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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407화 (407/434)

407화 : 강은혁 VS 카인 (2)

철컹!! 철그럭!!

금속의 권좌가 카인을 중심으로 갑옷처럼 변했다.

“네놈에게 뺏길 거라면 차라리!!”

푸욱! 콰직!

변형된 금속의 권좌가 뼈관절 사이를 파고들었고, 카인과 권좌는 하나가 되었다.

“권좌와 하나가 되어 주마!!!”

쿠오오오오오오……!

마력이 하늘로 치솟았다.

카인의 권좌는 노예의 힘을 뽑아 쓰는 중계기 역할 뿐만 아니라 비상 저장 장치의 역할도 했다.

아무리 은혁이 노예들에게 혁명을 부여해서 권좌로 더 이상 힘이 흘러들어오지 않더라도, 비축된 힘은 여전히 상당했다.

카인은 몸에 무리가 갈 것을 각오하고 권좌를 통째로 흡수한 것이다.

-금속 권좌의 군주, 카인으로 [권좌 각성]하였습니다!

군주로서 오랫동안 살아온 3군주들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각성 형태.

그것이 [권좌 각성]이었다.

‘음? 이런 것도 있었나?’

회귀자인 은혁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잠시 멈칫했다.

카인의 모습은, 화신과 본체가 결합된 것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분해 합체된 권좌에 찔려 끊임없이 피를 흘리는 모습은 기이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쿠구구구구궁……!

카인이 지배하는 땅에 섞인 철분이 솟아오르더니, 넘실거리는 쇳가루의 망토처럼 변했다.

-죽어라.

촤아악!!

쇳가루의 망토가 한 번 휩쓸고 지나가자, 그 범위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갈려 나갔다.

카인의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투쾅!! 투쾅!!

채찍처럼 유연한 금속 창 수십 개가 동시에 은혁을 향해 쇄도했다.

파앗!

은혁은 [그림자 도약]으로 전부 가볍게 피했다.

“음, 맞으면 아프겠네.”

은혁은 위력은 인정하기로 했다.

“근데 말이지, 그런 공격들은 이제 좀 유치하게 느껴져서 말이다.”

은혁의 경지는 너무나도 높아져 있었다.

사실, 카인의 필사적인 공격은 은혁에게 있어서 맞아 주고 싶어도 못 맞아 줄 정도라고 봐야 할 정도였다.

‘패시브 스킬 [운명의 지배자]에 마력을 부여한다.’

스윽.

은혁은 운명에 몸을 맡기며 태연히 걸어 들어갔다.

카인은 치트 스틸로 만든 금속 투창, 표창, 포환 등을 마구 쏟아 냈다.

그때마다 은혁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격을 피했고, 피할 수 없는 것들은 맨손 [패링]만으로 쳐냈다.

-죽어라! 죽어!!

“싫은데?”

은혁은 죽음의 공격 속에서도 차근차근 카인에게 걸어갔다.

투타타타타탕!!

콰쾅!! 콰콰콰콰쾅!!

무차별 공격으로 파편이 튀면, 그 속에서 은혁은 무심하게 거리를 쟀다.

‘여긴 뱀프릭 체인 소드가 낫겠군.’

금속성 채찍들의 궤적을 모조리 피한 뒤, 은혁은 뱀프릭 체인 소드를 휘둘렀다.

“[회전 베기].”

투화학!!!

금속 채찍들이 모조리 절단되었고, 뿜어져 나간 검기만으로도 카인의 흉부에 깊은 자상을 남겼다.

-큭! 아직 멀었다!!

카인은 양손을 하늘과 땅을 향해 뻗었다.

-천상천하의 모든 것을 배는 검이 될지어다!

스르릉!

허공의 단면을 베고, 거대한 대도가 나타났다.

최후의 결전을 위해, 무기고가 아닌 차원의 단면에 숨겨둔 대도.

-오라! 나의 만룡곡월도여!!

파앗!

카인은 거대한 대도를 움켜쥔 채 은혁을 겨눴다.

“좋은 무기군.”

은혁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만룡곡월도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카인이 드래곤 컬트, 황룡파와의 분쟁 때 수많은 드래곤을 척살한 무기였다.

“어울려 주지.”

은혁은 손을 까딱거렸다.

사실, 은혁이 마음만 먹으면 이 싸움을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지만, 카인을 죽이지 않고, 마음을 꺾어서 쓰러뜨리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검술 대결을 받아 주기로 했다.

-우롸아아아악!!!

카인은 마침내 모든 자존심을 내던지고, 달려들었다.

슈콰카카카카칵!!

