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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406화 (406/434)

406화 : 강은혁 VS 카인 (1)

은혁은 염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하다, 염훈. 하지만.”

“하지만 뭐! 사실 살아 있으니 된 거 아니냐? 이딴 소리를 하려는 거겠지!”

“아님.”

“……아님?”

“응. 너는 성황제고, 통합길드장이다.”

은혁은 냉철하게 말했다.

“죽은 줄 알았던 친구에게 화를 내는 건 사적인 일이지. 공적인 일이 눈앞에 있지 않냐? 전투 중에 이게 무슨 소란이지?”

은혁이 똑 부러지는 말투로 설명하자 염훈은 주먹의 힘을 슬그머니 풀었다.

“으음……!”

“게다가 염훈, 네가 거의 질 뻔한 걸 이기게 도와주러 왔는데 뭘 그리 화를 내냐?”

그리고 은혁은 카인을 돌아봤다.

“안 그러냐, 카인?”

은혁과 염훈이 다투는 동안, 카인은 전혀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

‘이 무슨 괴물이란 말인가?’

카인은 3군주로서 적의 강함을 보는 눈이 제법 트여 있었다.

하지만.

‘끝이 안 보인다.’

과장 조금 보태서, 이 자리에 모인 길드장들과 카인, 귀족들의 힘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

“아, 걱정 마. 안 죽여.”

은혁이 카인에게 말했다.

“뭐?”

“내가 의외로 불살 캐릭터라서. 우리 길드연합국의 문제 많은 부길드장, 길드장들도 안 죽이고 때려서 복속시켰는데, 너만 죽이면 그것도 좀 불공평하지?”

“이 오만한 놈이……!”

“그리고 내 부하 중에 아벨이 있는데, 녀석은 나를 많이 도와줬거든? 그 녀석의 형을 죽이면 아무래도 좀 사이가 어색해지지 않겠어?”

“더는 못 들어주겠군!”

카인은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동시에 쳐라!!”

카인의 부하들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은혁을 공격했다.

“[타임 라인 크러시]!!”

“[만상지독 분출]!!”

…….

…….

“[피구름 속의 송곳니 강림]!!”

“[엔드리스 플레임]!!”

하나하나가 7대 길드의 길드장조차 죽일 수 있는 필살기들이었다.

은혁의 기준 시간선이 파괴되고, 모든 독보다 강한 독이 정면을 덮치고, 무한의 화염이 은혁을 중심으로 휘몰아쳤으며, 피구름 속의 송곳니를 몸에 두른 쥬빌레가 직접 은혁을 향해 돌진해 왔다.

그밖에도 [그래비티 스트라이크]를 포함한 5개의 추가 공격이 은혁 한 사람만을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은혁은 피하지 않았다.

애초에 피할 수도 없었다.

“강은혁!!!”

“저, 저런!!!”

염훈과 길드연합국 플레이어들이 경악했다.

쿠콰콰콰콰콰쾅!!!

은혁은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크하하하!!”

“오호호호!!”

귀족들은 기뻐했다.

모든 공격은 명중했고, 은혁은 회피하지 못했다.

아예 존재 자체를 소멸시켜 버렸기에,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죽을 수밖에 없었다.

길드연합국 측이 망연자실해하는 순간.

“응, 그거 사실 노예장이었다.”

쓰러져 죽었던 노예장이 스윽 일어나더니, 은혁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뭣?!”

즉, 은혁은 노예장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실제 노예장을 자신인 것처럼 조종한 것이다.

‘[그림자 분신 9.0]의 힘이다.’

올마스크의 가면을 빌려야만 쓸 수 있었던 [그림자 분신 8.0]보다 더욱 진보된 형태.

이제, 은혁은 그림자 분신의 완성형에 가까운 [그림자 분신 9.0]으로, 자신이 다른 플레이어의 그림자를 훔쳐 그 존재가 될 수도 있고, 다른 플레이어에게 그림자를 덮어씌워 분신으로 만들어 버리는 게 가능했다.

올마스크조차도 가면을 미리 만들어두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은혁은 그림자만 있으면 상대의 정체성이건 뭐건 뺏거나 뒤집어씌우는 게 가능했으니, 보다 진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염훈이 날 보면 죽일 듯이 팰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우선 미끼 삼아 분신을 보냈던 거다.”

은혁이 안 해도 될 설명을 덧붙였고, 염훈은 기가 막혀서 화도 안 난다는 듯이 입만 벌렸다.

그동안 은혁은 카인의 귀족들을 처리했다.

“죽여라, 분신들아.”

스륵.

필살기를 쓴 탓에 지친 귀족들의 그림자에서 [그림자 분신 9.0]이 몸을 일으켰다.

