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화 : 강은혁 VS 인치 (2)
파앗!!!
은혁의 의지가 깃든 사이오닉 에너지와 심연의 힘이 융합되어 거대하고 얇은 장벽이 되었다.
100층탑 전체를 통틀어 심연의 힘과 사이오닉 에너지를 함께 만드는 것 자체가 최초였다.
[심연의 심장]을 가진 은혁만이 쓸 수 있는, 총관리자조차 해내지 못하는 엄청난 기술.
화악……!!
[심연의 염동장막]에 닿은 [태초의 마력 환경 강림]은 전부 무효화되었다.
“아차. 맞아주기로 했었는데.”
은혁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작은 기술이면 맞아줄 생각이었지만, 뒤편 저 멀리에 교황제의 군세가 있었으니 전부 막아 낼 필요가 있었다.
“무효로 하고 한 번 더 맞아드리죠. 대신에 단일 공격이어야 합니다.”
“크와아아악!!!”
인치는 분노에 차올라 온몸으로 마구 공격 스킬을 뿌려댔다.
[크기 지배]의 힘을 발동한 채 흙을 걷어차는 것만으로도 투척구 수십 개를 발사한 것과 같은 위력인데, 거기에 더해 은혁의 방어력을 인위적으로 축소시켰다.
미리 준비해 둔 플라즈마 폭탄을 거대화시켜 터뜨리고, 태양광을 증폭시키고 굴절시켜 은혁을 노렸으며, 은혁의 발밑을 축소해 아래로 오목하게 꺼지도록 하는 등 지형을 조작했다.
심지어는 시간의 흐름까지 축소해, 은혁의 주변 환경을 느리게 만들기까지 했다.
인치의 머리에 당장 떠오르는, 자신 있는 스킬들의 연쇄 폭격.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은혁은 파훼해 냈다.
“[화염 방패]! [멀티 패링]! [돌 합치기]! [메탈 벙커 소환]! [사이오닉 필드]! [미완성 운명 지배]! [매질 요격]! [거대화]! [빙천신공]! [피의 저주]!”
은혁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꼼짝도 안 한 상태로 전부 막거나 튕겨 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양보한 것 같군요. 이제부턴 저도 반격 갑니다?”
“으아아아아!!”
인치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 도주하기로 했다.
시간을 끌면 일단 은혁의 본성 공성전이 실패되어 튕겨 나갈 테니까.
“나의 권좌여!!”
인치는 카인이 그랬던 것처럼 권좌에 힘을 숨겨 두고 있었다.
-거대 권좌의 군주, 인치로 [권좌 각성]하였습니다!
파앗!
본성이 풍선처럼 팽창했다.
가로 넓이만 1km가 넘었고, 세로로는 하늘을 향해 끝도 없이 치솟았다.
어느새 82층 전체를 넘어, 82.5층의 영역까지 뚫고 들어갔다.
‘제법인데?’
은혁은 내심 감탄했다.
은혁의 콩나무 본부와 비슷하게, 차원의 천장을 뚫고 올라간 인치의 본성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하하하! 어떠냐! 82.5층까지 꿰뚫고 올라간 거대한 미로 성채다!
신위를 머금은 인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은 시간은 1분 30초 남짓일 터! 그 안에 나를 찾아 죽일 수 있을까? 아하하하!!
그 순간에도 거대 성채는 크기를 조금씩 키워 나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본성 공성전 중에는 나는 피해를 10%만 입는다! 광범위 공격으로 나를 운 좋게 공격하더라도, 그 피해는 극히 미미할 거다!
“잔뜩 쫄았나 보군. 일일이 설명충처럼 설명하는 걸 보니.”
은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세를 잡았다.
“[드래곤 파워드 아머 절대 소환].”
* * *
28.5층의 콩나무 본부.
제인은 오늘도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정비 중이었다.
“에휴…….”
그녀는 아직 은혁의 귀환을 모르고 있었기에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볼 때마다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최강의 갑옷이면 뭐 해? 장착할 사람이 없는데…….”
제인은 은혁이 죽은 뒤,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수리했을 뿐만 아니라,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으로 업그레이드해 뒀다.
기존 마정석을 대폭 늘려, 이제는 네임드, 비네임드를 합쳐, 마정석의 개수가 64개에 달한다.
