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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86화 (86/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86화

좋은 기회인 줄 알았다.

유학성의 지시로 감옥으로 끌려갈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당원우는 무림인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남궁정혁의 제안이 반가웠다.

다른 한편으론 그의 오만방자함이 고맙기까지 했고.

감히 주제도 모르고 자신에게 도전을 해?

더구나 그에게는 갚아야 할 빛까지 있지 않은가.

처음 만났을 때 받은 모욕을 되돌려줘야지.

당원우가 남궁정혁과의 대결을 기꺼이 수락한 이유였다.

자신이 승리할 것을 믿어 의심치도 않았고.

다만 실제 대결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전력을 다하지 못하겠느냐?”

당원우가 이를 꽉 깨물었다.

“싸움에 집중하란 말이다!”

분노한 당원우가 성난 목소리로 외치자, 상대가 한없이 느긋한 목소리로 답했다.

“난 지금 집중하고 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남궁정혁의 건들건들한 태도에 당원우의 분노가 더욱 치솟았다.

“이런 식으로 날 농락하려고 싸우자고 한 것이냐?”

남궁정혁과 당원우, 둘의 싸움은 당원우가 주도하는 형식으로 전개되었다.

단검을 양손에 쥔 그가 남궁정혁을 열심히 공격했다.

하고자 하는 의지에 비해 성과는 없었지만.

가볍게 발을 놀린 남궁정혁이 당원우의 모든 공격을 여유 있게 피했다.

“겨우 이것밖에 안 되냐? 그래선 파리도 못 잡겠다.”

당원우의 신경을 건드릴 비아냥도 빼먹지 않았고.

그러니 당원우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속에서 천불이 솟아오를 수밖에,

하지만 그를 가장 분노케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슉, 당원우가 단검을 정면으로 찌르자 남궁정혁이 오히려 앞으로 다가왔다.

살짝 허리를 비틀어 공격을 피한 그가 나무를 타고 오르는 능구렁이처럼 당원우의 팔을 타고 거슬러 올라갔다.

앞으로 쭉 뻗은 팔 때문에 당원우의 가슴이 훤히 노출된 상황.

이곳을 공격당한다면 당원우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순간.

탕!

남궁정혁이 손바닥으로 당원우의 가슴을 강타했다.

크윽, 당원우는 몸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

하지만 그뿐이다.

꽤 강한 충격이긴 하지만 절정을 훌쩍 넘긴 그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몸에 별 무리도 없고.

그것이 당원우를 분노케 했다.

왜냐고?

“지금도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냐?”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남궁정혁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일부러 살살 때렸다는 것을.

그건 저 재수 없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까지는 괜찮군. 조금 더 세게 때려 볼까?”

마치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모습.

남궁정혁은 자신은 쳐다보지 않고, 본인의 하복부만 쓰다듬을 뿐이다.

그것이 당원우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지금 나를 일부러 봐주는 것이냐? 최선을 다해라, 전력을 다해서 나를 상대하란 말이다.”

나도 그러고 싶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하지만 어쩌겠나.

지금 내가 최선을 다하면 안 되는 몸 상태인걸.

그래서 남궁정혁은 당원우를 공격할 때 일부러 살살 때렸다.

자신의 단전이 어디까지 버티나 시험할 겸.

“난 네놈이 여유 부려 가며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당원우가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그가 양팔을 휘둘러 남궁정혁의 발목을 노렸다.

공중으로 도약한 그가 당원우의 머리 위를 넘어, 뒤쪽에 섰다.

이어진 공격.

남궁정혁이 당원우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아까보다 조금 더 세게.

퍽, 그 충격으로 당원우가 앞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곧 다시 일어서기는 했지만.

본인 손으로 뒤통수를 쓰다듬는 걸 보니, 커다란 혹이 난 것 같다.

“지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에 넌 고마워해야 해.”

“……뭐?”

“안 그럼 넌 방금 뒤통수가 터져서 죽었을 테니까.”

네가 그렇게 화낼 이유가 없다는 거지.

하지만 꼴에 자존심은 있는지, 당원우가 노발대발했다.

“호랑이가 토끼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대결할 때는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다.”

“그럼 넌 최선을 다했냐?”

“당연히 난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있다.”

“아~ 그래서 내 털끝 하나 못 건드렸구나.”

“그, 그것은…….”

“지금 네가 신경 써야 할 건 내 태도가 아닐 텐데.”

