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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416화 (416/434)

416화 : 91층~99층에의 도전

총관리자의 솔직한 말에, 은혁은 작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높이 평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다만 그렇다 쳐도, 100층 미션의 내용과 난이도를 결정하는 건 총관리자님이신데, 제가 클리어 확정이라는 건 좀.”

“아니아니, 그 내용을 다 알려드리고, 난이도를 이상하게 변경하지 않겠다고 약속도 드릴 수 있다니까요.”

“허참, 됐대도 그러네요.”

“…….”

“왜요?”

“이제 알겠군요.”

총관리자가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100층탑의 관리국을 손에 넣고 싶은 거군요.”

“이런, 티가 많이 났습니까? 하하하!”

그러자 염훈이 의아해했다.

“아니, 은혁아? 100층 클리어하면 소원을 얻는 거 아니냐? 굳이 관리국을 힘으로 뺏을 필요가 있어?”

“그 소원의 메커니즘을 우린 잘 모르고, 관리국의 진상에 대해서도 정확히 잘 모르지.”

은혁은 미심쩍은 게 있다면 알아내야 속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물론, 단지 성격적인 이유만으로 관리국을 장악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난, 최후의 순간까지 모든 걸 장악하고 싶어. 예외 없이.”

“그러니까 왜?”

“마지막 순간까지 예외적인 돌발 상황을 원치 않으니까. 그리고.”

은혁은 총관리자를 똑바로 노려봤다.

“자신들은 관리만 할 뿐이라고 믿는 이들에게도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은혁은, 만약 100층탑의 플레이어로서 최후의 적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총관리자를 택할 생각이었다.

“우린 실제로 초월자의 명령에 따라 관리국을 설립하고 100층탑을 설계했습니다. 우리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건가요?”

“네.”

“그러기 위해서 성좌 연합, 지고의 위상, 드래곤 컬트를 비롯한 3대 파벌을 모조리 장악하겠다? 그 정도로 모든 걸 장악하면, 관리국도 나중에 딴소리를 못 할 테니까?”

“네.”

“짜증 나는군.”

총관리자의 말투가 거칠게 바뀌었다.

“우리처럼 중립적인 존재에게 화풀이라니. 짜증을 금치 못하겠군.”

“허허, 본색이 드러나는군요.”

“뭐요?”

“당신은 마음만 먹으면 거의 모든 플레이어를 벌레 죽이듯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소만? 하지만 우린 그렇게 하지 않고 생존의 기회, 레벨업의 기회를 줬소. 이게 중립이 아니면 뭐요?”

“플레이어가 관리국의 눈치를 보고, 관리국의 자비심에 기대어 생존할 수 있다면, 애초에 불평등한 관계입니다. 힘의 균형추가 완전히 어긋났는데 어찌 중립적이라 보십니까?”

총관리자는 일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곧 태연히 반박했다.

“관리하는 입장으로서 어쩔 수 없지요. 100층탑의 존재 목적이 애초에 플레이어를 키우는 것이므로, 그 정도의 특수성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어도 말입니까?”

“그 또한 과정 속의 특수성으로 이해해 주시오.”

“전혀 납득할 수 없지만, 뭐, 대화 당사자인 제가 실제로 100층탑 덕분에 강해졌으니 그렇다 칩시다. 단, 애초에 지구인들을 100층탑에 허락도 없이 불러들인 건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은혁이 지난번 황금 궁전의 법정에서 관리국 대사에게 따진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관리국의 답변은, ‘고소할 권한은 있지만, 직접 와서 해라~’라는 식이었다.

“어이구, 또 그 이야기군.”

총관리자는 넌더리를 냈다.

“그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닌데요.”

“그럼 고소를 하건 말건 하면 될 거 아니오?”

“하하하하하!!”

“뭐가 웃긴 거요?”

“이보세요. 여긴 100층탑입니다.”

은혁은 가르치듯 말했다.

“막상 고소를 했다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제어 장치가 필요한 법. 저는 그 제어 장치로 3대 파벌을 골랐을 뿐.”

“허…….”

“또, 나는 100층탑에서 그렇게 컸습니다. 나보다 높은 곳에 있는 자는 의심하고 적대하라고.”

은혁의 말에 총관리자가 신경질을 냈다.

