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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60화 (60/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60화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제야 서문호와 양일남, 두 사람이 기어 나왔다.

“흠흠, 단주님, 오셨습니까?”

쭈뼛거리며 인사하는 서문호의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그는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었다.

그것도 가을철, 파란 하늘 아래 제철 맞은 밤송이.

양쪽 눈이 얼마나 탱탱하게 부었는지 두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다.

그래서 앞은 제대로 보이냐?

그다음은 양일남.

“얼굴이 이래서 마중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애써 당당한 척하는 그의 모습은 서문호보다 더 심하다.

양쪽 눈이 시꺼멓게 멍든 게 꼭 사천성에만 산다는 판다 같네.

그렇다고 진짜 판다처럼 귀엽다는 건 아니고.

오히려 끔찍하다.

가뜩이나 희고 긴 얼굴에 눈가만 간장 뿌린 듯 새까만 게…… 아니다.

너 판다 아니야.

다시 보니 꼭 귀신같네.

그것도 혼례도 못 치르고 죽은 몽달귀신.

오늘 밤 꿈에 나올까 무섭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 두 사람의 얼굴이 저리 만신창이가 됐었을까?

“현무단하고 싸우셨다고?”

삼 일 전에 저 두 사람이 현무단하고 시비가 붙어 싸웠단다.

남궁세가 내를 거닐다 현무단원하고 어깨가 부딪혔다고.

뭐, 다 좋다, 이거야.

여기까지는 나도 이해한다.

사람이 오다가다 보면 어깨 좀 부딪힐 수 있지, 그러다 주먹이 오갈 수도 있고.

왜? 우린 무인이니까.

그럴 때 쓰려고 밤낮으로 열심히 땀 흘리며 무공을 익히는 거 아니겠는가.

좋게 대화로 해결할 거면 서당에 들어앉아 공자 왈, 맹자 왈, 읊조리며 마음의 평화를 갈고닦았지.

“근데…….”

남궁정혁의 음성이 착 가라앉았다.

“싸움에서 졌다고?”

이건 용서가 안 된다.

내 아랫사람들이, 그것도 내가 직접 뽑은 부하들이 다른 사람들한테 맞고 다니다니.

나까지 쪽팔려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는 일이 발생해 버렸다.

그것도 내가 심유도에서 나라의 발전을 위해 이 한 몸 바쳐 희생하고 있을 때.

“너희가 쪽수에서 밀린 걸 거야, 놈들이 비겁하게 떼로 덤볐지? 그래서 맞았지?”

분명 그래야 할 거야.

아니면 내가 너희들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거든.

하지만.

“흠흠, 곧 비가 오려나?”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걸 보니 곧 비가 오겠구먼.”

저것들이 미쳤나?

딴청 피우며, 되지도 않은 헛소릴 하는 걸 보니 최소한 쪽수에서 밀린 것 아닌 것 같다.

“아니면 놈들이 야비한 수법을 썼구나. 싸우는 와중에 독이라도 뿌린 거야. 그래서 몸에 마비가 돼서 진 거야. 그치?”

제발 그렇다고 대답해 줘.

내 인내심이 점점 바닥을 보이잖아.

남궁정혁이 간절히 바랐지만, 저들은 또다시 그의 희망을 저버렸다.

“빨래 걷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거 좋은 생각일세, 비가 와서 젖으면 안 되니까.”

남궁정혁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저들이 좋은 핑곗거리를 찾았다는 듯 황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

물론 그 꼴을 가만히 두고 볼 남궁정혁이 아니지만.

“동작 그만.”

한겨울, 북쪽의 동토에서 부는 바람이 이보다 차가울까.

남궁정혁의 싸늘한 말에 저들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쪽수에서 밀린 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비겁한 암수에 당한 것도 아니야…….”

뒷짐 진 남궁정혁이 두 사람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지금 내 부하들이 이대 이로 정정당당히 싸워서 두들겨 맞았다는 거야? 난 제발 내가 잘못 들은 거였으면 좋겠는데.”

“…….”

“그렇게 가만있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 봐. 내 귓구멍이 썩은 거라고 말이야.”

“…….”

서문호와 양일남도 뭐라고 핑계를 대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겠는가.

2대 2로 정정당당히 싸워 실력에서 밀린 것을.

그렇다고 이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하기에는.

‘눈이 이미 반쯤 돌아갔다.’

남궁정혁의 눈알이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단주님, 그렇게 쳐다보지 마요.

사실대로 말하고 싶어도 무서워서 말 못 하겠잖아요.

