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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32화 (32/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32화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난 마교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계단 올라가듯이 차근차근.

덕분에 여러 직책을 맡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중 하나가 마교에 처음 들어온 햇병아리들은 교육하는 신병교육대였다.

‘그땐 참 재밌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들은 개념 확실히 박힌 마교의 무사들로 탈바꿈시켰으니 보람도 있었고.

그래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부지런히 훈련시켜 줬다.

침상에 누우면 바로 잠들 수 있게.

내일도 고단한 훈련이 있는데 행여 불면증 때문에 잠을 설치면 안 되니까.

이런 나의 진심이 전달되었던 걸까?

신병교육대를 퇴소한 몇몇 훈련생이 우리 집으로 찾아오더라고.

그것도 선물까지 들고.

‘부끄러웠던 게야.’

그들은 집안에는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선물만 던지고 갔다.

주로 목 없는 닭의 시체였다.

내가 닭고기 좋아하는 건 또 어찌 알고.

가끔은 인형을 주기도 했다.

가슴 한복판에 나무못까지 박아서.

그걸로 벽에 인형을 걸라는 거지.

‘섬세한 녀석들이야.’

그 탓에 매번 창문이 부서지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가.

훈련소를 퇴소하고도 날 생각하는 저들의 마음의 중요하지.

정학우, 서문호에게도 각인시켜 줘야겠다.

혹시나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날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저들이 그걸 원하는 것 같으니.

“세상 사람들, 스승 잘못 만나면 몸이 이렇게 고생합니다.”

“정의로운 사람은 말만 하지 않습니다. 행동으로 보여 주지.”

남궁정혁이 시끄럽게 나불대는 부하들 앞에 섰다.

“주둥이가 살아 있는 걸 보니 아직 살 만한가 보다. 더 빡세게 굴려줘?”

“허벅지가 터질 것 같습니다.”

“응, 터지라고 하는 거야. 허벅지는 쓰면 쓸수록 강해지니까.”

남궁정혁이 팔짱을 끼고 매의 눈으로 주시하자 부하들이 앉았다 일어서기를 어설프게 할 수 없었다.

엉덩이가 뒤꿈치 닿기 직전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부들부들 다리가 떨리는 그들의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만.”

으아, 탄식과 함께 그들이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누가 쉬래?”

그럼 뭘 더 해야 하나요?

의아한 듯 올려다보는 부하들을 향해 남궁정혁이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달리기해야지.”

“……좀 쉬었다 하겠습니다.”

“아니, 너희는 쉬면 안 돼.”

“왜요? 저희 이러다가 죽겠어요. 농담이 아니라.”

“괜찮아, 안 죽어.”

내가 예전에 다 시켜 봤는데 안 죽더라고.

죽을 것 같이 힘들기는 하지만.

“도련님, 설마 저희가 불만 좀 토로했다고 삐지신 겁니까?”

원래는 당근과 채찍이 적절히 들어가야 하지만 네놈들은 당분간 채찍뿐이다.

달려라, 나의 말들아.

“왜 꼽냐? 꼬우면 한판 붙든가. 이기면 니가 앞으로 남수단 단주다.”

남궁정혁이 소매까지 걷어 올리며 눈을 부라리자 부하들이 후들거리는 다리로 연무장을 빙빙 돌았다.

음…… 이제야 좀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네.

운기에 다시 집중할 수 있겠어.

남궁정혁이 다시 가부좌를 틀고 호흡을 고르는데…….

탁탁탁.

뜀박질하는 발걸음 소리가 울리고.

헥헥헥.

거친 숨결이 고막을 자극했다.

“조용히 안 해?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 되잖아.”

“억지 부리지 마세요! 뛰는데 어떻게 조용히 합니까.”

받아치고 싶지만, 합리적인 말이로다.

내가 부하들에게 마냥 꼬장만 부리는 건 아니다.

맞는 건 맞다고 인정해 준다.

남궁정혁은 아쉬운 눈으로 연무장을 훑어보았다.

“……좀 작네.”

사실 연무장이라고 칭하기도 뭐한 게 지금 있는 이곳은 남궁정혁이 머무는 전각의 앞마당이다.

