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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11화 (11/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11화

토론이란 게 이렇다.

처음엔 이성과 논리과 시작하지만, 점점 더 치열해질수록 감정이 들어가지.

과열된 것이다.

목소리만 크면 다라는 분위기도 있고.

“당신 몇 살이야? 나보다 세가에 늦게 들어온 거 아냐? 어디서 감히 말대꾸야!”

“먹을 만큼 먹었다. 그리고 내가 당신보다 세가에 더 일찍 들어왔다고.”

그러다 저렇게 유치한 발언까지 하게 되고.

다 큰 어른들이 애처럼 굴기는.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더 재밌긴 하다만.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도 못한 사람도 있는 법.

그는 바로.

“나는 파검을 팔아먹은 적도, 남궁 부장을 죽이라고 지시한 적도 없습니다.”

마른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이 정수리에 제대로 꽂힌 반곤이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뜨거운 콧김을 씩씩 내뿜는 걸 보니 많이 억울한 모양이다.

뭐, 그러라고 누명을 씌우긴 했지만.

반곤이 남궁정혁과 나란히 앉아 있는 장기호에게 삿대질했다.

“대체 내게 누명을 씌우는 이유가 뭐냐? 내가 언제 너에게 살인 지시를 했느냔 말이다.”

“……사월 초하루 신시경, 저를 간주실로 불러 직접 지시하였습니다.”

잘한다, 우리 장기호!

그가 남궁정혁이 사전에 숙지시킨 내용을 앵무새처럼 읊었다.

단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그러니 반곤은 더욱 환장하고 복장이 터질 수밖에.

쾅!

그가 탁자를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가 정녕 내 손에 죽고 싶은가 보구나!”

갑작스러운 반곤의 반응에 맞은편의 모단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 간주, 증인를 인멸하겠다는 건 본인의 죄를 인정하겠다는 거요?”

저런 멍청한.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본 남궁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정황, 증거, 그에 따른 명분과 논리.

모든 것이 불리했다.

‘일을 벌였으면 제대로 처리할 것이지.’

그런 생각을 한 남궁수는 반곤을 지그시 노려봤다.

‘…….’

그리고 대체 앞니는 당최 왜 부러졌단 말인가.

치아 사이로 보이는 텅 빈 구멍 때문에 그가 더욱 멍청하고 못마땅하게만 보였다.

‘이제 어떻게 한다?’

반곤이 정말로 남궁정혁을 죽이려 했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깟 얼자 놈이 죽었다 한들 무슨 대수랴.

중요한 건, 장로 자리와 남궁대장간이다.

그 자리는 절대로 가주에게 넘길 순 없다.

억지를 부러져라도 말이다.

“주목.”

남궁수의 말 한마디에 시끄러운 대회의실이 조용해지며 모두의 시선에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남궁세가 내에서 그가 가진 입지가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다.

“반곤이 남궁세가의 장로이자 남궁대장간의 간주로서 세가가 발전하는 데 큰 공헌을 했소. 반면 남궁정혁은 어떤가?”

잠시 뜸을 들인 남궁수가 말을 이었다.

“평소 무분별한 언행으로 세가의 명예만 실추시키지 않았소? 그러니 그동안의 공과를 생각해서 이번 사건은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게 나의 합리적인 판단이오.”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자신도 알았지만 어쩌겠는가.

이대로 순순히 물러설 수는 없으니.

이렇게라도 억지를 부려서 장로 자리와 남궁대장간을 지켜야지.

그러자 회의가 시작된 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던 남궁도가 반박했다.

“대장로의 의견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살인 교사 사건을 어찌 그냥 넘길 수 있겠습니까, 확실히 처벌해야지요.”

“남궁세가의 무사가 남궁세가에게 위협이 되는 적을 죽였다 칩시다. 그 무사에게 상을 내려야겠소? 아니면 벌해야겠소?”

“……지금 제 아들이 적이란 말입니까?”

“가주, 내부의 적이 더 무서운 법입니다.”

뭐가 어쩌고 어째?

저런 개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한때 마교의 미친개라고 불리던 남궁정혁이 아니다.

그가 핏대를 세웠다.

“대장간의 비리를 밝힌 제가 왜 내부의 적입니까?”

“네가 감히 나설 자리가 아니다. 입 닫고 조용히 있거라.”

