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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23화 (23/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23화

남궁정혁 일행에게 다가온 중년 사내가 자기소개를 했다.

“송화문주, 노광근이라고 합니다.”

아, 송화문주셨구먼.

남궁정혁이 그에 대한 시선을 거둘 때 정학우가 나섰다.

“송화문주, 노광근이라고 합니다.”

남궁정혁이 사람 상대하는 걸 귀찮아하는 걸 아는 정학우가 대신 나섰다.

“이분은 남궁세가, 남수단 단주인 남궁정혁입니다. 가주님의 막내아들이지요.”

뜻밖의 높은 신분 때문일까, 노광근이 다소 당황했다.

“남궁세가도 이번 일에 관심이 있단 말입니까? 합비와 이곳, 진량현은 제법 거리가 먼데 마교 잔당이 출몰한 것을 어찌 알고요?”

“우연히 지나가다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저번 일 때문에 조사차 온 줄 알았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말입니까?”

“오 일 전 서산파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가 가벼운 탄식과 함께 말을 이었다.

“연이은 괴사에 사람들이 불안해합니다. 빨리 그 사악한 마교의 악마들을 붙잡아야 할 텐데요.”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으면 정의의 투사 서문호가 아니다.

그가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뛰쳐나왔다.

“저희도 범인을 잡는 데 동참하겠습니다. 그렇죠? 단주님?”

원래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저놈이 저렇게 나서는 걸 보니깐 왠지 거부감이 든단 말이야.

그래도 남궁정혁이 고갤 끄덕이자 노광근이 제안했다.

“우연히 지나가는 길이었으면 아직 숙소도 정하지 않으셨겠군요. 그럼 저희 문파에서 지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정학우가 허락을 구하듯 남궁정혁을 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짜 밥을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나.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 먹겠구먼.’

송화문이라, 손님 대접을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볼까?

*   *   *

다음 날, 노광근의 집무실에 뜻밖의 사람이 방문했다.

“아버지.”

“학아, 정천맹에 있어야 할 네가 집엔 어떻게 온 것이냐? 휴가라도 나온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노광근이 대견하다는 듯 첫째 아들 노학을 보았다.

그가 어떤 아들인가?

정파무림 연합체, 정천맹에서도 최고의 후기지수들만 모였다는 정천의용대의 대원 아닌가.

그는 그런 아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자신이 중견문파 송화문을 대문파로 거듭나게 할 기틀을 마련한다면 노학은 그 날개를 펼칠 것이라고.

“아버지, 오면서 들었는데 마교 놈들이 흉악한 짓을 벌이고 있다면서요?”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오랜만에 들른 집이니 푹 쉬다 가거라. 마침 창궁검제의 아들도 이곳에 머물고 있으니 친교를 쌓는 것도 좋겠지.”

“남궁강혁 대주님이 우리 집에 있다고요?”

노학이 이해되지 않는 듯 눈을 끔뻑끔뻑 뜨자 노광근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니, 남궁정혁이라고 창궁검제의 막내아들이라고 하더구나.”

노학이 깜짝 놀라 대답했다.

“네? 대주님은 외동아들입니다. 동생이 없습니다.”

“뭐라? 네가 잘못 아는 것 아니냐?”

“제가 모시는 상관에 대해서 모를까요, 그분이 자신은 외동아들이라고 말하는 걸 제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어제 부하들이 남궁세가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패를 분명히 확인했다.”

“정교하게 만든 위조품이거나 훔친 것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혹시…….”

어떤 생각을 떠올린 듯 노학의 얼굴이 급속히 굳었다.

“그놈들이 마교 잔당일 수도 있습니다. 신분을 숨기고 송화문에 잠입한 거죠.”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일단 같이 가서 확인해 보자. 그들이 진정한 신분이 무엇인지.”

노광근과 노학은 서둘러 별당으로 향했다.

*   *   *

흔히들 말한다.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말라고.

아무리 순한 개라도 그때 건드리면 물기 때문이다.

하물며 사람이라면?

그것도 갓 차려진 따끈한 흰 밥을 한술 뜨려는 찰나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의심을 받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러니까 내가 남궁도의 아들이 아니라고?”

더구나 그 사람은 한때 중원에서 성질 더럽기로 악명 높았다.

