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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50화 (50/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50화

‘석문은 어디에 있나?’

제 발로 감옥에 들어간 오만철을 따라 남궁정혁도 그곳으로 갔다.

문석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나고 싶어서다.

그런데 옥 안을 아무리 둘러봐도 그가 없네?

남궁정혁이 감옥 입구를 지키는 포졸에게 물었다.

“여기 말고 옥이 또 있소?”

내가 찾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하지만 포졸은 고개를 저었다.

“곡아현에 옥은 여기뿐이다.”

그래? 그것참 이상하네.

그럼 문석은 어디로 간 거야?

벌써 풀려난 건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남궁정혁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었다.

‘……설마.’

지금 이 감옥 안에는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오만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이 여기 오기 전부터 있는 사람.

바로 저기 맨 구석진 자리에 누워 있는.

당연히 문석이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이기도 했다.

왜냐고?

‘문석의 체격은 그 누구보다 크다.’

그런데 저자는 체격이 왜소하지 않은가.

몸에 살도 별로 없고.

‘아니야, 저자는 문석이 아니야.’

그렇게 바랐건만.

남궁정혁이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확인해 보았다.

“…….”

보육원 아이들의 말대로다.

문석의 얼굴은 화상이라도 입은 듯 일그러져 예전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정파의 고수와 싸우다?

아니면 정파의 추격을 뿌리치고자 스스로?

그 이유는 문석이 깨어나면 들을 수 있겠지.

‘이건 그대로 있구나.’

상의를 들추자 복부를 횡으로 가르는 흉터가 보인다.

예전 문석이 술만 마시면 이 흉터를 가리키며 자랑했지.

소싯적에 화산파의 매화검수를 죽이고 얻은 영광의 상처라고.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어서 잊을 수가 없다.

“문…… 석문.”

차디찬 바닥에 누워 있는 그를 흔들었지만, 쉽사리 깨어나지 못한다.

설마…….

휴, 코 밑에 손을 대보니 다행히 호흡은 있다.

하지만 미약하다.

가뭄에 줄기가 끊어지기 직전인 냇가처럼.

남궁정혁은 그의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상태가 왜 이런 것이냐?”

마른 입술은 갈라졌고, 눈 밑은 퀭하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건…….

“고문을 당한 것이냐?”

찢어진 옷 사이로 말라붙은 피딱지들이 보인다.

네 이놈. 네 죄를 인정하지 못할까, 다그치며 주리라도 튼 것일까.

그가 무슨 죄가 있다고.

심장이 격동 친다.

끌어오르는 분노에 이를 바드득 갈 때.

“으으으으…….”

“석문! 일어난 것이냐!”

문석이 겨우 눈을 떴다.

“……누구?”

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가 이리도 반가울 줄이야.

남궁정혁이 그를 자신의 등에 업었다.

“집으로 돌아갑시다.”

……건강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구나.

그의 몸이 너무나 가볍다.

그것이 가슴 아픈 남궁정혁이 옥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한 포졸이 앞을 가로막았다.

“죄인을 데리고 나갈 수는 없다.”

“듣지 못했냐? 오만철이 누명을 씌웠다고 했잖아. 석문은 무죄다.”

“이자가 무죄인지 아닌지 결정할 사람은 현감님이다. 그분이 오실 때까지 기다려라. 그렇지 않으면 너도 옥에 갇히게 될 것이다.”

“비켜라. 당장 의원에게 치료받아야 한다.”

남궁정혁이 무시하고 옥을 나오자, 포졸이 창을 겨눴다.

“죄인을 데려가면 네놈 역시 죄인이다.”

“내가 지금 기분이 무척 안 좋거든. 그러니 좋게 말할 때 비켜라.”

“네놈 역시 저놈처럼 주리를 틀어야 할 놈이구나!”

역시? 주리?

남궁정혁의 핏대가 불끈 섰다.

“네가 그랬냐?”

“뭘 말이냐?”

“네가 석문을 고문했냐고?”

“그놈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었다. 여간 끈질긴 게 아니더군.”