푸른 잔디가 폭신하게 깔려 있어 수련하기엔 좋지만, 문제는 장소가 협소하다는 것.

고작 세 명에서 수련하는데 벌써 불편하다.

아마 한 명이라도 더 늘면 불편한 걸 넘어서 효율이 떨어질 수준이다.

“이번 기회에 이사를 가?”

주작단이니, 현무단이니 하는 것들은 크고 멋들어진 전용숙소에 수백 명이 동시에 수련할 수 있는 광활한 전용 연무장까지 있다.

그런데 우리 남수단은?

내가 지내는 2층 전각이 다다.

그러고 보면 이거 차별대우 아닌가.

“…….”

생각해 보니 열 받네.

내가 남을 차별해도 남이 날 차별하는 건 안 되지.

내가 또 그런 더러운 꼴은 못 참는다.

남궁정혁이 부하들에게 선포했다.

“우리도 남수단 전용 건물을 마련해야겠다. 거기서 멋있게 수련하는 거야.”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 남궁도를 쪼으면 뭐라도 하나 내려 주지 않을까?”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일은 가주님 담당도 아니고요. 건물 배정은 세가의 살림살이를 관장하는 재경각에서 맡고 있는데…….”

정학우는 내가, 우리 남수단이 왜 새 건물을 배정받지 못할지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

재경각 각주실.

“대장로님,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위패를 잃어버린 지 벌써 십 일이나 지났습니다. 가주는 위패를 되찾을 능력이 없습니다.”

남궁수 측 인사들이 모여 현재 상황을 성토했다.

요즘 그들의 주요 일과 중 하나였다.

그들은 점심을 먹은 후, 매일 이렇게 모여 가주를 욕…… 아니 현재 상황을 걱정했다.

“어떤 식으로든 가주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건 동의합니다. 한데 어떻게 책임지게 하는 게 좋겠소?”

“조상의 혼을 분실했으니 당연히 사임이지요!”

“암요, 가주가 양심이 있으면 스스로 가주직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오.”

그때 염소수염을 한 사내가 불현듯 말했다.

“차라리 위패를 영영 찾지 못했으면 좋겠네…….”

혼잣말하듯 작게 중얼거렸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들었다.

“…….”

“…….”

잠시 이어진 어색한 침묵.

땅땅, 남궁수가 손바닥으로 탁자를 쳤다.

“말조심하게. 이 일은 가문 전체의 일이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위패는 되찾아야지.”

고상한 척을 했지만 남궁수의 한쪽 입꼬리도 슬며시 올라갔다.

좋은 기회 아닌가.

합법적으로 가주 놈을 비난할 수 있는 기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어떻게든 살려 남궁도를 흠집 내야지.

저들의 말처럼 가주직에서 내려오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직접 가주를 만나 요구합시다. 일주일 내 위패를 찾든지, 아니면 가주직에서 내려오라고.”

“좋습니다. 그럽시다.”

염소수염 사내의 제안에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쾅!

각주실 문이 부서칠 듯 거칠게 열렸다.

“남궁학 장로님이 누구십니까?”

남궁정혁이었다.

그가 팔자걸음에 뒷짐까지 지며 여유 있는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 위풍당당한 모습에 염소수염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 누구를 찾는다고?”

“남궁학 장로요. 그 사람이 세가 내 건물 배정을 담당한다고 하던데.”

정학우가 그랬다.

남궁학 장로.

그가 세가 내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재정각의 각주란다.

남수단 전용 건물을 배정받으려면 그의 허가가 떨어져야 한다고.

남궁이란 성에서 추측할 수 있겠지만 그도 남궁세가의 혈족이다.

남궁도 가주와 남궁수 대장로의 사촌.

그러니깐 이 몸의 오촌 당숙이지.

남궁수와는 어릴 적부터 친한 최측근 중의 최측근이라 쉽게 건물을 내주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남궁정혁이 이곳에 친히 행차한 이유였다.

근데 여기서 뭐 하고 있었길래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거야?

“여긴 왜 이리 어두워요? 대낮에 대나무발까지 다 내리고. 누가 보면 음흉한 음모 꾸미는 악당들인 줄 알겠네.”

