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모든 직업-428화 (428/434)

428화 : 99층 클리어

“이, 이런 경우가 있다니!”

“설마 분신 하나하나가 우리의 차원을 망가뜨릴 정도로 강했단 말인가!”

성좌들은 마치 본진을 털린 인간 길드장들처럼 당황해했다.

“쳇! 하는 수 없지!”

“일단 돌아가서 해결부터 합시다!”

파앗! 파앗!

성좌들은 각자의 차원으로 떠났다.

그러자 천상황제에게 변화가 생겼다.

-천상황제에 대한 성좌들의 지배력이 약화됩니다!

-천상황제의 부활 능력에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오오! 해냈구나, 은혁아!”

염훈이 기뻐했다.

혼자서 천상황제 둘을 상대하느라 힘겨웠던 염훈은, 살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두 천상황제는 웃었다.

“크하하하! 이게 내가 맨 처음 너희에게 제안하려던 것이었다!!”

우우우우웅……!!

천상황제 둘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힘이 몇 배로 상승했다.

성좌와의 단말이 끊기면 천상황제는 부활 능력이나 분신 능력을 잃는다.

단, 성좌들의 통제력도 끊긴다.

천상황제는 관리국이 처음 설정해 둔 숨겨진 코드를 발동할 수 있었다.

쿠궁……!

힘이 발현되는 것만으로도 콜로세움 전체가 흔들리더니.

쩌적!!

갈라지고 붕괴하기 시작했다.

파차창!!!

공간이 깨져 나가고, 은혁과 염훈 또한 멀리 튕겨 나갔다.

“큭!”

“일단 물러나 있어라, 염훈!”

은혁은 제대로 싸워야겠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성좌의 미션을 클리어하는 게 아니라 관리국이 숨겨둔 비장의 전력을 테스트하는 거라고 봐야겠군.’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 절대 소환].”

철컹!

은혁은 즉시 아머를 착용했다.

천상황제는 그런 은혁을 비웃었다.

“이미 늦었다! 네놈들을 죽이고 그 힘을 빼앗아 성좌 연합을 정복하리라!”

콰아아아아아……!!

부서진 콜로세움이 모조리 분해되어 천상황제의 몸에 흡수되었다.

-흠, 그래서 천상황제인가.

천상황제는 말 그대로, 발밑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흡수할 수 있었다.

천상황제가 하늘 높이 솟아오른 뒤로는, 이론상 99층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으아아! 은혁아! 저거 방치하면 큰일 나겠는데?!”

염훈이 걱정스러운 소리를 냈지만, 은혁은 태평하게 천상황제를 올려다봤다.

-아무리 봐도 저거, 힘에 취했군. 미안하지만 깰 시간이다.

은혁은 블랙 스타를 암 파츠에 장착했다.

철컹!

기이이이잉……!!

그동안 은혁은 블랙 스타의 위력을 어느 정도 약하게 해서 써왔는데, 이제는 보다 강하게 쓸 필요가 생겨났다.

“크하하하! 그 기이한 갑옷도 날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슈르르르르륵…….

천상황제가 양손을 앞으로 뻗자, 기이한 별이 탄생하려 했다.

“기존의 법칙을 무시하는 새로운 세계를 지금 창조하노라!!”

번쩍!!

새로운 법칙이, 기존 99층의 세계를 통째로 뒤덮으려 했다.

이는 성좌의 질서도, 관리국의 권한마저도 위협하는 엄청난 힘.

하지만 은혁이 조금 더 빨랐다.

- [심연의 심장] + 블랙 스타를 융합한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퓨전 스킬 [심연류 묵성참].

화악!!

천상황제가 방출하던 새로운 법칙은, 바람 앞의 연기처럼 빠르게 걷혀 소멸했고.

털썩.

천상황제가 쓰러졌다.

“아……? 아……!”

천상황제는 입만 뻐끔거리며 믿을 수 없어 했다.

-후후. 좋은 실험이었다.

은혁은 이제 100층탑을 초월한 세계도, 새로운 규칙도 베어 버리는 게 가능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이는 더 이상 강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은혁에게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철컹!

드래곤 파워드 아머 2.0을 벗은 은혁은, 쓰러진 천상황제의 머리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시스템 해킹 2.0].”

우우우웅……!

천상황제 속에 담긴 관리국 코드를 뺏었다.

“역시 그랬군.”

천상황제를 제작한 이는 총관리자였다.