“그럼 굳이 관리국에 싸움을 걸지 말고! 그냥 내 도움을 받아 100층을 클리어하고 소원을 빌면 될 거 아니오?! ‘소원이여! 관리국을 처벌하라!’라고 빌면 될 거 아니오?!”

“아뇨. 관리국은 처벌의 대상입니다. 내 귀한 소원의 대상이 될 자격 따위도 없습니다. 나는 내 힘으로 관리국을 굴복시킬 생각입니다.”

“이익! 이 오만한 자! 싸움 중독자 같으니! 네놈은 평가서에 적힌 그대로구나! 실력에 맞는 싸울 상대가 없으니 이젠 관리국을 들이받으려는 건가!!”

“…….”

이번에는 은혁이 잠시 머뭇거렸다.

“서로 너무 감정적이 된 것 같으니, 이 문제는 차차 두고 보죠.”

“하! 그렇게 뜻대로는 안 될……!”

그때였다.

파앗! 파앗! 파앗!

대리인들이 나타났다.

“우리 모두 강은혁의 제안에 동의한다.”

“아니, 어째서요?”

총관리자가 어이없어했다.

그들로서는 은혁의 제안을 받아들여도 별다른 메리트가 없을 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은혁이 만든 히든 미션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그대가 보기에는 우리가 이유 없는 선택을 한 것 같겠지.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드래곤 컬트의 적룡왕 그랑피네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들, 드래곤 컬트는 새로운 가능성을 중시한다.”

비늘 색깔로 파벌이 나뉘어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과 그 가능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흑룡파의 경우 플레이어나 다른 성좌와 전쟁을 늘 이어 가는 반면, 청룡파의 경우에는 극소수의 플레이어와 협력을 추구한다.

“강은혁이 우리들을 쓰러뜨리고 가능성을 입증한다면, 100층탑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겠지. 만에 하나 강은혁이 우리가 지배한 층에서 패배하는 경우, 그냥 죽여 없애면 그뿐이다.”

그랑피네온은 그렇게 말했다.

“흠, 우리들과 비슷한 결론이군.”

지고의 위상 측 대리인인 코루민트가 말했다.

“우리들 지고의 위상은 생존과 지배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존재들. 강은혁은 자타공인 단일 개체로서 최강인 생명체. 사실 그가 나머지 모두를 지배하고자 마음을 먹는 건 우리 관점에서는 당연한 일이지.”

코루민트는 총관리자를 바라봤다.

“우리가 지배한 층을 전부 클리어하여 강함을 입증한다면,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소. 아니, 인정해야만 하지. 강은혁이 따로 히든 미션을 만들지 않았더라도 말이오.”

코루민트가 이번에는 은혁을 바라봤다.

“반면에 우리가 지배한 층을 클리어하지 못하고 패배한다면…… 쿠훅, 쿠쿠쿠쿡……!”

코루민트는 즐거워했다.

“마지막으로 제 차례군요.”

성좌 연합의 와이즈랜더가 나섰다.

“사실, 우리 성좌 연합은 마지막까지 망설였고, 투표를 치렀습니다. 그 결과, 투표권을 지닌 총 500의 성좌가 투표하여, 249 대 249로 팽팽한 결과가 나온 상태지요.”

그 말을 들은 은혁이 피식 웃었다.

“심연에 위치한 두 성좌 빼고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무아의 성좌 덕분에, 그림자의 성좌와 운명의 성좌가 현재 심연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자의 성좌는 제 부하이고, 저는 운명의 성좌의 사도라는 것도 아시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여, 두 성좌가 반대하지 않으면, 대리 투표할 권리가 있습니다.”

은혁은 짧게 두 성좌와 [텔레파시]로 의견을 나눴다.

[심연의 심장]을 지닌 뒤로, 심연도 [텔레파시]의 범위 안에 들어갔다.

“제가 대리 투표 하겠습니다.”

은혁은 투표했고, 결과가 나왔다.

<성좌 투표 : 강은혁의 히든 미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좋은가?>

-찬성 : 251표.

-반대 : 249표.

와이즈랜더가 결과를 확인했다.

“고로, 우리도 강은혁의 히든 미션을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총관리자로서는 허탈하면서도 화가 났다.

“다들 욕심이 많으시군요.”