“네 이놈! 이곳이 어딘지 알고 네놈 마음대로 들어온단 말이냐?”

“볼일만 보고 후딱 갈 테니깐 남궁학이 누군지나 알려 줘요.”

“남궁학? 내가 네 친구냐?”

아, 염소수염.

당신이었구나.

“거두절미하고 용건만 말할게요. 지금 사는 곳이 좁아서 그러니 큰 건물 좀 내줘요. 남수단 숙소로 쓸 거니 전용 연무장도 필요하고요.”

“그런 걸 논할 상황이 아니다. 우린 지금 당장 할 게 있으니 여기서 나가라.”

“제가 빨리 나갈 수 있게 협조 좀 해 주시죠. 새 건물 언제 줄 겁니까? 전 오늘 당장이라도 이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흥, 남궁학이 콧방귀를 뀌었다.

“고작 세 명인뿐 남수단, 지금 사는 곳으로도 충분하다.”

“인원은 곧 확충할 거예요. 그러니 한 서른 명 정도가 살 수 있는 곳으로 줘요. 제가 소수정예를 지향하거든요.”

“그런 곳은 없다.”

딱 잘라 말하자 남궁정혁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 넓은 남궁세가 안에 그런 곳이 왜 없을까요?”

실제로 남궁세가의 부지는 무척 넓었다.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의 거리가 10리는 족히 넘을 터.

근데 뭐? 그런 곳이 없어?

햐아, 손이 근질근질하네.

저놈의 염소수염을 잡아 뜯고 싶어서.

하지만 보는 눈이 많으니 일단은 참아야겠지.

“내 할 말은 다 끝났으니 이곳에서 나가라.”

“저는 다 안 끝났거든요. 새 건물 내주기 전에는 절대 못 갑니다.”

“그런 곳은 없다니까.”

“제가 이곳에 오면서도 적당한 건물을 몇 개나 봤는데 왜 없다는 겁니까? 나한테 그런 거 하나 내준다고 당신 돈 드는 것도 아니잖아.”

남궁정혁이 남궁학을 노려보자 다른 장로들이 난리가 났다.

“가문의 존장을 대할 때는 예의를 갖춰라.”

“가주가 덕이 없으니 자식이 저리 건방진 것 아니겠소.”

“아, 그러니깐 건물만 하나 내주면 가지 말라고 해도 간다니까요. 피차 피곤하게 같은 말 반복하지 맙시다.”

남궁정혁이 폴짝 뛰어올라 엉덩이를 탁자 위에 걸치자, 남궁수까지 대노했다.

“네 이놈!! 네놈도 귀가 있으니 지금의 상황을 들었을 것이다. 가문이 위기에 처했는데 어찌 너의 이익만을 탐한단 말이냐?”

피식, 웃음이 절로 나왔다.

참 핑계도 좋지.

그깟 나무쪼가리만 아니었으면 새 건물 줬으려고?

내 오늘 확답을 받기 전까진 이곳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순간 남궁정혁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

“그래서 도련님이 위패를 찾기로 했다고요?”

“응, 그것만 찾아오면 남수단 전용 건물을 준다더라고.”

그래서 직접 증명서를 작성하고 남궁학이 손도장까지 찍었다.

내가 그 인간들에 대한 믿음이 원체 없어서 말이지.

언제 어떻게 말을 바꿀지 모르잖아.

“위패 하나로 건물 얻으면 남는 장사지, 다른 건 도둑맞은 거 없나?”

남궁정혁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쉽게 말하자 정학우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가주님도 못 찾는 걸 도련님이 어떻게 찾으려고요?”

“남궁도니깐 못 찾지.”

“예에?”

“정확히 말하면 고지식한 정파라서 못 찾는 거야. 앞뒤 꽉꽉 맞힌 사고로는 도둑놈의 심리를 알 수가 없지.”

이럴 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트인 생각으로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거야.

“외출 준비해라.”

“어디 가시게요?”

“홀애비 심정은 누가 가장 잘 알겠냐?”

“……과부요?”

“그럼 도둑놈 심정은?”

“……하오문?”

“옥화루로 간다.”

안 그래도 옥화루주 묘화가 좋은 술 준비했다고 조만간 들으랬는데 이 기회에 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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