

시스템 메시지가 일부 지워졌다.

-이미 직업이 있는 플레이어가 401개의 추가 신규 직업을 각성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정말 획득을 원하십니까?

-YES/NO

“당연히 YES다.”

우우우우우우웅……!

그제야 모든 직업 각성이 밀려들어 왔다.

-축하드립니다! D+급 직업 ‘검무를 추는 전사’를 각성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B급 직업 ‘고속 재생하는 무투가’를 각성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S-급 직업 ‘성좌와 교신하는 초능력자’를 각성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A급 직업 ‘순간이동하는 성직자’를 각성하셨습니다!

…….

…….

직업 각성 메시지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크으윽. 괴롭군.’

만약 은혁이 이미 ‘모든 직업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파바바바밧……!

세상이 느려지고, 눈앞에 직업 선택 카드가 생겨났다.

대장장이 카드를 포함해 13장 뜨던 카드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다.

15장, 31장, 89장, 198장, 323장, 401장.

그리고 추가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존의 ‘모든 직업의 가능성’이, 보다 발전된 가능성을 개화합니다!

파차차창!

401장의 직업 카드가 터지는가 싶더니, 1,000장, 12,000장, 36,000장 이상으로 늘어났다.

일일이 샐 수조차 없는 직업 가능성의 카드가 사방을 채웠다.

-짧은 기간에 수많은 직업과 가능성의 개화를 체험하였습니다!

-막대한 경험치가 축적됩니다!

-경험치 계산 불가! 즉시 추정 레벨로 전환되어 추가됩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

…….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은혁이 겁이 날 정도로 막대한 양의 레벨이 중첩되었다.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아직도 세상은 정지된 상태라, 손끝만 겨우 움직였다.

…….

…….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마침내 레벨업 메시지가 끝이 났고, 은혁은 겨우 현재 레벨을 확인했다.

-현재 레벨 : 238.

3군주 두 명의 레벨을 합치면, 레벨이 대략 260 정도 된다.

그걸 감안하면 압도적인 숫자다.

레벨업 메시지가 끝이 나고, 마지막으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모든 직업의 가능성 → 나 혼자만 모든 직업

그렇게, 은혁의 공식적인 직업은, ‘나 혼자만 모든 직업’이 되었다.

‘사기네.’

은혁은 확신했다.

그 순간 시간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왔다.

“스탯창.”

은혁은 스탯창을 불러왔다.

<강은혁의 스탯창>

레벨 : 238

근력 : SSS+. 체력 : SSS+.

속력 : SSS+. 의지력 : SSS+.

마력 : SSS+. 매력 : SSS+.

본성 : [독식하는 자]. [은근히 싸움을 즐기는 자]. [회귀자].

계약 성좌 : 없음.

직업 : 나 혼자만 모든 직업.

강은혁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직업 중, 무등급 직업과 EX급 직업을 제외하면 전부 SSS+급으로 고정된다.

현재 보유 직업 : 415개.

“헐.”

은혁은 그답지 않게 너무 놀라서 어이가 없었다.

‘모든 직업이 SSS+급으로 고정되고, 거기에 현재 보유 직업이 415개?’

은혁은 스탯창의 현재 보유 직업을 터치해서 직업을 확인해 보려 했다.

-경고! 직업 안정성이 불안정합니다!

-안정화 작업 중 : 0.00001%…….

-안정화 작업 중 : 0.00002%…….

-안정화 작업 중 : 0.00003%…….

‘이런. 안정화가 오래 걸리네.’

-갑자기 늘어난 무수히 많은 직업을 빠르게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운명치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직업은 활성화되지 않고 기존에 보유 중이던 직업만이 활성화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네.”

은혁은 왠지 속이 더부룩한 기분이 들었다.

새로 얻었지만 안정화가 되지 않아 쓸 수 없는 400여 개의 직업은, 마치 소화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재난의 심장]으로 운명치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는데, 그래도 안정화가 오래 걸린다고?’

은혁이 의문을 표하며 자신의 [재난의 심장]을 향해, 혼돈술사 패시브 스킬인 [시스템 에너지 구조의 이해]를 발동했다.

‘어? 운명치가 생성되고 있지 않네?’

당황하여 [시스템 복구] 스킬을 스스로 써봤지만.

-현재 생성 중인 모든 운명치는, 새로 얻은 400여 개의 직업 안정화에 전부 투입되고 있습니다!

-추가로 막대한 운명치를 얻거나, 새로운 직업들의 안정화를 완료하기 전까지는, [재난의 심장]에서 새로운 운명치를 생성하지 못합니다!

‘이런! 이건 좀 곤란한데?’

운명치란 층에 걸맞지 않은 밸런스 붕괴급 존재들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지금의 은혁은 너무나 강력해서 툭 건드리면 운명치 폭풍이 폭발할 정도다.

‘이 상태로 당장 5층에 올라갔다간…….’

3군주도 꼼수를 써서 운명치 폭풍을 유예하고, 5층에서는 몇 분밖에 버티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의 은혁은 3군주보다 강한 상태였으므로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모른다.

‘괜찮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지만, 어차피 다음 계획들을 성공시키면 되니까. 아, 그래도 좀 더 조심했어야 했나…….’

은혁은 속으로 투덜거리다가, 문득 사람들이 모두 자신만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상황을 관리해야 할 요렌은 입만 떡 벌린 채 가만히 있었다.

“흠흠.”

은혁이 요렌 곁으로 갔다.

요렌은 얼른 뒷걸음질 쳤다.

은혁은 용건만 말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튜토리얼 1층 제가 깰 테니까, 저 사람들 전부 귀가시켜 주세요.”

“그, 그건.”

요렌이 어쩔 줄 몰라하는 순간.

파앗!

관리국의 아이리스가 등장했다.

“우왓!”

“저 여자, 순간이동해서 왔어.”

“되게 미인이네.”

“구해달라고 해볼까?”

사람들이 수군거렸지만, 아이리스는 무시하고 똑바로 은혁의 앞으로 다가왔다.

“아, 오랜만입니다.”

은혁은 히죽 웃으며 인사했고, 아이리스는 완전히 당황한 채 은혁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봤다.

“진짜 강은혁 플레이어인가요?”

“네.”

“어떻게…….”

은혁과 올마스크의 합작으로 만든 ‘죽은 척’은 아이리스를 포함한 관리국 고위층조차도 속여 넘길 정도로 강력했다.

죽은 척 자체도 정교했지만, 은혁은 죽은 척만 하고 100층탑에 남은 게 아니라, 아예 100층탑을 떠났기 때문이다.

즉, 100층탑 안에서 플레이어 정보가 실제로 소멸했었기에, 관리국은 은혁의 뒤를 추가로 추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은혁이 초대장을 이용해 다시 100층으로 돌아온 이후에야 이상을 감지했고, 아이리스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찾아온 것이다.

‘나도 참 바보지.’

아이리스는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이상함을 가장 먼저 감지한 채 먼저 온 것이다.

아이리스 자신도 왜 그랬는지는 몰랐다.

단순한 호감인지, 호기심인지.

‘어차피 관리국장님은 다 꿰뚫어 보고 계시겠지만.’

사실, 관리국장 알파레몬도 은혁이 돌아올 거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았다.

하필, 길드연합국 VS 3군주 세력 때문에 바빴기 때문이다.

“바쁘신 분이 1층까지 오시다니, 무슨 용무이십니까?”

은혁은 평소처럼 히죽거리는 웃음을 띄운 채 물었다.

아이리스는 자기도 모르게 저 웃음에 심쿵할 뻔했지만, 이내 냉철한 태도로 응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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