만룡곡월도를 마구 휘둘렀다.

은혁의 회피 범위까지 상정하고 휘두르는 공격은 불규칙하면서도 정교했다.

범위 내의 공기 분자마저 썰어 버릴 각오로 휘둘러지는 연쇄 검격은, 멀리서 보면 마치 용의 비늘을 허공에 수놓는 듯했다.

은혁은 크게 뛰어 절반 정도는 피하고, 절반 정도는 방어해 냈다.

“[피구름 생성]. + [멀티 패링]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혈운 패링].”

투타타타타타탕!!

카인의 공격을 뱀프릭 체인 소드로 모두 튕겨 내는 한편.

주륵.

주르륵.

허공에는 핏방울이 맺혔다.

은혁의 검격과 카인의 겸격이 서로 튕겨 나간 자리마다, 마치 투명한 유리에 물방울이 맺히듯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한 것이다.

부글부글……!

핏방울은 그대로 증식하는가 싶더니, 단도 형태로 바뀌었다.

쉬이잉!

은혁은 가볍게 눈짓을 하는 것만으로도 피의 단도를 카인에게 날렸다.

슈슈슈슈슉!

물론, 일제히 날아드는 피의 단도 따위는 카인의 눈앞을 어지럽힐 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은혁은 크게 뒤로 뛰어 거리를 더 벌리며 선즈 리볼버를 꺼냈다.

“[저격]! [거대화]!”

투쾅!!

피의 단도의 틈새 사이로 날아간 화염탄이, 한 박자 늦게 거대화되면서 카인의 몸에 착탄했다.

콰콰쾅!!

-크윽!

몸에 불이 붙은 카인이 경직된 순간, 은혁은 가까이 달라붙으며 추가 스킬을 날렸다.

“[태초환염권].”

화염권사 승급 때 얻은 강력한 스킬로, 이미 불이 붙은 적에게 쓸 경우, 더욱 강한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콰콰콰쾅!!!

카인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뒤로 크게 굴렀다.

-크와아악!!

투투투투툿……!

카인의 몸에 생긴 상처 부위에서 금속 가시들이 튀어나왔다.

그리하여 몸에 붙은 불이 꺼졌다.

“흠. 저건 제 살 깎아 먹기인데.”

쉽게 꺼지지 않는 불을 제거하기 위해, 몸속에서부터 금속 가시를 소환하여 끄는 방식.

“[권좌 각성] 상태이니 마력 걱정은 없다 해도, 그래서는 네 수명만 줄어든다. 그냥 포기하지?”

-닥쳐라……!

카인은 핏발 선 눈으로 검을 치켜들었다.

-내가 군주가 되기까지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를 것이다. 그 고통에 비하면 이 정도쯤은!

스르르릉!

스르르르릉!

카인이 움켜쥔 만룡곡월도가 복제되어 허공에 수십 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수십 개의 만룡곡월도는 스스로 분열해 가며, 어느새 수백 개가 되어 은혁을 전후좌우에서 포위했다.

- [표적포위귀술진]이다. 네 이동 경로를 따라 포위망을 유지하는 것이므로, 절대 피하지 못할 것이다.

카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은혁은 측은함을 느꼈다.

‘아, 수준 차이 심하게 난다.’

물리 공간 속에, 강력한 무기를 복제해서 포위하는 스킬은 확실히 대단하긴 하다.

복제의 대상이 되는 무기가 강력할수록, 복제 횟수가 늘어날수록 쓰기 어려운 것인데, 카인은 그것을 매우 가볍게 해내고 있으니까.

은혁이 일반 플레이어였다면 피하거나 막기가 매우 어려운, 무서운 스킬이었을 터.

하지만 지금의 은혁에게는 아무런 위협조차 되지 않았고, 죽은 척하기 이전의 은혁이라도 드래곤 파워드 아머의 힘을 빌린다면 대처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제 카인도 밑천이 다 드러난 것 같군.’

은혁으로서는 최후의 적수인 3군주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그리고 전력을 끌어낸 뒤 쓰러뜨려야 정신적으로도 꺾는 게 되므로 일부러 상대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그것도 끝낼 때가 됐다.

카인은 그런 은혁의 속마음을 알지 못한 채, 살의만을 불태웠다.

-각오하라!!

파바바바바바밧……!!

[표적포위귀술진]에 따라, 만룡곡월도 수백 자루가 은혁을 향해 내리꽂혔다.

은혁은 제자리에 선 채로 프로스트 스파이럴을 꺼냈다.

“[스파이럴].”

화악……!