푸확! 푸확! 푸확! 푸확……!

분신들이 날린 맨손의 [암습]으로 모든 귀족들이 단 일격에 죽어 버렸다.

“[피의 흡수].”

화아아악……!

그리고 귀족들의 시체를 [피의 흡수]로 흡수해 버렸다.

-직업 안정화가 가속됩니다!

-안정화 작업 중 : 53.07%…….

-안정화 작업 중 : 59.08%…….

-안정화 작업 중 : 64.09%…….

“어? 이게 되네?”

은혁은 별 기대 없이 귀족들을 죽이고 흡수했는데, 직업 안정화 가속 메시지가 뜨자 감탄했다.

“카인. 네놈을 죽이고 흡수하면 내 직업 안정성이 더 올라가겠지만, 그러진 않겠다.”

“개소리 마라! 어차피 네놈은 날 죽일 수 없어!!”

아직 길드연합국 측의 본성 공성전 중이었다.

즉, 은혁의 공격은 10%만 들어가고, 90%는 반사된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림자 분신 9.0] 연속 발동.”

파앗! 파앗! 파앗! 파앗!

은혁은 카인을 빙 둘러싸도록 100체가량 되는 분신들을 만들었다.

“데미지가 평소의 10%만 들어가면 열 배로 때리면 되지, 뭐.”

은혁은 뒤를 돌아 동료와 부하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건성으로 경고했다.

“알아서 대피해. 여기 무너진다. 일제히 [무아연환격].”

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

주먹 한 방 한 방이 어지간한 성채를 부수고도 남을 위력.

그것을 최대 속도로, 100체의 분신이 마구잡이로 갈겨댔다.

-본성의 수호 시스템이, 본성의 성주를 보호합니다!

-전체 위력의 10%만 전달됩니다!

-나머지 90%의 위력은 사방으로 반사됩니다!

카인에게 이로운 시스템 메시지였건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없는 것보다 조금 나은 효과밖에는 없었다.

은혁의 분신들이 공격을 시작하고 1초 만에 [인비지블 666 플레이트]가 박살 났고, 사방으로 튄 충격파는 군주의 권좌가 놓인 본당을 마구잡이로 부숴 버렸다.

투콰콰콰콰콰콰쾅!!!

“이런! 다 피해!!”

염훈은 부하들을 보호하며 즉시 성채 밖으로 대피했다.

그리고 5초 뒤.

와르르르르!!

본성이 파괴되었다.

‘뭐?! 말도 안 돼! 공성 측은 본성을 파괴할 수 없는데!’

시스템적으로, 공성 중인 3분 동안은 오직 성문만이 파괴되도록 되어 있다.

“내가 부수는 게 아니니까.”

은혁이 말했다.

카인을 두들겨 패고 남는 90%의 반사된 여분의 충격파가, 성벽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가해지는 것이기에 시스템을 우회해서 성을 부술 수 있었다.

촤르르르르르르……!!

부서진 성벽의 잔해는 큰 조각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가루처럼 변해서 흘러내렸다.

“크와아악!!”

카인이 포효했다.

10%에 불과하지만, 데미지가 누적되었기에 피투성이였다.

“이렇게까지 날 능멸하다니!! 권좌의 힘이여!!!”

푸확!!

카인의 몸에서 핏방울이 사방으로 튀었고, 분신들의 몸에도 튀었다.

화신마저 생성 가능한 3군주의 피였기에 상당한 힘이 응축되어 있었다.

콰콰콰콰쾅!!!

[철분 폭발] 스킬이었다.

카인의 특수한 핏방울 속의 철분을 이상 증식 시킨 뒤 폭발시키는 기술.

반드시 피를 흘려야만 발동 가능하고, 권좌로부터 힘을 많이 끌어와야만 가능했다.

“강은혁!! 네놈은 날 이길 수 없다!!”

“왜?”

“첫째로, 네놈은 군주가 아니다! 군주가 아닌 놈은 본성 공성전으로 상대를 죽일 수 없다!!!”

실제로, 해피가 권좌만 노렸던 것은 해피가 직접 카인을 완전히 죽일 수 없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찢어발기는 해피라면 혹시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70층~89층은 총관리자 알파레몬이 신경 쓰는 층이다.

카인이 정말 해피의 손에 죽으면 부활시킬지도 몰랐다.

“흠, 내가 군주가 아니라서 안 된다고 쳐도, 널 반쯤 죽인 다음 염훈에게 넘겨서 막타 치면 되는 거 아닌가?”

“하! 네놈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도 쉽진 않을 거다!”

“왜?”

“직접 봐라!! 이게 둘째 이유다!!”

