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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85화 (85/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85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천을 흐린다는 말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제 혼자 몸통을 막 흔들어서 물을 뿌옇게 만든단 말이다.

딱 지금 상황처럼.

“뒈지고 싶냐? 뒈지고 싶은 사람은 내 앞에서 선착순으로 줄 서라.”

복주 수군 기지가 들썩였다.

난데없이 출몰한 무인 한 명 때문에 전군 비상이 걸렸다.

꼭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저놈을 반드시 잡아라.”

“천지 분간도 못 하는 저놈에게 조정의 무서움이 뭔지 알려 줘라!”

맨 처음 창고로 온 병사들을 때려눕히자 다른 병사들이 속속 이곳으로 몰려왔다.

자신들만으로 힘에 부치자 동료들을 부른 것이다.

창고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병사들을 보고 남궁정혁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오늘 옥황상제께서 많이 바쁘시겠다.”

그의 주먹에는 자비가 없었다.

처음엔 한 명엔 한 방씩 보냈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병사들이 밀물 때 치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오니, 남궁정혁의 주먹에는 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그가 붕붕 휘두르는 주먹에 병사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고작 이것밖에 안 되냐? 이래서 외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겠냐고.”

“네놈은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없다.”

지금 상황이 이러니 중간에 선 남궁강혁과 남수단은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

그들이 볼 때 남궁정혁이 지금까지 벌인 일은 이미 수습 가능한 선을 진즉에 넘었다.

“정혁아, 제발 좀 그만해라. 가문의 연줄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군부에 대항하는 무림인이라니.

그 기막힌 광경에 남궁강혁은 눈을 딱 눈을 딱 감았고.

“도련님, 이제 그만하세요, 몸도 안 좋으시잖아요.”

정학우는 남궁정혁 지금의 몸 상태가 걱정이다.

저러다 또 쓰러지면 어떡하려고

괜히 일이 커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또 있었다.

“……빨리 저놈을 잡아야 할 텐데.”

조만식이었다.

그가 아무리 자신의 돈과 인맥으로 이곳, 수군 기지의 수뇌부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고는 해도, 이렇게 큰 소란이 벌어지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가 당원우를 부추겼다.

“이보시오, 병사들이 저자를 감당하기 힘들어하니 당신들이 나서는 게 어떻겠소?”

“…….”

당원우도 그러고 싶었다.

자신이 나서 저렇게 날뛰는 남궁정혁을 제 손으로 직접 잡고 싶었다.

하지만.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당원우가 조금만 움직여도 맞은편에서 무시무시한 시선이 날아왔다.

그가 뭔 개수작을 부리지는 않을까, 감시하는 남궁강혁이었다.

그 눈빛에 담긴 기세가 얼마나 매서운지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은 것인가.’

직접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무림의 젊은 고수 중 가장 강하다는 평가가 괜히 나온 건 아닌 것 같다.

‘……꿀꺽.’

남궁강혁의 기운에 압도당한 그는 어떠한 움직임을 취할 수 없었다.

그것이 남궁정혁이 더욱 날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줬지만.

“아랫것들 말고 윗대가리 나오라 해. 내가 너희 같은 잡것들하고 드잡이나 벌일 그런 사람이 아냐.”

암행무사로서 그가 사실을 말했지만, 어쩌겠는가.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 주지 않으니.

“내 발로 가서 우두머리를 직접 만나야겠다.”

속이 답답한 남궁정혁이 그렇게 외칠 때였다.

슉슉슉슉, 열 명의 사람들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올라 남궁정혁 앞에 섰다.

“오호, 그래도 제법 쓸 만한 놈들이 있었구나.”

병사는 병사이되, 일반 병사와는 달랐다.

입고 있는 옷도 달랐지만, 무엇보다 풍기는 기세가 남달랐다.

저들은 무공을 익힌 병사들이었다.

이제야 좀 싸워 볼 맛 나겠구나.

‘…….’

남궁정혁이 자신의 하복부를 매만졌다.

근데 단전 상태가 간당간당하긴 하단 말이야.

