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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410화 (410/434)

410화 : 70층~89층 클리어

사실, [블랙 디스트로이어]는 은혁이 쓸 수 있는 스킬들 중 가장 강한 스킬도 아닐뿐더러, 아주 약하게 발동한 것이었다.

‘그랬는데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1분 정도 차원 지진과 돌풍 현상이 이어졌다.

털썩!

인치는 그제야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듯 쓰러졌다.

은혁이 제압하려 한 걸음 다가서는 순간.

- [피해 축소]! [마력 최대화]!!

파앗! 파앗!

인치는 순식간에 몸을 회복하고, 마력 또한 극대화했다.

[크기 지배]의 힘으로 개념을 조작하여 회복한 것이다.

철컹 철컹.

은혁은 말없이 인치를 향해 걸어갔다.

-으으……!

인치는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을 절망적인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안 통할 줄 알면서도 절망적인 태도로 스킬을 난사했다.

- [시공 축소]! [운명 축소]! [레벨 축소]!

은혁은 가볍게 [사이오닉 필드]를 전방에 펼쳐 막았다.

64개의 병렬 마나 코어의 도움을 받아 펼치는 [사이오닉 필드]는 죽음의 성좌가 날리는 저주부터 운석 충돌까지, 큰 무리 없이 다 막아 낼 수 있었다.

인치의 스킬 수준이나 마력도 상당했지만, 은혁을 상대로는 많이 부족했다.

-으와아아아아!!!

인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마지막 필살기를 쓰기로 했다.

‘생명을 불태우겠다!!!’

인치는 생명과를 재배해서 15,000년가량의 수명을 확보해 뒀다.

그 수명을 연료 삼아, 은혁이 쓰고 있는 심연의 힘과 운명의 힘을 극복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읏차.”

은혁이 보험 삼아 숨겨 뒀던 어센션이 나타났다.

“생명 아까운 줄 모르고. [무아의 순환]!”

파앗!

어센션이 가볍게 쓴 스킬은, 인치의 자신의 생명력을 불사르려는 시도를 무위로 돌려 버렸다.

-뭣?! 아니, 너는!!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 상승 길드장 어센션이다.”

어센션은 매우 엷은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지만, 다른 7명의 길드장 중 3위 안에 드는 실력자였다.

단 한 방으로 인치의 최후의 수단을 무력화시킨 그는 은혁을 보고 말했다.

“이제, 브라이언을 만나러 가겠네, 강은혁. 사실 내가 도와줄 것도 없었지?”

-그러게 말입니다. 후후.

타앗!

어센션은 전장에서 이탈했다.

-아아…… 으아아아아아……!!

좌절한 인치는 울부짖었다.

3군주인 그가 이런 식으로 농락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슈우우우우우…….

절망과 함께 [권좌 각성]의 힘마저 빠져나갔다.

평범한 플레이어가 되어 버린 인치는 주먹으로 바닥을 치며 절규했다.

“그동안 해왔던 레벨업은! 그동안 해왔던 실험은! 도대체 뭘 위해서 했던 거냐!!”

철컹.

은혁은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을 해제한 뒤 걸어 나왔다.

“오히려 제가 묻고 싶군요. 당신은 3군주로서, 3군주끼리 서로 속이고, 약자를 괴롭히고, 아이템을 미끼로 영입해서 써먹고…… 실컷 해왔을 겁니다. 그중에는 비인외도적인 일들도 많았겠지요.”

“이제 와서 그 죗값을 묻겠다는 거냐! 그럼 그냥 죽여!!”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묻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온 겁니까? 왜 3군주가 된 겁니까?”

카인의 경우는 동생에 대한 트라우마가 뿌리 깊게 박혀서 그랬다 쳐도, 인치의 경우에는 그런 게 없어 보였다.

“사실 기억을 강제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만, 직접 듣고 싶군요.”

“그딴 게 중요하냐!”

“네. 당신의 처우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니 똑바로 말해 주십쇼.”

“크흐흐. 듣고 싶다면 말해 주지.”

인치가 광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소원 때문이다.”

“무슨 소원을?”

“100층탑과 관리국, 성좌 연합, 드래곤 컬트, 지고의 성좌까지 전부 싹 다 없애 버리는 거다!”

“음…….”

나름 화끈한 소원이었다.

회귀 전의 은혁이라면, 인치와 목표가 비슷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하지만.

“그래 봐야 새로운 100층탑이 새로 생길 뿐입니다. 초월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실 텐데요.”

“어느 정도는.”

3군주인 인치나 은혁도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관리국보다 높은 곳에 있는 강력한 존재인 초월자.

“아마 그 초월자는 우리가 상대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래! 그러니까 100층탑과 관리국을 비롯한 것들을 모조리…….”

“막상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초월자가 우호적인 존재라면?”

“뭐? 우호적인 존재가 왜 100층탑을 만드냐!”

