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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73화 (73/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73화

시약산에 강시를 잡으러 다녀온 지도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이 말은 남궁수가 고혈압으로 쓰러진 지도 한 달이 지났다는 말이고.

고놈의 후안무치한 인간.

쓰러진 김에 영영 못 일어났으면 했는데 엊그제 보니까 잘 돌아다니더라.

팔다리 멀쩡한 걸 보니 후유증도 없는 것 같고.

하여튼 그런 놈들이 또 명줄은 길어요.

더 살아 있어 봤자, 이 무림에 딱히 도움도 안 되는 인간인데 말이야.

‘시간 참 빠르구나.’

딱히 다른 일이 없던 나는 그동안 무공을 수련했다.

그것도 내공 위주로.

‘이제 슬슬 작업 효율이 떨어지나?’

가부좌를 튼 남궁정혁이 자신의 하복부를 매만졌다.

그곳에는 두 개의 덩어리가 있었다.

하나는 그의 본래 단전, 나머지는 흡정마공으로 흡수한 정기 덩어리.

원래 둘의 크기를 비교하면 정기 덩어리가 훨씬 더 컸었다.

아마도 그 차이가 두 배쯤 되지 않았을까?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단전이 더 커졌지만.

이게 다 내가 지난 육 개월간 틈틈이 노력하여 정기를 단전으로 동화시킨 결과지, 후후.

어느새 칠 할쯤 흡수했으니.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이게 당연한 속도 같지만, 절대 아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기운을 하나로 합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말이다.

오히려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지.

내공과 운기에는 도가 튼 나 정도 되니깐 이만큼 했지, 다른 사람이 했어 봐?

아마 오 년도 넘게 걸렸을 것이다.

게다가 행여, 그 지루한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무리라도 했다가 잘못되면?

쾅, 형체도 알 수 없는 살점 조각 모아다 장례 치러야지.

사실 자랑하듯 말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흡수한 건 아니었다.

‘남은 삼 할이 문젠데…….’

일정 궤도에 오르니 정기가 흡수되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그렇다고 오해하면 안 되는 게 내 수완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다.

당연한 현상이다.

무공을 처음 배울 때도 그렇다.

처음엔 실력이 쑥쑥 늘지.

삼류에서 시작해 이류를 거쳐, 일류에 도달하기는 금방이다.

어느 정도 이상의 재능은 필요하지만.

문제는 절정부터다.

여기서부터는 아무리 노력해도 실력이 향상되는 속도가 느리다.

재능이 부족하면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평생 제자리걸음 할 수도 있고.

초절정 고수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것도 그런 거라고 보면 된다.

칠 할을 흡수하는 데 육 개월 걸렸으니, 남은 삼 할을 흡수하는 데는 더 오래 걸리지 않을까?

아마도 십 개월?

전직 천마의 경험으로 볼 때 그 정도쯤 걸릴 것 같다.

그래도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해야지.

내가 막 무병장수해서 오래 살고 싶은 거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남궁도 이길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하지 않겠냐.

그렇다고 남은 정기 다 흡수한다고 내 인생의 최종목표, 남궁도를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게 가능하면 벌써 인생을 건 도박 한 번 했지.

운기를 끝낸 남궁정혁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도련님.”

남수단 건물 오 층에 있는 단주실로 정학우가 찾아왔다.

그가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늘도 또 왔습니다.”

“이번이 몇 번째지?”

“아마 스무 명은 훌쩍 넘은 것 같은데요.”

“잘 돌려보냈지?”

“이번엔 애원까지 하던데요, 제발 좀 남수단에 받아달라고요.”

“그래서 뭐랬는데?”

“인원이 다 차서 더는 받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잘했어.”

지금 남수단의 인원은 총 33명이다.

단주인 남궁정혁와 부단주 정학우.

일반단원 30명에 특별단원 왕소단까지 해서 총 33명.

여기서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일반단원이 왜 30명이냐고.

서문호, 양일남에 전 현무단 5조원 20명까지 해서 22명 아니냐고.

8명은 왜 더 생긴 걸까?

‘왜긴 왜야, 추가로 받았으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따로 추가 모집을 한 건 아니다.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오더라고.

