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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67화 (67/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67화

“단주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뭐가?”

“아무래도 영환술사가 우리를 일부러 이곳으로 유인한 것 같습니다.”

남궁건은 자신의 생각을 계속 말했다.

“그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놓고는 정면 대결을 피했습니다. 그러곤 조금씩 이동하여 이 동굴 안에 들어갔습니다. 분명 수상한 꿍꿍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네?”

“설사, 네 말대로 수상한 꿍꿍이가 있단 한들 그게 중요한가?”

“……조심하자는 겁니다. 무슨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릅니까요.”

“그래서 밖으로 나가자고?”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우선 제대로 된 준비를 해서 다시 들어오는…….”

“그게 현무단의 조장이 할 소린가?”

남궁남호가 소릴 지르며 남궁건의 말을 잘랐다.

이어 그가 한심하다는 듯, 계속 말했다.

“설사 함정이 있다 치자, 그래 봤자 강시겠지, 고작 그것이 무서워서 밖으로 나가자고?”

“무서운 게 아니라 신중을 기하자는 겁니다.”

“그게 그거야, 강시 놈들 상대하는 데 신중은 무슨. 나타나는 대로 썰어 버리면 되지.”

남궁남호가 큰소리가 외쳤다.

“우린 현무단이다! 뒤로 물러서지도 후퇴하지도 않는다. 오직 전직할 뿐이다!”

목소리에 담긴 자신감 하나만큼은 좋다.

남궁남호가 부하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것을 명령했다.

그가 현무단의 맨 뒤에서 따라가지만 않았어도 자신이 한 말에 더욱 설득력이 있었겠지.

‘횃불을 만들어라.’

햇볕이 들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무림인의 시력이 일반인보다는 월등히 좋다 해도 앞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웠다.

남궁건의 지시에 몇몇 현무단원들이 스스로 윗옷을 벗어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공간이 상당히 크군.”

“끝이 보이지 않는데.”

밀폐된 동굴 안.

횃불이 타오르는 그을음에 목이 컬컬하다.

연기가 눈으로 들어와서 눈이 따갑다.

하지만 현무단원들은 사소한 고통쯤은 참으며 묵묵히 동굴 밑으로 내려갔다.

우리가 남궁세가를 대표하는 현무단이라는 자부심 때문만은 아니다.

“아직도 강시는 보이지 않냐?”

뒤에서 단주가 등을 떠밀고 있는데 어쩌겠는가.

아랫것들은 그저 따를 수밖에.

“갈림길입니다.”

그렇게 동굴 속을 헤매길 한참, 길이 다섯 갈래로 나뉘는 곳에 도착했다.

“단주님, 어떡할까요? 어느 길로 갈까요?”

“다 가면 되잖아.”

“……?”

“현무단이 몇 개 조냐?”

“5개 조요.”

현무단은 1조부터 5조까지, 각 스무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길에 한 개 조씩 차례대로 들어가면 되잖아. 난 5조와 함께 맨 마지막 길로 들어간다.”

그 이유는 남궁건이 조장을 맡은 5조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니까.

아무래도 능력 있는 놈과 함께 다니는 게 편하지 않겠는가.

“안 됩니다.”

하지만 정작 남궁건이 반대했다.

그렇다고 남궁남호와 같이 다니기 싫다는 건 아니고.

“현무단의 다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적의 전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의 전력을 분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적의 전력을 왜 파악 못 해? 강시 오십구잖아.”

“그것 드러난 숫자일 뿐, 숨겨진 무언가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쯧쯧, 남궁남호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숨겨진 전력이 있다 치자, 그래서 뭐? 무서워?”

……무서운 건 아니고 불길합니다.

남궁건이 땀으로 축축해진 손을 꽉 쥐었다.

그렇다고 오해하면 안 되는 게 남궁건이 겁 많고 소심한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위급한 상황에 당당히 맞서는 대범함을 지녔다.

그뿐인가.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곤란한 일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처리하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니 현무단의 조장이 되었지.

남궁남호의 비위를 맞추지 않고도.

“단주님은 느끼지 못합니까?”

“뭘 못 느껴?”

“이 동굴 안에 들어오면서부터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걸요.”

그랬다.

이것이 남궁건이 느끼는 불길함의 이유였다.