“반 간주 편을 드는 대장로님을 보니 의심이 드네요. 혹시 대장로님이 시킨 것 아닙니까? 저를 죽이라고.”

억지엔 억지, 무논리엔 무논리다.

내친김에 아픈 상처에 소금까지 뿌려 봐?

“가주님에게 가주 자리를 뺏긴 질투심 때문에 저를 죽이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요.”

꿈틀.

역시 역린을 제대로 찔렀다.

이제껏 점잖은 척 무게 잡던 남궁수의 얼굴이 반곤만큼 벌겋게 달아오른 걸 보니.

그러게 사람을 왜 건드려, 고작 오줌싸개 주제에.

이참에 더 싸게 해 줄까?

“왜 아무 말도 못 하죠? 제가 사실이라도 말했나 봅니다.”

남궁정혁의 도발의 그의 측근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고얀 놈, 버릇이 없구나!”

“지금 감히 누구 앞에서 막말하는 것이냐?”

남궁수보다 더 화난 척하는 걸 보니 다들 세가 생활 잘하는데.

그중 으뜸 발언은 따로 있었다.

“천마는 대장로님과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느라 크게 다쳤다. 네 아비는 그런 천마를 이기고 운 좋게 가주 자리에 오른 것뿐이야.”

뭐래?

웬 사실 날조?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닌데.”

“……뭐?”

“아니라고요.”

도대체 저 헛소리의 출처는 어딜까.

남궁수가 제 입으로 저런 거짓말을 한 걸까?

아니면 남궁수 듣기 좋으라고 대신해 주는 걸까?

그건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안다.

천마와 남궁수 사이에 있었던 일은.

“죽어 가는 동료들을 두고 혼자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그 꼴을 천마가 그냥 지켜볼 리 없죠. 당장 뒤따라가서 대가리를 덥석 집어 드니 가랑이 사이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오줌을 싼 거죠.”

“갑자기 무슨 헛소리냐?”

“남궁세가에 아들은 자기밖에 없다면서 제발 살려 달라고 빌더군요. 제사는 지내야 하지 않겠냐면서요. 눈물, 콧물에 오줌까지 흘리는 모습이 하도 추잡해 보여서 그냥 보내 줬습니다. 손이 더러워질까 봐.”

남궁정혁이 남궁수의 두 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근데 알고 보니 거짓말이었군요. 서자는 아들도 아니랍니까? 다른 아들이 있는 줄 알았으면 그때 목을 싹둑 잘라 버리는 건데 말입니다.”

“……꼭 네가 겪었던 것처럼 말하는구나.”

“라는 내용의 꿈을 어젯밤 꿨는데 이게 길몽일까요? 흉몽일까요?”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말장난을 하는 것이냐?”

남궁수의 측근이 호통쳤지만 정작 남궁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뭐, 뭐지?’

자신 인생 최대의 수치인 그 일을 저놈이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자신과 천마, 단둘밖에 모르는 그 일을.

다른 사람은 절대 알 수가 없다.

아니, 알아서도 안 된다!

그때 분명히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었는데 저건 당최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정말 저런 꿈을 꿨다고?

“죽다 살아나니 요상한 신기가 생겼나 봅니다.”

“참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하거라.”

다른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듯 비웃었지만 남궁수는 저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설명할 것인가.

저놈이 천마의 환생이 아닌 다음에야.

남궁수의 상념을 깬 것은 반곤이었다.

그가 버럭 소릴 질렀다.

“대장로님이 동료를 버리고 도망갈 리가 있나, 이분은 그렇게 비겁한 분이 아니다.”

“…….”

“게다가 뭐? 오줌을 싸? 대장로님이 그렇게 후안무치한 사람인 줄 아느냐.”

“…….”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다.

남궁수는 반곤의 입을 당장이라고 꿰매고 싶었지만, 눈치 없는 그는 오히려 남궁수에게 물었다.

“대장로님도 한마디 하십시오. 가만히 있으면 진짜 같지 않습니까? 대장로님이 진짜로 그랬습니까? 당연히 아니겠지요, 암!”

“…….”

제발 좀 닥치라고, 이 새끼야.

“크, 크흠.”

헛기침한 남궁수가 손바닥으로 탁자를 탕탕 쳤다.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다급하게 말을 돌렸다.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하던 얘기나 계속합시다.”