“우리가 이해 못 할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죠. 이유를 알기 위해서라도 모든 걸 다 없애 버리는 소원을 비는 건 굉장히 위험합니다. 되돌릴 방법이 없으니까.”

“…….”

“결국, 이 모든 굴레를 끊기 위해 다 날려 버린다는 것, 그러기 위해 100층을 정복하기 위한 힘을 모으려고 3군주가 되었다는 건데…….”

은혁은 고개를 저었다.

“뜻은 큰데, 동시에 유치하군요. 당신을 죽이진 않겠지만, 무력화시켜야겠습니다.”

“해봐라!!!”

인치는 은혁과 대화를 나누며 최후의 필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궁극 스킬 [매드니스]!!”

타인의 정신 그 자체를 팽창시키는 비장의 스킬.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 자체를 타기팅하므로, 당하는 쪽에서도 쉽게 대처하기가 어렵다.

‘자아가 비대한 강은혁 같은 놈이라면 더욱 치명적일 거다!!’

하지만.

“[순간 망아].”

어센션에게서 전수받은 스킬을 간단히 발동했다.

스으윽.

은혁의 존재감이 순간 옅어졌다.

그것만으로 인치의 공격은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인치는 추할 정도로 현실을 부정했다.

“아직이다. 아직! 아, 아직 하나 더 남았어!”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보이는 것과 질질 끄는 건 다릅니다.”

“아, 아냐! 아직 내 비밀 연구소에는 최후의 수단들이 더 남아있다!!”

“최후의 수단도 아니고 최후의 수단들? 어휴.”

“나오라! 나의 비밀……!”

“끝.”

뻐억!!

턱 끝에 한 방.

예우를 갖춘 일격이라기보다는 그냥 빨리 끝내려는 한 방이었다.

털썩!

이미 지쳐 있던 인치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덜커덩!

권좌는 분리되어 근처에 나동그라졌다.

“후우.”

-직업 안정화가 가속됩니다!

-안정화 작업 중 : 71.05%…….

-안정화 작업 중 : 80.01%…….

-안정화 작업 중 : 91.01%…….

이제, ‘나 혼자만 모든 직업’의 직업 안정화는 거의 마무리 단계다.

100%가 되면 사실상 모든 직업의 스킬을 무제한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고, 100층탑을 통틀어 최강자 반열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완전한 최강자가 될 터.

어느새 날아온 염훈이 은혁의 앞에 나타났다.

“오, 마침 잘 왔다, 염훈. 82층도 먹어라.”

은혁은 인치의 박살 난 권좌를 권했다.

인치를 쓰러뜨린 이는 은혁이지만, 염훈이 권좌를 장악하면 82층 클리어 판정이 뜰 터였다.

“어라? 잠깐만.”

은혁은 권좌 속에 숨겨진 작은 장난감 같은 것을 발견했다.

사실은 장난감이 아니라, 실제 건물이 [크기 지배]로 줄어든 것이었다.

‘이거, 인치의 비밀 연구소네.’

인치가 기절하기 전까지 최후의 수단들 운운한 것과 관련이 있는 듯했다.

통째로 뺏기면 안 되므로 권좌의 틈새에 숨겨 둔 모양이다.

‘사이즈가 작아서 더 잘 됐군.’

“[사이코메트리].”

우우우웅……!

은혁은 비밀 연구소 속의 정보를 전부 뽑아냈다.

각종 보안이 걸려 있긴 했다.

하지만 은혁은 인치를 기절시킨 뒤인데다가, [시스템 해킹 2.0]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별 어려움이 없었다.

‘후후. 최후의 수단들이라더니. 위험한 기술 연구가 제법 있었군.’

실전에서는, 특히 일반 지역에서는 쓰기 어려운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심연에서 얻지 못한 비밀 정보와 스킬, 스케일이 큰 지식들도 많아서, 배경지식 삼아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이 위에서는 쓸모가 있겠지. 싹 다 챙겨갑니다.’

은혁은 지식을 갈무리한 뒤, 염훈이 어서 미션을 마무리하길 기다렸다.

하지만 염훈은 은혁을 보며 어이없어할 뿐이었다.

“어, 엄청 강해졌네. 뭘 하다 온 거냐?”

“아까 말하지 않았냐? 아, 블러드 데이터 칩으로 기억을 전해 줄까?”

“…….”

염훈은 할 말을 잃었다.

사실은 친구에 대한 걱정과 반가움을 표하고 싶었다.

너무 감정이 격해지는 바람에 은혁을 때리고 화를 내거나 어이없어했는데, 사실 그런 마음보다는, ‘아, 은혁이가 사실은 죽은 게 아니라서, 돌아와서 다행이다.’라는 게 본심이었다.

‘정작 은혁이 녀석은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신경 안 쓰는 것 같지만.’

마치 모든 게 계획대로라는 듯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 자신도 놀랍다는 듯한 반응만 보일 뿐.