대체 이 요사스러운 기운의 정체는 뭘까?

마치 습기 가득한 구름 속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찝찝해서 견딜 수가 없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온몸에서 원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다.

‘고뿔에 걸린 걸까?’

어제 비 맞고 밤을 새워서?

그런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살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표정으로 짐작건대, 다른 대원들도 비슷한 상태인 것 같고.

‘이 지역의 풍토병인가?’

남궁건이 궁리했지만, 그가 어찌 알겠는가.

이 동굴의 음기가 워낙 강해 체내 음양의 조화가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는 것을.

“전력을 나누면 동굴을 더욱 빨리 수색할 순 있겠지만 각개 격파의 위험이 생깁니다. 더구나 대원들의 몸 상태도 좋지 않아 보입니다.”

“강시 따위에게 각개 격파당할 거였으면 현무단은 진즉에 전멸했다. 그러니 당장 내 말을 따라. 더 토 달지 말고.”

젠장, 늘 그렇지만 이번에는 더욱 심하다.

남궁남호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가 단주라지만 어찌 저렇게 독단적이란 말인가.

성격이 너그러운 남궁건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천불이 솟아올랐다.

“…….”

그러고 보니 영환술사, 이놈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동굴에 들어온 이후, 하늘로 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그놈 뒤통수도 못 봤다.

그만 아니었어도 현무단이 이곳에 들어올 일 자체가 없었을 거 아냐.

*   *   *

에잉, 쯧쯧쯧.

야명주로 벽면을 훑어본 남궁정혁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지금 있는 곳은 동굴 내 마련된 비밀의 방이었다.

“좀 더 좋은 걸로 갖다 놓지.”

하식이의 관절을 어루만져 줄 때 그가 그러더라고.

혹시나 있을 비상사태에 대비해 동굴 입구 근처에 몸을 숨길 수 있는 비밀 장소를 마련했다고.

일주일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식량도 준비했고.

그래서 남궁정혁은 동굴 안에 들어오자마자 이곳으로 왔다.

“없이 자란 티가 여기서도 나는구먼.”

식량이 있으면 뭐 하나, 정작 먹을 게 없는데.

말린 고기며, 말린 과일 등, 척 봐도 값싼 싸구려다.

나름 미식가라 자부하는 남궁정혁은 입도 대기 싫은 하급품.

아니, 그동안 얘들은 복수하고 다니면서 뭐 했대?

깔끔하게 원수의 목만 땄나?

어차피 망한 집안인데 돈 되는 것도 좀 가져오지.

이래서 돈도 써 본 놈이 쓰는 거야.

“음식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거군.”

남궁정혁의 실망이 더해졌다.

벽면 바닥에 있는 항아리를 살펴본 후다.

“……마유주?”

마유주는 말의 젖을 발효해 만든 술이다.

일부는 그 특유의 시큼한 맛 때문에 마유주를 좋아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싫어했다.

찾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그만큼 값도 쌌고.

남궁정혁도 마유주를 좋아하지 않았다.

전생은 물론이거니와, 현생에서도 옥화루에만 가면 천하 명주를 맘껏 마실 수 있는데 굳이 마유주를 마실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다른 곳은 다 뒤져 봐도 마유주밖에 없네?

현무단과 혈강시들이 싸우는 동안 목이나 축이면서 기다리려고 했더니.

그러니 어쩌겠는가.

음식 투정을 한다고 새로운 음식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싸구려 마유주라도 마실 수밖에.

‘캬아, 좋구나.’

까지는 아닌데 생각보다는 먹을 만하네.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가끔 먹으면 먹을 만하잖냐.

이것도 하도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가 별미처럼 느껴졌다.

남궁정혁이 항아리를 통째로 들고 옥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래도 침대는 좋은 거로 갖다 놨네.”

아마 음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옥이 음의 기운을 차단하거든.

비밀의 방이며, 옥침대로 볼 때 하식이 형제가 의외로 일 처리는 꼼꼼한 것 같다.

다만 싸구려 감성은 좀 문제가 있지만.

남궁정혁이 자기가 가져온 육포를 안주로 씹으며 추측했다.

‘과연 누가 이길까?’

현무단과 혈강시.

수에서는 현무단이 앞서고, 질에서는 혈강시가 앞서는 상황.

그렇다고 질에서 현무단이 크게 밀리는 것도 아니다.

