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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42화 (42/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42화

남궁정혁이 천장의 흙을 살살 긁어내자 나무로 만든 문이 보였다.

곧바로 그것을 밀자 문이 위로 열렸다.

동시에 흙도 후두둑 떨어졌지만 그게 대순가?

풍문으로만 전해지던 전설의 검이 저기에 있다는데.

“나 먼저 들어가마.”

문 속으로 뛰어 올라가니 생각외로 공간이 넓었다.

50명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방 중간에 길쭉한 나무 상자가 있었다.

저 안에 주살검이 있는 건가?

“기대되는군.”

끼익, 상자를 여니 과연 검이 들어있었다.

“의외로 평범한 모양이군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정학우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강호에 그 악명이 자자한 검이라 어떤 검일까 했는데 척 보기에는 수수하다.

별다른 장식이나 특별히 다른 문양이 새겨져 있지도 않았다.

외견만 보면 시골 어느 대장간에서 싼값에 대충 만든 것 같달까.

그래서 차라리 다행이다.

검 중간에 보석 같은 거라도 박혀 있으면 그거 쪽팔려서 어떻게 들고 다니겠냐고.

화려한 건 남궁정혁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

스윽, 남궁정혁이 검을 들었다.

“과연…….”

“도련님, 어떠십니까? 명검은 역시 다른가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장인이 혼을 갈아 넣은 작품답게 손에 척 감기는 느낌이 일품이다.

처음으로 잡아 본 검이건만, 마치 오랫동안 사용한 것 같다.

게다가 무게까지 마음에 들고.

보기보다 쾌 중량이 나간다.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검 같았다.

“도련님, 저도 한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정학우도 검을 쓰는 무인.

당연히 명기에 대한 호기심이 있겠지.

주살검을 건네자 그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 손안에 착 들어오는 느낌이 아주 편안합니다. 게다가 무게까지 가볍고요.”

응? 저놈이 방금 뭐랬지?

뭐, 무게가 가벼워?

저놈이 동굴 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정신이 오락가락 하나?

그럴 리가 없는데.

“가벼울 리가 있나, 지금 내가 쓰는 건철검과 무게가 거의 똑같은데.”

참고로 지금 남궁정혁이 쓰는 건철검은 무게가 20근은 거뜬히 나갔다.

내 얘기를 들은 정학우가 그게 뭔 소리냐는 듯 물었다.

“도련님이야말로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가벼운 검을 선호하는 정학우가 주살검을 붕붕 휘두르며 계속 말했다.

“이렇게 가벼운 검이 무겁다니요.”

눈살을 찌푸린 남궁정혁이 주살검을 다시 건네받았다.

역시 잘못 느낀 게 아니다.

후웅! 후웅!

무게가 가벼우면 공기를 때리는 듯한 이런 소리는 안 나지 않겠는가.

“무거운 거 맞잖아.”

“이리 줘 보세요, 저는 가벼운데요.”

남궁정혁과 정학우가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

“…….”

대체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똑같은 검을 두고 서로 다른 소리를 하다니.

“도련님, 이거 아무래도…….”

“검을 쥔 사람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는 건가?”

그게 말이 되나?

정학우가 소름 끼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거 요물입니다. 죽은 장인의 영혼이 검에 들러붙은 게 틀림없습니다. 그냥 두고 가시죠.”

“그럴 거면 여기까지 왜 왔냐?”

“분명히 주인을 죽이는 검입니다. 도련님이 죽을 수도 있다고요.”

그러니 더 가져가야지.

무림인에게 목숨이 그리 큰 의미가 더 있을까?

뭐, 물론 오래 살면 좋지.

하지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장수가 목표라면 애초에 무림에 발을 들여선 안 된다.

이 바닥은 사람의 목숨값이 그 어느 곳보다 하찮은 곳이니.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 게 낫다는 말이다.

“관점을 바꿔서 생각을 달리해 봐, 이 검의 역대 주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냐?”

곰곰이 생각하던 정학우는 슬쩍 말했다.

“……천하제일인?”

“그래, 천하를 눈 아래로 내려다보던 자들이다.”

전생에서 내가 이루고자 했던 목표이기도 했고.

그렇다면 이번 생 나의 목표는 뭘까?

당연히 복수다.

