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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71화 (71/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71화

쨍그랑!

“어이쿠, 죄송합니다.”

남궁세가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하인이 벌벌 떨었다.

물이 가득 든 양동이를 실수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일하다 가끔 있는 실수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진짜 문제는 양동이 안에 든 물이 근처를 지나던 사람에게 튀었다는 것이다.

그가 대경실색한 이유이기도 하고.

‘이 일을 어찌할꼬.’

그 사람이 자신과 같은 하인이거나, 아니면 일반 무사만 되었어도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 볼 텐데.

“대장로님,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하필 그 사람이 대장로, 남궁수다.

남궁세가의 공식 서열 2위, 비공식적으로는 아마도 1위?

“오늘 할 일이 많아 서두르다 보니, 그만 실수했습니다…….”

하인이 연신 고개를 조아리는 이유는 단지 그가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성격 때문이다.

세가 내에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은가.

남궁수가 매우 깐깐하고 까칠한 사람이라는 걸.

그뿐인가?

행여, 그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사소한 실수라도 한다면?

곡소리 나는 거지.

자신의 화를 아랫사람에게 모조리 쏟아 내니.

그러니 하인의 허리가 저절로 숙여질 수밖에.

제발 자신의 실수가 무사히 무마되기를 바라며.

그런데…….

“허허, 이 사람 괜찮은가?”

엄청난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남궁수가 부드럽게 웃는다?

그 인자함에 하인은 자신도 모르게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예?”

“어디 다치지 않았느냐고?”

“……예, 저는 괜찮습니다.”

그저께 아버지 제사상에 잉어를 올린 보답을 이렇게 받나?

많이 비싸긴 했지.

“젖은 신발이야 갈아 신으면 그만이니, 신경 쓸 필요 없네.”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대장로의 기분이 아주 좋은가 보다.

그러니 저렇게 온화한 말투로 말하지.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법이니 너무 개의치 말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상이 도운 기회를 놓칠세라, 하인은 황급히 그 자릴 떴고.

“이 사람 천천히 가게, 그러다 넘어질라.”

남궁도의 그 하인의 등 뒤에 대고 덕담까지 해 주었다.

그만큼 요즘 남궁도의 기분은 좋았다.

그럼 그는 마치 인격이 바뀐 것처럼 기분이 왜 좋을까?

남궁정혁처럼 절벽에서 떨어져서?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서?

아니다.

곧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제 올 때가 됐는데.”

남궁수가 젖은 신발을 그대로 신고 남궁세가의 정문으로 나갔다.

최근 며칠간 그의 주요 일과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문으로 나가, 그곳을 지키는 수문위사에게 물었지.

이렇게.

“현무단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는가.”

오늘만 해도 똑같은 질문이 세 번째.

아직 안 왔다고, 매번 똑같은 대답을 하기도 민망한 수문위사가 에둘러 표현했다.

“현무단이 돌아오면 가장 먼저 대장로실로 사람을 보낼 테니 직접 나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 인제 그만 좀 나오라고.

근무 중에 당신 같은 고위직이 불쑥 나타나면 우리 같은 말단 무사는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아냐고.

하지만 그런 눈치가 남궁수에게 있겠는가.

설사 있다 한들 신경 쓸 위인도 아니고.

“허허허, 괜찮네. 산책 삼아 나오는 거니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하게.”

그러니까 더 신경 쓰입니다.

숨이 컥, 막힐 것 같은 수문위사를 두고, 남궁수가 세가 내로 다시 들어갔다.

흐흐흥,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남궁도, 고놈의 콧대를 이번에 콱, 밝을 수 있겠구나.’

남궁수가 현무단의 귀환을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현무단이, 자신의 아들이 당연히 내기에서 이길 테니까.

그는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아암, 내 아들이라면 남궁정혁 쯤이야.’

남궁수는 제 아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했다.

자신의 못다 이룬 꿈, 남궁세가 가주 자리를 되찾아 오기 위해.

몸에 좋은 영약부터 시작해서, 튼튼한 기초 수련까지 아들을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발 벗고 나섰다.

그 결실도 봤고.

‘내 자식이지만, 참 잘났단 말이야.’

그 젊은 나이에 이미 초절정에 근접했으니.

이 성장세를 쭉 이어 간다면 나이, 오십이 되기 전 화경의 경지를 뚫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사정을 모르는 몇몇 놈들은 자신이 권력의 힘으로 아들의 자릴 마련했다고 수군거렸지만…… 흥, 헛소리.