은혁의 마력은 넘쳐나다 못해, 100층탑 최강 수준이었기에, 기존의 세븐 칼리버에 담긴 스킬을 대충 쓰기만 해도 사실 3군주의 필살기와 맞먹었다.

어쩌면, 3군주 전원이 동시에 쓴 필살기와 맞먹을지도 모른다.

뚜드드드드드드……!!

시공간이 뒤틀렸고, 범위 안의 만룡곡월도 수백 자루도 같이 뒤틀린 채 정지되었다.

은혁이 조종하는 시공간은 마치 잔뜩 쥐어짜인 젖은 수건과 같아서, 너무 세게 쥐어짜면 찢어질 터였다.

은혁은 비틀린 시공간을 살짝 옆으로 틀어서 빗겨 냈다.

그리고 텅 빈 공간을 향해, 어센션의 도움으로 새로 얻은 스킬을 발동했다.

“[심연충장].”

심연의 순수한 에너지를 쏘아내는 스킬.

심연이 아닌 곳에서는 발동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지만, 은혁은 [심연의 심장]을 얻고 온 몸이기에 어렵지 않게 발동했다.

투쾅!!!

심연의 에너지는 100층탑이 완전히 건설되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것으로, 일반 플레이어는 근본적으로 저항할 수조차 없다.

퍼버버벅!!!

-크악!!

카인은 고통스러워하며 피를 토했다.

은혁은 내심 카인이 튼튼하다고 생각했다.

‘아, 그만 봐주기로 했는데, 무의식중에 자꾸 봐주고 말았군.’

프로스트 스파이럴로 단순히 끝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끝내자. [스파이럴].”

화아악!!

카인의 모든 공격이 공간의 비틀림에 갇혀 버렸다.

“[스파이럴]에, [심연충장]을 융합한다.”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나선가속형 심연충장].”

길게 생긴 공간의 왜곡을 일종의 가속 궤도로 삼아, [심연충장]을 가속시켜 날렸다.

번쩍!!!

새까만 기운이 쏘아져 나갔지만, 공기와의 마찰로 생긴 광원이 긴 꼬리처럼 딸려 나갔다.

투콰앙!!!

그리고 카인의 몸을 꿰뚫고, 한참을 날아가 89층탑의 경계면을 뚫어서는 최종벽에 충돌했다.

꽈르르르르르릉!!!

경계면이 무너지고 지진이 일어났다.

-경고! 경고!

-100층탑의 최종벽이 드러났습니다!

“이런. 너무 세게 날렸나.”

은혁의 이 일격은 89층에서도 감지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진 피해는 89층이 더 클지도 모른다.

-컥, 쿨럭……!

털썩!

카인이 무릎을 꿇었다.

의외로 몸에 뚫린 구멍은 작은 감자 크기 정도였다.

너무 위력이 강하고 빨랐던 탓이다.

“더 하다간 너 진짜 죽는다.”

-죽여라……!

“역시 그 생각이었냐? 하하하!”

은혁은 웃었다.

그의 예상대로 카인의 정신은 트라우마 덩어리였다.

“패배를 인정하고 죄인이 되어 아벨을 마주하기가 두렵나? 그러면 아카데미와 동생을 배신한 자신을 인정해야 하니까?”

-…….

“카인. 그래서는 100층탑을 정복할 수 없고, 정복해서도 안 돼.”

-죄의식에 찌든 자는 100층을 정복할 자격이 없다는 거냐!

“아니. 그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100층을 정복하기 위해 도전할 자격은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자가 100층을 정복해 봤자, 극심한 허무에 빠져서 다 내팽개칠 뿐이거든? 거기에 대해 비유를 하자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다가, 막상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직후 극심한 허무감에 시달리는 이들의 이야기는 의외로 많다.

그 경우, 극단적인 결단마저 내리는 경우도 있다.

“에이, 비유는 관두지. 카인. 그냥 포기해라.”

-거절한다.

“그래, 그렇게 말할 것 같아서 선택지는 안 주기로 했다. 퓨전 스킬 [미확인 운명 지배] + [강탈].”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운명 훔치기].”

퍼억!

화아악!

카인의 군주로서의 운명이 은혁을 향해 흘러 들어왔다.

-흐어어억……!

은혁은 카인을 압도하는 강함을 지닌 데다가, 카인 또한 많이 쇠약해져 있었다.

더군다나 은혁은 혁명의 군주로서 ‘혁명 중’ 버프를 받고 있었다.

죽이지 않고 처리하는 게 가능한 수준이었기에, 은혁의 스킬은 카인마저 굴복시켰다.

철그럭!

철커덩!

카인의 몸과 결합된 권좌가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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