남궁도를 내 발밑에 무릎 꿇리고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이다.

근데 이 검을 가지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목표 달성 뒤에 따라올 허무한 죽음 따윈 기꺼이 감당하리.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도 할 수도.

남궁정혁이 주살검을 쥔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이제부터 내가 너의 주인이다.”

*   *   *

남궁정혁 일행이 선착장에 도착했다.

볼일을 다 봤으니 배를 타고 남궁세가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원하고자 했던 목표를 이뤘더니 더는 머무를 이유가 없지.

“스승님께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돌아가시는 겁니까?”

아쉬운 듯한 양일남을 향해 남궁정혁이 고개를 저었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데 작별 인사까지야…….”

그는 더는 내가 아는 황균이 아니다.

비양도의 훈장, 황균일 뿐이다.

이제는 나완 상관없는 사람, 그의 삶에 간섭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가 남은 인생을 평화롭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빌어 줄 뿐.

지금 봤다가는 괜스레 미련만 더 남지 않겠는가.

“스승님께는 잘 말해 주시게. 만나서 반가웠다고, 앞으로도 잘 지내라고.”

남궁정혁이 양일남의 어깨를 두드려 두자, 정학우가 한 곳을 향해 손을 들었다.

“도련님, 우리가 타고 왔던 배가 저기 있습니다.”

일행이 타고 왔던 배가 선착장 한쪽에 있었다.

이제 저걸 타고 본토로 돌아가면 이번 일이 마무리되는데…… 응? 근데 저건 뭐지?

“……?”

문제는 그 배 옆에 커다란 범선도 함께 있다는 것이다.

아까 주살검을 가지러 갈 때 봤던 그 배였다.

그럼 이 배가 왜 남궁정혁의 눈길을 끌었냐?

“정(正)?”

범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정(正)이라 새겨진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옷이기도 하다.

이십 년 전, 모양이 살짝 바뀌긴 했지만, 저 옷을 입은 적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니.

그때 정학우가 말했다.

“오, 정천맹 무사들인가 봅니다. 저 옷이 정천맹의 공식 복장이죠.”

저들이 이런 촌구석까지 왜 왔을까?

그것도 저렇게 큰 배까지 동원해서.

뭔가 느낌이 싸하다.

그럼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지.

“문호야!”

“네, 단주님!”

척하면 척.

서문호가 범선 근처에 있는 정천맹 무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의 천연덕스러운 넉살에 넘어간 것일까?

“……하하하.”

처음엔 경계하던 무사도 얼마 지나지 않아 웃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 능력은 언제 봐도 신기하구먼.

그리고 잠시 후.

얘기를 마친 서문호가 다가왔다.

“단주님, 저들은 비양도에 숨어 있는 죄인을 잡으러 왔답니다.”

“……!”

죄인?

서문의 말에 등골이 서늘하다.

그 죄인이 설마 황균을 가리키는 걸까?

예전에 서문호가 그러지 않았는가. 정천맹이 마교 잔당을 추적하고 있다고.

황균 같은 마교 장로면 거물급 인사다.

그렇다면 저 정도 규모의 인원이 온 것도 이해가 간다.

팟, 남궁정혁이 고민하지 않고 서당으로 달려갔다.

‘……늦진 않았을까?’

정박한 배와 그곳에 얼마 남지 않은 인원을 보면 이미 비양도를 수색하고 있다는 건데.

‘만약 이미 황균이 붙잡힌 뒤라면……’

이곳에 온 정천맹 무사 모두를 상대하는 있더라도 반드시 그를 구할 것이다.

그로 인해 남궁세가에서 파문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서당으로 뛰어왔건만.

“무슨 급한 일이 있소? 왜 그리 헐레벌떡 뛰어온 것이오?”

“……헉헉, 이곳에 누군가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누군가가 찾아와야 하오?”

평온하다.

서당은 물론, 그 근처에도 정천맨 무사 따윈,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았다.

황균의 편안해 보이는 모습도 아까와 다름없이 그대로였다.

아직 이곳을 찾지 못한 것일까?

범선이 도착한 지 꽤 오래되었을 터인데.

정천맹이 그리 능력이 없는 집단은 아니다.

그와 동시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

잠깐만.

그 죄인이 황균이 아닐 수도 있잖아.