안 했으니까 안 했다고 하지.

그럼 했다고 하냐.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남궁정혁이 퍼억, 포졸의 가랑이 사이를 올려 찼다.

“끄아아악.”

그러자 그가 공중에 붕 떠 천장에 머리를 부딪친 후 바닥에 떨어졌다.

깨진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렀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끄아아아악.”

그가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를 붙잡고 게거품을 물었다.

문석의 복수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 원망은 마라.

“네놈은 만날 때마다 행패를 부리는구나.”

그때 익숙한 얼굴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뭔가 못마땅한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곡아현의 현감 임숭재.

그런 그를 뒤따르는 임사홍이었다.

“마침 잘 오셨소,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었는데.”

남궁정혁이 턱 끝으로 감옥 안에 있는 오만철을 가리켰다.

“오만철이 석문에게 누명을 씌웠소. 그 이유는 오만철에게 직접 듣고, 그럼 난 바빠서 이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석문의 심장 박동이 약하다.

한시라도 빨리 의원에게 치료받게 해야 한다.

마음 급한 남궁정혁이 관아를 나서려는데 임숭재가 명령을 내렸다.

“저 죄인을 당장 체포하라.”

그의 명령에 포졸들이 남궁정혁 앞에 둥글게 서서 창을 겨눴다.

지금 상태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 없는 남궁정혁은 임숭재를 보며 쏘아붙였다.

“현감 나리, 귓구멍 막혔습니까? 죄인은 오만철이라고요.”

남궁정혁이 답답하다는 듯 말하자 임숭재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말대로 석문이 누명을 썼다면 그는 무죄다. 하지만 너는 넌 유죄다.”

“왜요?”

“방금 내 눈으로 포졸을 때려눕히는 걸 똑똑히 보았다. 내 너의 오만방자함에 대해서 엄히 다스릴 것이야.”

햐, 이렇게 나오시겠다?

참 끈질기시군.

남궁정혁이 항변했다.

“그건 저 포졸이 석문을 고문해서입니다.”

“그렇다고 네 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 네게 포졸을 처벌한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니.”

뭔가 좋은 건수 잡았다는 듯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임사홍의 표정이 매우 아니꼽다.

특히 저 눈빛이 그렇다.

쥐를 가지고 놀고 싶은 고양이의 눈빛이랄까.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오늘 낮에 있었던 일로 저한테 앙심을 품은 겁니까?”

“뭣이라. 내가 그렇게 옹졸한 사람으로 보이느냐, 난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려는 것뿐이다.”

맞네, 맞아.

괜히 노발대발하는 걸 보니 제대로 찔렀네.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석문을 의원에게 데려가게라도 해 주십시오. 그 후 제가 뭘 잘못했는지 다시 얘기하죠.”

“내가 죄수에게 왜 그런 특혜를 베풀어야 하지? 네가 도망이라도 가면 어떡하려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

현감 나리께서 아까 전 상황에 단단히 삐진 모양이다.

그래서 현재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임사홍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참판 나리, 고문당한 석문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그의 병이 더 악화하기 전에 치료받게 해 주십시오.”

그는 제법 공명정대했으니 이 상황에 도움이 되리라,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라의 녹을 받는 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네 발로 옥에 들어가지 않으면 큰 경을 치를 것이다.”

내가 잘못 생각했나 보다.

별로 도움이 안 되네.

결국, 가재는 게 편이란 건가.

“좋습니다. 제가 죄인이라고 칩시다. 그럼 무고한 사람에게 고문을 가한 포졸은 죄가 없는 것입니까? 특히.”

남궁정혁이 턱 끝으로 임숭재를 가리켰다.

“죄가 있다면 현감 나리의 죄가 가장 크지요.”

“뭐라? 현감의 죄가 가장 크다?”

“그렇습니다. 현감은 오만철의 말만 듣고 석문을 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고문까지 했죠. 설마 포졸이 독단적으로 고문을 했겠습니까? 다 현감이 시켜서 한 거지.”

허를 찌른 남궁정혁의 논리적인 공격.