100층탑을 처음 만들 때, 스스로 패왕의 지위에 오를 정도로 강력한 플레이어가 나타나면, 그를 최종적으로 시험하기 위해 만든 존재.

문제는 그 이면에 담긴 총관리자의 또 다른 욕망이었다.

‘역시나 총관리자는 모순되는 욕망을 갖고 있었군. 플레이어가 100층탑을 끝내는 것을 바라는 마음과 최후의 순간 파멸하기를 바라는 마음.’

천상황제가 비정상적인 강력함과 세계를 부수고 새로운 법칙의 세계를 만들려는 욕망을 모두 지닌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뭐, 어느 쪽이건 이젠 정말 끝이지만.”

은혁은 천상황제에게 [피의 지배] 스킬을 쓴 뒤, 그대로 잠들게 만들었다.

-천상황제가 무력화되었습니다.

-99층 메인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좋아. 다 깼다…….”

미치오와의 계약을 무시하고 천상황제를 클리어한 것이지만, 의외로 큰 문제는 없다.

플레이어간의 계약과 미션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미션이 우선시되고, 은혁은 3일 안에 99층을 클리어하려 노력했을 뿐, 천상황제를 일부러 노린 것이 아니다.

관리국 측에서 일방적으로 99층 미션에 천상황제를 배정하여 제공한 것이기에 은혁에게는 별다른 책임이 없다.

‘미치오를 통해서 천상황제를 클리어한 게 아니라 그런지, 받기로 한 추가 보상 같은 건 없군.’

어차피 99층까지 클리어한 것이므로, 당장의 보상이 더 없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래. 회귀 전에 실패했던 99층까지, 정말로 다 깬 거야.’

100층을 제외하면, 정말로 모든 걸 다 클리어했다.

마음속에는 안도감과 허무함이 휘몰아쳤다.

“정말 다 깬 거구나…….”

염훈도 후련한 한편 심경이 복잡하다는 듯이 말했다.

“염훈.”

“응?”

“이제 100층으로 올라가면, 되돌릴 수 없어.”

아마 100층에 가면 다시는 내려올 수 없을 것이다.

“5층으로 내려가서 마지막 작별 인사라도 하고 오지 그래?”

“……설마 나만 두고 100층으로 혼자 갈 생각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잖아. 왜 그런 생각을?”

“100층이 위험한 곳일지도 모르니, 나를 남겨두고 우선 먼저 올라가보겠다~ 뭐 이런 생각 중일까 봐.”

그 말에 은혁은 피식 웃었다.

“염려 마라. 100층이 위험하건 위험하지 않건, 100층에 올라가는 건 함께 동시에, 라고 정해 뒀어.”

“그래? 그럼 같이 5층으로 가자. 단, 작별 인사가 아니라, 초대 통합길드장과 2대 통합길드장으로서 시정 보고 하러 가는 거다.”

“그것도 재밌겠군.”

* * *

5층 광장에는 기자 회견장이 마련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었고, 사람들이 무척 많이 몰려들 것을 예상하여, 무려 2층 높이로 제작되었다.

“와아아아아아!!”

“염훈!! 강은혁!!”

“빨리 나와 주세요!!!”

소문을 들은 이들은 벌써 열광하고 있었다.

은혁과 염훈은 아직 황금 궁전의 통합길드장실 안에 대기하고 있었는데도 그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어휴, 괜히 한다고 했나.”

은혁이 투덜거렸다.

“만약 너희 둘이 오지 않고 바로 100층에 갔다면 폭동이 일어났을 거다.”

빌이 말했다.

통합길드장실 안에는 7대 길드의 모든 길드장과 부길드장들, 총 14인이 모두 모여 있었다.

“내가 부활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 놀라는군요.”

은혁이 그렇게 말하며 올마스크를 봤다.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올마스크가 웃으며 말했다.

“그저, 네가 무슨 짓을 하건, 더 이상 놀라지 않을 정도로 네게 많이 뒤통수를 맞았을 뿐 아닐까?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은혁은 바로 용건으로 들어갔다.

“나와 염훈은 100층에 갈 겁니다. 100층이 무조건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곳인지, 아니면 조건부로 여러분의 영혼을 바치라고 하는 나쁜 곳인지는 모릅니다.”

천하의 강은혁조차도, 100층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갔다가 와서 100층에 뭐가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지만 아마 그것도 불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뒤적뒤적.