황균이 이 섬에 들어온 지 벌써 이십 년.

작은 서당의 훈장으로 조용히 살았다.

자신의 정체를 노출하지 않았단 말이다.

그럼 정천맹, 그 애들은 대체 누굴 잡으러 여기까지 온 거지?

그때 뒤따라오던 남궁정혁의 부하들과 양일남도 서당에 도착했다.

“헉헉, 도련님, 갑자기 이곳엔 왜 오신 겁니까?”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깐 인사는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남궁정혁이 말을 돌려 서문호에게 물었다.

“정천맹이 잡으러 온 죄인이 누구라더냐? 이름은 모르고?”

“오대악인 중 한 명인 ‘종요’라고 하던데요.”

오대악인?

그건 또 뭐야?

어쨌든 황균을 잡으러 온 게 아닌 건 확실하군.

“종요는 무당파 출신의 도사입니다.”

“그런 걸 알았으면 진즉에 얘기해야 했을 것 아냐.”

괜히 숨차게 뛰었네.

날씨도 덥구먼.

“단주님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쪽으로 급히 오셨는데 제가 말할 틈이나 있었나요?”

서문호가 억울하다는 투로 계속 말했다.

“그보다 그를 잡으러 온 사람들이 정천의용대라고 합니다.”

정천의용대?

그거 어디서 많은 듣던 이름인데…… 어디서 들어 봤더라.

“단주님 이복형이 정천의용대 대주라면서요.”

아, 남궁강혁?

얼굴도 모르는 이복형.

그럼 그 사람도 여기 온 거야?

뭐, 어쨌든.

“……잘됐군.”

씨익, 남궁정혁이 웃었다.

그렇다고 남궁강혁을 만날 수 있다는 반가움 때문은 아니고.

‘쫓기는 악인이라면 죽여도 무죄 아닐까?’

안 그래도 새 검을 얻은 기념으로 뭐라도 썰고 싶었는데, 죄인이라니.

그것도 무당파 도사.

그놈들 때문에 정마대전 때 꽤 고생했었지.

‘섬이라 그런지 손맛 좋은 대물이 있었네?”

제발 제대로 된 놈이어야 할 텐데.

한 방에 죽으면 재미없잖아.

*   *   *

“멍청한 놈들.”

남궁강혁의 호통에 뒷짐 지고 선 정천의용대 대원들이 움찔했다.

마치, 큰 죄를 지은 듯한 그들을 향해 남궁강혁이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단번에 잡으라고 하지 않았더냐? 근데 고작 그걸 못해서 종요를 놓쳐?”

정천의용대의 부대주인 팽세웅이 용기 내어 말했다.

“3조 대원인 명우가 지난번 출동에서 팔을 다쳐 몸을 잘 쓰지 못합니다. 그런데 종요가 하필 명우가 있는 방향으로 도망을 쳐서…….”

“그래서 놓쳤다? 그게 핑계가 된다고 생각하나!”

남궁강혁의 일갈에 팽세웅의 커다란 몸이 더욱 움츠러들었다.

“자기 관리도 실력의 일환이다. 고작 부상을 이유로 적을 놓쳤다면 그자는 정천의용대원 자격이 없다.”

“…….”

대주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팽세웅은 남궁강혁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자신도 향후, 무림 오대세가 중인 하나인 하북팽가를 이끌어 갈 소가주이자 무림의 주목을 받는 신성인데 왜 남궁강혁 앞에서 서면 왜 이리 작아지는지.

“명우는 방금 일의 책임을 물어 정천의용대에서 파직한다. 그는 더는 우리 동료가 아니니 배에 가서 대기하라고 해라.”

“대주님, 아무리 그래도 처분이 과합니다. 일하다 다친 건데 근신 정도로도 충분할…….”

“불만 있나?”

자신의 똑바로 노려보는 남궁정혁의 뜨거운 눈길에 팽세웅은 눈을 깔았다.

“…….”

그래,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지.

정천맹 최연소 장로에 정천의용대의 대주를 맡을 만큼 능력은 있지만, 공과 사의 구분이 지나치게 철저하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

본인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이 사람의 마음에도 인정(人情)이란 게 있을까.

“뭐 하나, 어서 종요를 찾아라. 오늘까지 놈을 잡지 못하면 전 대원, 일주일간 금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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