‘다 잘난 내 아들이 부러워서 그런 거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남궁수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남궁남호 말고 다른 아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바로 첫째 아들, 남궁경호.

‘……잘 지내고 있으려나.’

마음 한구석이 아린 것도 잠시, 곧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자신이 그를 어떻게 키웠는데, 어릴 적 성취도, 성장 속도도 모두 둘째, 남궁남호보다 더 뛰어나 큰 기대를 걸었건만.

뭐? 가문이 싫어? 아비가 싫어?

괘씸한 놈.

나도 너 같은 아들 둔 적 없다.

잠시 호흡을 고르며 혈압을 진정시킨, 남궁도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무튼, 우리 남호가 이길 거다.’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 누가 봐도 그렇게 여길 거고.

남궁정혁, 그놈이 죽다 살아나더니 요상한 귀기가 흐르긴 했지만, 내 아들에 비할쏘냐.

‘남궁도, 멍청한 놈. 네가 남궁정혁을 믿는 유일한 사람일 거다.’

인제 와서 남궁도에게 꼭 형 소리 듣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그를 이기고 싶었을 뿐.

그래서 남궁수에게, 남궁세가 사람들 모두에게 각인시켜 주고 싶었다.

누가 더 위인지.

누가 남궁세가의 진정한 주인인지에 대해서.

남궁도가 대장로실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였다.

“대장로님~”

뒤에서 누가 그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 아닌가.

정문을 지키던 수문위사.

저자가 왔다는 것은…….

“왔습니다. 저 멀리 현무단이 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이 왔구나!

*   *   *

‘왜 사람이 저렇게 많이 모였지?’

또 뭔 일이 있나?

남궁정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남궁세가 정문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기 때문이다.

‘우릴 기다리고 있는 건가?’

어찌 된 사연인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아마 누가 내기에서 이겼는지 궁금하리라.

그러니 다들 저렇게 목을 빼고 남궁세가로 서서히 다가가는 자신들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

‘…….’

그래도 사람이 너무 많은데.

할 일이 그렇게들 없나?

지금 정문에 있는 사람들을 얼핏 봐도 백 명은 훌쩍 넘을 것 같다.

대장로 남궁수부터 시작해서, 그의 측근들.

거기에 일반 무사들과 앞치마 두른 아낙네까지 있네?

밥하다 말고 나온 건가.

남궁세가 사람들이 저렇게 내기에 관심이 많았나?

저 정도면 자기들끼리도 뭐, 따로 건 거 아닐까?

돈 내기라도 한 거 아니냐고.

물론 아니었다.

정문에 나와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남궁수가 동원한 거였다.

지금 당장 하는 일 멈추고 정문으로 나오라고 시켰다.

그의 속셈이야 뻔하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동원하여 보여 주고 싶었다.

그와 그의 아들이 찬란히 승리한 모습을.

그러니 남궁정혁은 오해할 수밖에.

‘쯧쯧, 가문에 망조가 들었구먼.’

가문 전체가 내기에 미친 걸 보니.

곧 망할 집안이 보통 저렇다.

그래도 누가 이겼는지 저렇게들 궁금해하니 알려는 줘야지.

남궁정혁이 뒤로 고개를 돌리자, 남수단원들이 보였다.

처음부터 소속되어 있던 현역 4명에,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 20명.

그 뒤에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현무단원들이 패잔병처럼 수레에 타고 있었다.

남궁정혁의 시선은 그보다 더 뒤, 행렬의 최후미를 향했다.

“어이.”

그곳에 남궁남호가 있으니까.

두 손에 나무 상자를 든.

눈이 마주친 그에게 고개를 까닥이자, 남궁남호가 터덜터덜 앞으로 나섰다.

그가 남궁세가 정문 앞에 도착하자 남궁수가 두 팔을 벌려 맞이해 주었다.

“왔구나, 내 아들.”

“다녀왔습니다.”

“표정이 시무룩한 걸 보니 많이 피곤한 모양이구나.”

그가 제 아들의 등 뒤를 힐끔 보며 말했다.

“강시가 생각보다 더 강했던 모양이야. 현무단원들이 저렇게 많이 상한 걸 보니.”

“…….”

“그래도 강시는 모두 물리쳤겠지? 영환술사도 당연히 네가 잡았고?”

“여기 있습니다.”

딸각, 남궁남호가 나무상자의 뚜껑을 열자 남궁수가 맨 처음엔 인상을 찌푸리다, 다시 들여다봤다.

“이것은……?”

“영환술사의 목입니다.”