은혁은 무려 14장의 쪽지 뭉치를 꺼냈다.

오기 전에 준비한 것이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메시지를 여러 장 준비했습니다. 지금 나눠 드릴 테니까 미리 읽진 마시길.”

은혁은 쪽지 뭉치를 나눠 주면서, 길드장, 부길드장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나눴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지막 층까지 올 수 있게 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

“저 때문에 무척 고생하셨지요. 대부분 제 책임입니다.”

“그동안 여러모로 미안했습니다.”

은혁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의 바른 작별 인사였다.

길드장과 부길드장 중에 충격을 받아 아무 반응을 하지 못한 이들이 있을 정도.

“음, 제가 하고픈 말을 은혁이가 다 했군요.”

염훈은 씨익 웃더니, 은혁과 비슷하게 작별 인사를 일일이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한마디 했다.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없었으면 99층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겁니다. 솔직히, 여러분 중에는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혁이가 100층탑을 오르는 과정 속에서 여러분 중 단 한 명이라도 죽였다면, 저는 지금쯤 무척 슬펐을 겁니다.”

그 말에 다들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 보니, 은혁은 7대 길드를 상대로 치열하게 싸워 왔음에도, 단 한 명도 완전히 죽이진 않았다.

그게 새삼스럽게 놀랍게 느껴졌던 것이다.

‘강은혁은 왜 우릴 죽이지 않은 걸까? 단순히 써먹기 위해서?’

그들이 의문을 품은 순간.

“자, 그럼 회견장으로 가볼까!”

은혁은 염훈을 데리고 황금 궁전을 떠났다.

황금 궁전에 남은 이들은 그런 은혁과 염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저벅저벅…….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은혁과 염훈의 뒤를 따랐다.

와아아아아아아……!!!

수많은 이들의 함성은 5층 전체를 뒤흔드는 듯했다.

99층까지 클리어하고 100층만을 남겨 놓은 두 플레이어에 대한 아낌없는 환호성.

죽었다 귀환한 최강자인 은혁에 대한 열광.

단호한 인도자이자 따스한 구원자인 염훈에 대한 찬사.

그밖에 대부분은, 외치고 있는 자신들도 외치는 이유를 모를, 끝없는 외침들이었다.

저벅저벅…….

7대 길드장과 부길드장들은 연단 앞에 도열해 섰다.

은혁과 염훈은 연단 위로 올라갔다.

은혁이 염훈에게 마이크를 권했고, 염훈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와아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은 경쟁하듯 함성을 내질렀다.

염훈은 사람들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에, 보시다시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치 환호성으로 압도하기라도 할 것 같은 외침.

염훈은 결국 웃어 버리고 말았다.

“야, 은혁아. 네가 나서야겠다.”

“흠, 그래?”

은혁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강은혁입니다.”

일순 조용해졌다.

위협의 의도는 전혀 없었음에도, ‘모든 직업’을 지닌 그의 목소리에는 수많은 장인, 전문가, 대업을 이룬 자들의 목소리 10만 명의 것을 합친 것 이상의 무게감이 있었다.

“먼저 여러분께 사과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 자신의 죽음에 관한 위장에 대해서 말입니다.”

소문은 화살보다 빨라서, 은혁의 부활과 그 전말에 대해서는 꽤 널리 퍼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 화를 내는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전략적 필요성 때문이었고, 실제로 최강의 힘을 가지고 귀환했으므로.

그리고 그 최강의 힘으로 99층까지 일사천리로 정복했음을 모두가 알았다.

“필요한 일이었다고 하나, 많은 분들께 충격과 상심을 끼쳐드린바,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은혁은 연단 가장자리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그런 뒤 다시 마이크로 돌아왔다.

“오늘 저와 염훈이 이 자리에 선 것은 중대 발표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길드연합국의 두 플레이어인 저, 강은혁과 동료인 염훈은, 공식적으로 100층에 도달하게 되었음을 알립니다.”

광장에 모인 이들이 또다시 폭발적인 환호를 터뜨리려는 순간.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은혁의 조용한 말에 다들 웅성거렸다.

“100층은 완전한 미지의 영역입니다. 그곳에서 일어날 일들 또한 누구도 모릅니다. 관리국 또한 정확히는 알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일단 100층을 클리어하면 소원을 빌 권리가 생긴다는 것 자체는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것도 조금 걱정입니다.”

은혁은 하늘을 보며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