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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91화 (91/108)

남궁세가 막내아들은 천마지존 91화

세상이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무덤에 들어와 본 적 있는 사람 말이다.

그것도 이렇게 크고 쾌적한.

무덤 속으로 들어오자마자 옆에 있던 서문호가 감탄하듯 말했다.

“여기 동굴이 무척 넓군요.”

그동안 동굴을 여러 번 들어가 봤었다.

비양도에서 주살검을 찾을 때도 들어가 봤고, 얼마 전 시약산에서 강시를 때려잡을 때도 들어가 봤다.

그땐 동굴이 매우 좁았다.

앞을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로 어둡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 있는 동굴은 다르다.

폭이 성인 남자 대여섯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널찍했다.

게다가…….

“빛이 들어오네.”

천장에 나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서 태양 빛이 들어왔다.

그래서 야외만큼 밝은 것은 아니지만, 눈앞의 사물을 분간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서문호가 가져온 야명주를 행낭 속에 다시 집어넣을 정도였다.

“자연 동굴은 아니군.”

이렇게 쾌적한 공간이 자연적으로 생성되었을 리 없다.

남궁정혁이 벽면을 문질러 보았다.

매끈한 것이 분명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

이 정도의 대규모 공사를 하려면 많은 인원과 자금이 필요했을 터…… 정말로 마교에서 이곳을 만든 것일까?

안으로 더 들어가 보면 알게 되겠지.

남궁정혁이 맨 앞에 서서 걸음을 재촉하자, 오룡회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응?”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을 가로막은 큰 문이 보였다.

남궁정혁이 그 앞으로 다가가 보니 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 공포를 아는 자,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간단명료하면서도 무시무시한 글귀였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기도 했고.

옆으로 다가온 서문호도 그 글을 읽고 고갤 갸우뚱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난들 알겠냐? 나도 여기 처음 와 봤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근데 이 문 어떻게 여는 거야?

이걸 누르면 되나?

글귀 바로 아래에 동그랗게 튀어나온 돌이 있었다.

남궁정혁이 손바닥으로 그걸 힘차게 밀자, 문이 양옆으로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별건 없는데요?”

서문호의 말대로다.

하도 무시무시한 글귀가 쓰여 있길래 이 앞에 뭐가 있는지 궁금했는데 별다른 게 없었다.

그저 정사각형의 아주 큰 방이 있을 뿐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방 벽면에 동그란 구멍들이 뚫려 있다는 것 정도?

오룡회원들이 모두 들어서자, 그들이 들어왔던 방문이 다시 닫혔다.

“정혁, 아니 오룡회주님. 이곳은 뭘 하는 곳일까요?”

팽세호가 남궁정혁에게로 다가갈 때였다.

“쉿! 조용히 해 봐.”

남궁정혁이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끼리리링~

어디선가 구슬픈 음악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고막을 바늘로 후벼 파는 듯한 불쾌한 음악 소리였다.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 거지?”

“살면서 이렇게 소름 돋는 음악은 처음 들어 보는 보는군.”

“소리는 저 구멍에서 나는 것 같네.”

사람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음악 소리에 오룡회원들이 당황했다.

그건 남궁정혁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그가 당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탈망공환서곡?’

지금 들리는 음악 소리의 정체를 알기 때문이다.

‘이게 왜 여기서 울리지?’

다들 알다시피 마교는 강해지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단이다.

그러한 열망 덕분인지 마교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무공을 연구했다.

그중 하나가 악공.

소리로 적을 물리치는 무공이다.

하지만 투입한 노력에 비해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소리로 상대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신체를 활용한 무공에 비해서는 효율이 떨어졌다.

악공이 외면받은 이유였다.

그렇다고 결과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중 하나가 지금 흘러나오는 탈망공환서곡.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는 음계로만 이루어진 곡이지.’

이 곡은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을 자극한다.

왜 다들 그런 것쯤은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나.

너무나 무섭고 고통스러워서 마음 제일 구석진 곳에 꼭꼭 숨겨 둔 기억 말이다.

탈망공환서곡을 계속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심하면 자신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환영까지 보고.

‘입구에 써진 글귀가 무슨 말인지 알겠군.’

탈망공환서곡으로 사람의 공포를 자극한다는 거였다.