꿀꺽, 그저 마른침만 삼키는 두 사람이 불쌍해서 정학우가 나섰다.

“서문호와 양일남이 싸운 사람은 현무단의 평단원이 아니라 조장입니다.”

“그게 저 인간들이 두들겨 맞은 것에 대한 변명이 되나?”

“현무단은 남궁세가를 대표하는 네 개의 전투부대 중 하나입니다. 그곳에서 조장을 맡을 정도면 웬만한 중견 문파에서 장로직을 맡을 정도는 됩니다. 실제로 그 사람들은 절정고수였고요. 나이도 마흔은 훌쩍 넘겼습니다. 연륜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거죠.”

“그래서 내가 참아라?”

“저들의 용기만은 가상하지 않습니다. 절정고수와 시비가 붙어도 기죽지 않고 당당히 싸웠다는 것이.”

정학우가 괜찮다는 듯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들겨 주자 서문호와 양일남이 존경의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부단주님.’

‘……당신이 괜히 남수단의 부단주가 아니었군요.’

안타깝게도 남궁정혁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지만.

인내심에 한계를 보인 그가 소리쳤다.

“감히 누구 맘대로 정정당당히 맞고 다녀?!”

내가 진짜 이것들 때문에 진짜 쪽팔려서.

세가 내에서 싸웠으니 지금쯤 잘못된 ‘소문’이 확 퍼졌을 거 아닌가.

남수단이 현무단 밑이라는, 남수단의 실력이 현무단 보다 못하다는 ‘유언비어’가 말이다.

남궁정혁이 지금 화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이것들을 어떻게 잡아 족쳐야 잘 족쳤다고 소문이 날까?”

“현무단에 복수하시게요?”

정학우가 묻자 남궁정혁이 고갤 가로저었다.

“복수라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쪼잔한 것 같잖아. 난 단지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주고 싶을 뿐이다.”

“무슨 인식이요?”

“남수단이 현무단의 밑이 아니라는, 남수단이 남궁세가 최고의 전투부대라는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 줘야지.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지만.”

“그게 뭔데요?”

남궁정혁이 턱 끝으로 서문호와 양일남을 가리켰다.

“선택해라, 박을래? 맞을래?”

“……네?”

“뭘 해요?”

두 사람이 되묻자 남궁정혁이 빙긋 웃었다.

“내일 아침까지 땅바닥에 대가리 박을래? 아니며 그냥 맞을래?”

게다가 부가 설명까지 친절히 덧붙여 주었다.

“나라면 머릴 박을 거야. 내가 지금 기분이 매우 더러워서 한번 손을 쓰면 중간에 못 멈출 것 같거든.”

으드득, 남궁정혁이 손가락 마디를 풀었다.

“자신 있으면 맞든가, 내 손아귀에서 살아남을 자신 말이야.”

“……!”

“……!”

쿵!

두 사람이 냉큼 머릴 박았다.

심상찮은 남궁정혁의 표정으로 추측건대, 지금 맞으면 육체와 영혼이 강제 분리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왔기 때문이다.

“너는 뭐 하냐?”

남궁정혁이 한쪽에 멀뚱멀뚱 서 있는 정학우에게 말했다.

“……저도 박아야 하나요?”

“당연히.”

“저는 안 싸웠는데요.”

“아랫사람이 잘못했으면 윗사람도 당연히 같이 책임져야지.”

“……그렇게 따지면 이제껏 자리를 비운 남수단 단주님이 제일 잘못한 거 아닐까요?”

허허허, 합리적인 주장이로다.

우리 학우가 말을 참 잘했구나.

“주살검, 어디 뒀냐? 내가 오늘 아무래도 시체 한 구 치워야 할 것 같은데.”

“…….”

정학우가 더는 군말하지 않고 두 사람 옆에 나란히 머리를 박았다.

읏차, 남궁정혁이 그런 세 사람의 엉덩이 위에 올라타 몸을 눕혔다.

이거 은근히 편하네.

“끄으으응.”

물론 나만.

밑에서 부하들이 앓는 소리를 냈지만 어쩔 텐가.

억울하면 맞고 다니질 말든가.

“어허, 흔들린다. 무너지면 너네들 다 뒤지는 거야.”

그렇게 엄포를 놓으니 인간 침대가 흔들림 없이 더욱 편안하다.

거봐, 하면 할 수 있잖아.

남궁정혁은 편안히 누워 발목을 까닥였다.

이제 어떡한다?

어떻게 해야 실추된 남수단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   *   *

복수, 아니 정당한 명예 회복의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영 건수가 없으면 현무단에 다짜고짜 쳐들어가 시비라도 걸려 했는데 뭐? 현무단이 뭘 한다고?