은혁의 특성에 맞춰 냉각 기능을 필요에 따라 껐다가 켰다가 하는 게 가능하며, 마정석을 오버히트시켜 발생하는 초화염을 그대로 공격이나 추진력으로 전환할 수도 있게 했다.
또한, 은혁이 보유한 다양한 직업은 물론, 앞으로 얻을 직업에 대응시키기 위해, 가변 슬롯을 넉넉하게 개조해 뒀다.
‘이제 정비도 그만해야 할까 봐.’
사실, 염훈이나 다른 길드원들이 몇 번 말리긴 했다.
하지만 제인은 이 일만은 자신이 꼭 해야 한다며 계속해 왔다.
이제, 만족할 만큼 수리하고, 업그레이드까지 해뒀으니, 정말로 무의미한 정비는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다.
“안녕,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 그동안 고마웠어…….”
제인이 먼지 덮개용 넓은 천을 손에 쥔 순간.
기이이이잉……!
“어머?”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 기동!
-주인의 소환을 받아 차원 도약합니다!
-예상 목적지 : 82층.
투쾅!!!
“꺅?!”
정비실의 천장을 부술 기세로 치솟아 오른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은 그대로 차원의 문을 열더니 알아서 82층으로 날아가 버렸다.
놀라서 눈을 껌뻑거리던 제인의 눈이 커지고, 이내 얼굴이 환해졌다.
“부활했구나, 강은혁!!!”
제인은 메카닉으로서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
* * *
우우우웅……!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은 은혁의 곁에 조용히 나타났다.
“어라? 업그레이드됐네?”
보아하니 제인이 강화한 모양이다.
“엄청나구만. 허허허!”
은혁은 보기 드물게,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이 웃었다.
“내가 강해져서 오지 않았으면, 장착해도 기동이 불가능했겠는데?”
무려 64개 병렬 마나 코어 시스템이다.
100층탑 전체를 통틀어, 단일 개체화된 마나 엔진으로서 가장 크고 강력한 것은 이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일 것이다.
‘이건 지금 내 기준에서 봐도 과분할 정도로 엄청난 물건이야.’
‘나 혼자만 모든 직업’을 각성 중이고, 심연을 거쳐 운명까지 지배하는 지금 기준에서도 과분할 정도면,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으로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게 비정상이다.
‘전부 제인 덕분이지. 좀 미안하기도 하네.’
은혁의 죽음 뒤로, 제인 또한 큰 충격과 슬픔에 잠겼을 것이다.
은혁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 드래곤 파워드 아머를 업그레이드시키지 않았을까, 하고 은혁은 생각했다.
‘지켜보시죠, 제인. 10초 안에 인치를 굴복시키는 내 모습을!’
“장착!!”
철컥!
철커덩!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의 크기는 이전보다 더 커졌지만, 장착 시간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
-오오.
착용한 것만으로도 마력이 흡수되고, 주변 환경이 변화했다.
드드드드드드드……!
차원이 떨리고, 인치에 의해 인위적으로 개변된 82층 지형의 원래 형상이 복원되려 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이기겠는데?’
인치의 [권좌 각성]은 마력 유지비가 필요하고, 인치가 인위적으로 바꾼 82층 환경이 선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은혁이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을 장착한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마력이 은혁을 중심으로 돌았고, 기동 편의적으로 차원이 꺾여서 환경이 변화했다.
즉, 은혁이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도 인치는 알아서 제풀에 지쳐 쓰러질 수밖에 없다.
‘사기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가만히만 있어도 될 정도라.’
변수가 있다면 공성전 제한 시간인데, 그것마저도 은혁은 통제 가능했다.
-본성 공성전 남은 시간 : 59초…….
-본성 공성전 남은 시간 : 58초…….
-본성 공성전 남은 시간 : 57초…….
은혁은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의 목소리로 엄숙하게 선언했다.
- [시스템 해킹 2.0]. 제한 시간을 일시 정지시킨다.
그것만으로도 시간제한이 중지됐다.
-인치 님? 좋게 말할 때 알아서 풀고 나오시죠? 진짜 마지막 경고입니다. 힘 조절 안 돼서, 제가 부수기 시작하면 님 죽어요.