총관리자가 뿜어내는 적개심이 상상 이상으로 강렬해서 모두가 놀랐다.

“후우, 뭐 됐습니다. 두 플레이어분들은 대기하십시오. 나머지 세 분은 저를 따라오시죠.”

파앗!

총관리자와 대리인들이 사라졌다.

“으아아, 은혁아. 도대체 무슨 깽판을 친 거냐.”

성황제가 되어 정신이 강화된 염훈조차도 경악했다.

“음? 다 설명했잖아.”

“그냥 적당히 노멀 루트로 가서 클리어하면 안 되나?”

“총관리자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지. 지금까지는 힘이 약했으니 묻어갔지만, 이젠 그럴 수 없지.”

“으으, 이럴 바에는 패왕이 된 인치랑 천상황제에게 도전하는 게 더 쉬웠겠다.”

“아니. 그렇게 가면 오히려 3대 파벌과 접촉하기가 어려워져. 천상황제를 클리어하면 90층~99층을 베리 이지 난이도로 단숨에 뛰어넘게 되니까. 오히려 이런 형태의 협상은 노멀 모드의 대기실에서만 가능해. 무엇보다, 세븐 칼리버를 제7형태로 만들 타이밍 잡기도 어렵지.”

은혁은 세븐 칼리버 제7형태를 회귀 전에도 만들지 못했었다.

물론, 제2형태부터 제6형태까지도 형태가 많이 달랐다.

‘회귀 전에는 제2형태인 청염백광태도가 제6형태였지.’

어쨌건, 도박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스테이지 분배 설정이 끝났습니다!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91층~99층의 스테이지 목록>

-91층 : 사막의 행성. (지고의 위상.)

-92층 : 대전차가 내달리는 냉기의 땅. (드래곤 컬트.)

-93층 : 화염, 냉기, 번개의 방. (성좌 연합.)

-94층 : 굶주림의 늪. (지고의 위상.)

-95층 : 허무의 보물창고. (드래곤 컬트.)

-96층 : 초소형 항성들의 트랙. (성좌 연합.)

-97층 : 광기의 도서관. (지고의 위상.)

-98층 : 천상 전투. (드래곤 컬트.)

-99층 : ???. (성좌 연합.)

“…….”

은혁은 99층을 유심히 봤다.

‘회귀 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회귀 전에는 99층이 지고의 위상 뮤비즈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99층이 성좌 연합에게 배정되어 있었다.

‘이건 길조일까? 아니면 미래가, [운명의 지배자]인 나조차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어긋났다는 것일까?’

-90층 메인과 히든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언제든 원할 때 91층으로 진입 가능하십니다!

-단, 한 번 진입하면 99층까지 클리어하기 전에는 나올 수 없습니다!

“준비됐냐, 염훈?”

“당연하지!”

* * *

-91층 : 사막의 행성. (지고의 위상.)

휘오오오오……!

모래바람이 부는 행성이었다.

두 사람이 주위를 둘러본 순간 메인 미션이 떴다.

<91층 메인 미션 : 사막의 지배자와의 대결>

-목표 : 제한 시간 이내에 숨겨져 있는 지고의 위상을 처치할 것.

-성공 시 보너스 : 없음.

-실패 시 페널티 : 죽음.

-제한 시간 : 5분.

“헉?! 5분이라니! 게다가 클리어 보상도 없잖아!”

염훈이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크게 놀란 건 아닌데, 은혁이 곁에 있으니 왠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곤 했다.

휘오오오오……!

유난히 모래 돌풍이 회오리치는 지역이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아, 저기 있네.”

은혁은 모래 돌풍의 지역 아래에 작은 구멍들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무언가 그 구멍으로 모래 돌풍을 뿜어내면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처리할게. [도약]!”

타앗!

은혁은 단숨에 1km 가까이 치솟았다.

그 상태에서 은혁은 자유 낙하 하면서 모래 돌풍 사이사이를 비행했다.

슈우우우우웅……!

-이놈……!

모래 돌풍의 사이사이로 신성력을 머금은 모래의 창이 튀어 올랐다.

쉬쉬쉬쉭.

은혁은 전부 간단히 피하며 선즈 리볼버를 꺼냈다.

“[사이오닉 필드] + [재난의 심장] + [저격]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가상 레일 염동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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