파앗!!

-권좌의 힘이, 군주인 카인을 완전히 회복시킵니다!

카인의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흠. 그 권좌에는 역시 많은 기능이 있었군.”

“크하하! 그렇다! 내게 노예가 있는 이상 나는 무한한 시간 끌기가 가능하다!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만으로도 인치와 미치오가……!”

“잠깐 닥쳐봐. 네가 말하는 노예들은 이미 내가 장악했는데? 내가 노예들이랑 같이 나타난 거 못 봤냐? 내가 심심해서 노예들 사이에 섞여 나타난 줄 아냐?”

“뭐……?”

카인은 노예들을 돌아봤다.

노예들은 안전을 위해 염훈과 함께 멀찍이 피신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강은혁은 노예들 틈에 섞여서 나타났다.’

처음에는 잠입을 위해서라고만 생각했는데, 잘 생각해보면 은혁은 잠입이 필요한 수준이 아니다.

“내 정체를 밝혀야겠군.”

은혁은 웃으며 스킬을 발동했다.

“[미완성 운명 지배] 발동. 모든 노예들이여. 일어나라.”

파앗!

키워드가 주어지자, 노예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몸에 설치된 구속구를 제거했다.

철그럭!

철그럭!

철그럭……!

-노예들이 강은혁의 인솔하에, 자유를 위해 일어났습니다!

-노예들이 대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모든 노예들이 자유민으로 전환되며, 레벨이 20 증가합니다!

“뭐……!”

카인은 이런 경우는 예상도 못 했기에 경악을 숨길 수 없었다.

-카인의 권좌가 지닌 힘의 효율이 90%에서 80%로 감소합니다!

-카인의 권좌가 지닌 힘의 효율이 80%에서 70%로 감소합니다!

…….

…….

-카인의 권좌가 지닌 힘의 효율이 30%에서 20%로 감소합니다!

-카인의 권좌가 지닌 힘의 효율이 20%에서 10%로 감소합니다!

노예의 숫자가 극단적으로 감소하면서, 카인이 권좌를 통해 얻던 마력과 방어 효율이 급감했다.

-길드연합국의 용병 강은혁 → 혁명의 군주 강은혁.

“나는 혁명의 군주다. 그러니 널 두들겨 패서 죽일 권리가 있지.”

은혁은 히죽 웃었다.

처음 70층~89층에 진출했을 때는 노예인 척하는 밀입국자로, 그러다 염훈 일행의 본성 공격이 격화되었을 때는 길드연합국의 용병으로 신분을 바꾸었고, 지금은 모습을 드러내고 혁명의 군주가 되었다.

‘나는 혁명의 군주라서, 노예들처럼 레벨 증가 보너스를 얻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긴 하군.’

물론, 지금의 은혁은 레벨 20 획득 여부 따위로 힘의 강약이 정해지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별 불만은 없었다.

“대혁명 도중에 사악한 군주를 죽이는 건 역사적으로도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항복하면 봐줄 생각 있거든? 근데 좀 빨리해라? 인치도 조지러 가야 하거든.”

교황제 일행은 지금쯤 인치를 상대하고 있을 터.

물론, 인치가 여전히 더 강했기에 교황제 쪽은 은혁이 갈 때까지 시간을 끌어주는 역할이다.

“아까부터 자꾸 항복 항복 하는데…….”

카인은 핏발 선 눈으로 은혁을 노려봤다.

“노예 놈들을 잃었다고 해도, 내게는 아직 비장의 수가 많이 남아 있다. [무기고 개방]!”

금속을 지배하는 카인이 무기고를 여는 것은 근 10년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무기고의 자물쇠가 바뀌었습니다!

-무기고는 개방되지 않습니다!

“아, 그거 이미 노예들이랑 없애고 왔다.”

노예들을 가둔 벙커는 카인의 무기고와 매우 가까이 연결되어 있었다.

은혁은 노예들을 장악한 뒤 겸사겸사 카인의 무기고도 털고 왔다.

각종 치트 스틸, 나노 스틸, 엘더니움, 고품질 강철 등등.

다양한 금속으로 제작된 무기들.

“다 털었지만 의외로 별것 없던데? 내 눈이 너무 높아진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금속 자체는 많고 다양해서 전부 챙겨뒀다.”

염훈이 전면에 나서 있는 동안, 은혁도 할 일은 다 해뒀다.

이제, 카인에게는 최후의 수단만이 남았다.

“내게 남은 건 하나뿐이군.”

“그래. 남은 건 네 권좌뿐이다.”

“그래…… 그렇지.”

카인이 체념하듯 말한 순간, 권좌가 변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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