굳이 살려 둘 필요가 없는 인간들인지라, 상자 속에 하돈, 하식 형제의 목만 담아 왔다.

상하지 말라고 소금까지 팍팍, 뿌려서.

그것을 본 남궁수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해낼 줄 알았다.”

뭘 해내?

당신 아들이 들고 왔지, 잡았다고는 안 했잖아.

하지만 오해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궁수의 측근들도 난리가 났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역시 대장로님!”

대장로님, 자식 잘 키웠다고.

더불어 터지는 박수와 갈채.

아주 대단한 개선장군 납셨다.

남궁수의 측근들이 분위기를 그렇게 유도하니 아랫사람들이 별수 있나.

다 같이 쳐야지.

“우와아아아아.”

“현무단은 남궁세가의 자랑입니다!”

남궁세가 정문에서 시작돤 함성 소리가 남궁세가 안까지 울려 퍼졌다.

그 모습에 정학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러고 싶을까요? 현무단이 많이 다쳤는데.”

“게다가 눈치도 없고.”

아니, 사람들이 칭송하면 칭송할수록 남궁수 당신 아들의 얼굴이 굳어지잖아.

거기서 뭐 좀 느끼는 게…… 있나?

그제야 제 아들의 표정이 이상한 걸 본 남궁수가 물었다.

“혼자 왜 그리 침울한 것이냐?”

“아버지,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다는 것이냐…….”

남궁남호의 뜬금없는 사과에 어리둥절하던 남궁수가 다 이해한다는 듯 아들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현무단이 많이 다쳐 속상한 모양이구나, 괜찮다. 네 잘못이 아니니.”

당신 아들 잘못 맞거든요.

남궁남호의 잘못된 명령만 아니었어도 현무단, 저렇게 많이 안 다쳤거든요.

하지만 시약산에서 있었던 일을 남궁수가 알 리가 있나.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말했다.

“제 아들 마음이 이리 여립니다. 부하들이 다친 것을 자기가 다친 것처럼 아파하니 말입니다.”

저 말을 들은 전 현무단원, 현 남수단원들은 기가 찼고.

몇몇 단원은 욕까지 했다.

아주 지랄을 하세요.

내가 무공만 강했어도 저 인간 다리몽둥이를 팍 부러뜨렸다. 라는 식으로.

우리 신입 단원들 입이 거칠구나.

그래도 탓할 생각은 없다.

예전 마교 부하들은 더 거칠었으니까.

‘……응?’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세가 안에서 나왔다.

“아이고, 가주. 이제야 나오셨는가.”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남궁수가 남궁도를 보고 저렇게 환대한 것은.

“가주, 어떻게 하시겠소?”

“뭘 말입니까?”

“내기 말입니다. 설마 인제 와서 말을 바꾸지는 않을 테고, 결과에는 당연히 승복할 테지요.”

정작 남궁도는 무덤덤한데, 그의 뒤에 서 있는 모단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그러게 가주님, 제가…….”

슥, 한 걸음 앞으로 나선 것으로 그의 말을 끓은 남궁수가 남궁정혁과 남궁남호를 번갈아 보았다.

“결과가 나온 것입니까? 내기는 누가 이겼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제 아들이 이겼지요.”

“누가 그러던가요? 현무단주가 직접 말했습니까?”

“말하지 않아도 다 압니다. 이것 보십시오, 제 아들이 뭘 들고 있는지. 영환술사의 목이 든 상자입니다.”

“그래서 이상합니다.”

“뭐가요?”

“…….”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뜸을 들이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될 때 남궁도가 말했다.

“현무단주가 저런 물건을 직접 들고 다니는 사람이던가요? 보통 저런 흉한 물건은 아랫사람이 들게 하지 않나요?”

아, 그제야 뭔가 이상하단 걸 느낀 남궁수가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남궁남호를 보았다.

“설마…… 아니지? 아닐 거야?”

아비가 그리 물었지만, 할 말이 없는 남궁남호는 그저 고개만 숙일 뿐이었고.

“네가 말해 보아라. 누가 이겼는지.”

남궁도의 말에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이 상황에서 꼭 제 입으로 말해야 할까요?”

남궁정혁이 씨익 웃었다.

내가 이야기보따리 좀 풀어 드릴까?

강시를 어떻게 잡았는지에 대해서.

게다가 남궁남호가 부하도 버리고 도망가려고 했던 것까지.

내가 말 많은 사람은 아닌데 듣는 사람이 많으니 입이 막 근질근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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