“이런 잡놈의 새끼, 먼저 오라고 초대할 땐 언제고 인제 와서 의심해?”

당연히 욕부터 튀어나올 수밖에.

하지만 그 욕이 상대방에게 되레 확신을 줬다.

“보십시오, 아버지. 저렇게 무례한 자가 어찌 창궁검제의 아들이겠습니까?”

그러니 남궁정혁은 더욱 기막힐 수밖에.

이 얼마나 엿 같은 상황인가.

남궁도를 아비라고 가장 인정하기 싫은 사람이 남궁정혁, 본인이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의심받아?

나도 차라리 남궁도 아들 안 하고 싶다.

“네 이놈, 어디서 감히 겁 없이 창궁검제의 아들을 사칭하느냐? 지금이라도 당장 너희들의 정체를 솔직히 밝혀라.”

남궁정혁이 밥숟갈을 놓았다.

그리고 고민했다.

‘저놈의 아가리를 어떻게 찢어야 잘 찢었다고 소문이 날까?’

그래야 앞으로 저딴 소리 하는 놈이 없지.

남궁정혁의 눈빛이 스산해지는 걸 본 정학우가 황급히 앞으로 나섰다.

“이분은 남궁세가의 아들이 맞습니다. 보십시오, 남궁세가 소속임을 증명하는 패입니다.”

“……”

노학이 자세히 보니 과연 속을 만하다.

남궁세가의 상징인 학이 매우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언젠가 한 번 보았던 남궁강혁의 것과 완전 똑같다.

이러니 속을 수밖에 없지!

“훔친 장물을 내민다고 속을 줄 알았더냐? 남궁강혁 대주님께 직접 들었다. 그분은 외동아들이라고. 동생이 없다고.”

“대주님? 정천의용대 소속입니까?”

“그렇다.”

그때 남궁정혁이 정학우에게 물었다.

“남궁강혁이 누구야?”

그 말에 건수 잡았다는 듯, 노학이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드디어 자백했구나, 동생이라는 사람이 형 이름도 몰라? 이게 말이나 되나?”

긴가민가, 미심쩍은 눈초리로 상황을 지켜보던 노광근도 확신을 가진 듯하다.

저들이 사칭범이라고.

자신의 형 이름도 모르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

‘저자들은 남궁세가 소속이 아니다.’

그렇게 확신한 노광근이 노발대발하며 물었다.

“감히 나를 속이고 가문에 잠입한 이유가 무엇이냐?”

덩달아 목소리가 높아진 노광근을 정학우가 진정시키려 했다.

“도련님은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으셨습니다. 그래서 형님의 이름은 모르시는 겁니다.”

“허, 그런 핑계가 통할 것 같으냐. 얼토당토않은 거짓말 마라. 이제 속지 않는다.”

물론 아무 소용 없었지만.

무고한 사람을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이는 노광근, 노학 두 부자에게 짜증 난 남궁정혁의 고개가 자연히 삐딱해졌다.

간만에 예전 성격 나오게 하네.

“그럼 믿지 마.”

“……뭐?”

“믿지 말라고, 당신들 멋대로 착각한 걸 우리가 왜 해명해야 해?”

논리적으로 합당한 주장이지만 노학이 듣기엔 적반하장으로 느꼈나 보다.

분노를 참지 못한 그가 결국 검을 뽑았다.

“뻔뻔한 놈, 큰소리친다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냐?”

“문호야, 가서 내 검도 가져와라.”

말이 통하지 않는 놈한텐 매가 약이다.

실컷 처맞다 보면 그제야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지.

“뭐 해? 검 안 가져오고.”

“……제 이름은 호입니다. 서문이 성이고.”

“지금 상황에 그게 중요해? 당장 검이나 가져오라고.”

깨깽, 남궁정혁의 호통에 서문호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검을 가져다주었다.

“아버지, 잘 보십시오, 제가 정천맹에서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를요.”

“너나 잘 봐라. 이게 남궁세가의 검법이다.”

말을 마친 남궁정혁이 기다리지 않겠다는 듯 선공했다.

“대연참영.”

쉬익, 그의 두꺼운 검이 상대를 짓이기듯 횡으로 쇄도했다.