자기 좀 남수단에 받아 달라고.

주로 현무단원이었다.

남궁남호의 이기적인 인격과 행동에 실망한 그들이 남수단으로 부대를 옮기길 원했다.

알아서 찾아오면 나야 고맙지.

애초에 남수단이 목표로 한 인원이 30명이었으니.

그래서 무공 실력과는 상관없이 딱 8명만 더 선착순으로 받았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몇몇 현무단원들은 후회로 땅을 쳤지만 어쩌겠나.

이미 인원이 꽉 찬 걸.

그렇다고 남수단 정원을 더 늘릴 생각은 없다.

소수정예.

그것이 남수단이라는 조직을 운영하는 나의 기본 원칙이걸랑.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작은 고추가 맵다고.

괜히 인원을 늘려서 단합도 안 돼 골치 썩느니, 작더라도 내실을 다지는 게 낫다.

관리하기도 쉽고.

훈련하기는 더더욱 쉽고.

‘잘하고 있나?’

남궁정혁이 창밖을 내려다보자, 직사각형의 푸른 잔디밭이 보였다.

남수단 전용 연무장이다.

서른 명이 쓰기에는 과하다 싶은 정도로 넓은.

아마 백 명도 거뜬히 수용 가능할 거다.

게다가 깔린 잔디는 얼마나 푹신한지, 아무리 뛰어다녀도 몸에 부담이 없다.

최고급 잔디거든.

부상 방지를 위해 돈 좀 썼지.

내 돈은 아니지만.

‘잘하고 있군.’

지금 남수단원들은 연무장을 빙빙 돌고 있었다.

기초체력 향상 차원에서 내가 시킨 훈련이다.

전에는 앉았다일어서기, 그 전전에는 팔굽혀펴기를 했고.

물론 내공을 쓰지 않고 순수 근력만으로.

‘그래도 시킨 대로 잘하네.’

하기 싫다고 토 달지도 않고.

사실 내심 기대했었다.

우리가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애들도 아니고 이걸 왜 해요, 라고 반항하는 놈 있으면 본보기로 조져 버리려고 했더니.

안타깝게도 다들 고분고분 따랐다.

서문호, 양일남이야 원래 하던 거니 그냥 했고, 전 현무단 5조도 남궁건이 하니 그냥 따라 했다.

나머지 8명도 이걸 왜 해야 하지, 라는 의문을 가진 것 같았지만 그냥 했다.

아무래도 맨 마지막에 들어오다 보니 아직은 개길 짬밥이 아니지.

그래도 용길 냈으면,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 줬을 텐데 말이야.

‘아직은 서로 어색하나?’

연무장은 도는 남수단원들은 크게 세 무리로 나뉘었다.

맨 앞의 서문호, 양일남.

그다음의 현무단 5조.

맨 마지막이 현무단 8인회.

그렇다고 현무단 8인회가 남수단에 들어오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다.

저들은 1조부터 4조까지 적절히 섞여 있었다.

다만, 동질감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뭉친 것 같다.

전 소속이 현무단이라는 데서.

“도련님, 지휘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조장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요?”

“뽑아야지.”

“언제요?”

“글쎄.”

우선 단원들의 성향부터 파악해야지.

각자의 인성은 어떤지,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는 원만한지, 조원들을 통솔할 지도력은 있는지 등등.

물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력이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다른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하면 괜히 하기 싫고.

근데 무공과 자존심 빼면 시체인 무림인이 자기보다 약한 사람 말을 듣는다?

웬만큼 특별한 인간적 매력을 지니지 않는 한 어렵지.

과연, 조장에 적합한 사람은 누구일까?

한 조에 10명씩, 총 3명을 뽑을 것이다.

남궁정혁이 연무장을 달리고 있는 남수단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

그러다 문득 이 생각이 들었다.

많이 덥나?

웃통까지 벗은 그들의 상체가 땀을 번들거렸다.

피부도 많이 탔고.

난 실내에서 운기조식만 하느라 몰랐네.

햇볕이 저렇게 강렬한지.

남궁정혁이 정학우에게 물었다.

“기초 체력 훈련 한 지가 얼마나 됐지?”