여기서 더 무리하면 또 단전이 찢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전직 천마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이제껏 친 큰소리가 있는데 물러설 수 있겠는가.

궁지에 몰릴수록 더욱 당당한 남궁정혁이 외쳤다.

“한꺼번에 모두 덤벼라, 나한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말이야.”

남궁정혁이 여유 있는 척, 그렇게 외칠 때였다.

“길을 터라, 어느 천둥벌거숭이가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지 얼굴이나 보자.”

이 소리가 들리는 순간, 창고 안에 있는 수많은 병사가 동시에 차렷, 정자세를 취했다.

동시에 절도 있는 발걸음으로 옆으로 물러나 가운데 길을 만들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복주 수군 기지 총사령관, 양보석이기 때문이다.

분노가 그가 병사들이 만들어 준 길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죽고 싶으면 어느 절벽에서 혼자 뛰어내릴 것이지, 왜 하필 오늘 이곳에서 난리를 치는 것이냐?”

얼굴까지 달아오른 그를 남궁정혁이 환영했다.

병사들의 행동에서 그가 누군지 짐작했기 때문이다.

“잘 오셨소,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었는데. 내가 당신 정도는 직접 나와서 접대해야 하는 사람이거든.”

“미친놈, 미쳐도 제대로 미쳤구나.”

“그런 말 하면 나중에 후회할 텐데. 당신은 나한테 잘 보여야 해. 안 그럼…… 응?”

남궁정혁이 고갤 갸웃했다.

양보석 뒤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히 반가운 사람은 아니고.

‘저 양반은 왜 여기 있대?’

유학성이었다.

그가 양보석 뒤를 느긋한 걸음으로 따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난동을 피우는 간 큰 자가 누군가 했더니 자네였군.”

양보석은 되도록 숨기고 싶었지만, 이 소란이 났으니 유학성이 모를 리 없다.

동시에 궁금했지.

어떤 연유가 있길래 무림인이 수군 기지까지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걸까 하고.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곳에 직접 와 봤더니 반가운 얼굴을 만날 줄이야.

“자넨 여전히 활기차군.”

그것이 양보석에게는 의외였지만.

“대감께서 아시는 자입니까?”

“나랑 깊은 인연이 있지.”

유학성의 말을 남궁정혁이 반박했다.

“깊은 건 아니고, 살짝 스친 정도 아닐까요?”

“어쨌든 자네는 이곳에 왜 왔나? 이런 짓을 벌인 이유는 뭐고?”

“제가 간만에 큰맘 먹고 착하게 살아보려고 했더니 세상이 안 도와주네요. 그래서 이렇게 됐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세히 해 보게.”

“그러니까 말이죠…….”

유학성이 솔깃해하자, 남궁정혁이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오호, 그것참 흥미로운 얘기로군.”

얼마나 흥미로운지 유학성의 입술 끝이 실룩일 정도였다.

뭐? 이곳에서 뭐가 출발한다고?

“밀항선이 이곳에서 출발한다고?”

“예. 그러니 제가 저 먼 합비에서 이곳까지 왔…… 어디 안 좋으십니까? 왜 그리 몸을 떠십니까?”

평소 지병 같은 거 있나?

간질 같은 거 말이다.

물론 유학성은 건강했다.

간질 같은 더더욱 없고.

분노한 그가 임보석을 노려보았다.

“왜 여기서 밀항선이 출발할까? 이곳이 해적 기지도 아니고 말이야.”

“그, 그것이 저도 잘…….”

양보석도 당황했다.

날벼락이 이런 날벼락이 없다.

기지 내에서 설치는 무인을 잡으러 왔다가 이런 엄청난 소리를 듣다니.

그가 두 손을 내저었다.

“저는 몰랐습니다, 아래 부하들이 저 몰래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변명이 될 수 없는 건 자네가 더 잘 알겠지?”

“제가 이곳에 부임한 지 석 달 밖에 안 돼서 아직 조직 파악이 다 끝나지 않았…….”

변명으로 일관하는 양보석의 말을 유학성이 싹둑 잘랐다.

