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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74화 (74/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74화

좋단다, 아주 신났다.

회식이 저리 좋을까?

옥화루로 가는 길.

다들 남수단 첫 번째 회식에 기대가 큰지 헤벌쭉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점심을 먹지 말 걸 그랬어.”

“난 음식보단 술이야, 그래서 지금껏 물도 안 마시게 있네. 훈련 때 땀을 많이 흘려서 목이 엄청 마른데도 말이야.”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즉에 할걸.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산책 삼아 느긋하게 걷는 남궁정혁에게 부하들이 물었다.

“단주님, 근데 이렇게 많이 사람이 한꺼번에 가도 자리가 있을까요?”

“거기 가려면 최소 일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고 하던데요.”

고놈의 자식들. 걱정도 팔자네.

내가 누구냐?

나 남궁정혁이야.

옥화루 최우수 고객.

옥화루주, 묘화와 호형호제…… 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만큼 친하다고.

내가 가면 자리 마련쯤이야 어련히 알아서 해 주려고.

사실 술값을 안 받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러긴 미안하잖아.

나 혼자면 모르겠는데 이 많은 인원을 데리고 가서 공짜로 먹긴.

그래서 왕소단을 불렀다.

술값 좀 대신 계산하라고.

“도련님~”

옥화루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정학우를 만났다.

“……?”

근데 왜 혼자야?

소단이 데려오라고 했잖아.

고갤 갸우뚱하는 남궁정혁을 보고 정학우가 말했다.

“왕소단은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못 온답니다.”

“……뭐?”

그렇다고 혼자 왔어?

안 온다고 하면 멱살을 잡고서라도 끌고 와야지.

남궁정혁은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

이 일을 어쩐다?

옥화루에서 회식한다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 물릴 수도 없고.

인제 와서 다른 데 가자고 하면 나에 대한 신뢰도가 급하락하지 않을까?

‘……내가 쪽팔려서라도 그런 말은 할 수가 없지.’

이런 남궁정혁의 마음을 정학우가 어찌 모를까?

그가 품속에서 전낭을 꺼내 흔들었다.

“대신 돈을 주던데요. 재밌게 놀라고.”

허허허, 그럼 그렇지.

우리 학우가 일을 허투루 처리할 리가 있나.

다행히 새로 생긴 부하들 앞에서 체면 구길 일은 없겠다.

“도련님, 옥화루에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저기 보이는 다리만 지나면 옥화루다.

울창한 숲 한복판에 자리 잡은 그곳은 퍽 운치가 있지.

술맛 제대로 나게 말이야.

곧 고객 접대를 담당하는 총지배인이 달려 나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옥화루를 방문해 주셔서…….

“죽고 싶냐? 당장 꺼지라는 내 말이 안 들려?”

죽고 싶냐고. 당장 꺼지라고.

“……?”

아, 오해는 하지 마라.

방금 욕한 게 총지배인은 아니니.

그렇다면 누가 욕을 했냐?

“도련님,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웬 진상이 또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가 했더니 그건 또 아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흉흉한 기색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옥화루 내에 있었다.

근데 가슴팍 한쪽에 뭐라고 적혀 있네?

남궁정혁이 그 글자를 유심히 보니…….

‘당(唐)?’

당씨는 무림에게 한 곳밖에 없다.

글씨를 확인한 정학우가 물었다.

“단주님, 여기 사천당가가 왜 있을까요?”

그러게.

간만에 혓바닥 좀 촉촉이 적실까 했더니 웬 사천당가?

사천당가는 정파의 기둥, 오대세가 중 하나이다.

주로 쓰는 무공은 독과 암기술.

공명정대한 척하는 정파치고는 치사한 방법이긴 하지.

덕분에 상대하기도 까다롭고.

그래서 정마대전 때, 저들을 상대하느라 당시 마교 부하들이 고생 좀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른 정파 무인들은 정면에서 ‘우리 싸우자’ 하고 덤비는데 사천당가 무인들은 달랐다.

아무도 모르게 옆으로 쓱, 다가와서 독을 뿌리거나 암기를 던졌다.

‘하는 짓만 보면 사파하고 크게 다르진 않지.’

그런 놈들이 여긴 왜 왔대?

사천당가는 가문 명칭 앞에 붙은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사천에 있다.

예전 유비가 촉나라를 세운 그 사천.

그 지방 매운 음식이 참 맛있긴 한데.

아무튼 중원 남서쪽에 있는 그곳에서 여기, 합비까지 오려면 말을 타고 꼬박 이십여 일을 와야 한다.

