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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81화 (81/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81화

“……도련님.”

정학우는 마차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남궁정혁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았다.

하문탁과의 대결이 벌써 삼 일 전.

그때부터 도련님은 저랬다.

하루 종일 잠만 자다가 가끔 중간에 깨어나면 운기조식을 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걸 보니 내상이 심한 듯하다.

“빨리 쾌차하셔야 할 텐데.”

그러니 남궁정혁을 제 몸처럼 아끼는 정학우는 속이 탈 수밖에.

여기서 더욱 안타까운 건 자신이 도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다.

그저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기만 할 뿐.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련님이 일어나길 기원하며.

‘단전이 깨지기 일보 직전이다.’

남궁정혁은 희미한 의식을 겨우 부여잡고 운기에 집중했다.

맘 같아서 푹신한 마차 의자에 드러누워 편하게 잠이나 자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그렇게 농땡이 부리다가 저승사자가 찾아올걸.

나태함의 대가는 죽음이라고.

‘내가 이래서 무리 안 하려고 했건만.’

내공과 정기가 하나로 합쳐지기는 했다.

그러니 하문탁을 이기고, 아직도 살아 있지.

다만 문제는…….

‘단전이 불어난 내공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

축국할 때 쓰는 공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는가?

보통 돼지 오줌보에 바람을 넣어 공을 만드는데 그때는 바람을 살살 불어야 한다.

아니면 순식간에 늘어난 돼지 오줌보가 찢어질 수도 있다.

단전도 마찬가지.

원래는 시간을 들여 서서히 늘려야 한다.

그것이 깨어지지 않도록.

여태껏 남궁정혁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삼 일 전에는 어쩔 수 없었다.

자신과 일행 모두의 목숨이 위험했으니.

그 탓에 단전이 확 부풀어 오르긴 했지만.

지금 남궁정혁이 땀 뻘뻘 흘리면서 운기조식에만 열중하는 이유였다.

‘정기의 크기가 조금만 더 컸어도 진짜 단전이 깨어졌을 수도.’

지금 그의 단전 상태를 비유하자면 깨어진 도자기를 아교로 겨우 붙여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옆에서 톡 건들기만 해도 와장창 부서질 수 있다는 거지.

그래서 정학우가 옆에서 남궁정혁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신신당부했거든.

이 마차 안에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

아무래도 안정되려면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

단전이란 놈이 워낙 예민하다 보니 심술이 단단히 난 것 같거든.

자기한테 왜 이리 많은 내공을 강제로 밀어 넣었냐고.

최소 십 일?

그 정도의 시간은 투자해야 금 간 단전이 다시 붙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적들의 추가 공격은 없다는 거다.

아마도 하문탁이 쓰러져 그런 것 같다.

습격하라고 명령 내릴 사람이 없는 거지.

애초에 그 인간의 집착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돌아 올 일도 없었을 것을.

합비에서 출발한 지 보름.

남궁정혁 일행을 태운 마차는 복주로 천천히 나아갔다.

행여나 국주님 몸에 무리 갈까 봐.

*   *   *

“이제 하루만 더 가면 복주입니다.”

석두의 말에 남궁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가 남수단의 임시 단주을 맡았기 때문이다.

맡고 싶어서 맡은 건 아니다.

단주인 남궁정혁은 내상을 입었고, 부단주인 정학우는 옆에서 수발하느라 바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누구라도 그들의 빈자리를 대신해야지.

남궁건이 자연스럽게 임시 단주를 맡게 된 이유였다.

현무단 5조 조장으로서 한 무리를 이끈 경험이 가장 많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수긍했고.

‘휴, 이제야 거의 다 도착했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아니다, 정신 차리자.’

그가 눈에 힘을 딱 주었다.

수많은 임무를 치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 뜨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이때가 가장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치 못한 위험은 항상 마음 놓고 있을 때 찾아오니까.

“모두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남궁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슉슉슉슉!

사방에서 암기가 날라 왔다.

긴 바늘이 남수단을 덮쳤다.

“적의 공격이다. 막아라!”

“마차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라!”

뜻밖의 공격이었지만, 남수단은 차분히 대응했다.

그들이 암기를 모두 쳐 내자, 한 인물이 등장했다.

“늦었구나.”

기습의 주인공, 당원우였다.

사천당가 둘째 아들.

남수단 정면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그가 말했다.

“하도 안 오기에 벌써 죽은 줄 알았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진심이다.

그도 당하연에 대한 하문택의 집착을 잘 알고 있었다.