당원우의 얼굴이 굳었다.

이제야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깨달은 것이다.

“단검까지 들고 최선을 다한 너와 검을 꺼내지도 않고 대충 싸우는 나. 근데도 내가 우세하네?”

“흠, 흠. 사실은 나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그럼 최선을 다해 봐. 내가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네놈이 언제까지 건방을 떨 수 있는지 보자.”

이마에 핏대가 솟은 당원우가 공격을 시작했다.

그가 양손으로 든 단검으로 최선을 다해 남궁정혁을 압박했다.

어찌나 단검을 열심히 휘둘렀는지, 양 날개뼈가 뻐근할 정도였다.

“……헉헉헉.”

아무 소용 없었지만.

남궁정혁은 얄밉도록 여유 있게 그 모든 공격을 피했다.

“벌써 지친 거냐? 체력이 약하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말과 달리 당원우는 많이 지친 게 확실했다.

아까보다는 단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벌써 내공이 다 떨어진 건가?

지구력이 약하군.

퍼억, 남궁정혁이 주먹으로 그의 복부를 가격했다.

이제껏 남궁정혁의 공격 중 가장 강한 힘이 실린 공격이기도 했다.

커억, 앞으로 쓰러진 당원우가 배를 움켜쥐고 바닥을 굴렀다.

“좀 아프냐?”

딱 내가 원한 적정선을 이제야 찾았다.

단전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당원우에게 고통을 가할 수 있는 정도의 힘.

이제부터 내가 본격적으로 힘을 써도 된다는 말이지.

“네가 원하는 데로 최선을 다해 주마.”

남궁정혁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가 주살검을 검집 채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게 사천에서 매운 음식이나 먹을 것이지, 왜 여기까지 와서 쫓아와서 사람을 귀찮게 하냐.”

당원우에게 짜증이 난 남궁정혁이 마구잡이로 검집을 휘둘렀다.

퍽퍽퍽, 마치 방망이로 북어 패는 듯한 소리가 창고 안에 울려 퍼졌다.

이미 체력이 바닥난 당원우는 남궁정혁의 공격을 피할 힘도, 방어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론 상대의 능력을 보고 덤벼라.”

아니면 이렇게 뒤지게 맞는 거거든.

남궁정혁의 매질은 당원우가 기절한 후에야 끝났다.

“얘 데리고 꺼져.”

남궁정혁의 말에 사천당가의 무인들이 당원우를 둘러업고 황급히 기지 밖으로 나갔다.

*   *   *

내가 기절한 사이 많은 일이 있어나 보다.

남수단이 내게로 몰려와 그동안 자신들이 겪었던 일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근데 그중에 황당한 건.

“말씀드리기 부끄럽습니다만, 퇴로가 막힌 저희는 당하연을 포기하려고 했습죠. 그때 서문호 조장이 나서더군요…….”

뭐?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단전이 문제지, 고막은 멀쩡한데.

귓구멍을 후빈 남궁정혁이 물었다.

“방금 뭐랬냐? 누가 조장이라고?”

“서문호 조장이요, 1조의 조장은 서문호입니다.”

얘기를 더 들어 보니 저 오지랖 넓은 놈의 정의 타령에 다른 단원들이 감복한 모양이다.

그러니 서문호를 저렇게 추앙하지.

여기까지만 해도 어이가 없는데.

“2조 조장은 양일남입니다.”

저놈은 또 왜?

일남이가 무슨 사고를, 아니 무슨 짓을 했길래 2조원들이 질 수 없다는 듯이 말하는 걸까?

“……그렇게 사천당가의 추격에 쫓기는데 말에서 뛰어내린 양 조장이 그러더군요. 가라, 이곳은 내가 막을 테니 너희들은 가라.”

이건 나도 의외긴 하다.

양일남에게 저런 의협심이 있었나.

그냥 뻔뻔하고 싸가지 없는 놈인 줄로만 알았더니.

“무공도 무공이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높은 자리에 설 자격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난 너희들을 위해 희생할 생각이 없는데.

너희가 나를 위해 희생해야지.

남궁정혁이 그렇게 생각할 때 옆에서 같이 듣던 정학우가 건의했다.

“이렇게 된 거 서문호와 양일남을 남수단의 정식 조장으로 임명하시죠.”

글쎄, 내가 없는 사이 얼렁뚱땅 벌어진 일이라.