“뭐 하냐, 염훈. 빨리 82층 장악해.”

“……알았다.”

툭.

염훈은 통합길드장의 권능을 담아 권좌를 툭 건드렸다.

“어, 음, 인치를 쓰러뜨렸다.”

염훈은 요식 행위를 처리하듯 중얼거린 뒤, [깃발 생성]으로 적당한 곳에 꽂았다.

-길드연합국의 깃발 확인!

-인치의 본성은 길드연합국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인치는 본성 공성전에서 패배하여, 군주 직위를 잃습니다!

그렇게 70층~82층 구간 중, 우회했던 81층만 제외하고 전부 얻었다.

즉, 12층을 전부 장악했다.

염훈은 군주 전용 미션을 클리어했다.

-축하합니다! 70층~89층 구간에 존재하는 총 20개의 성 중, 12개를 확보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70층~89층의 군주 메인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성공 시 보너스로 90층 도전 자격을 획득하셨습니다!

“됐다!!”

염훈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90층 게이트 생성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드디어 90층에 도전할 수 있게 됐어!”

“잘했다, 염훈. 수고했어.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혼자 짐을 떠안게 만들어서 진심으로 미안했다.”

“윽, 갑자기 안 어울리게 뭔 사과야?”

“음, 진심으로 하는 사과다. 사실 더 일찍 했어야 했지만 상황이 다급해서 할 시기를 놓쳤을 뿐.”

“음…….”

보아하니 은혁은 정말로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듯했다.

뭔가 속임수가 있는 표정인가 싶어서 요리조리 살펴봤지만, 이번만은 진심 같았다.

‘쳇. 하는 수 없지.’

이렇게까지 사과하는데 받아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친구끼리 뭘 용서하고 말고가 있겠냐. 괜찮다.”

“정말?”

“당연하지!”

“역시 염훈! 난 네가 쿨한 놈인 줄 알고 있었어.”

“훗. 알면 됐다.”

두 사람은 쿨한 사나이들답게 주먹을 맞부딪혔다.

그 순간.

-플레이어 미치오가 패왕 히든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100층탑에 패왕이 탄생했습니다!

휘이이이잉……!

가면을 쓴 총관리자가 하늘을 날아 나타났다.

“후후후. 처음 뵙겠습니다, 두 분. 관리국의 장이며, 100층탑을 관리하는 총관리자, 알파레몬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은혁과 염훈은 긴장했다.

“제가 온 이유는 패왕의 전언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패왕? 그게 뭡니까?”

사실 은혁은 심연에서 얻은 지식을 통해 패왕 관련 히든 미션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패왕의 강함, 패왕의 권좌 히든 미션의 어려움, 그리고 패왕이 된 이후의 일까지도.

하지만 총관리자가 나타난 이유가 궁금했기에 모른 척했다.

“미치오입니다. 여러분이 카인과 인치를 쓰러뜨리는 동안, 미치오 플레이어가 패왕이 되었지요.”

총관리자가 패왕의 권좌 히든 미션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히든 미션답게 난이도는 매우 어려웠다.

‘한마디로 무한전이지.’

무작위로 배정된 보스급 몬스터들을 상대로 열흘간 쉬지 않고 싸우는 것.

그것이 패왕의 권좌 히든 미션의 내용이었다.

미치오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패왕의 권좌에 도전했고, 결국 방금, 패왕이 되는 데 성공했다.

“카인과 인치를 쓰러뜨렸더니만, 이젠 더 강해진 패왕 미치오와 싸워야 하나……?”

염훈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걱정은 크지 않았는데, 은혁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제가 온 이유를 말하기 전에, 90층~99층 구간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요?”

은혁과 염훈은 총관리자의 의도를 알 수 없었기에 경청했다.

“예상하셨겠지만, 90층~99층 구간은 매우 어렵습니다.”

총관리자가 대놓고 말했다.

“저는, 난이도는 어려울수록 좋다고 믿고 있음에도, 솔직히 90층~99층은 인간 플레이어로서는 애초에 클리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지, 노멀, 하드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했고, 그밖에도 다양한 우회 루트를 숨겨두었지요.”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는, 패왕이 그런 우회 루트 중 하나라는 겁니까?”

은혁이 묻자 총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패왕은 89층에 있는 동안 [불멸]이며, 히든 보스인 천상황제에게 도전할 권리를 얻습니다. 그리고 그 천상황제를 만약 쓰러뜨리게 되면? 이지 모드보다 더 쉬운 베리 이지 모드로 진입할 수 있게 되지요.”

“그 천상황제의 난이도는?”

“어렵죠. 매우 어렵습니다.”

총관리자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은혁은 총관리자가 심심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대화를 나눠 보기로 했다.

“정보 감사합니다. 다만 그런 귀중한 정보를 총관리자께서 직접 알려 주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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