사천당가로 수시로 사람을 보내 그녀를 찾았냐고 닦달할 정도였으니.

이번 여정에서 습격할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고.

“한데 이곳까지 용케도 살아왔구나.”

하문택의 추적에서 어떻게 벗어났는지는 궁금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저들이 이곳까지 온 걸 보니 그는 실패했나 보다.

‘아둔한 놈, 사냥감의 뒤를 쫓을 게 아니라 앞에서 기다려야지.

현명한 자신처럼.

그럼 힘을 안 들이고 사냥감을 쉽게 잡을 수 있거든.

슥, 당원우가 손을 들자 길 양쪽에 숨어 있던 당천우의 부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헉.”

“……젠장.”

그들을 본 남수단원들이 각자 다양한 반응을 드러냈다.

누군 놀라기도 하고, 누군 욕하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들의 숫자가 남수단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 백 명도 넘을 것 같다.

더구나 지금은 단주인 남궁정혁까지 다치지 않았는가.

그만 있었어도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 줄 텐데.

‘길보단 흉이 많겠구나.’

남궁건이 주먹을 꽉 쥐었다.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이런 위기에 빠지다니.

“너희들이 남궁세가의 무사인 건 알고 있다.”

장원의 주인에게 모든 걸 들은 당원우가 계속 외쳤다.

“당하연과 백진현. 그 자식들만 내놓으면 너희들은 살려 보내 주마.”

마치 큰 인심 쓴다는 말투.

은혜를 베푼다는 태도다.

그것이 오히려 몇몇 남수단원들을 자극했지만.

“흥, 헛소리. 남수단에 그런 불의한 자는 없다.”

늘 그렇듯, 서문호는 정의를 외쳤고.

“지랄하네, 그 헛소리를 하고 싶어서 여기 나타난 거냐?”

입이 험한 양일남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 상관도 없는 그들과 함께 여기서 죽겠다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도 아깝지 않다.”

“죽을 땐 죽더라도 네 귀 한쪽은 꼭 물어뜯어 주마.”

남궁세가의 관계를 생각해서 정말 죽이지 않을 거라 여기는 건가.

저런 헛소리를 늘어놓는 걸 보니.

“네놈들이 그리 원하니 전부 죽여 주마.”

명분은 이쪽에 있다.

사천당가의 행사를 먼저 방해한 것은 저쪽이니.

자비를 베풀 생각이 전혀 없는 당원우가 손을 들자, 그의 부하들이 재빨리 움직여 남수단을 둥글게 포위했다.

손에는 아까보다 더욱 날카로운 암기를 들고서.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당원우가 명령을 내리려고 할 때였다.

달칵, 가운데 마차 문이 열리면서 한 여인이 내렸다.

이번 사건의 시초, 당하연이었다.

그의 뒤에는 백진현이 따랐다.

“오라버니, 오랜만입니다.”

“닥쳐라, 너처럼 천한 것을 내 동생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

그렇지,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었지.

비록 반쪽뿐이긴 하나, 같은 피를 이은 자신을 벌레보다 못하게 여겼다.

당하연이 가문을 떠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자신들을 포위한 사천당가 무인들을 보았다.

“……저 하나면 될까요?”

“……?”

“저 한 명만 잡아가면 나머지 사람들을 그냥 보내 주실 건가요?”

그녀라고 현재 상황을 어찌 모를까.

마차 안에서 당원우가 하는 말도 들었고.

더구나 지금 이곳엔 온 사천당가의 무인들은 가문의 정예 무사들이다.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너 하나 잡자고 여기까지 온 줄 알았더냐?”

“다른 가족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요?”

“네 가족인 죄.”

입술을 꽉 깨문 그녀를 두고 당원우가 계속 말했다.

“걱정 마라, 죽이진 않을 테니.”

차라리 죽여 달라고 울부짖도록 만들어 주겠지만.

명문 정파의 자손답지 않게 사악한 미소를 흘리는 그를 본 당하연은 정신이 아찔했다.

그녀 또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사천당가의 형벌이 얼마나 가혹한지.

자신과 남편은 그렇다 치고 어린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다고.

“형님, 저년은 제가 직접 잡겠습니다.”

익숙한 목소리.

고개 숙였던 당하연의 목이 다시 올라왔다.

“……천우야.”

“제가 직접 잡아 사천까지 끌고 가겠습니다.”

“……!”

이것 또한 당하연에게는 충격이다.

자신과 온전히 같은 피를 나눈 혈육의 눈이 왜 저리 차갑단 말인가.