그것도 밤낮으로 쉬지 않고.

“술 대신 독을 마시고 싶지 않으면 여기서 나가라.”

“당장 꺼지지 않으면 큰 경을 치를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옥화루의 입장에서 저들은 진상이라는 거다.

손님들을 강제로 내쫓고 있으니.

활짝 열린 옥화루의 대문 밖으로 손님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천당가 무인들이 서슬 퍼런 기색으로 저리 협박하니 안 나올 수가 있나.

술맛도 뚝 떨어졌을 텐데.

옥화루라고 순순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만하시오.”

“더 이상을 난동을 피우면 참지 않겠소.”

옥화루 소속 무인들이 검과 도를 차고 뛰쳐나왔다.

아쉽게도 상대는 되지 않았지만.

사천당가 무인들이 그들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우리가 언제 참으라고 했냐? 참지 마라.”

“너희가 먼저 공격해, 그래야 우리에게 정당히 반격할 명분이 생기지.”

옥화루 소속 무인들이 손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쉽사리 공격하지 못했다.

술 취한 고객들을 주로 처리하는 그들도 아는 것이다.

진상은 진상이되, 저들은 차원이 다른 진상임을.

자신들이 모두 덤벼도 이기지 못한다는 걸.

파바박!

사천당가의 무인이 뿌린 암기가 땅바닥에 깊숙이 꽂혔다.

마치 줄을 그은 것처럼.

“그곳 밖으로 나오면 죽는다.”

이쯤 되니 더 궁금해진다.

대체 저들은 무슨 일로 여길 왔을까?

옥화루가 하오문과 관련이 있는 건 알고 왔나?

궁금한 건 못 참는 남궁정혁이 밖으로 나오는 손님들 사이를 헤치고 옥화루 실내로 들어갔다.

마치 거친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너희들 여기서 이러는 이유가 뭐냐?”

남궁정혁이 막 암기를 던진 사천당가 무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가 정문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의 영업장 와서 영업 방해하는 이유가 뭐냐고?”

“넌 뭐야?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이 새끼 좀 보소.

대답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협박을 하네.

게다가.

“안 꺼져? 네놈이 정말 죽고 싶나 보구나.”

얼굴에 단검까지 들이밀어?

난 단지 당신들이 여길 방문한 이유를 물었을 뿐인데.

내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건가?

나 여기 단골인데.

“셋 세는 사이에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면 정말 죽여 주마…….”

슥, 손을 뻗은 남궁정혁이 상대의 검을 순식간에 뺐었다.

그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에 사천당가의 무인이 깜짝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남궁정혁의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본 거다.

“넌 누구냐?”

“내가 꼭 대답해야 해?”

“……뭐?”

“내가 물었을 때 너도 대답 안 했잖아, 근데 난 왜 대답해 줘야 해?”

“이러면 대답할 이유가 될까?”

사천당가 무인이 품속에 손을 넣었다 꺼내자, 손가락 사이로 긴 장침들이 꽂혀 있었다.

“그거로 나 막 찌르려고? 무지 아플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네가 누군지 대답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아니, 저 인간은 뭔 말만 하면 죽인대?

할 줄 아는 말이 그거밖에 없나?

그래도 저리 궁금해하니 대답해 줬다.

“회식하러 온 사람이다, 새꺄.”

동시에 오른손 주먹을 앞으로 뻗어 그의 가슴 한복판을 가격했다.

내가 마음이 여려서 너의 폭언에 상처받았거든.

“크아아악.”

그가 드넓은 옥화루 실내를 가로질러 맞은편 벽에 부딪혔다.

그러니 어찌 됐겠는가.

“……넌 누구냐?”

이곳에 있는 모든 사천당가 무인들의 시선이 남궁정혁에게로 집중되었다.

괜히 사람 부담스럽게.

“왜 우릴 공격한 것이냐?”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죽이겠다.”

아무래도 사천당가에서 소속 무인들 인성 교육을 잘못한 것 같다.

뭔 말만 하면 죽인다는 걸 보니.

아니면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생겼나?

죽인다고 협박하면 모든 걸 술술 다 불게 생겼냐고.

남궁정혁은 자신의 정체를 순순히 밝힐 생각이 전혀 없는데 다른 사람이 밝혀 줬다.

“남궁정혁 도련님~”

점소이들과 함께 실내 한구석에 있던 총관이었다.

“도련님, 언제 오셨습니까? 오시면 온다고 미리 연락 주시지 않구요.”