은혁이 일부러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을 마구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내심, 인치가 미로 성채 속에서 버텼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닥쳐라! 올 테면 와봐!
인치는 인치대로 외쳤다.
은혁은 큭큭 웃었다.
-그럼 갑니다.
은혁은 손바닥을 뻗었다.
- [심연의 심장] + [사이오닉 필드] + [광풍흡성기류장]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3중 퓨전 스킬 [심연의 블랙홀].”
고오오오오오오……!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의 육중한 손바닥 앞에 [심연의 블랙홀]이 생성되었다.
물론, 실제 블랙홀은 아니고, 심연의 힘과 사이오닉 에너지, 그리고 빨아들이는 힘을 인위적으로 융합하여 만들어 낸 것이었다.
와두드드드드드득!!
그것만으로도 인치가 거대화시킨 미로 성채의 외장재가 모조리 뜯겨 빨려 들어왔다.
콰두두두두두두……!!
이어서, 인치가 만든 미로의 구조물, 함정, 마력 기관 따위도 여지없이 빨려 나와 은혁의 [심연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으아아아아……!
심지어는 미로 깊은 곳에 숨어서 필살 스킬을 준비 중이던 인치마저 딸려 왔다.
-제기랄! 이렇게 된 이상 미완성이지만 필살 스킬을 먹여 주마!!
인치는 은혁을 향해 손을 뻗었다.
-미완성 필살 스킬! [정보 팽창 폭주의 저주]!!
화악……!!
사실 이 스킬은 패왕이 된 미치오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스킬명이 다소 엉성한 것도, 미치오의 패왕 히든 미션 추진 직후에 성급히 연구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정보 팽창 폭주의 저주]는 표적 플레이어가 지닌 각종 시스템 데이터를 팽창시켜, 폭주시키는 스킬.
이론상 강력하고 경험 많은 플레이어일수록 [정보 팽창 폭주의 저주]에 취약하다.
하지만.
- [미완성 운명 지배] + [미완성 시간 되감기]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안정화된 정보 흡수].
스오오오오……!
팽창하는 정보를 도리어 경험치로 전환해서 흡수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3만큼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242
은혁은 히죽 웃었다.
-편하군요. 같은 스킬 더 써주시죠?
-으으윽……!
인치는 당황해 버렸다.
은혁은 슬슬 막타를 치기로 했다.
왼손에 만든 [심연의 블랙홀]은 현재 터지기 직전이었다.
휙!
은혁은 [심연의 블랙홀]을, 배구 선수가 서브할 때처럼 허공에 띄웠다.
- [심연의 블랙홀]에 초중초열식 [블레이징 러시]를 먹인다.
기존의 초중초열식 [블레이징 러시]는 사실 위태로운 기술이었다.
팔에 장착된 마나 엔진을 강제로 과열시킬 때 생성되는 초화염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제인이 마나 코어를 병렬식으로 64개나 갖췄기에, 이전처럼 팔에만 부담이 가는 식이 아니고, 초화염을 보다 안정적으로 생성할 수 있었다.
화르르륵!!
기이이이이이잉……!!
은혁은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
-퓨전 스킬 [블랙 디스트로이어].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
은혁은 일부러 인치가 있는 곳보다 먼, 한참 떨어진 82.5층의 공간을 향해 쐈다.
인치에게 직격으로 쏘면 인치는 반드시 즉사할 것이므로.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82.5층이 통째로 폭파되며, 산산이 깨져 나갔다.
당연하다는 듯이 차원이 깨져 최종벽이 드러났고, 82.5층이 통째로 폭파될 때의 여파로 82층은 물론, 70층~89층의 공간 상당 영역이 뒤흔들리고 충격파에 휩쓸렸다.
“으악!”
“끄아아아!”
차원 지진 현상과 돌풍에, 비명을 지르지 않는 이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끄아아악!!!
인치 또한 비명을 내질렀다.
[권좌 각성]은 풀리기 직전으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었다.
[블랙 디스트로이어]가 만든 충격파와 폭풍에 휩쓸려 이리저리 허공을 튕겨 다니는 것만으로도 빈사지경이었다.
-윽! 이거 너무 강하네.
은혁은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의 힘과 강해진 자신의 힘에 기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