한편으론 어이도 없지만.

이 곡이 사람의 신경을 건드린다고는 하지만, 듣는 순간 바로 미치는 건 아니다.

그게 됐으면 악공이 왜 외면받았겠나.

벌써 천하를 주름잡았지.

탈망공환서곡으로 사람을 미치게 하려면 최소 반 시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여기서 잠자코 음악 감상이나 한다고 생각한 건가?’

공간이 앞뒤로 막혔으니 도망칠 곳이 없긴 하다.

그렇다고 저 불쾌한 음악을 반 시진이나 듣고 있을 멍청이가 어디 있겠는가.

하다못해 땅굴이라도 파서 도망가지.

‘이곳을 설계한 놈도 머저린가 보구나…….’

그때였다.

스스슥, 벽면의 구멍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킁킁, 냄새를 얼핏 맡은 당병우가 외쳤다.

“독이다! 모두 호흡을 멈추시오.”

그가 눈짓하자, 사천당가의 무인이 등에 멘 봇짐에서 작은 구슬을 급히 꺼냈다.

“피독환이요, 입에 물고 내공을 운기하면 독이 쉽게 침범하지 못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줄 알고 미리 준비한 건가.

잘했어, 당병우.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네가 여기서 이렇게 쓰일지는 몰랐네.

사천당가들이 은색 구슬을 오룡회원들에게 나눠 줬다.

“회주님, 이것을 입안에 넣으십시오. 독의 기운을 중화해 줄 것입니다.”

그것을 입에 물자 피독환이 서서히 녹으면서 청량한 기운이 입안에 확 퍼졌다.

독의 명가, 사천당가의 물건답게 효능은 확실한 것 같다.

그때, 당병우가 또다시 코를 킁킁댔다.

“이 독은 미혼독입니다. 살상력은 약한 대신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하죠.”

……네가 개냐?

냄새로 독을 판별하게.

그래도 당병우 덕에 좋은 정보를 얻었다.

‘미혼독이라…….’

살상력이 강한 독 대신 이 독을 주입한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간다.

탈망공환서곡과의 조합을 고려한 것이리라.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는 곡의 효과가 더 빨리 발휘되니까.

더 빨리 미치는 거지.

그나저나 취향 참 독특하군. 말라 죽어 가는 걸 좋아하는 변태같은 놈인가.

‘아까 한 말은 취소.’

천마총을 설계한 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머리가 돌아가네.

“회주님, 지금 당장은 피독환으로 독의 기운을 몰아낼 수 있지만,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겁니다. 어서 빨리 이곳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그건 나도 안다.

입안에 문 피독환이 벌써 삼분지 일은 녹았다.

게다가 탈망공환서곡의 불쾌한 소리를 더 듣고 싶지도 않고.

남궁정혁이 출구로 보이는 문으로 다가갔다.

텅텅.

예상은 했지만 역시 만년한철로 만들어졌다.

무림인을 가두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남궁정혁 옆에 선 서문호가 우려를 표했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죠? 문을 여는 장치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나가긴.

문을 부수면 되지.

“비켜 봐라.”

만년한철을 부수려면 검강이 필요하다.

최소 그 정도 위력은 되어야 만년한철을 자를 수 있다.

남궁정혁은 아직 검강은 쓰지 못한다.

하지만.

‘한 번에 자를 수 없다면 여러 번에 걸쳐 자르면 되지.’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만년한철도 열 번 후려치면 잘린다는 말이다.

주살검이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빛으로 활활 타올랐다.

남궁정혁이 전신의 공력을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탕.

만년한철에 직선으로 그은 선이 생겼다.

하지만 그뿐, 문은 아직 견고하다.

다시 한번 더.

탕!

남궁정혁이 처음 타격한 곳에 똑같이 검을 내리쳤다.

이번엔 문이 살짝 우그려졌다.

또다시 한 번 더.

탕.

그렇게 열 번을 후려치자 만년한철에 틈이 생겼다.

한 사람은 족히 지나갈 수 있는 크기였다.

“나 먼저 간다.”

이렇게 힘을 썼는데 내가 가장 먼저 나갈 자격쯤은 있지 않을까.