“오늘로 십 일째입니다. 그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죠.”

그래?

남궁정혁의 시선이 다시 창밖으로 향했다.

‘이쯤에서 한 번 쉬어 가?’

말도 훈련할 때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는데, 그보다 고등 생명체인 사람을 굴리기만 하는 건 일종의 학대 아닐까?

가끔은 쉬어 줘야지.

땡볕 아래에서 묵묵히 달리고 있는 저들의 모습을 보니 가상하기도 하고.

그래서 남궁정혁은 말했다.

“오늘 저녁은 회식이다.”

그동안 노고를 위로할 겸, 아직은 어색한 동료애도 다질 겸해서.

“애들한테 전해, 오늘 저녁은 돈 걱정하지 말고 먹고 마시라고.”

“알겠습니다, 근데 회식은 어디서 하는데요?”

*   *   *

사실 그동안 남궁건은 고민했다.

이번에도 소속을 잘못 선택한 건 아닌가 하고.

“오늘부터 기초체력 훈련을 실시한다.”

일류고수가 되고서부터는 따로 체력 훈련을 한 적이 없다.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내공을 활용하면 근력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굳이 왜 한단 말인가.

하지만 새로 모시게 된 남수단주, 남궁정혁의 명을 묵묵히 따랐다.

뭔가 계획이 있으니 시키는 거겠지 하고.

근데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줄 알았던 훈련을 십 일째 하고 있네?

더 기가 막힌 건, 정작 시킨 당사자인 남궁정혁은 건물 안에서 뭐 하는지 코빼기도 안 보인다는 거다.

아니, 코빼기를 보이긴 했지.

간간이 창문을 통해 자신들이 훈련 잘 하나 내려다보더라고.

그러니 남궁건의 고민은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이번에도 이상한 놈을 상관으로 모신 건 아니고 하고.

‘자기는 뒤에서 빠져 부하들만 부려 먹는 단주는 절대 사양이다.’

여차하면 남궁세가를 떠나리.

그런 결심까지 하는데 방금 부단주가 내려와 말했다.

“오늘 저녁엔 옥화루에사 회식한다.”

순간 남수단원들이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자신도 순간 기쁨의 함성을 지를 뻔했는데 주변 시선을 의식해 참았다.

다만 흥겨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회식을 옥화루에서 해?’

그곳이 어떤 곳이던가?

합비, 최고의 기루 아니던가.

그만큼 가격도 비쌌고.

남궁세가에서 적지 않은 급여를 받지만, 그곳에 가 본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비싼 값은 하는 곳이었지.’

옥화루는 합비 최고의 맛집이었다.

이제껏 거기만큼 맛있게 요리하는 곳은 본 적이 없다.

그뿐인가?

맛있는 음식과 술이 혀를 즐겁게 하고, 풍류를 아는 여인들의 춤과 음악이 귀를 즐겁게 했다.

돈만 많다면 매일 가고 싶을 정도로.

그런데 그런 곳에서 회식을 한다고?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가면 예약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현무단에 있을 때는 객잔에서 당초육이나 시켜 놓고 고량주 마시는 게 다였다.

옥화루에는 남궁남호, 그 혼자 갔었지.

그 인간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현무단 공금으로 결제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정학우가 말을 덧붙였다.

“단주님께서 오늘은 돈 걱정하지 말고 먹고 마시란다.”

오오, 남궁정혁 단주님.

그동안 제가 당신을 오해했습니다.

진정으로 부하들을 생각하시는군요.

‘…….’

더불어 문득 드는 의문.

단주님이 그렇게 돈이 많나?

한두 푼 나오는 게 아니라 정말 많이 나올 텐데.

가주님의 아들이래서 돈이 많다고 하기엔 세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돈줄은 남궁수 대장로가 꽉 쥐고 있는걸.

“먼저들 가 있어, 난 가 볼 데가 있으니 나중에 따로 갈게.”

세가 밖으로 나가려는 정학우에게 누군가 물었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천금전장, 도련님이 그러셨거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왕소단은 회식에 꼭 참여해야 한다고.”

아, 남궁건의 의문은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맘 놓고 마셔도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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