장로 회의가 재개되었지만, 기류가 변했다.

남궁수는 더는 반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의 측근들도 나서기가 애매할 수밖에.

상황은 반곤에게 불리하고 돌아갔고, 그것이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억울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물품 결제 대금을 착복한 적은 있지만, 살인을 지시한 적은 정말 없습니다!”

하지만 남궁수의 태도는 여전히 냉담했다.

이제는 반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그의 속이 얼마나 답답하고 갑갑하겠는가.

반곤이 자신을 궁지에 몬 장기호를 노려보았다.

“네 이놈, 내 너를 섭섭지 않게 대했건만, 나에게 누명을 씌운 이유가 무엇이냐?”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는 반곤의 앞을 남궁정혁이 가로막았다.

“장 부부장이 당신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닙니다.”

“방해하지 말고 저리 비켜라.”

오호, 안타깝구나.

사실을 말해 줘도 알아듣질 못하니.

남궁정혁은 반곤의 귀에 대고 아주 작게 속삭여 주었다.

“사실 나다.”

“……?”

“내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라고.”

“……!”

뒤통수를 한 대 꽝, 맞은 듯한 표정의 반곤를 보고 남궁정혁이 싱긋 웃었다.

“자리로 돌아가세요. 증인을 위협하면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겁니다.”

“이이……! 어디서 개수작이냐!?”

결국, 화가 폭발해서 이성을 잃은 반곤이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반곤을 말리려고 했다.

모단수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반 간주…….”

하지만.

슥.

남궁도가 손을 들었다.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였다.

“가주님…….”

“위험하다 싶으면 내가 직접 개입할 테니 가만있게.”

이번 기회에 아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은 건가?

차라리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가주님에겐 반곤 따윈 바닥을 기어 다니는 벌레와 다름없으니.

손가락 한번 쿠욱, 누르는 것으로 죽일 수 있단 말이다.

대장로 측 사람들도 지금의 사태를 방관했다.

이번에도 역시 남궁수가 가만있으니 그의 측근들도 나서기 애매할 수밖에.

‘차라리 대장로님은 남궁정혁이 죽길 바라나?’

저렇게 느끼는 건 다른 사람들의 착각일까?

결국, 민망하고 뻘쭘해진 건 반곤이다.

홧김에 검을 뽑긴 했는데 중간에서 말려 주질 않으니 이제 어떻게 한다?

아니, 회의 중에 검을 뽑았으면 당연히 제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

그렇다고 인제 와서 다시 집어넣자니 모양 빠지고.

이런 반곤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건 남궁정혁밖에 없다.

그가 친절하게도 반곤의 마음에 기름을 부어 주었다.

“쫄았어? 이번엔 어금니 뽑힐까 봐?”

“……얼자 놈이 주제를 모르고 설치는구나.”

남궁정혁의 비아냥이 통했는지 결국 반곤이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통하지 않았던 공격이 지금이라고 통할까.

더구나 그는 지금 이성을 잃고 흥분한 상태이다.

흥분한 상대일수록 공격을 피하기가 쉽다.

동작이 커져서 어딜 어떻게 공격할지 훤히 보이거든.

“고작 이것밖에 못 해? 어디 가서 남궁세가 장로라고 하지 마라.”

“그 입 다물라!”

닿을 듯 닿지 않으면서 뒷걸음질 치며 검을 피하는 남궁정혁이 얄밉다.

지금 기분 같아서는 저놈의 저 주둥아리만 도려낼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넌 어떻게 장로가 된 거야? 대장장이 능력을 핑계고 사실은 남궁수한테 돈 주고 된 거 아니냐?”

“내 인생을 부정하지 마라!”

힘들다고 남들은 하지 않은 대장간에 평생을 보냈다.

그 노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장로가 되었고.

근데 저 애송이가 뭘 안다고 자신의 인생을 깎아내려?

물론 장로가 될 때 남궁수한테 돈을 주긴 했지만.

“뜨끔하는 표정을 보니 사실인가 보네.”

“네 놈이 뭘 아냐, 이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내가 했던 노력을 네놈이 어찌 아냐고?”

계속되는 도발에 반곤이 이성을 완전히 잃었다.

순간 정신을 놓은 그가 전신 공력을 폭발시켜서 검을 앞으로 쭉 뻗었다.

“죽어라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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