땀으로 흠뻑 젖은 남궁정혁이 벌어진 틈 사이로 몸을 욱여넣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남궁정혁의 뒷모습만 볼 뿐이었다.

*   *   *

“장주님, 오대세가의 무인들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부하의 보고에 장주라 불린 중년 남자가 주먹을 쾅, 내리쳤다.

“엄 선생, 이게 어찌 된 일이요, 분명 놈들이 첫 번째 관문도 넘지 못하고, 모두 죽을 것이라 하지 않았소?”

장주가 분노했지만, 맞은편에 앉은 상대는 한없이 여유롭기만 했다.

“놈들의 재주가 생각보다 뛰어나나 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지요, 아직 죽음의 관문은 많이 남아 있으니깐요.”

엄 선생이라 불린 그가 천마총의 설계자였다.

그의 지시에 따라 장주와 그 부하들이 천마총을 만들었다.

“이곳에 들어온 오대세가 놈들은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감히 천마의 무덤에 발을 내디딘 자, 그 대가는 죽음이리라.

이십 대로 보이는 그의 눈빛이 스산하게 빛났다.

*   *   *

길을 따라가니 두 번째 문이 나왔다.

- 지옥에서 거슬러 오른 자, 너를 심판할 것이다.

“단주님, 이건 또 무슨 뜻일까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을 설계한 자가 어떤 성향인지는 알겠다.”

“어떤 성향인데요?”

“허세에 찌든 멍청이지.”

그러니 이렇게 오글거리는 글을 문 앞에 당당히 적어 놓았지.

동그랗게 튀어나온 돌을 밀자, 이번에도 문이 열렸다.

“아까와는 다르네요.”

이전 방은 직사각형의 네모난 방이었는데 이번 방은 둥글다.

게다가 이상한 냄새도 나고.

이번에도 당병우가 코를 킁킁댔다.

“최소한 독은 아닙니다.”

그럼 다행이지만…… 남궁정혁이 고갤 갸웃했다.

이 냄새를 어디선가 맡아본 것 같단 말이야.

퀴퀴한 냄새 나는 것이 꼭 시체 썩는 냄새 같다고나 할까……!

‘아, 기억났다.’

시약산에서 본 강시들에서 이런 냄새가 났다.

남궁정혁이 이 생각을 떠올렸을 때였다.

휘익, 쿵.

갑자기 벽면의 벽이 열렸다.

그곳에는 얼굴이 창백한 사람들이 눈을 감고 있었다.

이번에도 또 강시를 만난 줄이야.

조금 지겨운데.

삐리리릭.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울리자, 강시들이 눈을 떴다.

“크아아아악!”

젠장, 흐느적거리며 오는 것을 보니 일반 강시도 아니고 혈강시다.

그들이 둥근 포위망을 형성하여 서서히 다가오자 제갈소현을 비롯한 후기지수들이 기겁했다.

“저것들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

“강시야, 강시.”

이런 애송이 같은 놈들.

강시 처음 보나.

“다들 그 자리에 앉아.”

남궁정혁이 말했지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 많은 사람이 그 자리에 멀뚱멀뚱 서 있었다.

“우리가 왜 앉아야 하나요?”

“앉으라면 그냥 앉아.”

너도 뒤지고 싶지 않으면.

몸을 앞으로 굽힌 남궁정혁의 검이 빛났다.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생각은 없다.

전심전력으로 박살 낸다.

그가 횡으로 길게 검기를 뽑았다.

“대연참영.”

남궁정혁이 한 바퀴 빙 돌자, 검기도 잔상을 남기며 동그란 원을 그렸다.

후두두두둑.

흐느적거리면 걸어오던 수 십구의 혈강시들이 순식간에 모두 반 토막 났다.

남궁정혁의 검기에 잘린 것이다.

“바람이 통하지 않은 곳이라 그런가, 덥네.”

별일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말하는 그를 당병우가 올려다봤다.

매우 존경스럽단 시선으로.

“어,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 겁니까? 저보다 나이도 어리신데. 저는 죽어다 깨어나도 따라 하지 못할 겁니다.”

“너도 죽어다 깨어나면 할 수 있어.”

“……예?”

“내가 장담한다. 너도 죽어도 깨어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경험자의 진심 어린 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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