“어떤 이유에서든 가문을 버린 죄는 용서 받을 수 없다.”

그새 너 또한 진정한 사천당가의 일원이 된 것이냐?

혈육보단 가문이 먼저인.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부터 부러뜨려 주마.”

타앗, 바닥을 박차고 허공을 가른 당천우의 손이 당하연의 멱살을 잡으려고 할 때였다.

덜커덩.

세 번째 마차의 문이 열리고,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

검이다.

검이 검집이 뽑히지 않은 채로 당천우에게 쇄도했다.

빛처럼 빠른 속도로.

크윽, 그가 겨우 손을 들어 막았지만, 그 충격까지 모두 해소할 순 없었다.

당천우가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누구냐?”

그 모습에 놀란 당원우가 검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소리치자 들려온 뜻밖의 대답.

“네 버르장머리를 고쳐 줄 사람.”

“……뭐?”

“널 때려 줄 사람이라고.”

검을 던진 사람을 남궁정혁이었다.

그가 마차에서 내리자 정학우도 황급히 뒤를 따랐다.

“도련님, 아직 몸 상태가 나쁜데 어쩌시려고요.”

“저놈 팰 기운은 있다.”

당원우가 뜬금없이 나타난 남궁정혁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저놈인가? 남궁세가 막내아들이란 놈이.’

당천우에게 들었다.

옥화루에서 그에게 큰 곤욕을 치렀다고.

흥미가 생겨 그를 조금 조사해 보았더니, 더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남궁세가의 칠푼이가 근래 개과천선했다고.

최근에는 남궁남호와의 내기에서도 이겼다고 했던가.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 머저리를 이기는 건.

현무단주인 그와는 정천맹에서 우연히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허세에 찌든 멍청이었지.

“……?”

당원우가 고갤 갸웃했다.

처음의 기세 좋은 모습과는 달리 남궁정혁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얼굴은 왜 저리 창백해? 걸음은 왜 저리 비틀거리고.’

이렇게만 보면 시체에다 겨우 숨만 붙여 놓은 것 같다.

그 시체가 용케 자신 앞까지 왔다.

“내가 웬만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너는 참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이라도 부하를 데리고 꺼지면…….”

남궁정혁의 손이 당원우의 얼굴을 노렸다.

헉, 놀란 그가 손을 들어 황급히 막기는 했다.

“……!”

아무 소용 없었지만.

남궁정혁이 힘으로 당원우의 손을 밀어붙였다.

짝!

당원우의 뺨에서 큰 소리가 났다.

제 손으로 제 뺨을 때린 것이다.

그 충격에 오른쪽 뺨에 손자국이 남긴 당원우가 뒤로 넘어졌다.

“감히…….”

이렇게 수치스러운 일이.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벌떡 일어난 당원우가 반격하려 하는데…….

“도련님!”

남궁정혁이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네?

게다가 몸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자신은 공격 한 번 못 해 봤는데 왜 벌써 저러지?

“제가 그래서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이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지.”

아이고, 죽겠다.

순간적으로 힘을 너무 세게 줘서, 겨우 붙여 놓은 단전에 또다시 금이 갔다.

남궁정혁이 눈 흰자위를 보이며 뒤로 넘어갔다.

기절한 것이다.

“…….”

“…….”

어이없는 상황에 모두가 황당한 기분.

홀로 분노한 사람이 있었다.

“기절했다고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더냐?”

품속에서 단검을 꺼낸 당원우가 남궁정혁을 공격하려는 찰나.

“검은색 옷은 입은 사람이 사천당가 무인이다.”

“그들만 공격하라.”

갑자기 등장한 황색 무복의 사내들이 남수단을 포위한 사천당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기습에 당황했는지 사천당가의 포위망이 풀렸다.

“이틈에 빨리 도망가시오.”

저들은 누굴까?

왜 자신들을 돕는 것일까?

어리둥절한 남궁건의 귓가로 저들의 전음이 전해졌다.

- 우린 하오문의 무사, 이런 상황을 예측한 묘화님이 보냈소.

남궁건은 갑자기 나타난 하오문 무사들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복주에는 언제, 어떻게 왔는지.

이곳에 자신들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하지만 그런 이야길 나누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 뭐 하시오, 빨리 가라니까.

뜻밖의 원군이 만들어 준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순 없다.

남수단 단원들은 급히 마차를 출발시켰다.

꼬르르륵, 게거품 물고 기절한 남궁정혁을 그 안에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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