“어차피 조장을 뽑는다고 하셨잖아요. 위에서 정한 것보다 아래에서 인정한 조장이 좋은 조장 아닐까요? 단원들이 스스로 인정했으니 잘 따르기도 할 거고요.”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냥 두 사람을 정식 조장으로 임명해?

남궁정혁이 서문호 양일남, 두 사람을 자신의 앞으로 불러 모았다.

“지금부터 너희가 남수단 1조, 2조 조장이다. 열심히 활동해라.”

남궁정혁이 그렇게 둘을 정식 조장으로 임명하자, 둘의 반응이 사뭇 달랐다.

“정의를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수락하겠습니다.”

서문호는 감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그렇게 귀찮은 일을요? 그래도 단주님이 시켰으니 할 수 없죠.”

양일남은 마지못해 수락한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근데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네?

좋으면서 아닌 척하기는.

귀여운 자식.

“도련님, 아직 3조가 남았습니다. 조장으로 누굴 임명하실 겁니까?”

“누군지 내가 굳이 말해야 하냐?”

“알겠습니다. 남궁건에게는 제가 대신 전달하겠습니다.”

자, 남수단 내부인사는 이렇게 마무리되었고…… 하지만 저들이 문제다.

남궁정혁이 진백현 부부를 보았다.

‘결국, 밀항선을 타지 못했군.’

밀항선을 운항하는 조만식이 잡혀갔으니 새외로 몰래 떠날 방법이 사라졌다.

중원에 남아 있으면 사천당가의 추격이 계속될 터인데.

“내가 누나 가족을 반드시 지켜 줄 테니 걱정할 필요 없소.”

근데 저놈은 왜 여기 혼자 남은 거야?

저 소리는 또 뭐고?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남궁정혁이 단천우에게 다가갔다.

“넌 동료들과 함께 가지 않고 여기 왜 있는 거냐?”

“사천당가는 더는 내 가문이 아니오. 나는 이제부터 누나를 지킬 것이오.”

갑자기 웬 태세전환?

독기에 가득 찬 눈으로 당하연을 잡아간다고 길길이 날뛸 때는 언제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남의 집안사에 내가 관여할 필요 있나?

자기들끼리 알아서 해결할 일이지.

그때, 저쪽에서 남궁강혁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유학성이 남궁정혁에게 다가왔다.

“하하하, 내 진즉에 알아챘지.”

“뭘 말입니까?”

“남궁강혁 대주와 자네가 형제라는 걸 말이야. 내 눈치가 좀 빠른가.”

그걸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요?

같은 이름에 외모까지 엄청 비슷한데.

뭐 엄청 대단한 걸 알아챘다는 듯 말하는 유학성을 보면서 남궁정혁은 생각했다.

대체 이 눈치 없는 사람은 어떻게 병조판서가 된 걸까?

이 나라에 인재가 그리 없나 하고.

“둘이 원래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 얘기 나누는 걸 보니 친분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건 아니고 이번에 일을 같이했네.”

“……?”

“내가 여기 복주에 왜 왔냐면…….”

남궁강혁과 유학성, 이 두 사람이 복주에 왜 있나 했더니 이 근처에서 군과 무림이 힘을 합친 군무 합동 작전이 있었단다.

군부에서 상관을 죽인 병사를 한 무림 문파에서 숨겨 주고 있었다나.

그래서 정천맹에 협조를 요청해 그 문파를 깡그리 부숴 버렸다고.

“일을 마치고 예전 부하 얼굴도 볼 겸해서 이곳에 왔더니 자네까지 만날 줄은 몰랐네.”

유학성이 반갑다는 듯 말했지만, 남궁정혁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진백현 부부의 향후 행방에 관해서.

어디로 피신시켜야 그들이 안전할 수 있을까?

“저들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은 들었네. 그래서 말인데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군.”

“……?”

“이 주 후, 새외무림으로 가는 사절단이 있네. 그때 저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조처해 두지.”

“……!”

남궁정혁이 고개를 들어 유학성을 보았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하하하, 우리 사이에 이 정도로 뭘.”

백진현 부부는 유학성을 따라 수도, 남경으로 갔다.

당천우도 함께.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 보니 그도 백진현 부부와 함께 떠나기로 했단다.

그들은 이곳을 떠나기 전, 남궁정혁과 남수단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사히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휴, 다행히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

묘화에게 부끄럽지 않게끔.

남궁정혁이 남수단에게 외쳤다.

“우리도 남궁세가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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