그러자 임숭재가 고개까지 흔들며 부정했다.

“난 고문하라고 시킨 적은 없다.”

“그럼 더 죄가 크지요. 아랫사람이 부당한 행위를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현감으로서 무능한 것입니다.”

남궁정혁이 딱 부러지게 말하자, 이제껏 무표정했던 임사홍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다.

근데 한쪽 입술이 슬며시 올라가는 저 모습이 왜 그리 야비해 보일까?

낮에 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다.

“말을 제법 잘하는구나.”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저를 옥에 가두려거든 현감 나리도 같이 가둬 주십시오. 그게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당돌한 놈, 일반 백성인 네가 감히 현감의 죄를 묻겠다는 것이냐.”

싸늘한 말투.

아까부터 얘기해 보니 임사홍이 대충 어떤 인간인지 알겠다.

‘저런 인간들이 있지.’

평상시에는 얼굴에 가면을 두르고 공정한 척하는 위선자.

하지만 화가 나거나,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면 저렇게 본성이 드러나지.

아니면 지금은 굳이 본성을 숨기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하는 지도.

지금 이 자리에는 임숭재와 그의 부하인 포졸 몇 명밖에 없으니.

저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찼다.

‘소인배가 대인배인 척 연기한 거였군.’

남궁정혁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기도 했다.

나쁜 놈이 착한 척하는 거 역겹다.

속이 뒤틀린 만큼.

“그래서 끝까지 내 앞길을 막으시겠다?”

나는 참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

상대가 누구든 간에 말이야.

남궁정혁의 도발에 임숭재가 발끈했다.

“감히 누구에게 반말하는 것이냐?”

“네 애비.”

“……뭐?”

“못 들었어? 비켜, 마지막 경고니까.”

“정녕, 곤장을 맞아 봐야 제정신 차릴 놈이로다. 당장 이놈을 포박…… 어억!”

남궁정혁이 임숭재의 사타구니도 차 주었다.

현감이니, 그에 걸맞게 대접해서 아까 그 포졸보다 더 세게.

처음 봤을 때부터 이렇게 했었어야 했다.

후, 남궁정혁은 한껏 후련해진 마음을 느끼며 쓰러진 현감을 바라봤다.

보그르르르, 눈이 반쯤 돌아가 게거품 무는 걸 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인가 보다.

‘그렇게 아프나?’

사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남의 것은 숱하게 차 봤지만, 내 것을 맞아 본 적은 없다.

감히 누가 그런 시도를 했겠는가.

그 자리에서 뒤지고 싶지 않은 이상.

“수, 숭재야, 숭재야, 괜찮으냐?”

집안의 대가 끊어진 것을 직감한 것일까?

임사홍이 임숭재의 몸을 흔들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기절한 임숭재는 깨어나지 못했다.

“아까 나도 그랬어.”

“……뭐?”

“아무리 흔들어도 석문이 깨어나지 않더라고. 그때는 마음 한구석이 철렁했지. 이제는 내 맘 알겠어?”

역지사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라고 말했는데 잘 모르는 것 같다.

임사홍이 버럭, 소리쳤다.

“그런 하찮은 놈과 네 아들이 같냐?”

끝까지 이기적인 인간이군.

저렇게 이 가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러게 자식 교육 좀 잘 하지 그랬어? 그랬음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잖아.”

“날 모욕하고도 네놈이 무사할 줄 알았더냐?”

이 양반이 아직 상황 판단이 안 되나?

내 안부보단 당신 안부부터 먼저 걱정해야 할 것 같은데.

“난 당신 같은 사람을 보면 참 궁금해.”

“뭐가 말이냐?”

“왜 자신은 당연히 안 맞을 거로 생각하지? 내가 당신보다 훨씬 더 강한데 말이야.”

남궁정혁의 말에 임사홍이 콧방귀 뀌었다.

“감히 종3품 관리인 나까지 때리겠다고?”

“왜? 당신을 때리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아, 그런 법은 있지.

그래서 내가 그 법을 과연 지킬까, 안 지킬까?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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