“현무단에게 긴급 임무가 배정되었답니다. 그래서 잠시 후 출동한다고 하더군요.”

세가로 돌아온 당일, 남궁정혁은 정학우에게 명령을 내렸었다.

현무단의 동태를 감시해서 보고하라고.

근데 이틀 만에 벌써 건수를 물어 올 줄이야.

“원래 현무단은 저번 임무를 마친 지 얼마 안 되어 이번 달 말까지 휴가였습니다. 하지만 긴급한 일이 발생한 데다 다른 부대들도 전부 맡은 일이 있어 불가피하게 차출되었다고 합니다.”

“그래?”

무슨 사건이길래 휴가 중인 얘들까지 동원하는 걸까?

그거 무지 짜증 나는 일인데.

현무단 놈들이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이건 좀 불쌍하네.

남궁정혁의 속내를 짐작한 정학우가 계속 말했다.

“강시가 출몰했다고 합니다.”

“강시? 시체가 통통 뛰어다니는 그 강시?”

“태을문이란 문파가 있었습니다. 정파 내에서는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는 문파였지요.”

“……였지요? 말투가 과거형이네. 지금은 아니란 말인가?”

“태을문은 이십 년 전 멸문했습니다.”

이십 년 전 멸문했다면 설마 정마대전?

“마교가 멸문시킨 거야?”

“아니요, 정마대전이 끝나고 주변 정파들의 공격을 받아 망했습니다.”

“……?”

“정마대전 때 태을문이 변절하여 마교 편을 들었거든요.”

아~ 항마 문파였구먼.

항마 문파란 정마대전 때 같은 편을 배신하고 마교로 귀의한 정파를 말한다.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정마대전 초반에는 마교가 유리했기 때문이지.’

그래서 정파 중에 마교에 들어오고 싶다던 놈들이 많았다.

나야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고.

마음 같아서야 그런 박쥐 같은 놈들 내치고 싶었지만, 마교를 책임지는 천마로서 그럴 수가 있나, 전략적으로 생각해야지.

항마 문파란 정파의 뼈아픈 전력 손실이요, 마교 입장에선 공짜로 얻은 전력이니까.

‘뭐, 결국 그들의 선택은 실패한 셈이 되었지만.’

정마대전이 끝나고 정파가 변절자들을 가만히 뒀을 리 없다.

태을문도 그래서 멸문했을 거고.

“당시 태을문의 모든 문도는 모두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몰래 도망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게 누군데?”

“당시 태을문주의 두 아들이라는군요.”

“그래서 그놈들이 강시라도 돼서 돌아왔다는 거야? 가문의 원수를 갚는다고?”

“본인들이 직접 강시가 된 건 아니고 영환술사가 되어 강시를 부린답니다.”

“그래서 그놈들은 잡기 위해 현무단이 출동한다?”

“강시들의 전력이 꽤 강한가 봅니다. 벌써 그들의 손에 당한 문파도 여럿이고요. 그래서 남궁세가에 긴급히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남수단도 출동한다. 전 대원 불러 모아라.”

그래 봤자, 아직은 다섯 명이 다지만.

“이번엔 왕소단도 불러라. 완전체로 출동한다.”

“우린 왜 가나요?”

“당연히 남수단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지. 우리가 현무단보다 더 우월한 집단이라는 걸 사람들한테 알려 줘야 할 거 아냐.”

남궁정혁은 간만에 의욕이 활활 끓어 올랐지만, 정학우는 아닌가 보다.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현무단이 소풍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따라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왜에? 내가 내 발로 가고 싶은데 간다는데 감히 누가 말려?”

“가주님이요.”

응? 누구?

남궁도?

“전투부대 출동과 관련된 일은 가주님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내가 얘도 아니고 무슨 허락? 그냥 가면 돼.”

“도련님의 목표는 남궁세가의 가주가 되는 것이라면서요?”

그렇지, 가주가 되어서 이놈의 남궁세가를 마교로 바꿔야지.

“가주님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어찌 가주가 될 수 있겠습니까? 설사 된다 한들, 누가 도련님의 말을 따르고요?”

정학우, 이놈이 언변이 갑자기 좋아졌어.

요즘 책 좀 많이 읽었니?

정곡을 확 찌르니 반박할 말이 없다.

“우선 가주님의 허락부터 구하시죠.”

좋다, 내가 남궁도 그놈의 허락 꼭 받아 낸다.

“가주는 지금 어디 있냐?”

내키지 않지만 오랜만에 남궁도와 얼굴을 맞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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