그림자도 잘라 버린다는 초식명답게 그 느낌이 서늘하다.

쾅!

“크윽.”

노학이 겨우 막았지만, 옆으로 다섯 걸음이나 밀려나 몸을 비틀거렸다.

검에 실린 무지막지한 힘을 감당하기 버거웠기 때문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검이 위력이 뛰어나 당황하는 노학.

그 틈을 남궁정혁이 놓칠 리가 있나.

그가 다시 검을 휘두르자 노학이 공격을 막은 자세 그대로 공중에 떠서 문을 부수고 밖으로 튕겨 나갔다.

“고작 그 실력으로 큰소리친 거냐?”

정천의용대인지 뭔지 별거 아니네.

남궁정혁의 검이 이번엔 노학의 가슴팍을 노렸다.

“크윽.”

분명, 검 크기만 봐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저자는 어찌 저리 검을 빠르게 휘두를 수 있단 말이다.

노학이 남궁정혁의 검을 이번에도 겨우 막았지만, 또다시 몸이 붕 뜨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가 이번엔 뒤로 넘어져 서너 바퀴 굴렀다.

“이놈!”

곤경에 처한 아들은 보고 아비가 나섰다.

남궁정혁과 노학 중간에 선 노광근이 검을 곧추세웠다.

쾅!

누명 써서 분노한 남궁정혁과, 속았다고 여겨서 분노한 노광근의 검이 부딪쳤다.

“……!”

“……!”

동수다.

두 사람이 정확히 두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재밌네.’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구나.

남궁정혁이 혀를 날름거리며 호승심을 불태울 때였다.

“문주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적이라도 쳐들어온 겁니까!?”

때아닌 소란에 송화문도들이 몰려들었다.

노학이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나 남궁정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놈이 정체를 숨긴 마교도다. 당장 붙잡아라.”

“예에? 저분은 어제 손님으로 온 남궁세가의 자제분 아닙니까?”

“거짓말이다. 대주님에게는 동생이 없다. 그건 내가 장담한다.”

웅성웅성, 수군거리는 송화문도들 사이로 한 사람이 나섰다.

“어, 저기…… 아마 남궁세가의 수치 아닐까요?”

“……뭐?”

“제 아내 고향이 안휘성, 합비라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창궁검제에게 칠푼이라고 불리는 얼자가 있다고요. 그 사람 아닐까요?”

“……!”

저 소리는 처음 듣는다.

그래서 대주님이 자신에게는 동생이 없다고 한 걸까?

장내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남궁정혁에게 집중되었다.

“…….”

이것 참, 곤란하네.

뭐라고 하지?

전직 천마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내 입으로 내가 남궁세가의 수치니, 칠푼이니 불린다는 걸 어찌 인정할까.

차라리 오해 안 풀고 저놈들을 몽땅 쓸어버리고 말지.

이런 남궁정혁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정학우밖에 없다.

“이분은 가주님의 얼자가 맞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퍼져 있는 소문은 도련님의 재능을 시기한 자들이 퍼뜨린 헛소문입니다.”

흠흠, 이제 곤란해진 쪽은 노광근이었다.

자기 아들 말만 믿고 남의 아들을 모략했으니.

그것도 남궁세가의 막내아들을.

“……미안하네. 우리가 오해했구먼.”

오해 두 번 했다간 사람도 죽이겠소?

남궁정혁이 그렇게 쏘아붙이려 할 때였다.

“헉헉, 문주님!”

거친 숨을 헐떡이면 나타난 한 송화문도가 노광근에게 긴급히 보고했다.

“남산 고개에 마교의 잔당들이 출몰하여 상단을 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 출동해 그들을 붙잡아라!”

지금 상황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 여기는 것일까?

노광근이 앞장서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가자 송화문도들이 그 뒤를 따랐다.

“……우리도 가자.”

남궁정혁도 마찬가지고.

마음 같아서야 맨 앞으로 뛰쳐나가고 싶지만, 그곳의 위치를 모른다.

남궁정혁이 어깨를 나란히 하면 달리는 정학우에게 물었다.

“남궁강혁이 나를 싫어하나 봐? 동생이 없다고 한 걸 보면.”

정학우가 알 듯 모를 듯 묘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나중에 직접 만나 보면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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