“자네가 그렇게 무능력한 사람인 줄은 몰랐군. 석 달이나 지났는데도 업무 파악이 다 되지 않다는 걸 제 입으로 당당히 얘기하는 걸 보니 말이야.”

“그, 그것이…….”

변명하는 걸 포기한 임보석이 고개를 숙였다.

그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말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유학성의 화만 돋운다는 걸.

“그래서 누구인가? 어느 놈이 감히 이곳에서 밀항선을 운항한단 말인가?”

유학성의 말에 남궁정혁이 손가락으로 한 사람을 가리켰다.

바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조만식을.

“저 사람이요. 근데 이상한 점이 더 있습니다.”

“뭐가 말인가?”

“일반 백성인 저 사람의 명령을 따르는 병사들도 있더군요. 아마 돈으로 매수한 것 같습니다.”

“뭣이라.”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제는 화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상황을 통탄할 뿐.

대체 이 나라에서 부패하지 않은 곳은 어디인가?

유학성의 고개가 양보석에게로 향했다.

“아는 자인가?”

“……전 사령관의 부관입니다.”

석 달 전, 그가 이곳에 처음 부임했을 때, 조만식이 인사 왔었다.

복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근데 그 사업이 설마 밀항선이었을 줄이야.

“자네도 저자에게 돈을 받았고?”

“아닙니다. 돈은 안 받았습니다.”

“돈은이라고?”

“……사실 오십 년 묵은 인삼주를 받았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조만식이 돈을 건네긴 했다.

양보석은 거절했지만.

그가 특별히 청렴한 것은 아니다.

단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조만식의 인상이 마음에 안 들었을 뿐.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돈을 계속 거절하자, 제가 술을 좋아하는 걸 어찌 알고, 인삼주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받긴 받았네?”

“아직 삼분지 일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당장 돌려주겠습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그게 아닐 텐데.”

“……네?”

“자네가 이곳의 총사령관으로서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는지 내가 일일이 알려 줘야 하나?”

“아, 아닙니다.”

유학성이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걸 알았음일까?

양보석이 황급히 대답했다.

“조만식을 잡아 옥에 가두는 건 물론이거니와 그 일에 관련된 모든 병사를 색출하여 책임을 묻겠습니다.”

몸을 돌린 그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조만식과 이곳에 쓰러진 병사들은 모두 체포하라. 내가 직접 심문할 것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은 무공을 익힌 병사들이었다.

오랫동안 양보석을 모셔 온.

그들이 조만식을 잡아 바닥에 눕힌 것으로 시작으로 다른 병사들이 땅바닥에 누워 기절한 동료들의 팔다리를 묶기 시작했다.

행여나 감찰의 불꽃이 자신한테도 튈까 싶어서.

“데리고 나가게, 꼴도 보기 싫으니.”

유학성의 말에 모든 병사가 서둘러 창고 밖으로 나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싸우느라 사람들의 체온으로 후끈하던 창고 안이 썰렁해졌다.

“네놈들은 뭐냐? 너희들도 밀항선 타러 왔냐?”

상황이 이렇게 정리되자 뻘쭘한 것은 사천당가의 무인들이다.

원래라면 남수단을 싹 쓸어버리고 진백현 부부를 잡아가야 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저 높아 보이는 사람과 남궁정혁이 잘 아는 것 같다.

누가 봐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당원우는 직감했다.

여기서 물러나야 한다고.

지금 당하연이 문제가 아니다.

더 꾸물거리다간 조만식과 엮어 자신들도 감옥도 갈 수도 있다.

“하하하, 아무래도 이곳은 저희가 있을 곳은 아닌가 봅니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당원우가 뒷걸음칠 때였다.

“저놈들도 조만식과 한패입니다.”

남궁정혁이 고자질했다.

그의 말에 유학성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병사들을 다시 불러야겠구먼. 아직 잡아가야 할 자들이 남았다고.”

“저한테 맡기시죠.”

“직접 나서려고?”

“저들은 무림인입니다. 무림인에게는 무림인만의 법칙이 있고요.”

씨익 웃은 남궁정혁이 당원우에게 손을 까닥였다.

“접땐 초면에 실례가 많았어. 오늘은 제대로 대접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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