그중 상당수가 절정고수이니.

아무래도 현무단이 이기지 않겠어?

쓸데없는 짓만 안 한다면 말이다.

가령, 현무단원의 인원을 나누는 짓 같은 거.

‘설마 그럴 리가?’

단원들도 지친 데다 지형도 모르는 상황, 왜 스스로 전력을 분산시켜 위험을 자초한단 말인가.

이 세상에 그렇게 멍청한 지휘관은 없다.

“……까아아악.”

이제 시작됐나?

밀폐된 공간을 타고 저 멀리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마 현무단과 혈강시가 맞붙었나 보다.

꿀꺽꿀꺽.

남궁정혁이 마유주를 들이켰다.

나는 이거 다 마시고 나가야지.

그때쯤이면 노릴 수 있을 것 같거든.

어부지리.

열심히 싸운 현무단과 혈강시 사이에서 영환술사만 잡으면 상황 끝이다.

내가 남궁남호의 형이 되는 거지.

*   *   *

씨펄, 남수단 1조장, 강문환은 속에서 튀어나오는 욕을 겨우 참고 외쳤다.

“전 대원, 전형 유지, 침착하게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라!”

하지만 아무 소용 없다.

갖은 산전수전으로 단련된 부하들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그건, 강문환도 마찬가지고.

이런 돌발 사태는 그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저런 게 여기서 갑자기 왜 뛰어나오는 거야?’

남궁남호의 명에 따라 현무단원이 다섯 갈래로 흩어질 때만 해도 큰 걱정 하지 않았다.

그깟 강시들 아무리 많다고 해 봤자 결국 강시 아닌가.

여우의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 봤자, 그걸 두려워하는 늑대는 없다.

오히려 전력 분산을 반대하는 남궁건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심하기는, 저렇게 겁 많은 놈이 자신과 같은 현무단의 조장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그런데 웬걸.

동굴을 따라가다 맞은편 길에서 미지의 생명체와 마주쳤다.

“허어어억.”

처음엔 술 취한 사람인 줄 알았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걷기에.

그런데 이런 수상한 동굴에 취객이 있을 리 없지.

그것도 삼십 명이나 동시에.

팔을 앞으로 뻗지 않은 걸 보니 강시는 아닌 것 같은데…….

“……!”

가까이서 보니 소름 끼치는 건 저들의 눈이 빨갛다는 거다.

강문환과 현무단원들이 즉시 검을 꺼냈다.

“우린 현무단이다, 당신들도 정체를 밝히시오…….”

그때, 딸랑딸랑.

저들의 맨 뒤에서 불길한 방울 소리가 울렸다.

“까아아악.”

그것을 신호로 저들이 공격했다.

길게 기른 손톱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초식 따윈 없었다.

초점 없는 눈에 멍하니 벌린 입을 보니 의식도 없는 것 같고.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것 같다.

“단주님, 저것들도 강시입니까?”

“몰라, 나도 처음 봐.”

문제는 저것들이 엄청 강하다는 거다.

까강! 몸뚱이가 얼마나 단단한지 웬만한 검기에는 생채기조차 생기지 않는다.

반면에.

“으아아아악!”

현무단원은 저것들의 손톱을 막지 못해 검이 부서지고 살이 갈라졌다.

“잡것들아, 저리 꺼져라.”

보다 못한 강문환이 앞으로 나섰다.

그가 전신 내공을 끌어올린 검으로 눈앞의 적을 공격했다.

“……!”

근데 안 먹히네?

정확히 말하면 상대가 죽지 않았다.

강문환의 검이 상대의 심장에 박혔는데 적은 살아 움직였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빌어먹을 것들이 일종의 강시라는 걸.

“목을 쳐라! 강시는 목을 베야 죽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현무단 1조 단원들은 이미 절반 넘게 땅바닥에 쓰러졌다.

수에서도, 질에서도 부족하니 당연한 일이다.

“너희들 한 놈이라도 더 죽이겠다.”

그래도 조장이라고 강문환이 마지막 투지를 불태웠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어느새 다른 현무단원들을 모두 처리한 혈강시들이 그를 둘러쌌다.

전력을 분산한 것이 패착이었나.

그러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을.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끄아아아악.”

그의 비명이 동굴 곳곳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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