스님이 부처를 실제로 만나면 저런 표정을 지을까?

그가 인생의 구세주라도 만난 양, 남궁정혁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남궁도 가주님의 막내아들인 남궁정혁 도련님이 이곳에 와 주셨네요.”

그가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자, 사천당가 무인들 사이로 한 중년 남자가 걸어 나왔다.

“남궁세가에서 나오신 분입니까?”

“…….”

남궁정혁이 대답하지 않자, 그가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

“사천당가의 당호입니다. 본가의 소가주님을 모시고 있죠.”

그가 뒷말을 강조해서 말했다.

저러는 걸 보니 당가의 소가주까지 여기 왔냐?

휙휙, 남궁정혁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 귀해 보이는 얼굴은 안 보이는데.

“그래서?”

“……네?”

“그 소가주는 어디 있냐고?”

남궁정혁이 물었지만 당호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딴소리를 했다.

제 부하처럼

“예로부터 남궁세가와 사천당가의 사이는 섭섭지 않았습니다.”

“…….”

“남궁세가 창궁검제 어르신과 본가의 가주님도 정기적으로 서신을 주고받고요.”

그가 저런 말을 하는 의도는 뻔하다.

“그래서 그냥 가라?”

“오늘 일은 못 본 척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도 남의 일에 구태여 간섭하고 싶지 않아.”

“감사합니다…….”

“근데.”

당호의 말을 끓은 남궁정혁이 말했다.

“여기 주인이 남이 아니라서 말이야.”

나도 양심이 있지.

그동안 묘화에게 공짜로 받아먹은 술이 얼만데 옥화루를 남이라 하겠는가.

무엇보다 그냥 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단주님, 오늘 여기서 회식 못 하는 겁니까?”

“당초육에 고량주는 이제 지겹습니다.”

자, 봐라.

맛있는 음식과 술을 갈구하는 남수단원들의 모습을.

지금까지 회식 못 한 걸 어찌 참았을까 싶을 정도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내가 어찌 저들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하라.

“나도 그냥 갈 수 없는 사정이 있어.”

“남궁가의 도련님에게 실례를 저지르고 싶지 않습니다.”

정중한 말과 달리 목소리가 변했다.

낮고 묵직한 목소리 한가운데 살기가 끼어 있다.

지금 나 위협하는 거야?

순순히 가지 않으면 다칠 거라고?

“됐고, 니네들 소가주가 어디 있는지나 말해.”

아랫것들이랑 얘기해 봤자 뭐 하겠나?

다 위에서 시킨 일일 텐데.

“루주실에서 루주님과 함께 있습니다.”

당호가 한 말이 아니다.

이번에도 총관이 말했다.

“그래?”

루주실이 아마 가장 꼭대기, 칠 층에 있었지?

남궁정혁이 계단을 올라가려는데 당호가 그 앞으로 막았다.

“가실 수 없습니다.”

점점 더 어이가 없어지네.

내 발로 힘겹게 칠 층까지 올라가겠다는 네놈이 그걸 막아?

남궁정혁의 미간이 꿈틀거리는 걸 본 당호가 계속 말했다.

“제가 예의를 지킬 수 있게 도와주십쇼.”

차라리 욕을 해, 짜샤.

그게 더 기분 나쁘니까.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남궁정혁은 인내심이 그리 깊지 않았다.

“예의 안 지켜도 돼.”

어차피 내가 예의가 없으니까.

남궁정혁이 당호의 멱살을 잡고 창밖으로 던졌다.

그가 옥화루 옆에 있는 연못에 풍덩, 빠지자 사천당가의 무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거지.

“당신이 먼저 우릴 공격한 것이요.”

“남궁세가의 핏줄이라 하나,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마시오.”

저들의 도발에 남수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각자의 검을 꺼내 들었다.

“단주님, 다녀오십쇼.”

“여긴 저희가 막고 있겠습니다.”

대견한 것들.

나를 생각하는 너희들의 마음이 기특하구나.

벌써 단주를 그리 챙기다니.

“이것들 싹 다 정리하고 회식하시죠.”

아닌가, 그냥 회식이 하고 싶었던 건가?

예전에 어느 사람이 그랬다.

아랫사람을 잘 부리려면 뭘 많이 먹이라고.

앞으로 식비는 많이 들겠네.

‘소단아, 너 큰일 났다.’

챙챙챙챙, 사천당가의 무인과 남수단원들이 격돌했다.

그들이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남궁정혁은 루주실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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